초판본 어린 왕자 (무선) - 1943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저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더스토리

2021-10-04

원제 : Le Petit Prince

소설 > 프랑스소설




무지개 같은 상상을 자극하는 어린 왕자는 언제 읽어도 깊은 울림을 안겨줍니다.




■ 끌림의 이유


어린 왕자는 언제 읽어도 다시 어린 눈으로 세상을 마주하게 만드는 여운이 있습니다.

첫 문장부터 마지막 문장까지, 상상을 열어 두는 힘과 동시에 마음 속 질문들을 조용히 깨웁니다.

특히 어른들이 잊고 지낸 소중한 것들을 간결하고도 단단한 언어로 다시 꺼내어 상기시켜 줍니다.



■ 간밤의 단상


당신의 장미는 어떤가요?


어린 왕자가 그랬던 것처럼, 너무 익숙해져 옆에 있던 것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살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마음 한 켠에 자리한 꿈과 일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해 생각해보았습니다.


우리는 숫자로 삶을 판단하고 다른 사람의 기준에 따라 스스로를 평가하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렇듯 숨 쉴 여유가 없다보니 익숙한 소중한 것들은 더러 잊기도 하는데 일부는 자신을 잊어버리기도 하죠.

그래서 우리에겐 여백이 필요한 것입니다.

조용한 새벽녘, 오늘 제가 숨 쉬는 이곳이 얼마나 귀한 곳인지 조용히 떠올리며 제게 작은 질문 하나를 마음에 심어봅니다.



■ 건넴의 대상


어른이 되었지만, 잊고 지나가는 순수한 질문들을 다시 마주하고 싶은 분

지친 나날이지만, 성찰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 분

어른을 위한 동화책을 찾으시는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훨씬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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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용 시인의 시 「향수」, 이 한 줄의 시가 오늘의 나를 붙들었습니다.

오늘은 정지용 시인의 「향수」를 함께 읽으려 합니다.




향수 –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빈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게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초롬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 해설 및 주제 분석


정지용의 『향수』는 고향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서정적으로 그려낸 한국 현대시의 대표작입니다.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라는 반복 구절은 시 전체에 향수의 정서를 밀도 높게 쌓아 올립니다.

여기서 고향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 존재의 근원이며 시간 속으로 흩어진 본래의 나를 끊임없이 부르는 목소리입니다.

시인은 고향의 풍경과 그 안에 살아 있는 사람들을 통해 따뜻하면서도 애틋한 유년의 심상을 불러냅니다.

시간은 흘렀지만 마음 깊은 곳에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사랑, 소리, 냄새가 남아 있습니다.



■ 하나의 감상


이 시는 제 안에 있는 오래된 골목길을 생각나게 합니다.

지금 동네에서도 오래 살고 있지만 그 전에 살았던 동네에서 짧았지만 강렬한 기억들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골목길 곳곳에 이름만 부르면 냉큼 나온 친구들의 웃음소리, 아이들이 골목 앞으로 모이면 엄마들끼리 자연스레 모여 커피 한잔씩 마시던 모습…….

많은 것을 연상케 하다보니 그곳은 물리적인 공간이기도 하지만 제 안의 기억이 살아 숨 쉬는 영혼의 자리이기도 합니다.

희한하게 『향수』를 읽고 나면 잠시 멈춰 서서 제 안의 가장 따뜻했던 순간을 다시 불러내고 싶어집니다.




이 시가 떠오르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이 글을 공유해주세요.

오늘, 당신은 누군가의 마음을 데워주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엔 김소월 시인의 「초혼」을 함께 읽어보려 합니다.

당신이 지켜온 믿음과 고요한 다짐을 함께 들여다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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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저자 알랭 드 보통

은행나무

2016-08-24

원제 : The Course of Love (2016년)

소설 > 영미소설




사랑은 시작이 아니라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 책 속 밑줄


호텔은 말리가에서 동쪽으로 반시간 거리에 있는, 나지막이 노출된 암반 위에 서 있다.



