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보듯 너를 본다

저자 나태주

지혜

2015-06-20

시 > 한국시




살아 있는 것들은 다 꽃이다. 그러므로 너도 꽃이고, 나도 꽃이다.




■ 책 속 밑줄


풀꽃 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 2


이름을 알고 나면 이웃이 되고

색깔을 알고 나면 친구가 되고

모양을 알고 나면 연인이 된다

아, 이것은 비밀


풀꽃 3


​기죽지 말고 살아 봐

꽃피워 봐

참 좋아



■ 끌림의 이유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시집이지만 제겐 한 권의 고요한 교과서과도 같습니다.

삶과 사람 그리고 존재에 대해 배워가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읽는 이의 마음에 조용히 말을 거는 책이기에,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생각나는 책 중 하나입니다.

책은 다정하게 알려줍니다.

진정한 스승은 가르침보다 존재함으로 말을 건넨다는 사실을요.



■ 간밤의 단상


고요한 새벽녘, 책장 앞에 잠시 멈춰 섰습니다.

한참을 바라보다 조용히 손에 쥔 책.

매년 스승의 날이 다가오면 이 책을 자연스레 다시 펼칩니다.

저는 유독 문학 선생님들과 인연이 깊었습니다.

대학교에 들어가고서부턴 편지와 함께 작은 선물 그리고 책 한 권을 꼭 보내드렸지요.

그중에서도 이 책은 제가 선생님들께 두 번째로 드렸던 특별한 책입니다.

그만큼 제 마음의 문장을 담기에 부족함이 없었던 시집이기도 합니다.


나태주 시인의 시는 크게 외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조용히, 천천히, 무언가를 일깨워 줍니다.

그는 인생의 흐름 속에서 배움과 성찰의 시간을 오랫동안 응시해온 시인이자 많은 이들에게 삶의 스승으로 남은 존재입니다.

그가 말하듯, 우리는 사랑하며 배우고 기다리며 배우고 바라보며 배웁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문득 떠올렸습니다.

내가 존경했던 스승님들과 삶의 모퉁이에서 말없이 손을 내밀어 주었던 어른들의 얼굴을.

꽃을 보듯 누군가를 바라본다는 건, 결코 가볍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건 존재에 대한 깊은 존중이자 감사를 담은 고요한 응시였으니까요.


오늘 아침, 그분들의 따뜻했던 눈빛과 말들을 마음속에 조용히 다시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나도 언젠가,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될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소망합니다.



■ 건넴의 대상


스승의 날, 뜻깊은 책을 찾으시는 분

조용한 위로와 다정한 시를 찾는 분

사랑과 배움의 본질을 다시 느끼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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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시인의 대표 시 「흔들리며 피는 꽃」, 이 한 줄의 시가 오늘의 나를 붙들었습니다.

오늘은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을 함께 읽으려 합니다.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었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해설 및 주제 분석


이 짧은 시 속에서 인간의 삶과 사랑 그리고 존재의 성장이 꽃에 비유됩니다.

흔들리고, 젖고, 쓰러질 듯한 시간이 지나서야 비로소 꽃이 피어나듯이, 인생 또한 고비와 시련, 그 과정을 견디며 피워내야 내면의 성숙을 맞이할 수 있음을 이야기합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단순한 약함이 아닌 성장과 꽃피움을 위한 필연적인 과정으로, 시련과 고통도 삶의 일부이며 그 시간을 통해 우리는 더욱 단단해질 수 있음을 말해줍니다.


우리의 삶도, 누군가와의 사랑도 마치 날씨처럼 예측할 수 없는 풍파를 겪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통과한 끝에 진짜 피어남이 시작되지요.

전반적으로 이 시는 삶의 상흔을 껴안은 존재가 더욱 단단히 뿌리내릴 수 있음을 시적으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 하나의 감상


이 시를 읽을 때마다 제 안의 조용한 아픔 하나가 떠오릅니다.

늘 흔들리지 않으려고 애썼고 비에 젖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습니다.

그런데 살아보니 가장 나를 자라게 했던 건 흔들림의 순간들이었습니다.

힘들었지만, 그 과정을 겪지 못했다면 이 순간까지 오지는 못했겠죠.

물론 비에 젖어 마음이 무너진 날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사랑이 떠나며 바람처럼 스쳐간 날도 있었지만 그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바람 앞에 선 꽃입니다.

