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인의 시 「서시」, 이 한 줄의 시가 오늘의 나를 붙들었습니다.

오늘은 윤동주 시인의 「서시」를 함께 읽으려 합니다.







서시 –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해설 및 주제 분석


「서시」는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첫 머리에 실린 작품으로 윤동주 시인이 자신의 시 세계를 여는 문으로 삼은 작품입니다.

첫 두 줄부터 삶 전체를 꿰뚫는 시인 자신의 도덕적 이상과 자아성찰 그리고 시인의 양심을 선언합니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했다>는 구절은 극도로 예민하고 순결한 감수성을 드러내며 세상의 사소한 불의에도 가만히 지나치지 못했던 섬세한 연민과 책임의식을 상징합니다.

이는 곧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던 청년 시인의 시대적 자각과 인간적 고뇌로도 읽힙니다.

마지막 행인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는 세상과 자신의 무상함을 인식하면서도 삶과 우주의 리듬 속에서 작고 순한 존재로 살아가려는 결심을 의미합니다.


이 시는 시인의 내밀한 고백이자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별은 이상이고 바람은 시대의 고통이며 그 사이를 지나가는 시인의 존재는 지조와 책임을 지닌 시적 인간상인 것입니다.



■ 하나의 감상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부끄럽지 않게 살고자 하는 다짐, 이런 바람을 품고 산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요.

살다 보면 어쩔 수 없이 남에게 또 제 자신에게 부끄러울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시인은 그래도 우리는 별을 노래하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며 자기 길을 걸어야 한다고 말해줍니다.

요즘처럼 쉽게 말하고 빠르게 평가하는 시대에 더 큰 용기를 주는 것 같습니다.


모두가 무뎌지는 세상에서 윤동주는 끝끝내 예민하기로 선택한 사람입니다.

도망치지도 않았고 외면하지도 않았지요.

그의 부끄러움은 그저 순결함의 증명이 아니라 진실을 향해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었습니다.

그 물음 앞에서 하루를 다시 돌이켜보는 것은 어떨까요?


별이 빛나는 밤, 당신도 누군가의 별빛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이 시가 떠오르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이 글을 공유해주세요.

오늘, 당신은 누군가의 별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다음엔 유치환 시인의 「깃발」을 함께 읽어보려 합니다.

내면의 의지와 저항의 정신이 깃든 시,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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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저자 박서영(무루)

어크로스

2020-05-12

에세이 > 독서에세이




사는 것이 무엇을 향해 가는 일인지 조금씩 더 선명해졌으면 좋겠다.




■ 책 속 밑줄


우리는 모두 태어나기로 결심한 아이들이다. 성장은 언제나 균열과 틈, 변수와 모험들 사이에서 생겨난다. 그 속에서 수많은 '선택의 가능성'들을 발견하며 조금씩 자신을 완성해 나가게 될 것이다.



나는 스스로 고독하게 살기를 선택했다. 내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서 조금 외롭게 보내고 있다. 외롭기 때문에 자유롭고 고요하며 느슨하게 흘러가는 시간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나를 지키고 채워준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세상과 연결된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세상 속에서 내가 무엇이 되고 어떤 것을 해낼 수 있는지도 알고 싶다.



나에게 사람 인人의 두 획은 넓게 벌린 발이다. 씩씩하게 걸어가는 한 사람의 다리 말이다. 우리는 각자의 길을 걷다가 가끔은 누군가를 만나 함께 걷거나 서로의 손을 잡아줄 수 있다. 그런 시간들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도 안다. 그러나 기왕이면 혼자서도 잘 걷는 길이면 좋겠다. 좋은 사람들이 어딘가에서 나타났다가 또 어딘가로 사라지더라도. 우선은 혼자서, 두 발로, 씩씩하게 걷고 싶다.



이상한 것들은 자주 오해받고 소외된다. 그런데도 나는 자꾸 이상한 것에 마음이 끌린다. 그럴 때의 이상異常은 이상理想을 조금 닮았다. 두 '이상' 사이의 교집합 속에는 다양한 이들의 각자의 본성대로 거리낌 없이 살아가는 자유로움이 있다. 노력의 방향이, 모두가 정상에 속하게 만들기보다는 누구도 어디에도 속할 필요가 없게 만드는 쪽으로 움직였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경험은 한 번도 열어보지 못한 방의 문을 열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때마다 세계가 한 칸씩 넓어진다. 새로 문이 열리면 세계의 모양도 크기도 달라진다.



아마도 어른이 된다는 건 모순과 부조리와 불행의 중력 속에서 힘껏 저항하는 경험을 하나씩 늘려가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동시에 그럴 수 없는 순간을 맞게 되었을 때는 그것을 잘 감내하는 일이기도 할 테다.



