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두만은, 나삼득이 그 남자를 인사시키지 않아 묵묵히 담배만 빨고있었다. 혼자 몸이라면 배운 것 없이 지게질을 해서라도 다른 장사 밑천을 장만해 나갈 수는 있었다. 그러나 처자식이 딸리게 되면 그건 아득하게 가망없는 일이 었다. 목구멍이란 무서운 것이었다.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목구멍들은 사생결단 기를 쓰며 번 돈을 아무 흔적 없이 먹어치우고는 해버렸다. 부질없는 생각인 줄 알면서도 그는 또 그 허망함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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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철이 떠나고 이틀 만에 또 세상을 놀라게 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기붕의 일가족 네 명이 권총 자살을 한 것이다. 육군 장교인 이강석이아버지, 어머니, 동생을 차례로 쏘고 자기도 죽었다는데, 그 죽음은 곧묘한 소문을 불러일으켰다. 아무리 강심장이라도 혈육을 그렇게 할 수 없으며, 미 CIA가 개입되었다는 거였다. 소문이야 어찌 되었든간에 유일민은 또 권력과 탐욕과 인간의 삶에 대해 혼란을 일으키고 있었다.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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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야데모가 감행된 다음날 오전 10시경에 세종로에서 중앙청까지 가득찬 10여 만의 군중들은 경무대로 가자‘고 외쳐댔다. 그 응답인 양 10시 20분에 계엄군의 선무용 스피커가 이승만 대통령의 하야를 처음으로알렸다. 그리고 중대 뉴스를 예고하고 있던 라디오에서 10시 30분 정각대통령의 하야 성명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지친 발길로 애저녁의 어스름을 밟으며, 여든다섯 살의 노인네와 끝없는 권력욕과 강제 하야와 인간이라는 존재와그 복잡미묘한 문제들을 곱씹으면서 유일민은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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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표는 새 교복을 입고 싶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새 기분을 내기위해서가 아니었다. 가난을 표내고 싶지가 않았다. 또, 교복으로 아이들에게 무시당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불쌍하게 보여지는 것은 더구나 싫었다. 그런 기분을 다 합치면 결국 창피스러움이었다. 그러나 어머니를 생각하면 기분대로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모자와 교복을 새로 사면그만큼 어머니의 고생이 커지고, 서울로 이사 올 날도 늦이지는 셈이었다. 유일표는 너무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창피스러움과 부끄러움을 무릅쓰기로 작정했던 것이다. 가난은 죄가 아니다. 다만 일시적인 불편일뿐이다. 하는 어느 유명한 사람의 말을 곱씹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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