흔들리는 것 자체가 실패가 아니라 그 흔들림 덕분에 더 깊이 뿌리내릴 수 있습니다.


매일이 어떻게 완벽한 날만 있겠나요?

지금 흔들리고 있을지라도 당신은 이미 피어나는 중입니다.

마음이 조금 젖었을지라도 당신은 충분히 아름답습니다.

오늘 하루가 힘들었던 분들에게 조용히 이 시를 건네봅니다.




이 시가 떠오르는 사람이 있나요?

그렇다면 그 사람에게 이 글을 공유해주세요.

오늘, 당신은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다음엔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을 함께 읽어보려 합니다.

이별과 사랑을 노래한 한국 현대시의 정수를 꼭 함께 나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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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

저자 로버트 해리스

알에이치코리아(RHK)

2025-02-27

원제 : Conclave

소설 > 영미소설

소설 > 세계문학 > 영국문학




당신은 인간의 마음을 속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신의 뜻은 결코 속이지 못합니다.




■ 책 속 밑줄


로멜리 추기경은 새벽 2시 직전 검사성성을 떠난 뒤, 바티칸 수도원을 지나 황급히 교황 침실로 향했다.

마음속으로는 계속 기도했다. 오, 주여, 성하께서는 아직 할 일이 많습니다. 반면에 주님을 향한 제 봉사는 이제 명을 다하였나이다. 저는 잊혔으되 성하는 여전히 사랑받고 계시오니, 주여 그를 구하시고 대신 이 죄인을 데려가소서.



지난 번 만났을 때, 교황에게 자신의 위기를 고해하고, 로마를 떠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수석추기경 자리를 내놓고 수도회로 돌아가고 싶었다. 벌써 일흔 다섯, 은퇴할 나이가 아닌가. 하지만 교황을 그를 크게 나무랐다. 사실 의외의 반응이었다. "누군가는 목자로 선택받고 누군가는 목장을 관리해야 하오. 당신 임무는 목사도 아니고 목자도 아니요, 바로 관리자요. 난들 쉬운 줄 아오? 나한테는 당신이 필요하오. 자, 걱정하지 맙시다. 늘 그렇듯, 주님께서 다시 추기경을 찾을 터이니."



후일 로멜리는 이때를 돌아보며, 바로 그 순간 교황위 승계 전쟁이 시작됐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세 추기경 모두 선거인단 내에 지지파가 있었다. 벨리니는 그레고리오 대학 총장과 밀라노 대주교를 역임했으며, 아주 오래전부터 진보주의자들의 위대한 지적 희망이었다. 트람블레이는 교황청 사도궁무처장과 인류복음화성 장관을 동시에 맡고 있기에 제3 세계와 관련해 후보 자격이 있었다.



더욱이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보았듯이, 추기경단 단장으로서 선거관리 임무가 자신에게 떨어지리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솔직히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몇 년 전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기에, 비록 지금은 완치됐다고 믿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교황보다 먼저 세상을 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로는 오로지 임시방편으로만 여기고 살았으며, 실제로 사임까지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이런 난감한 상황에 콘클라베를 조직하게 된 것이다.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채,

오직 기도와 사유, 그리고 인간의 본성 안에서

누가 교황이 되어야 하는지를 두고 격렬한 침묵의 시간이 흐른다.



"무슨 일이죠?"

"교황 성하와의 마지막 면담 얘기 좀 하고 싶어서요."

"그게 어땠는데요?"

"듣기로는 어려웠다면서요?"

트람블레이가 기억하기 쉽지 않다는 듯 이마를 문지르고 인상을 찌푸렸다.

"아뇨, 내 기억으로는 아닙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은 얘기가 있습니다. 추기경한테 모든 공직에서 사임하라고 요구하셨다더군요."

그 말에 트람블레이는 오히려 표정이 밝아졌다.

"아하! 그 헛소리? 보지니아크 대주교죠?"

"그 점은 밝힐 수 없습니다."



믿음과 권력, 성스러움과 인간성 사이.

콘클라베는 그 모든 모순과 충돌을 품고 있었다.



■ 끌림의 이유


『콘클라베』는 폐쇄적이고 신성한 교황 선출이라는 의식을 날카로운 심리 묘사로 풀어낸 소설입니다.

실제 교황 선출의 전통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단순한 종교 소설이 아닌 인간이라는 존재의 이면과 권력의 본질에 대한 탐구입니다.