다른 사람이 영혼의 짝이라는 느낌, 이 확신은 아주 순식간에 찾아올 수 있다.

이야기를 나눌 필요도 없다. 이름을 알 필요도 없다. 객관적 지식은 끼어들 틈이 없다. 대신에 중요한 건 직관, 즉 이성의 정상적 작용 과정을 건너뛰기에 더더욱 정확하고 존중할 가치가 있는 것만 같은 자연발생적인 감정이다.



혼자서는 삶을 유지할 수 없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산만한 파티를 끝내고 혼자 걸어오는 귀갓길, 다른 사람과 말 한마디 섞지 않고 흘러가는 일요일, 아이들 때문에 녹초가 되어 대화를 나눌 기운조차 없는 부부들 뒤를 따라다니는 휴가, 누구의 가슴에도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지 못했다는 쓸쓸한 깨달음은 이제 족했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성적일 필요는 없다. 우리가 익혀두어야 할 것은 우리가 한두 가지 면에서 다소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쾌히 인정할 줄 아는 간헐적인 능력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들에게 다정함을 보이는 세상에서 산다는 건 멋진 일이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어린애 같은 면에 조금 더 다정함을 보이는 세상에서 산다면 더욱 멋질 것이다.



우리의 낭만적인 삶은 슬프고 불완전하게 끝날 운명이다. 우리가 강력히 정반대 방향을 가리키는 두 가지 근본적인 욕망에 따라 움직이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더 곤란하게도 우리는 유토피아적으로 이 분열에 수긍하기를 거부하고, 대가 없이 어떻게든 일치점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고 순진하게 소망한다. 자유사상가가 모험을 추구하며 사는 동시에 외로움과 혼란을 피할 수 있고, 결혼한 낭만주의자들이 섹스와 애정, 열정과 일상을 통합시킬 수 있다고 말이다. 



사랑이란 서로의 결함을 마주하는 긴 여정, 그리고 그 결함에도 불구하고 같이 있기로 선택하는 것이었다.



■ 끌림의 이유


알랭 드 보통 특유의 날카롭고도 다정한 문체와 시선이 이 책을 특별하게 만들어 줍니다.

첫사랑의 달콤한 환상 대신 연애가 끝난 뒤에 찾아오는 현실의 순간들을 정직하게 그려 냅니다.

우리가 쉽게 지나쳤던 감정의 파도를 하나하나 섬세하게 꺼내 이야기하는데, 소설이지만 마치 우리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는 듯한 감각이 들어 읽는 내내 마음이 저릿하면서도 따뜻하게 차올랐습니다.



■ 간밤의 단상


이른 새벽, 알랭 드 보통의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다시 펼쳤습니다.

제가 오래전부터 좋아해온 작가 중 한 분이라 전작 대부분을 거의 읽었지요.

처음 저자의 책을 마주했을 때 인간의 감정과 관계를 철학적으로 탐색하는 그의 시선이 항상 인상깊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작가는 사랑의 시작과 지속되는 일상 속 과정을 세밀하게 따라가면서 우리가 왜 사랑에 빠지고 왜 실망하며 그럼에도 왜 다시 사랑하는지를 질문합니다.

관계 속에서 우리는 종종 실망하거나 외면당했다고 느끼지만 사실은 상대가 아닌 내 기대에 어긋난 것일 때가 많습니다.

저자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환상과 진실 사이에서 어느 것도 부정하지 않지만 동시에 그 경계에서 서성이는 인간의 복잡한 마음을 담아냅니다.

사랑은 결국 상상에서 시작되지만 함께 살아가는 건 지극히 현실적인 일입니다.

사랑은 운명이 아니라 성장해야 하는 감정 다시금 깨닫게 됩니다.



