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라와 태양

저자 가즈오 이시구로

민음사

2021-03-29

원제 : KLARA and the SUN

소설 > 영미소설




태양이 가진 특별한 힘을 믿습니다.




■ 끌림의 이유


말을 하는 장난감과 아픈 아이의 만남을 꼭 그려보고 싶었다는 저자는 마침내 『클라라와 태양』이라는 소설을 선보였습니다.

인간성과 비인간성 사이의 경계를 섬세히 묘사하고 있어 클라라의 시선으로 보는 세상은 참으로 투명하고도 맑습니다.

뭐랄까, 인위적인 사랑조차도 진실처럼 느껴집니다.



■ 간밤의 단상


출간하자마자 읽었던 『클라라와 태양』을 4년 만에 읽어보았습니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선 떠오른 생각은 하나였습니다.

'역시 재독을 해야 돼.'


로봇은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지만 그들이 할 수 없는 단 한 가지가 있다면 그것은 인간과의 진정한 접촉을 경험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로봇에게 있어서 진정한 감정 공유는 불가한 것일까요?

이번에도 역시나 로빈 윌리엄스의 「Bicentennial Man 바이센테니얼 맨」이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기계로서 영원히 사느니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죽고 싶습니다.〕

4년 전의 인공지능과 지금의 인공지능의 차이는 매우 크게 대비됩니다.

「바이센테니얼맨」과 『클라라와 태양』을 보면서 언젠가 일부 로봇이 진심으로 감정을 느끼고 인간과 교류하게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과 두려움이 동시에 공존하기도 합니다.


이른 새벽, 클라라의 시선으로 세상을 다시 보았습니다.

그녀에게 태양은 신과 같았고 존재로 인정받고 싶다는 그 욕망은 슬프면서도 의미 있게 느껴졌습니다.

창백한 얼굴, 마른 몸 그리고 일반적인 사람들과는 미묘하게 다른 걸음걸이, 그것이 클라라가 처음 마주한 조시의 모습이었습니다.

클라라는 다른 로봇들과 달리 에너지원을 태양광 에너지로 사용하는데 그래서인지 관찰력 뿐만 아니라 공감능력까지 뛰어나 다들 클라라를 조금은 특별하게 생각하게 됩니다.

그렇게 조시와 함께 하게 된 클라라지만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약했던 조시의 몸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조시의 모습을 보며 클라라는 자신이 햇빛으로 에너지를 충당하는 것처럼 조시에게도 햇빛을 주고 싶어합니다.

여기서 태양의 힘을 빌려 조지를 살리겠다는 클라라의 순수한 헌신은 꼭 제 안의 작은 결심과도 닮아 있다고 느꼈습니다.

태양을 신으로 믿는 클라라의 투명한 순수함은 인간의 흔들리는 믿음과 대조될 만큼 깊은 울림을 안겨 주었습니다.

어쩌면 모두가 클라라처럼 누군가를 위해 조용히라도 살아 주고 싶다고 생각하는 존재인 것 같았습니다.



■ 건넴의 대상


철학적인 SF 소설에 관심있는 분에게

인공지능과 인간성의 경계에 대한 질문을 좋아하는 분에게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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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의 책 DIGEST

7월 첫째 주, 우리는 조용하지만 확실한 위로와 사유의 순간들을 만났습니다.




장마없이 지나가는 여름이다 보니 습도 높은 무더위가 금세 지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럴수록 건강관리 더더욱 잘하셔야 하는 거 알죠?


이번 주는 다양하게 읽은 한 주였습니다.

소설, 에세이는 물론 인문학, 동화까지!

분야는 제각각이지만 내일의 나를 살피는 따뜻한 질문들이 가득한 책이니 지치고 힘들 때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번 주, 여러분들에게 걱정없는 안온한 하루가 가득하길 바라겠습니다.






■ 이번 주 〈간밤에 읽은 책〉 돌아보기


월요일 | 『그래도, 라이언』 – 카카오

라이언의 모험을 통해 베일에 싸였던 라이언의 어린 시절이 최초 공개됩니다.

말 없는 그래픽으로 전하는 마음의 울림이 깊게 남습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916032073



화요일 | 『바깥은 여름』 – 김애란

여름의 가장자리에 선 마음, 그 풍경에 담긴 고요와 불안 그리고 미묘한 여운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단편 소설입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917341748



수요일 |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 알랭 드 보통

사랑의 다른 얼굴, 연애 이후의 현실과 감정 변화에 대해 작가 특유의 다정한 시선으로 질문을 던집니다.