자신의 삶을 자기 의지대로 자유롭게 완성해 나가는 것. 생각만 해도 멋진 일이다. 그래서일 것이다. 홀로 아름답게 삶의 주체로 살아가는 할머니들의 이야기에 매료되는 것은.



■ 끌림의 이유


비혼, 프리랜서, 채식, 고양이 집사, 그림책 읽는 어른.

일반적인 삶의 궤도에서 비켜나 있는 듯한, 그러나 너무도 자기다운 삶을 살아가는 한 사람의 기록입니다.

책을 읽다 보면 이상하고 자유로운이라는 수식이 단순한 개성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태도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정해진 틀 없이 자신만의 호흡으로 사는 저자의 일상은 때로는 유쾌하고 때로는 날카롭고 무엇보다 진실하게 다가옵니다.

누군가의 틀에 맞춰 살아가기보다 스스로의 어른이 되어가는 한 사람의 삶이 잔잔한 응원처럼 전해집니다.



■ 간밤의 단상


이른 새벽, 그녀의 글을 따라가다 보니 문득 삶을 살아가는 방식에도 기울기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사회가 만들어놓은 ‘정상’이라는 경로를 따라가야 한다는 강박을 느끼며 살아갑니다.

결혼, 직장, 내 집 마련처럼 말이지요.

하지만 저자는 그 경로를 잠시 멈추고 질문을 던집니다.

"꼭 그래야만 할까?"

그 질문은 어느새 삶의 방향을 바꾸는 나침반이 됩니다.


저자가 아는 어른 중에 비혼자가 없었는데 그럼에도 그녀가 비혼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딱히 어떤 거창한 이유로 이러한 삶을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그저 자신에게 어울리는 삶을 조용히 고르고 그렇게 살아가고 있을 뿐인 것이지요.

하지만 그 담백한 태도에 오히려 더 큰 용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상이 정해놓은 삶의 답안지에서 벗어나 자기만의 문장을 써 내려간다는 것.

그건 분명, 자유롭고 단단한 어른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 건넴의 대상


일상 속 작은 세계에서 자신만의 보폭을 찾아가는 분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자신의 길을 조금 더 선명하게 긋고 싶은 분

그림책처럼 짧은 이야기를 통해 삶의 울림을 찾는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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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메리 앤 섀퍼.애니 배로스 지음, 신선해 옮김 / 이덴슬리벨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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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정보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저자 메리 앤 섀퍼, 애니 배로스

이덴슬리벨

2025-06-16

원제 : The Guernsey Literary and Potato Peel Pie Society (2008년)

소설 > 영미소설






■ 책 소개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영국 해협의 작은 섬 건지에서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합니다.

런던의 여성 작가 줄리엣 애슈턴은 그 편지를 계기로 건지 섬의 사람들과 서신을 주고받기 시작하고 그렇게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라는 독서 모임이 탄생합니다.

전쟁이 남긴 폐허 위에서 시작된 그들의 문학과 우정, 회복의 기록은 단순한 이야기 이상의 울림을 전합니다.

독일군 점령의 상흔, 가족을 잃은 상실감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되찾는 인간다운 감정들이 하나하나 편지 속에 담겨 있습니다.

특히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서간체 형식으로 전개됩니다.

총 168통의 편지들이 모여 만들어낸 이 이야기 속에서 독자는 어느새 수신자이자 동반자가 되어 그들의 감정 곁에 앉아 있게 됩니다.

문장은 짧지만, 마음의 울림은 길고 깊습니다.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편지는 사람을 가깝게 만들어줍니다.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말을 주고받을 수는 없지만 우리는 한 문장 한 문장 속에 마음을 담을 수 있으니까요."



"어느 날, 누군가와 책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건 오래된 감정을 깨우는 일이었습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잃어버린 사람을 되살리는 일일지도 몰라요."



그 순간, 저는 마음속 벽이 살포시 허물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책으로 시작된 대화가 마음과 마음을 잇는 다리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읽는 순간 저는 말과 문장이 사람을 살릴 수 있다는 작고 확신 어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편지는 단지 정보가 아니라 상실된 일상을 복원하고 인간을 사람답게 꿰는 경험이었습니다.





■ 책 속 메시지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전쟁이 남긴 폐허 속에서도 책과 편지가 어떻게 삶을 회복시키는 매개가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감자껍질로 만든 파이라는 엉뚱한 이름은 극심한 식량난 속에서도 독서 모임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소박하지만 위대한 상징이 됩니다.

책을 함께 읽고, 느낀 마음을 편지로 나누는 이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조용한 저항이자 깊은 연대였습니다.