투표를 시작할 때 당황한 기색을 내보이던 유력 후보들은 숭고하고 귀한 자리에 오르고자 어느새 세력을 모으기 시작하죠.

믿음의 이름 아래 벌어지는 선택과 회의!

절대 권위를 부여받는 순간,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소설 전반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 과정을 읽다보면 선택과 책임감, 믿음 그리고 양심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느끼게 됩니다.



■ 간밤의 단상


우리는 종종 권력이라 하면 정치나 권위부터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느꼈습니다.

권력은 아주 조용하게, 가장 성스러운 옷을 입고 찾아온다는 것을요.

어쩌면 교황이란 자리는 가장 성스럽고 숭고한 위치지만 책임감과 희생 또한 그 누구보다 막중합니다.

소설에서는 교황이라는 상징을 두긴 했지만 인간의 내면에 있는 판단과 망설임 그리고 진실 앞의 침묵에 주목해야 합니다.


한 사람의 결정이 한 시대의 윤리와 미래를 바꾸었던 그 순간, 고요한 긴장 속에서 저는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믿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믿음은 언제나 고요한 선택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 안에는 두려움뿐만 아니라 갈등과 계산도 함께 있으니까요.

소설 속 누군가의 입을 빌려 건넨 이 말이 오래 남습니다.

"진실은 늘 신의 편에 서 있으나 인간은 언제나 그러하지 않다."



■ 건넴의 대상


권력, 믿음, 침묵이라는 키워드에 호기심을 느끼는 분

종교나 제도 안에서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읽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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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

저자 로버트 해리스

알에이치코리아(RHK)

2025-02-27

원제 : Conclave

소설 > 영미소설

소설 > 세계문학 > 영국문학




당신은 인간의 마음을 속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신의 뜻은 결코 속이지 못합니다.




■ 책 속 밑줄


로멜리 추기경은 새벽 2시 직전 검사성성을 떠난 뒤, 바티칸 수도원을 지나 황급히 교황 침실로 향했다.

마음속으로는 계속 기도했다. 오, 주여, 성하께서는 아직 할 일이 많습니다. 반면에 주님을 향한 제 봉사는 이제 명을 다하였나이다. 저는 잊혔으되 성하는 여전히 사랑받고 계시오니, 주여 그를 구하시고 대신 이 죄인을 데려가소서.



지난 번 만났을 때, 교황에게 자신의 위기를 고해하고, 로마를 떠나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수석추기경 자리를 내놓고 수도회로 돌아가고 싶었다. 벌써 일흔 다섯, 은퇴할 나이가 아닌가. 하지만 교황을 그를 크게 나무랐다. 사실 의외의 반응이었다. "누군가는 목자로 선택받고 누군가는 목장을 관리해야 하오. 당신 임무는 목사도 아니고 목자도 아니요, 바로 관리자요. 난들 쉬운 줄 아오? 나한테는 당신이 필요하오. 자, 걱정하지 맙시다. 늘 그렇듯, 주님께서 다시 추기경을 찾을 터이니."



후일 로멜리는 이때를 돌아보며, 바로 그 순간 교황위 승계 전쟁이 시작됐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세 추기경 모두 선거인단 내에 지지파가 있었다. 벨리니는 그레고리오 대학 총장과 밀라노 대주교를 역임했으며, 아주 오래전부터 진보주의자들의 위대한 지적 희망이었다. 트람블레이는 교황청 사도궁무처장과 인류복음화성 장관을 동시에 맡고 있기에 제3 세계와 관련해 후보 자격이 있었다.



더욱이 성녀 마르타의 집에서 보았듯이, 추기경단 단장으로서 선거관리 임무가 자신에게 떨어지리라는 사실도 깨달았다. 솔직히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은 일이었다. 몇 년 전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기에, 비록 지금은 완치됐다고 믿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늘 교황보다 먼저 세상을 뜰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후로는 오로지 임시방편으로만 여기고 살았으며, 실제로 사임까지 하려고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보니 이런 난감한 상황에 콘클라베를 조직하게 된 것이다.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채,

오직 기도와 사유, 그리고 인간의 본성 안에서

누가 교황이 되어야 하는지를 두고 격렬한 침묵의 시간이 흐른다.



"무슨 일이죠?"

"교황 성하와의 마지막 면담 얘기 좀 하고 싶어서요."

"그게 어땠는데요?"

"듣기로는 어려웠다면서요?"