저자는 사랑이라는 감정의 환상과 진실 사이에서 어느 것도 부정하지 않지만 동시에 그 경계에서 서성이는 인간의 복잡한 마음을 담아냅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918664928



목요일 | 『초판본 어린 왕자』 –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어린 왕자가 그랬던 것처럼, 너무 익숙해져 옆에 있던 것에 대한 소중함을 잊고 살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그리움과 순수의 빛, 오리지널 커버가 주는 감성과 이야기가 어우러져 한 장면씩 우리를 오래 머물게 했습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919884722



금요일 |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 태수

조용한 일상 안에서 누리는 행복 그리고 성숙한 삶의 무게를 천천히 음미하는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에세이입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921202897





■ 이번 주 〈모든 도서 리뷰〉 돌아보기


목요일 | 『행복한 청소부』 – 모니카 페트

한 사람의 작은 손길이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청소는 아주 사소한 일상이지만 누군가의 하루를 이어주기도 합니다.

그 조용한 마음이 담긴 이야기가 조용히 우리의 감정을 건들일 것입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918037265





■ 이번 주 〈함께 읽는 시집〉 돌아보기


목요일 | 『향수』 – 정지용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고향 풍경과 삶의 기억이 시어 하나하나에 담겨 마음 깊숙이 잔잔히 스며드는 시였습니다.


https://blog.naver.com/hanainbook/223919586077




이번 주, 당신의 마음을 비추었던 문장은 무엇이었나요?

7월을 맞이하여 시작했던 여름의 한 장면부터 작은 만화 한 컷, 동화의 그리움, 사랑과 그 후의 감정과 우리 삶의 조용한 행복까지 모든 것을 담아낸 한 주였습니다.

다음 주에도 또 다른 문장들을 함께 마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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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들이 만든 거대한 세계

저자 멀린 셸드레이크

아날로그(글담)

2021-04-23

원제 : Entangled Life (2020년)

과학 > 기초과학

과학 > 생명과학 > 생태학




공교롭게도 곰팡이 하나가 인류 문명 전체의 존재 조건을 바꾸었다.




■ 끌림의 이유


곰팡이 하나가 돌을 먹고 흙을 만들며 식물을 자라게 한다는 사실 아시나요?


모든 생명체의 근원은 보이지 않는 균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어쩌면 세상에서 수적으로 제일 많은 것이 곰팡이일지도 모르지요.

이렇게 작은 균을 통해 존재의 경계를 넘나드는 여정은 그야말로 흥미진진한 모험과도 같습니다.



■ 간밤의 단상


큰 나무를 보면 흙 바로 아래에는 엄청난 나무뿌리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지표면 바로 아래 얽히고 설킨 가늘고 굵은 나무뿌리는 모든 방향으로 퍼져 있죠.

복잡하게 퍼진 나무뿌리는 곰팡이 즉, 균의 네트워크가 그대로 이어져 있습니다.

균은 나무와 땅을 잇고 곤충을 조종하고 인간의 정신까지 다가가지만 우리는 그저 무심히 땅 위에 올려진 풍경만 바라보았습니다.

곰팡이가 만들어내는 거미줄이 없었다면 나무는 살지 못했을 것이고 나무가 살지 못하는 땅은 곧 죽음의 땅이 되어 결국 인류 또한 살지 못했을 것입니다.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지금 무엇을 간과하고 있는 것인지 자연스레 생각해보게 됩니다.

다른 책을 독서하던 중 문득 균 부분을 읽다 이 책이 떠올랐습니다.

오랜만에 책장에서 꺼내 참고만 하려 책장을 펼쳤는데 앉은 자리에서 후루룩 읽어버렸습니다.

출간되자마자 읽었던 책이었는데 4년만에 읽어도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뼛속까지 문과생이 추천하는 과학책 중 하나입니다. 꼭 읽어보세요!



■ 건넴의 대상


보이지 않는 생태계의 신비를 경이롭게 마주하고 싶은 분에게

자연, 생명, 존재의 의미를 깊이 탐색하고 싶은 분에게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구절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사유가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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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짜릿함보다는 안도감에, 특별함보단 일상적임에 더 가깝다. 아무 탈 없이 일할 수 있어서, 아픈 곳 없이 가족과 통화할 수 있어서, 희망은 없어도 절망도 없이 내일을 또 살아갈 수 있어서 행복할 수 있는 게 지금의 내 삶이다. 누군가는 그토록 조용한 인생에서도 행복을 발견할 수 있냐고 묻겠지만, 물론.

조용함은 웃을 일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울 일이 없는 상태니까. 기쁜 일이 없는 하루가 아니라 나쁜 일이 없는 하루니까.

아무 일도 없이 지나간 이 조용한 하루들은 우리 인생의 공백이 아닌, 여백이니까.


– 태수,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




■ 하나의 사유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저도 모르게 조용했던 오늘이 떠올랐습니다.

별일 없이 흘러간 하루, 그저 스쳐간 듯했던 순간들이 사실은 나를 단단히 붙잡고 있었구나 싶었습니다.

기쁜 일은 없었지만 그만큼 눈물 날 일도 없었던 오늘.

원하는 건 이루지 못했지만 큰 상처도 없었던 하루.


조용함은 무미건조함이 아니라 어쩌면 삶이 나를 조심스럽게 안아주는 방식일지도 모릅니다.

