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어타운
저자 프레드릭 배크만
다산책방
2018-04-18
원제 : Bjornstad (2016년)
소설 > 북유럽소설
우리는 서로를 지켜야 합니다. 끝까지!
■ 책 속 밑줄
말은 하찮은 것이다. 다들 얘기하길 말로 일부러 상처를 주려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다들 자기 할 일을 하는 것일 뿐이라고 한다. 경찰들은 그 말을 입에 달고 산다. …… 그들은 여자아이가 이야기를 시작하자마자 말허리를 자르고 그녀가 어떻게 했는지 질문을 퍼붓는다. 그녀가 앞장서서 계단을 올라갔는지 아니면 뒤따라갔는지. 자발적으로 침대에 누웠는지 아니면 강요에 의한 것이었는지. …… 충분히 열심히 저항했는지. 왜 곧바로 멍 사진을 찍어놓지 않았는지. 왜 다른 학생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파티장에서 도망쳤는지.
■ 끌림의 이유
눈 덮인 작은 마을, 베어타운에서 총소리가 들렸습니다. 탕, 탕, 탕, 탕, 탕!
하키 덕분에 모면했지만 하키 때문에 몰락하게 되는 베어타운,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어긋난 공동체 의식은 결국 추한 민낯을 드러내게 됩니다.
우리라는 이름 아래 진실은 묻혀버리고 침묵과 외면으로 잔뜩 얼룩진 위선만 남게 되죠.
저자는 공동체 안에서 벌어지는 윤리 의식과 소수의 고통을 선명하게 드러내 보입니다.
■ 간밤의 단상
오랜만에 재독한 『베어타운』!
프레드릭 배크만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입니다.
그가 출간한 책은 모두 읽었고 제 책장에는 배크만의 책만 따로 모아둔 공간이 있을 정도죠.
특히 『오베라는 남자』는 너무 인상 깊게 읽어 영화 『오베라는 남자』와 『오토라는 남자』 모두 챙겨보았습니다.
처음엔 『오베라는 남자』 리뷰를 쓸까 했지만 오늘은 『베어타운』 이야기를 먼저 꺼내고 싶었습니다.
『오베라는 남자』가 한 사람의 내면을 향해 깊숙이 파고들었다면 『베어타운』은 한 공동체의 도덕과 윤리를 정면으로 응시합니다.
이전 작품들에서 배크만이 보여주었던 따뜻한 유머 대신 이번 작품은 훨씬 무겁고 단단한 윤리적 질문을 던집니다.
내가 가해자도, 피해자도 아닐 경우, 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정의와 용기라는 말은 실제 상황 앞에서도 유효할 수 있을까?
무엇이 옳고 그른지조차 흐려진 베어타운의 모습은 공동체라는 말이 얼마나 무거운 책임을 수반하는지를 일깨워줍니다.
작은 마을에서조차 진실이 쉽게 왜곡되고 묵살되는데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은 이보다 더 복잡하고 처참하다는 생각에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특히 마야가 성폭력을 당했음에도 마을 사람들은 하키팀의 명예와 유지를 위해 사건을 묵살하려 합니다.
피해자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진실을 말하는 이들을 비난하는 분위기는 결코 낯설지 않았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났던 드라마가 있는데 바로 「지옥에서 온 판사」입니다.
유튜브 숏츠를 통해 몇 번 본 게 전부인지라 전편을 챙겨보진 못해서 특정 장면을 말할 순 없지만 희한하게 재독하면서 많이 생각났었습니다.
진실을 은폐하거나 왜곡하려는 무리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의 기준으로 옳음을 말하려는, (악마의 방식이지만) 죄를 처단하려는 판사의 모습이 계속해서 떠올랐습니다.
『베어타운』을 재독하며 저는 또 한 번 스스로에게 물었습니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진실 앞에서 말할 수 있는 사람인가, 아니면 침묵을 선택할 사람인가.
■ 건넴의 대상
공동체와 개인의 윤리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분에게
용기, 침묵, 정의의 경계에서 무엇이 옳은지 묻고 싶은 분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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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감상이 더해지면 이 공간은 조금 더 깊고 따뜻해질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