트람블레이가 기억하기 쉽지 않다는 듯 이마를 문지르고 인상을 찌푸렸다.

"아뇨, 내 기억으로는 아닙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들은 얘기가 있습니다. 추기경한테 모든 공직에서 사임하라고 요구하셨다더군요."

그 말에 트람블레이는 오히려 표정이 밝아졌다.

"아하! 그 헛소리? 보지니아크 대주교죠?"

"그 점은 밝힐 수 없습니다."



믿음과 권력, 성스러움과 인간성 사이.

콘클라베는 그 모든 모순과 충돌을 품고 있었다.



■ 끌림의 이유


『콘클라베』는 폐쇄적이고 신성한 교황 선출이라는 의식을 날카로운 심리 묘사로 풀어낸 소설입니다.

실제 교황 선출의 전통을 배경으로 하지만 그 안에 담긴 것은 단순한 종교 소설이 아닌 인간이라는 존재의 이면과 권력의 본질에 대한 탐구입니다.

투표를 시작할 때 당황한 기색을 내보이던 유력 후보들은 숭고하고 귀한 자리에 오르고자 어느새 세력을 모으기 시작하죠.

믿음의 이름 아래 벌어지는 선택과 회의!

절대 권위를 부여받는 순간, 사람이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소설 전반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그 과정을 읽다보면 선택과 책임감, 믿음 그리고 양심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느끼게 됩니다.



■ 간밤의 단상


우리는 종종 권력이라 하면 정치나 권위부터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느꼈습니다.

권력은 아주 조용하게, 가장 성스러운 옷을 입고 찾아온다는 것을요.

어쩌면 교황이란 자리는 가장 성스럽고 숭고한 위치지만 책임감과 희생 또한 그 누구보다 막중합니다.

소설에서는 교황이라는 상징을 두긴 했지만 인간의 내면에 있는 판단과 망설임 그리고 진실 앞의 침묵에 주목해야 합니다.


한 사람의 결정이 한 시대의 윤리와 미래를 바꾸었던 그 순간, 고요한 긴장 속에서 저는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믿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믿음은 언제나 고요한 선택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 안에는 두려움뿐만 아니라 갈등과 계산도 함께 있으니까요.

소설 속 누군가의 입을 빌려 건넨 이 말이 오래 남습니다.

"진실은 늘 신의 편에 서 있으나 인간은 언제나 그러하지 않다."



■ 건넴의 대상


권력, 믿음, 침묵이라는 키워드에 호기심을 느끼는 분

종교나 제도 안에서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읽고 싶은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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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자의 조용한 우울 - 스스로 만든 비현실적 목표 앞에서 날마다 무너지는 당신에게
엘리자베트 카도슈 외 지음, 이연주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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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정보


완벽주의자의 조용한 우울

저자 엘리자베트 카도슈, 안 드 몽타를로

21세기북스

2025-05-14

원제 : Le Syndrome d'imposture

인문학 > 심리학/정신분석학 > 교양 심리학





■  책 소개


『완벽주의자의 조용한 우울』은 겉으로는 잘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조용히 무너지고 있는 사람들의 심리적 초상을 그린 책입니다.

임상심리학자 엘리자베트 카도슈는 이 책에서 좋아 보여서 더 위험한 우울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성실하고 책임감 있고, 늘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기 자신에게조차 솔직하지 못한 내면의 고립이 있습니다.

그 조용한 무너짐을 어떻게 마주하고 회복할 수 있을지, 이 책은 부드럽고도 단단한 언어로 함께 걸어줍니다.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프랑스 백과사전인 라루스사전에 실린 정의를 살펴보면 자신감이란 "자신이 지닌 가치를 느끼고 인식하고 그로부터 어떤 확신을 끌어내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도 이와 비슷한 정의를 내리고 있다. 자신감이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는 두 가지 기준으로 매우 간단하게 특징지을 수 있다. 하나는 '자신이 설정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느끼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자기 역량과 재능, 효율성을 진심으로 믿는가'이다.


자신감은 스스로 긍정적인 감정을 느끼고 적절한 정도의 대담함으로 무장한 채 앞으로 나아가게 하고 위험과 상처를 감수하게 만들고 그를 통해 가장 중요한 것, 살아 있다는 감정을 느끼게 한다. 즉, 가능성을 믿고 노력하게 해준다. 자신감이 중요한 이유는 좀 더 평온한 방식으로 삶과 타인, 세상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자신감이 있다면 우리의 계획과 도전, 선택뿐만 아니라 예측 불가능한 여러 상황에 차분하고 유동적인 힘으로 대처할 수 있다.