전쟁은 집과 일상을 앗아갔지만 말과 문장은 마음의 집을 지어주었고 편지는 단절된 관계를 잇는 다리가 되어주었습니다.

문학과 대화는 상처 입은 인간을 다시 지탱하게 하는 힘입니다.

이 책은 그렇게 말합니다.

삶을 지키는 가장 오래된 방식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라고.



■ 하나의 감상


책장을 넘기며 가장 오래 남았던 것은 말과 문장의 온기였습니다.

줄리엣과 북클럽 사람들의 편지엔 삶의 절망과 유머, 고통과 회복, 따뜻함과 그리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전쟁이 남긴 상흔은 단지 무너진 집이나 수치로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상실된 일상과 무뎌진 마음이라는 더 조용하고도 깊은 아픔을 이야기합니다.

특히 편지라는 형식은 그 어떤 서사보다도 사람의 결을 섬세하게 전달합니다.

한 문장, 한 단어 속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상처와 그 위를 덮는 연대의 온기를 발견하게 됩니다.

전쟁이 앗아간 것은 단지 삶의 조건이 아니라 사람을 향한 신뢰였기에, 책과 편지는 그 신뢰를 조심스럽게 다시 잇는 다리가 되어줍니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속 인물들은 모두 제각각의 상처를 품고 있습니다.

그러나 책과 편지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기억하고 조용히 회복해 나갑니다.

그들의 유쾌한 태도는 무거운 현실 속에서도 사람을 믿게 하고 삶을 다시 사랑하게 만들어줍니다.


저 역시 어릴 적부터 편지를 참 많이 썼습니다.

가족, 친구, 스스로에게 보내는 편지들이 책상 서랍에 오래도록 쌓여 있고 편지에 진심이다 보니 예쁜 편지지와 엽서, 실링왁스와 스티커들을 아직도 하나하나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 안에는 제 자신이 있고 누군가를 향한 아직 닿지 못한 진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며 오래된 서랍 속 편지를 꺼내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습니다.

요즘 저는 하루에 최소 두 권의 책을 읽고 있습니다.

벌써 380여 권을 넘겼습니다.

이 속도는 의도한 것이 아니라 책이 제게 가장 유일한 쉼이자 숨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은 그런 저에게 말합니다.

"가장 힘든 시기에도, 책은 우리를 살릴 수 있다."

책을 통해 누군가와 마음을 나눌 수 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삶의 가장 따뜻한 기적이 아닐까요?



■ 건넴의 대상


말과 문장이 마음을 살릴 수 있다고 믿는 분

책과 편지를 통해 사람 사이의 연결을 다시 느끼고 싶은 분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삶과 회복의 가능성을 찾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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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마음을 닮아간다




공간을 바라볼 때면, 지금 제 마음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게 됩니다.


책상 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계획을 적어둔 다이어리들, 작성 중인 소설 원고, 펜통에서 출장 나온 수십 자루의 볼펜, 그리고 한 장의 메모.

《 내일은 책상정리의 날! 흐트러진 마음도 함께 정리하자! 》

남들이 보면 이게 뭐가 지저분하냐고 할지 모르지만 사용한 물건은 곧바로 제자리에 두는 습관이 몸에 밴 저에겐 충분히 어수선해 보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풍경은 제 마음 안이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과 미뤄둔 고민으로 가득하다는 신호처럼 느껴집니다.

마치 하루의 피로와 불안이 그대로 남은 것처럼 공간은 감정을 고스란히 비추는 창처럼 다가옵니다.


창문을 열어 바람을 들이고 책상 위를 닦기 시작하면 그동안 눈에 띄지 않던 자국들과 작은 흠결들이 하나씩 드러납니다.

불필요한 것들을 치우고 자리를 정돈하면 그 빈 공간이 마음속의 그늘까지 따뜻하게 정리되는 기분이 듭니다.

공간을 정리하는 일이 내 마음의 균형을 다시 맞추는 일이라는 걸 느껴본 사람이라면 분명 공감할 거예요.

어떤 날은 마음이 너무 무거워 청소조차 벅차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땐 사람들은 마음이 먼저 편해야 정리도 가능하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험도 분명히 있습니다.

공간을 먼저 정리하면 마음이 그걸 따라오기도 하니까요.


며칠 전, 집에 돌아와 의자에 털썩 주저앉은 저에게 책장 아래 쓰러져 있는 책들이 묘한 불안감을 일으켰습니다.

처분하려고 모아둔 책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일 나도 이렇게 무너질까?

그런 생각이 들던 순간, 불안이 방 안 가득 번져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작은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청소기를 돌리고 책들을 분류해 책장 옆에 낮게, 가지런히 쌓아두었습니다.