■ 건넴의 대상


연애와 사랑에 대해 성숙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은 분

감정과 일상, 철학이 만나는 깊이 있는 글을 찾고 있는 분

알랭 드 보통의 전작들을 좋아하셨던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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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청소부 (50만 부 기념 한정판 리커버) 풀빛 그림 아이
모니카 페트 지음, 김경연 옮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 풀빛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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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청소부 (50만 부 기념 한정판 리커버)

저자 모니카 페트

풀빛

2023-07-31

원제 : Der Schilderputzer

유아 > 그림책 > 창작그림책






■ 책 소개


『행복한 청소부』는 독일의 대표적인 아동문학가이자 시인인 모니카 페트가 쓴 짧고 아름다운 철학 동화입니다.

청소부라는 평범한 직업을 가진 남자가 주인공입니다.

그는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동선으로 사람들의 자취를 닦고 먼지를 지웁니다.

그러나 그는 이 일을 단순한 노동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그에게 청소는 남겨진 것들 사이의 침묵을 닦아내는 일이자 세상을 정돈하고 감정을 환기시키는 조용한 예술이지요.

『행복한 청소부』는 직업에 대한 편견을 넘어 삶을 대하는 태도에 관해 묻습니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지우고 무엇을 남기며 살고 있을까요?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행복한 청소부는 하루의 끝에서 사람들의 흔적을 닦아낸다. 그러나 때때로 그는 그 흔적들 속에서 누군가의 마음을 발견하곤 한다.


단순한 청소 행위가 마음을 비추는 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삶을 향한 예민한 감수성과 타인을 향한 애정을 품고 있는 사람만이 이런 일상의 순간들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겠지요.





■ 책 속 메시지


『행복한 청소부』는 '행복이란 무엇인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일상의 행위로 답합니다.

큰 성취나 목표가 아닌 아주 작고 단순한 일에 마음을 기울여본 적 있으신가요?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우리는 전자가 아닌 후자일 때 고요한 충만감을 느꼈을테니까요.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삶을 대하는 태도야말로 우리 존재의 가장 깊은 무늬라는 것.

삶의 모든 자리는 우리가 어떻게 닦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다른 풍경이 됩니다.



■ 하나의 감상


책상 위 먼지를 손끝으로 훑어보았습니다.

그저 흔한 먼지이긴 하지만 그 안에 어쩐지 내가 남긴 피로와 분주함, 무심함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매일매일 깨끗하게 청소하려고 합니다.

조금이라도 흐트러지거나 지저분해지면 덩달아 마음도 고민과 번뇌로 가득 차니깐요.


『행복한 청소부』는 청소를 통해 삶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어줍니다.

청소부가 말없이 주운 것들 속에는 버려지기 전 사람들의 온기가 묻어있었으니까요.

청소는 단지 무엇을 치우고 지우는 행위가 아니라 나의 삶을 새롭게 보기 위한 준비일 수도 있겠다고 느꼈습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삶엔 너무 많은 소음과 쓰레기가 쌓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쓸어내야 하는 요즘, 이 책은 비움의 진짜 의미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당신의 삶도 닦이면 결국 빛날 겁니다.



■ 건넴의 대상


아이와 함께 뜻깊은 동화책을 읽고 싶은 분

일상 속에서 나를 다시 정돈하고 싶은 분

단순한 노동에 숨은 철학적 깊이를 느끼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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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 김애란 | 간밤에 읽은 책, 오늘 새벽엔 이 문장이 남았다



바깥은 여름

저자 김애란

문학동네

2017-06-28

소설 > 한국소설




바깥은 여름인데, 마음은 아직 봄도 겨울도 아닌 채로 머물러 있다.




■ 책 속 밑줄


자정 넘어 아내가 도배를 하자 했다.

ㅡ지금?

ㅡ응.



