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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고구려 - 이정기와 제나라 60년사
지배선 지음 / 청년정신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요즘 한국사 광풍입니다. 유명한 강연자부터 강사까지, 이름있는 역사학자들까지, 한국사를 널리 알리고, 우리 역사에 대한 바른 이해와 교육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계십니다. 이런 노력으로 한국사는 더욱 비중있는 과목, 혹은 학문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위기의 시대, 급변하는 국제정세나 주변국과의 외교나 안보상황이 닥치면, 내부적인 결속과 국가관이 중요해집니다. 그 동안 우리는 너무 안일했고, 역사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늦지않았습니다. 역사를 업으로 하는 분들은 들어온 나라, 매니아들은 충분히 알고, 이게 사실일까 하는 의문으로 접근하는 시대, 바로 고구려 멸망과 이어지는 부흥운동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민족의 방파제, 삼국 중 가장 강성했던 국가, 고구려입니다. 전성기였던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을 비롯해 연개소문과 보장왕으로 이어지는 과정, 신라가 치밀하게 주도한 외세의 힘을 이용한 불완전한 삼국통일 과정, 여기서 많은 논란과 아쉬움이 남지만, 700년 동안 강건했던 고구려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중국의 초강대국 당나라마져도 고구려를 최대의 난적으로 꼽았고, 이를 철저히 억누르고 짓밟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했습니다. 왕족을 비롯한 귀족과 백성들을 강제이주 시켰고, 재능있는 장군을 개방적으로 받아들이면서 변방안정과 이민족 토벌에 요긴하게 이용했습니다.
이런 정신적인 뿌리와 정체성을 없애려고 했지만, 우리가 잘 아는 발해의 등장과 고구려 정신은 만주를 비롯한 한반도에도 큰 영향을 끼쳤고, 역사는 계속해서 이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정기의 제나라는 우리 역사에서 잘 다루지 않습니다. 역사적 논란과 사실고증, 검증과정, 오늘 날, 중국과의 외교적 마찰이나 압박을 피하기 위해서 그런듯 보입니다. 하지만 역사를 왜곡하거나 폄하된 역사, 수정주의 사학에 입각해서 받아들이면 안됩니다. 우리 주변의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과 공정은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고, 그들은 자신들의 역사를 축소하기 보다는 부풀리기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왜 우리 역사가 한반도로 국한되었는지, 만주를 호령하며 대륙을 향해서 절대적인 위협을 줬던 선조들의 기상과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특히 이정기의 제나라는 산둥반도를 거점으로 당나라에 맞섰고, 많은 유민을 규합하고, 구출하며 고구려의 부활을 꿈꿨던 나라입니다. 역사적으로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름대로 고구려 정신을 잘 계승하였고, 그 가치를 지키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세력입니다. 중국의 압박에서 벗어나고자, 한반도 국가들과 연대하여 자주적인 노선을 취하기도 했지만, 국가의 존립과 유지는 정말 힘든 과정이었습니다. 나라의 망국은 쉽지만, 부활은 정말 어렵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특히 반도라는 안정적인 위치,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불완전한 지정학적 요소를 해상교류와 무역을 통해서 돌파하려 하였고, 이는 국가의 방향성과 그들의 건국관,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지금으로 말하는 꽃길을 걸으며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지만, 고구려에 대한 가치, 망국에 대한 설움을 잊지않고, 끝까지 국가의 부활을 꿈꿨던 그들, 시간이 오래되어 그 빛이 희석되었지만, 역사를 배우는 입장에서 그들의 정신을 잊지말고, 보다 깊은 연구를 위해서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하필 상대가 중국의 역대급 왕조로 손꼽히는 당나라라서, 그 위세가 오래가지 못했지만, 고구려인들이 보여줬던 기상과 힘은 대단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훗날 발해의 등장으로 만주에 대한 우리 선조들의 입지가 이어졌지만, 점차적으로 중국에 동화되거나 북방민족에 멸망을 당하면서 사라지게 됩니다. 우리 역사에서 만주가 주는 특별함과 중국이 그토록 역사공정과 왜곡을 통해서 자국의 역사로 편입하려는 의도, 축소, 왜곡시키면서 얻고자 하는 전략을 알아야 합니다. 특히 우리 역사를 배울 때, 고대사에 대한 사료가 부족하고, 검증이 불완전하다는 이유로 언급조차 되지 않는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들이 많습니다. 고구려 부흥운동, 백제 부흥운동, 발해 부흥운동 등에 대한 언급과 관심이 많아져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서 고대사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해석이 필요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고, 사람들이 잘 모르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들을 조명하고 있는 점에서 그 가치가 높습니다. 꼭 접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