희망을 소리내어 말하지 않아도 절망 앞에 무너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지금 나는 잘 살고 있는 것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 그저 조용히 하루를 버틴 나에게 조용히 말해봅니다.

고생했어, 잘하고 있어!



이 문장이 떠오르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이 글을 조용히 건네주세요.

말 한 줄, 문장 하나가 누군가의 오늘을 다르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다음 주엔 조금 더 따뜻하고 단단한 한 문장으로 다시 찾아올게요.

당신의 일요일에, 이 조용한 사유가 잔잔히 머물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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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저자 올더스 헉슬리

(주)태일소담출판사

2015-06-12

원제 : Brave New World (1932년)

소설 > 영미소설




인간의 존엄성이 결부되어 있는 세상이 되지 않게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이 바로 인간의 가치이다.




■ 책 속 밑줄


가정-가정이라는 것은 한 남자와, 주기적으로 애를 낳는 한 여자와, 나이가 저마다 다른 한 무리의 사내아이들과 계집아이들이 모여서 숨이 막힐 정도로 꽉꽉 들어찬 몇 개의 작은 방으로 구성된다. 숨 쉴 공기도 없고, 공간도 없고, 소독도 제대로 되지 않은 감옥으로서, 암흑과 질병 그리고 악취뿐이다.



"안정을 추구해야 한다. 사회적인 안정이 없다면 어떤 문명 세계도 존재하지 못한다. 개인적인 안정이 마련되지 않으면 어떤 사회의 안정도 존재하지 못한다."



난자 하나에, 태아 하나에, 성인이 하나-그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보카노프스키를 한 난자는 움트고, 발육하고, 분열한다.

8개에서 96개까지 싹이 생겨나고, 모든 싹은 완벽하게 형태를 갖춘 태아가 되고, 모든 태아는 완전히 성숙한 어른이 된다.

전에는 겨우 한 명이 자라났지만 이제는 96명의 인간이 생겨나게 만든다. 그것이 발전이다.



■ 끌림의 이유


디스토피아적 사회가 과학, 쾌락, 통제로 완벽하게 결합되었는데 꼭 인간성이 결여된 현대 사회를 예언하듯 느껴졌습니다.

어쩌면 이미 들어섰을지도 모르죠.

심리적 안정과 삶의 만족이라는 이름 아래 더 깊은 빈곤과 권력의 논리가 숨겨져 있다는 메시지가 10년 전보다 더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 간밤의 단상


이 책을 처음 읽었던 게 정확히 10년 전입니다.

2015년에 『멋진 신세계』와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가 출간되자마자 처음 읽고 리뷰를 작성했었는데 그 때 썼던 리뷰의 첫 마디가 《무서웠다.》였습니다.


〔무서웠다. 이런 현실이 닥치지 않을거라는 확신은 전혀 없다. 언젠가는 마주할 세상인 것 같아 읽는 내내 인간에 대해 오싹함을 느낄 정도였다.〕


몇 년 전에 재독했을 때도 비슷한 감정이었는데 또다시 생각나 펼친 이 작품은 여전히 충격적이었습니다.

『멋진 신세계』는 인류가 유전자 조작, 조건화 교육, 쾌락 중심 사회를 통해 철저히 통제된 이상 사회를 배경으로 합니다.

인간은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엡실론으로 계급을 정하여 인공 생산되며 반복적인 세뇌교육을 시키고 세상에 대해 의문을 품지 않게 합니다.

문란하게 성관계를 맺으며 생활하는 그들은 도덕적인 책임따위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세상은 모든 게 계획대로 움직이며 이들은 자신의 운명에 어떠한 의문도 품지않고 오로지 쾌락과 만족감만 느끼며 살게 됩니다.

특히 고통과 갈등은 소마라는 약물로 제거되죠.

하지만 자연 출신 야만인 존이 이 세계에 편입되면서 기존 체계에 의문이 제기되고 인간성과 자유에 대한 질문이 중심 갈등으로 떠오릅니다.

이는 문명의 진보가 인간의 존엄과 감정을 어떻게 억누를 수 있는지를 통찰하는 작품입니다.


새벽녘, 자발적 안락사회라는 단어가 귓가에 맴돌며 오히려 그 우울함에 깊이 흔들렸습니다.

'사람들이 자유를 잃는다해도 오직 고통만 피할 수 있다면 이를 선택할 수 있을까?'

저자가 그려낸 세계는 첨단 기술과 강한 통제 아래서 개인이 사라지는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마치 우리가 디지털 쾌락에 스스로를 맡긴 채 정작 비어 있는 내면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됩니다.

『다시 찾아본 멋진 신세계』와 함께 꼭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 건넴의 대상


통제가 삶을 규정하는 시대에 경각심이 필요한 분들에게

겉보기에 안정된 삶 속에서 조용한 불안을 느끼는 분들에게

디스토피아 작품을 통해 현재 사회를 되짚어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다시 읽으며 떠오르는 질문이나 문장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여러분의 사유가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단단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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