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의 독서

저자 유시민

웅진지식하우스

2025-04-30

인문학 > 교양 인문학

인문학 > 책읽기

에세이 > 독서에세이




삶은 늘 모호하고 불완전하며, 그래서 질문하는 자만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 책 속 밑줄


고등학생 시절, 공부가 잘되지 않으면 문고판 책이 많았던 아버지의 서가에서 손에 잡히는 대로 아무 책이나 뽑아 뒤적이는 버릇이 있었다. 마음이 끌리는 책이 있으면 기분 전환이 될 때까지 읽다가 덮어두곤 했다. 이렇게 띄엄띄엄 읽었던 채들 가운데 몇몇은 지금도 제목과 내용이 대충 떠오른다.



"아무리 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라고 하더라도, 인간은 악한 수단을 사용한 데 따르는 정신적 고통을 벗어나지 못한다." 도스토옙스키는 이렇게 말한다. 죄를 지으면 벌을 면하지 못하는 게 삶의 이치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는 다른 맥락에서 볼 수도 있다. 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악한 수단을 사용하는 것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 따지는 것은, 악한 수단으로 선한 목적을 이룰 수도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런데 나는 이 전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정당성 여부를 따지기 전에, 악한 수단으로는 선한 목적을 절대 이루지 못한다고 믿는다.



지식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리영희 선생은 말한다. 진실, 진리, 끝없는 성찰, 그리고 인식과 삶을 일치시키려는 신념과 지조. 진리를 위해 고난을 감수하는 용기. 지식인은 이런 것들과 더불어 산다.



다시 『인구론』을 읽으면서 느끼는 감정은 두려움이다. 우리 모두는 갖가지 편견과 고정관념을 지니고 산다. 이 세상 모든 것들에 대한 모든 종류의 통념이 논리적·경험적으로 타당한 근거를 가지고 있는지 일일이 시험하고 검토할 수 없는 일이기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관념과 사고방식을 어느 정도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나는 맬서스와 얼마나 다른가. 내가 옳다고 믿는 것, 내 신념을 받치고 있는 수많은 통념들 가운데 그릇된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없을 것인가?



어쩌면 일제강점기 때 누군가 일본어로 번역한 것이, 사는 게 노엽고 슬펐던 조선 민중의 마음을 울렸는지도 모른다. 푸시킨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썼든, 누군가의 시가 다른 시대 다른 민족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 차르의 학정과 일제의 압제는 똑같이 '힘든 날'이며 '슬픈 현재'였다. 우리의 선조들은 푸시킨의 시에서 큰 위안과 격려를 받았던 듯하다.



흔히들 보수가 물질적 이익과 세속적 출세를 탐낸다고 하지만 진짜 보수주의자는 이익이 아니라 가치를 탐한다. 진짜 보수주의자는 다른 누군가와 싸우는 전선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내면에 정체성의 닻을 내린다. 타인을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을 성찰한다. 누가 자신을 알아주지 않아도 실의에 빠지지 않으며 깊은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빛난다.



나는 젊은 시절에 다윈을 읽지 않았다. 『인구론』을 읽지 않고도 인구법칙을 안다고 믿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종의 기원』을 읽지 않았지만 진화론을 안다고 생각했다. 다윈은 토머스 맬서스나 허버트 스펜서처럼 ‘불쾌한 이름’들과 함께 등장하곤 했기 때문에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도 않았다. 나는 빈곤을 정당화하고 빈민 구제를 비난한 맬서스를 미워했고, 적자생존이라는 개념으로 사회적 강자를 편든 스펜서를 싫어했다. 그들이 펼친 ‘사회진화론’ 또는 ‘사회다윈주의’가 부자와 강자를 예찬하고 불평등을 합리화하는 천박한 이데올로기라고 생각했다. 진화론이 올바른 생물학 이론이기는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나쁜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했다. 한마디로 말해서, 다윈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게 없었다.