안정된 가정과 달리, 정서적 거리감과 일관성이 부족한 부모로부터 위로가 되지 않는 반응을 받은 아이는 이해받지 못하거나 거부당한 느낌을 받게 되고,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정신적 표상으로 인해 자신과 자신의 가치를 의심하게 된다. 추후 성공을 위한 경쟁,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이 욕구는 충족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사라진다), 다른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위한 노력 같은 행동들은 성장 초기 단계에서 충분한 인정을 받지 못한 결과인 경우가 많다.



자신감이란 전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없지만 절대적일 수도 없고, 삶의 모든 면에서 균등하게 적용될 수도 없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뭐가 되었든 중요한 것은 완벽함을 꿈꾸거나 이상화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는 동시에 인생의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만큼 유연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우리를 판단하고 정죄하는 타인의 무거운 시선은 우리를 연약하게 만들고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도록 만들어 트라우마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친 우리의 모습은 우리를 성장하게 하는 동시에 망가뜨리기도 한다. 단 한 명의 시선만으로 그렇게 된다. 타인이 우리에게 내리는 평가의 무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처럼 서서히 우리를 짓누른다.



완벽에 대한 강박과 스스로 사기꾼 같다는 느낌은 직업적 맥락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적인 영역에까지 침투해 커플 사이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모든 사람이 당신이 그 자리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그 운명적인 순간이 올까 봐 중요한 만남이나 승진, 갑자기 주목받는 역할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도 매우 빠르게 위험하다고 느껴질 수 있다.





■  책 속 메시지


엘리자베트 카도슈는 이 책에서 완벽주의자형 우울이라는 개념을 통해 보이지 않는 고통과 내면의 침묵을 설명합니다.


완벽주의자는 늘 잘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실수하지 않으려 애쓰고 남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 조심하며 늘 괜찮은 사람으로 보이려 노력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기 마음은 점점 이해받지 못하고, 말해지지 못한 감정으로 쌓여갑니다.

결국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비난하며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속은 조용히 무너져내립니다.


책은 말합니다, 당신이 약해서가 아니라 너무 오래 참았기 때문이라고.

그 말은 위로를 넘어 이제는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선언이기도 했습니다.



■  하나의 감상


새벽녘, 마지막 책장을 덮고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습니다.

'나는 왜 이렇게 힘든 걸까?'

이 책은 그 질문에 조용히 하지만 정확하게 이름을 붙여준 책이었습니다.

우울은 꼭 눈물로 터지지 않아도 충분히 절박할 수 있다는 것, 침묵 속에서도 고통은 깊어질 수 있다는 것.

책은 그 진실을 아주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우리는 때때로 너무 조용해서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슬픔을 안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조용하다고 해서 괜찮은 건 아니죠.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책은 그런 고요한 아픔에 부드럽고도 정확한 언어로 다가갑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을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차분하고 설득력 있게 건네주는 문장들.

그 문장들 덕분에 제 안의 단단했던 죄책감이 조금씩 풀어지는 걸 느꼈습니다.


늘 괜찮은 사람이고 싶었습니다.

실수 없이 흐트러지지 않게 무엇이든 잘 해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마음이 결국 제 자신을 옥죄고 있었다는 것을, 그렇게 조용히 무너져내리고 있었다는 것을 한참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우울이라는 단어를 외면하며 살다가 크게 무너지고 나서야 비로소 나 자신을 돌보는 법을 배웠습니다.

우울은 그만 멈춰도 된다는, 이제는 나를 바라봐도 된다는 조용한 신호일지 모릅니다.

기대와 평가를 잠시 내려놓고 나를 있는 그대로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그 연습의 시작이 곧 나 자신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용기입니다.


이 책은 제게 말 없는 위로였고 말이 되지 못한 눈물이었습니다.

소리 내 울지도 못했던 이들에게, 이 책이 고요하지만 깊은 치유로 닿기를 바랍니다.

진심으로, 이 책을 건네고 싶습니다.



■  건넴의 대상


늘 괜찮은 척하며 버텨온 분

혼자 있을 때 유난히 무너지는 분

실수하면 안 되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완벽주의 성향을 가진 분




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은 문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공감과 댓글로 나눠주세요.

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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