조금씩 공간이 정돈된 풍경으로 바뀌었고 그때 문득 그 공간이 먼저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 마음속의 불안이 한 겹 벗겨졌고 눈앞의 무질서가 정리되자 마음 안의 혼란도 조용히 흩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공간은 그렇습니다.

마음을 닮습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은 서로 맞닿아 있고 보이는 것을 바꾸면 보이지 않는 것들도 따라 움직입니다.

그 변화는 작고 사소해 보이지만 결국 일상의 전체 분위기를 바꿔놓습니다.

지금 마음이 복잡하다면 거창한 해답을 찾기보다 곁의 공간부터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내 옆에 있는 물건이 정말 필요한 것인지 아니면 불안을 가리기 위해 던져둔 무언가인지.

공간을 다듬는 일은 결국 내 마음 한 켠을 다시 어루만지는 일이니까요.

그리고 그 섬세한 정돈이 삶 전체를 조용히, 부드럽게 만드는 힘이 되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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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 공주 - 그림 형제의 기묘한 이야기

저자 그림 형제

인디고(글담)

2010-09-25

원제 : Schneewittchen (1812년)

소설 > 독일소설




순진함은 때로 가장 큰 위험에 노출되는 조건이 된다.




■ 책 속 밑줄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여왕님, 당신은 아름답지만 백설 공주가 더 예쁩니다."


사과는 교묘하게도 붉은 쪽에만 독이 들어 있었습니다.

백설 공주는 한입을 베어 물자마자 죽은 듯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왕비는 표독스러운 눈길로 백설 공주를 노려보더니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습니다.

"눈처럼 희고 피처럼 붉고 흑단처럼 까만 백설 공주야! 이번엔 난쟁이들도 널 살려내진 못할 게다!"



공주는 개구리를 집어 들고는 벽에다 있는 힘껏 내던졌습니다.

"이젠 푹 쉴 수 있을 거다. 이 징글징글한 개구리야!

하지만 개구리가 바닥에 떨어진 순간! 개구리는 아름다운 왕자로 변했습니다.

왕자는 못된 마녀의 마법에 걸려 개구리가 되었고 공주만이 왕자의 비극적인 운명을 되돌릴 수 있는 사람이었다며, 날이 밝으면 자신의 왕국으로 공주를 데려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 끌림의 이유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백설 공주』와는 다릅니다.

더 어둡고 더 현실적이며 더 인간적인 이야기입니다.

순진함과 욕망, 질투와 권력, 죽음과 생명 사이를 오가는 상징들이 어린 시절과는 전혀 다른 깊이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독사과나 거울 같은 장치들이 한 인간의 욕망, 자격지심, 불안정한 자아를 상징하는 도구로 읽히며 동화라는 장르가 지닌 힘을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



■ 간밤의 단상


주말에 책장 정리를 하다 눈에 띈 몇 권을 꺼내어 이번 주에 다시 읽는 중입니다.

『백설 공주』가 뜬금없긴 하지만 읽은 지 꽤 된 것 같아 오랜만에 펼쳐보았습니다.

참고로 제가 오늘 리뷰하고자 하는 『백설 공주』는 흔히들 아는 착한 동화가 아닙니다.

그림 형제의 원본에 충실한 책으로 15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동화 「신데렐라」 후반부에서 신데렐라의 언니들은 유리 구두를 신기 위해 억지로 발을 집어넣으려 하지만 결국 들어가질 않아 포기하게 됩니다.

그런데 사실 원작에서 언니들은 유리 구두를 어떻게든 신기 위해 발뒤꿈치를 자르고 피를 흘린답니다. (후덜덜)

또한 새에게 눈을 쪼여 장님이 되면서 제대로 된 인과응보의 결말을 맞이하게 되죠.

그림 형제는 이것도 동화의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하여 이를 미화시키기보다는 인간의 욕망이 드러나 있는 잔인한 부분은 남겨두었습니다.


어릴 적엔 왕비가 왜 이렇게 나빴을까라고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읽은 『백설 공주』는 훨씬 복잡하고 슬프고 무서운 이야기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왕비는 단지 못된 존재가 아니라 사라져 가는 권위와 시들어가는 아름다움을 극단적으로 붙잡으려 했던 한 인간의 초상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백설 공주 역시 더 이상 단순한 피해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녀는 말없이 당하고 당했지만 결국 살아남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그 끝내 살아남는다는 서사가 얼마나 중요한지, 지금은 알 것만 같습니다.

무고함이 살아남는 방식은 언제나 순진하게 사는 것이 아니라 조용히 끝까지 존재하는 사실을요.



■ 건넴의 대상


우리가 아는 동화 속 숨겨진 이면이 궁금한 분

동화를 통해 인간의 본성에 질문을 던지고 싶은 분

순진함과 악의 경계에 대해 사유하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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