'근본적 변화'는 아름다운 꿈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에 이르지 못하는 부분적·점진적인 개선을 아름답지 않거나 의미 없다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누구도 변화를 일으키려고 도전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근본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모두가 알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자를 대통령으로 뽑은 이후 화나고 아프고 어이없는 일들을 견디고 이겨낸 이들에게, 계엄의 밤 국회에서 계엄군을 막아섰던 시민들에게, 남태령의 기적을 만든 젊은이들에게, 눈보라를 맞으며 헌법재판소 앞에서 밤을 지새웠던 남녀노소에게, 무한히 큰 감사의 마음을 얹어 그 말을 전하고 싶다.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이 오늘 우리를 본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대들은 인간의 모든 자랑스러운 것의 근원을 보여주었습니다. 자기 자신을 자랑스러워해도 됩니다.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 끌림의 이유


『청춘의 독서』는 한 사람의 사유와 성장의 기록을 따라가며 독서가 인생에 어떤 결을 남기는지 보여주는 에세이입니다.

유시민 작가가 읽었던 15권의 책에서 가져온 질문과 통찰은 독서가 우리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보다 생생하게 느끼게 해줍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단지 지식을 쌓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구성해나가는 일임을 알려주는 책이었습니다.



■ 간밤의 단상


나는 지금, 어떤 질문을 품고 살아가고 있을까?


책장을 넘기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춘의 독서』를 읽으며 다시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질문하는 자만이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 질문은 정답을 향하는 화살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조금씩 정돈해나가는 나침반일 수도 있다는 것을요.

질문을 품는 태도 자체가 이미 하나의 방향성이 되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젊은 날의 독서 기록이 아닙니다.

지금 어디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 책이라는 타인의 사유를 빌려 자기 삶을 새롭게 바라보게 해주는 일종의 독서 지도처럼 느껴졌습니다.


저는 예전 판본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지만 이번에 출간된 특별증보판까지 함께 하나의 책장에 나란히 꽂아두었습니다.

특히 새롭게 추가된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은 지금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가 더욱 분명하게 다가왔습니다.


질문은 때로 버겁지만 그 질문 없이 살아가는 삶은 너무 납작해질지도 모릅니다.

조용한 새벽녘, 문장 하나에 기대어 제 안의 물음을 다시 꺼내 들고 싶어졌습니다.



■ 건넴의 대상


삶의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 모든 세대의 청춘

책을 삶에 더 깊게 연결해보고 싶은 분

나의 삶에 어떤 책이 남았는지를 다시 생각해보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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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상이 기본적으로 냉담한 곳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성공은 보장되지 않고, 수십만 명을 상대로 경쟁해야 하며, 자연 앞에서 무방비 상태이고, 우리가 사랑한 모든 것이 결국에는 파괴될 것임을 알면서도 이렇게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작은 거짓말 하나가 그 날카로운 모서리를 둥글게 깎아낼 수도 있고, 인생의 시련 속에서 계속 밀고 나아가도록 도와줄 수도 있으며, 그 시련 속에서 가끔 우리는 우연한 승리를 거두기도 한다.


ㅡ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 하나의 사유


마치 누군가가 세상의 진실을 조용히 들려주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세상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노력이 반드시 보상받을 수 있단 보장도 없고 사랑하는 것들도 희미해질 수 있죠.

그럼에도 우리는 그것을 알면서도 살아갑니다.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버거운데, 저자는 그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살아내는 우리의 태도에 조용한 위로를 건넵니다.

그녀가 말하는 작은 거짓말은 자기 기만이 아닙니다.

삶을 계속 붙잡기 위해 만드는 작은 틈, 즉 숨구멍이죠.

가령 "잘될 거야.", "이번엔 다를지도 몰라.", "나는 아직 괜찮아."와 같은 말들이 절망의 날카로움을 잠시나마 둥글게 깎아주고 다음 한 걸음을 디디게 해주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정말이지, 그렇게 걷다 보면 우리는 종종 뜻밖의 승리, 즉 작지만 분명한 기적을 만나기도 하니까요.




오늘, 이 문장을 떠올리게 되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이 글을 조용히 건네주세요.

말 한 줄, 문장 하나가 누군가의 오늘을 다르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다음 주엔 조금 더 따뜻하고 단단한 한 문장으로 다시 찾아올게요.

당신의 일요일에 이 조용한 사유가 잔잔히 머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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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기록

저자 김민철

북라이프

2021-07-06

에세이 > 한국에세이




기억은 언제나 그리움을 이기지 못한다.




■ 책 속 밑줄


자신에게 맡겨진 시간 안에서, 일상적인 세계의 일상적인 업무에 불후의 생명력을 불어넣을 것 같지 않은 그런 인물에게는, 진실이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는 일상을 살아가야만 한다.