지난달 어머니가 잠시 집에 다녀갔다. 두 사람 다 경황이 없을 테니 당분간 살림을 맡아주겠다는 명분이었다. 짐을 푼 첫날부터 어머니는 집안 곳곳을 의욕적으로 쓸고 닦았다. …… 아내는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종종 무기력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한동안 집이 생겼다는 사실에 꽤 얼떨떨했다. 명의만 내 것일뿐 여전히 내 집이 아닌데도 그랬다. 이십여 년간 셋방을 부유하다 이제 막 어딘가 가늘고 연한 뿌리를 내린 기분, 씨앗에서 갓 돋은 뿌리 한 올이 땅속 어둠을 뚫고 나갈 때 주위에 퍼지는 미열과 탄식이 내 몸안에 고스란히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아내는 집 꾸미는 데 반년 이상 공을 들였다. 이사 후 틈나는 대로 '좁은 집 셀프 인테리어'나 '가구 리폼', 'DIY' 정보를 살피며 실행에 옮겼다. 전부터 '정착'에 대한 욕구는 나보다 아내가 더 강했다.



지난봄, 우리는 영우를 잃었다. 영우는 후진하는 어린이집 차에 치여 그 자리서 숨졌다. 오십이 개월. 봄이랄까 여름이란 걸, 가을 또는 겨울이란 걸 다섯 번도 채 보지 못하고였다.



아이들은 정말 크는 게 아까울 정도로 빨리 자랐다. 그리고 그런 걸 마주한 때라야 비로소 나는 계절이 하는 일과 시간이 맡은 몫을 알 수 있었다. 3월이 하는 일과 7월이 해낸 일을 알 수 있었다. 5월 또는 9월이라도 마찬가지였다.



말을 안 해도 외롭고, 말을 하면 더 외로운 날들이 이어졌다. 그는 자기 삶의 대부분을 온통 말을 그리워하는 데 썼다.



그럴 땐 '과거'가 지나가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차오르고 새어나오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나를 지나간 사람, 내가 경험한 시간, 감내한 감정 들이 지금 내 눈빛에 관여하고, 인상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표정의 양식으로, 분위기의 형태로 남아 내장 깊숙한 곳에서 공기처럼 배어 나왔다.



위안이 된 건 아니었다. 이해받는 느낌이 들었다거나 감동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시리로부터 당시 내 주위 인간들에게선 찾을 수 없던 한 가지 특별한 자질을 발견했는데, 그건 다름아닌 ‘예의’였다.



슬픔이란 게 참 묘했다. 다른 감정들과 다르게,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 끌림의 이유


김애란 작가의 단편집 『바깥은 여름』은 상실 이후에도 계속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용히 품어냅니다.

죽음, 이별, 침묵이라는 주제 아래 놓인 일곱 편의 단편들을 보며, 소설이라 할지라도 분명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삶의 어두운 골목을 비출 때마다 저자는 누구보다 일상의 언어로 마음의 풍경을 포착했는데 사실 이런 부분에서 작가의 글솜씨에 감탄했습니다.

그녀의 문장은 상처를 조명하기보다 상처 곁에 오래 머물러 주는 문장들이 가득했습니다.



■ 간밤의 단상


마지막 단편을 덮고 난 후, 한참 동안 조용히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음, 그저 이해 받았다는 감각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바깥은 여름』은 상실을 다루지만 그 감정이 결코 무겁게만 다가오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슬픔, 묻지 못한 질문들 그리고 끝내 말하지 못한 감정들.

이 모든 것들이 고요한 언어로 서술되어서인지 오히려 마음은 덜 외로워졌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이 책이 극복이나 희망이라는 익숙한 단어로 상처를 덮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대신 슬픔의 시간을 함께 나누며 우리가 흔히 지나쳐 온 감정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합니다.


책 속 등장인물들의 삶은 그야말로 불완전하고 서툴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 속에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상실을 딛고 살아가는 방식이 아닐까요.

지금 만약 자신이 외롭다고 느낀다면 그것은 누군가를 아주 깊이 사랑했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건넴의 대상


마음의 슬픔을 조용히 꺼내고 싶은 분

상실 이후의 감정들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분

괜찮다는 말보다 내가 곁에 있다는 말이 더 필요한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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