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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란 무엇인가 - 2017 개정신판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평점 :

■ 책 정보
국가란 무엇인가
저자 유시민
돌베개
2017-01-23
인문학 > 교양 인문학
사회과학 > 사회사상

■ 책 소개
『국가란 무엇인가』는 "국가는 왜 존재하는가?"라는 오래된 질문을 지금의 언어로 다시 던진 책입니다.
저자는 플라톤에서 홉스, 루소, 막스 베버, 한나 아렌트에 이르기까지 고전 정치사상을 바탕으로 국가와 시민의 관계를 되묻습니다.
특히 대한민국이라는 구체적인 정치적 맥락 속에서 좋은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하게 합니다.
단순히 정치철학 입문서가 아닌, 시민의 자리에 선 한 사람의 고백과 사유가 담긴 책입니다.
■ 문장으로 건네는 사유
이 책은 단순히 '국가란 무엇인가'를 묻는 게 아니라 '우리는 어떤 국가를 꿈꿀 수 있는가'를 되묻습니다.
'용산참사'가 언제 적 일이었는지 정확히 기억하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큰 사건이 너무 자주 터지는 나라에서 살다보니 기억하기가 쉽지 않다. 그 참사가 벌어진 날은 2009년 1월 20일이었으며, 시작은 서울특별시 용산구 한강로의 빈 건물에 철거민 서른두 명이 들어간 1월 19일 새벽이었다.
4구역 상가 세입자와 철거민단체 간부 서른두 명은 남일당 옥상에 망루를 세우고 인화물질을 반입해 화염병을 만들었다.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던 와중에 불이 났고, 농성자 다섯 명과 경찰특공대원 한 명이 그 불에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살아남은 농성자를 모두 체포했고, 법원은 전원에게 유죄판결과 징역형을 선고했다.
돈을 향한 욕망, 빼앗긴 권리를 찾으려는 몸부림, 로보콥을 연상시킨 경찰특공대의 복장, 타오르는 불길과 무너지는 망루, 소음을 내뿜는 경찰 헬리콥터, 비명을 지르며 죽어간 사람들을 실시간으로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참극의 한가운데 '국가'가 있었다. 이 사건은 평범한 시민들이 잘 생각하지 않았던 질문을 던져주었다. 도대체 국가는 무엇인가? 삶의 터전을 빼앗긴 상가 세입자들은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도 국가가 들어주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마지막 수단으로 남일당 빌딩 농성을 선택했다.
자유주의자와 진보주의자들은 국가주의를 싫어한다. 그런데 국가주의자들이 애국심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들과 뒤섞이지 않으려면 애국심을 거론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당시 나는 투쟁을 선동하는 ‘불법유인물’ 제작 임무를 맡은 조그만 모임에 속해 있었는데, 유인물에 ‘민중들이여’ 대신 ‘애국시민 여러분’이라는 표현을 썼다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윗선’의 심각한 비판을 들었다. ‘애국시민’은 극우 보수주의자들의 수사라는 것이 비판의 요지였다.
자유주의 국가론과 목적론적 국가론은 결합할 수 있으며, 그 결합을 통해 각자의 결점을 제거하고 서로를 보완해줄 수 있다. 나는 진보정치세력에게 필요한 국가론이 바로 이것이라고 생각하며, 이 국가론에 바탕을 두고 형성되는 국가에 ‘미덕국가 또는 ‘선행국가’라는 이름을 붙일 수도 있다고 본다.
나는 자유가 매우 아름답고 소중하다고 확신하지만 그것이 국가주의자와 진보주의자들이 중시하는 다른 가치들보다 우위에 있다거나 자유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른 가치들을 희생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유를 절대적 가치로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자유의 가치를 폄하하거나 경멸하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나는 분명 자유주의자이다. 나는 이 모든 가치들이 하나의 사회 안에서 똑같이 존중받으면서 공존해야 하며,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나는 자유를 원하는 것과 똑같이 간절하게 정의를 소망한다. 그래서 자유주의 국가론이라는 땅을 딛고 정의를 실현하는 국가를 바라보며 나아간다. 이것이 내가 스스로를 진보자유주의자라고 말하는 의미이다.
베버의 책임윤리를 칸트의 도덕법, 베른슈타인의 개량주의와 묶어보면 ‘연합정치’를 생각하는 데 도움이 된다. 국가의 도덕적 이상이 정의를 수립하는 것이라고 볼 경우, 진보주의와 자유주의는 연합할 수 있고 필요하면 언제든 연합해야 한다. 특히 국가주의 국가론을 따르는 시민들이 항속적으로 이념형 보수정당을 지지하고, 자유주의 정당과 진보정당 가운데 어느 쪽도 혼자 힘으로 보수정당을 능가하지 못하는 우리 상황에서는, 연합하지 않고서는 보수주의 정당을 이길 방법이 없다.
왜냐하면 국가는 곧,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국가란, '내가 어떤 사회에서 살아가고 싶은가'를 결정하는 삶의 프레임이자 조건입니다.

■ 책 속 메시지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면서도 동시에 그 자유를 지키는 존재입니다.
정치는 갈등의 조정 기술이며 국가는 그 갈등을 수렴하는 그릇입니다.
좋은 국가는 단지 효율이 아닌 정의와 존엄을 담보하는 공동체입니다.
이 책은 이론이 아닌 삶과 권력, 법과 정의, 권리와 책임이 얽힌 생생한 구조를 보여줍니다.
즉, 국가는 추상명사가 아니라 우리 삶을 실질적으로 규정하는 가장 현실적인 개념입니다.
■ 하나의 감상
『국가란 무엇인가』는 정치철학의 굵직한 담론들을 어렵지 않은 언어로 풀어낸 책이었습니다.
플라톤의 목적론적 국가론, 홉스의 국가주의 국가론, 로크와 밀의 자유주의 국가론, 그리고 마르크스의 도구적 국가론까지, 복잡한 이론들을 저자는 명료하고 체계적으로 짚어줍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정치는 정치인의 것이 아니라 시민의 몫이다"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정치는 거대한 담론이기 이전에, 내가 어떤 사회를 꿈꾸고 어떤 방향으로 살아가고 싶은지를 끊임없이 묻는 일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느꼈습니다.
또한, 우리가 정치학을 알아야만 저자의 말처럼 정부를 비판하고 대통령을 평가할 수 있는 시민이 될 수 있음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마침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된 시점에서 이 책은 더욱 묵직한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당신은 누구와 어떤 공동체에서 어떤 가치를 품으며 살아가고 싶은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저는 이렇게 대답하고 싶어집니다.
▶ 약자가 보호받고, 말이 통하는 정치를 행하는 나라
▶ 청년이 꿈을 말할 수 있고, 그 꿈을 밀어주는 사회
▶ 아이를 안전하게 키울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누구도 혼자가 아닌 나라
▶ 나이 들수록 외롭지 않고, 오히려 삶의 경험이 존중받는 사회
『국가란 무엇인가』는 단지 한 권의 철학 책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오늘과 이어진 질문의 시작점이었습니다.
정치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발 딛고 서 있는 이 자리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을 그리고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지금의 나부터 깨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조용히 일깨워준 책이었습니다.
■ 건넴의 대상
국가와 정치에 대해 사유해보고 싶은 분
정치철학을 현실의 언어로 만나고 싶은 분
좋은 시민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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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