소설을 읽으며,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을 통해 막연하게나마 인간을 배운다. 감정을 배운다. 왜 그 사람이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왜 그런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것인지, 왜 분노하지 않는 것인지, 왜 그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왜 나와는 다른지, 왜 나와는 다른 선택으로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는지 짚어간다. 현실 속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는 희박한 이해의 가능성을 소설을 통해서 약간이나마 늘릴 수 있지 않을까 소망하면서 읽는다.



그러니 나는 잠시 짬을 내어 마시는 커피에 한숨을 돌리고, 학원에 가는 길에서 새벽이슬에 젖은 나무들에 감사하고, 회사 난간에 서서 저녁노을에 먹먹해진 가슴을 느껴야 한다. 누군가가 내 아이디어가 좋다고 말해줄 때 진심으로 웃을 수 있어야 하며, 내가 쓴 글이 아니다 싶을 땐 다시 쓸 열정을 가져야만 한다. 바람의 서늘함에 옷깃을 여미며 가을을 느껴야 하고,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지긋지긋하지만 여름을 만끽해야만 한다. 나란히 앉아서 그 사람과 마시는 맥주에 행복을 느끼고, 그 사람의 눈빛 속에서 다시 나를 찾아, 다시 일상을 꾸려나갈 힘을 얻어야 한다. 그래야만 한다. 그것이 나의 일상이기 때문이다. 여행은 일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꿈꾸는 그곳은 이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지금,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그곳에서도, 그때, 불만족스러울 것이다.



때론 책이 우리를 구원한다. 책은 전혀 그럴 의도가 없었다고 말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책으로 구원받는다. 드물지만 그런 일이 일어나곤 한다. 귀하게도, 고맙게도.



여행은 감각을 왜곡한다. 귀뿐만 아니라 눈과 입과 모든 감각을 왜곡한다. 그리고 우리는 기꺼이 그 왜곡에 열광한다. 그 왜곡을 찾아 더 새로운 곳으로, 누구도 못 가본 곳으로, 나만 알고 싶은 곳으로 끊임없이 떠난다. 그렇게 떠난 그곳에선 골목마다 프리마돈나가 노래를 한다. 이름 모를 클럽마다 라디오헤드가 연주를 한다. 나뭇잎까지도 사각사각 잊지 못할 소리를 들려준다. 햇빛은 또 어떻고. 들어본 적 없는 음악들로 세상이 넘쳐난다. 그 왜곡의 음악을 듣기 위해 오늘도 여행 계획을 세운다. 그 미세한 음악까지 놓치지 않을 정도로 귀가 열린, 마음이 열린 나를 만나기 위해 오늘도 어쩔 수 없이 여행을 꿈꾼다.



…… 뭔가 끊임없이 하고 있다. 그렇게 비옥하게 가꿔진 토양이 있어야 회사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도 내고, 새로운 카피도 쓰고, 새로운 뭔가도 시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내가 비옥한 토양을 가진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여기에서 어떤 나무가 자라날지는 모르겠지만 그 나무가 튼튼했으면, 아름다웠으면 좋겠다. 물론 이미 카피라이터라는 나무 한 그루가 자라고 있다. 그 나무를 튼튼하게 키우기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모든 요일이 같지는 않다.

어떤 날은 사람이 두렵고 어떤 날은 사람 덕에 다시 살아난다.



■ 끌림의 이유


오래 바라보는 시선에서 나오는 조용한 일상이 어쩌면 이렇게 따스하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소중한 하루하루를 기록으로 남기는 이 이야기들은 읽다 보면 어느새 나도 펜을 들고 싶어집니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마음속 어딘가에 쌓여 있던 문장들이 조용히 떠오릅니다.

사랑했고, 미워했고, 기뻐했고, 후회했고, 그럼에도 살아냈던 나의 요일들.

『모든 요일의 기록』은 기억되지 못한 감정들에 조용히 불을 켜주는 에세이였습니다.



■ 간밤의 단상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한 주를 제대로 살았던 걸까, 아니면 그냥 ‘버텼던’ 걸까.


아직 제 인생은 작고 사소한 것들로만 가득하지만 그 작은 것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 저는 매일 글을 씁니다.

아프고 나서부턴 더 그렇습니다.

