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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터베리 이야기 (완역본) ㅣ 현대지성 클래식 15
제프리 초서 지음, 송병선 옮김 / 현대지성 / 2017년 12월
평점 :

문학이 주는 의미와 교훈은 크게 다가옵니다. 특히 서양사를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우리와 다른 문화권, 종교와 언어 등 모든 것이 상이한 면이 강합니다. 그래도 이 책은 세계화된 지금, 많은 관광객과 여행자, 종교인이나 순례자들에게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언어와 인종, 문화가 다르지만, 인간으로서 느끼는 가치와 철학, 시대는 달랐지만, 먼저 살았던 사람들의 가치관과 철학, 그들이 지향했던 사회를 드려다 보며,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가 선진국으로 추켜세우는 유럽을 이해하는, 하나의 척도가 될 것입니다.
사실 유럽은 산업혁명이라는 엄청난 성장과 발전이 없었다면, 크게 돋보이지 않았던 지역입니다. 문명사를 보더라도, 동양이 늘 서양을 압도했고, 그들은 동양이 없었다면 아무 것도 아닌, 지역 단위, 도시 단위의 소규모 연맹이나 국가에 머물렀을 겁니다. 이런 배경을 인지하고 책을 본다면 빨리 공감하며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들을 폄하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의 사회상이나 문화의 발전상은 동양에 비해서 부족했고, 이러한 한계를 체감하고 스스로 탐구하며 변화기 위한 노력을 했던 시기입니다. 외부에 대한 호기심, 그들끼리의 경쟁은 발전을 이룰 수 있었고, 산업혁명으로 자연스레, 이어진 것입니다.
동양문화가 엄격한 규율과 국가와 왕조 중심의 획일화된 모습이라면, 서양문화는 각별한 점이 있습니다. 물론 지배층과 피지배층이 존재했지만, 종교라는 엄청난 영향력, 종교를 통해서 개인에 대한 존중과 평등사상, 가치관의 인정이 이어졌고, 상업의 발전과 무역을 통한 부를 축적, 이를 통한 신분상승과 자신이 구현하고자 하는 새로운 세상을 그렸습니다. 민주주의나 평등사상이 빠르게 일어났고, 사람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고, 오히려 주도하려는 모습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하지만 지배층은 이를 용납하지 않았고, 사회적 갈등이나 대립도 존재했습니다.
강력한 힘과 권력의 통제 속에서 사람들은 다른 방법으로 애둘러 표현했고, 이는 중세유럽 문화와 예술, 사회의 발전으로 이어지게 된 것입니다. 각자가 위치한 생계나 직업은 달랐지만, 사람들이 생각했던 근대화로의 과정, 추구하려는 새로운 질서와 기존의 패권이나 권력에 각을 세우며 스스로 자생하려는 모습, 어쩌면 이러한 시대적 흐름과 인식의 전환이 주를 이뤘던 시대입니다. 우리가 아는 선진국과 유럽 강대국의 모습, 어느 날, 한 순간에 일어난 획기적인 대변혁이 아닌, 오랜 기간에 걸쳐서 성장했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더 크게 다가오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인간학과 인문학에 늘 관심을 두었던 사실, 보여지는 것과 숨기는 것, 즉 체면치레에 많은 비중을 뒀던 동양문화와는 다르게, 그들은 표현하는 것에 대해서 자부심을 느낄 정도입니다. 인간이라는 것을 스스로 거부하지도 않았고, 인간이기 때문에 해야 하는 방향성과 도덕적, 윤리적 규범까지, 어쩌면 현대사회에서 보편적으로 자리잡은 것들이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태동한 것입니다. 단순한 성지순례나 여행, 관광이 아닌, 예술성과 사회성을 적절히 표현하고 있고, 유럽사회 전반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점이 가장 유용하게 와닿았습니다. 캔터베리 이야기, 우리와 다른 요소들이 많지만, 배울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는 점이 많이 보였습니다. 접해 보시며 인간학에 대한 단상을 되새겨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