잊히는 날들이 늘 아쉬워 혹시라도 놓칠까 봐 더 천천히, 더 조심스럽게 하루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기록은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감각을 다시 세우는 일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느꼈습니다.

책에서도 말하듯, 기록은 자신을 놓치지 않기 위한 일상의 연습입니다.

그래서 오늘 하루도 잊지 않기 위해 저는 펜을 들어 조용히 마음을 적어봅니다.

지금 이 마음을, 지금 이 문장을 놓치고 싶지 않은 그런 새벽이었습니다.



■ 건넴의 대상


오늘 하루, 빨리 잊어버리는 느낌이 드는 분

지나간 감정들을 다시 꺼내 보고 싶은 분

일상의 무게를 글로 표현하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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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리듬에 지쳐 있는 당신에게,

오늘은 영화 인턴을 권합니다.






■ 영화 정보

제목: 인턴 (The Intern)

감독: 낸시 마이어스

출연: 로버트 드 니로, 앤 해서웨이

장르: 코미디

개봉: 2015년

러닝타임: 121분





■ 영화 줄거리


주인공 벤 휘태커는 은퇴 후 아내를 떠나보내고 홀로 남은 일상에 부족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러다 우연히 전단지를 보게 되었고 인생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고자 패션 스타트업 기업에 지원하게 됩니다.

그가 배정된 곳은 온라인 쇼핑몰을 창업한 젊은 CEO 줄스 오스틴의 조수였습니다.

벤의 품격과 진중한 태도, 섬세한 배려 무엇보다 삶에 대한 예의는 주변 사람들에게 신뢰를 얻었고 줄스 역시 그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벤은 줄스의 비서를 넘어 그녀에게 인생 조언을 해주는 진짜 친구가 되어갑니다.



■ 영화가 주는 메시지


벤은 조언이 아닌 경청으로 줄스에게 다가갔고 줄스는 의심 대신 신뢰로 벤을 받아들였습니다.

인생의 연륜은 여전히 의미 있으며 관계는 나이를 초월합니다.

영화 『인턴』은 모두가 세대에 상관 없이 서로에게 배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또한 사람에 대한 진심과 일에 대한 열정, 성장에 대한 열망은 나이가 들어도 가치가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해줍니다.

우리는 극중 줄스처럼 성공과 일상의 균형을 고민하곤 하는데 그 해답은 바로 속도가 아닌 방향에 있음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 영화에, 책을 더하다


『모든 요일의 기록』 – 김민철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책 중 하나인데, 바쁘게 살아도 마음은 천천히 기록하자는 메시지가 담겨 있어 영화와 꼭 닮았습니다.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 혜민 스님


주인공 벤처럼 인생의 2막 앞에 선 이들에게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 책으로, 혜민스님이 삶의 소란 속에서도 여백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 하나의 감상


벌써 열 번은 족히 본, 제 인생 영화!

오늘은 꼭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바로, 영화 『인턴』입니다.


저는 경청의 힘을 믿습니다.

어린 시절 읽었던 『모모』가 그 시작이었고 『인턴』은 그 믿음에 확신을 더해준 영화였습니다.

벤이 회사에 들어와 가장 먼저 한 일은 누군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줄스가 무너져 내릴 때, 그는 조언 대신 곁에 있어주었고 무언가를 말하기보다 조용히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 장면에서 문득 관계의 품격이 떠올랐습니다.

결국 사람을 바꾸는 건 충고가 아니라 함께 있어주는 시간의 온기라는 걸요.

우리는 너무 빠르게 판단하고 너무 쉽게 멀어집니다.

『인턴』은 그런 우리에게 기다려주는 관계가 가진 힘을 조용히 알려줍니다.


그리고 또 하나! 영화를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가 들면 정말 더 이상 세상과 함께할 수 없을까?"


하지만 70세의 벤은 단지 따라가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자신만의 품격과 속도로 새로운 세계에 스며든 사람이었죠.

그 모습을 보며 저 또한 벤처럼 나이 들어야겠다 다짐했습니다.


저 또한 빠르게 변하는 세상 앞에서 종종 조급해지고 흔들립니다.

그럴 때마다 이 영화를 떠올립니다.

속도에 휩쓸리지 말고 나만의 결로 나답게 걸어가자!

진짜 여유란 변화를 부정하는 데 있는 게 아니라 변화를 존중하면서도 나를 잃지 않는 데 있다는 것입니다.

『인턴』은 그 사실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제게 알려주었습니다.



■ 건넴의 대상


세대 차이로 고민하는 분

일과 삶 사이에서 균형을 잃고 흔들리는 분

직장 생활에 지친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필요한 분

세대 간의 차이를 넘는 이해와 공감이 필요한 부모님 또는 자녀


삶에 대해 고민하는 청춘과 중년 모두에게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다음 주에도 마음을 어루만져줄 따뜻한 영화를 소개할게요.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남겨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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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저자 양귀자

쓰다

2013-04-01

초판출간 1998년

소설 > 한국소설




모순은 모순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어른이다.




■ 책 속 밑줄


어느 날 아침 문득, 정말이지 맹세코 아무런 계시나 암시도 없었는데 불현듯, 잠에서 깨어나는 순간 나는 이렇게 부르짖었다.

"그래, 이렇게 살아서는 안 돼! 내 인생에 나의 온 생애를 다 걸어야 해. 꼭 그래야만 해!"



눈물이 없었다면 그 느닷없는 부르짖음은 눈뜨고 꾸는 꿈의 잠꼬대 정도로 잊혀졌을지도 몰랐다. 눈물이 없었다면 나는 내 입술을 비집고 새어나온 격렬한 그 구호에 대해 아무런 책임감도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그럴 수도 있는 것이다. 저 혼자 흘러나온 혼잣말 따위 나는 얼마든지 무시할 수 있었다.



문제는 여기에 있다. 이제 조금씩 가닥이 잡힌다. 되돌아보면 어제도 우울했고 그제도 우울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 눈물까지 흘리며 절박하게 부르짖을 만큼 우울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확실히 예전의 나와는 달랐다.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그랬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내가 내 삶에 대해 졸렬했다는 것, 나는 이제 인정한다. 지금부터라도 나는 내 생을 유심히 관찰하면서 살아갈 것이다. 되어 가는 대로 놓아두지 않고 적절한 순간, 내 삶의 방향키를 과감하게 돌릴 것이다. 인생은 그냥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 생애를 걸고라도 탐구하면서 살아야 하는 무엇이다.

그것이 인생이다…….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인생은 늘 정답이 없다. 가족이란,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상처 주는 존재다. 진실은 때때로 침묵 뒤에 숨고, 감정은 입술 끝에서 되돌아온다.



■ 끌림의 이유


안진진이라는 인물은 자신의 삶을 관통하는 질문 앞에 멈춰 서 있습니다.

어머니와 이모, 서로 대비되는 두 여자의 삶을 지켜보면서 그녀는 점점 깨닫습니다.

삶은 옳고 그름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모순 속에서 방향을 잡아가는 여정이라는 것을.


『모순』은 제목처럼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삶의 이중성과 충돌 그리고 그 사이를 건너는 법을 보여줍니다.

에피소드마다 웃음과 눈물, 이해와 분노가 교차하지만 그 끝에는 결국 한 사람의 내면이 조용히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게 해줍니다.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가족과 사랑, 그 안에서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법을 배워가는 이 이야기는 지금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울림을 건네고 있습니다.

그래서 쉽게 읽히면서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 소설입니다.



■ 간밤의 단상


이 책은 마음속에 작은 물결을 일으킵니다.

처음엔 가볍게 읽히다가도, 어느 순간 이건 나의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지요.

모순은 대단한 철학적 개념이 아니라 우리가 사는 바로 이 하루하루 속에 숨어 있는 익숙한 감정입니다.


저는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수없이 많은 갈등을 겪었고 사랑과 미움, 책임과 피로, 애정과 거리감을 동시에 느꼈었습니다.

이 책은 그 모든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게 합니다.


그리고 문득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지금의 나는 내 삶의 모순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모순을 끌어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사랑을 계속해서 배우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균형도, 완벽도 아닌 그저 부족하지만 함께 살아내는 용기 같은 것이요.

그 감정이 이 책과 닮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 오늘 새벽 이 문장을 오래도록 붙잡고 있었습니다.



■ 건넴의 대상


가족과의 관계에 대해 고민하는 분

사랑하지만 자꾸 상처 주는 관계 속에서 혼란을 느끼는 분

내 마음이 언제부터 멀어졌는지, 조용히 돌아보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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