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세트 - 전2권
공지영 지음 / 해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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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다중 인격 장애’라고 불렀던 장애가 이제는 ‘해리성 정체감 장애’라고 부른다는 첫 페이지의 설명에서 제목에 담긴 의미를 짐착케 한다. 하지만 소설 속에 등장하는 천사의 탈을 쓴 악마적인 행위의 주인공들은 마치 정신적인 장애를 격는 것처럼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악행을 저지른다. 그것이 더군다나 실제의 사건들을 모티브로 했다는, 그리고 성스러움, 고귀함, 숭고한 헌신의 삶의 껍데기만을 뒤집어 쓴채 주위에 있는 이들까지 한꺼번에 오욕의 늪으로 빠지게 만든 원흉이었음에 슬픔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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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공녀 강주룡 - 제23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박서련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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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주에 용룡 자입네다. 내 한 몸으로 이 세상 다 안아주는 용이 되라는 이름입네다.” 제목부터 특이한 이 소설은 1931년 평양 평원 고무 공장 파업을 주동하며 을밀대 지붕에 올라 우리나라 최초로 ‘고동 농성’을 벌였던 여성 노동자 강주룡의 이야기이다. 다섯살 어린 남편을 만나 독립운동을 한다고 서간도에서 고생을 하다 결국 남편을 죽음을 맞이하고, 무능력하고 체면치례만 하려는 아버지로 인해 부유한 늙은이의 재취로 팔아넘기려 하기에 평양으로 도망친다. 이후 고무 공장에서 노동자로서의 삶을 살다 노동운동을 시작한다. 이런 분이 있었는지조차 몰랐는데, 이 소설을 통해 마치 일제치하의 북한땅에 머무는 기분이 들었다. 듣기 힘든 북한 사투리가 귓가에 맴돈다. 지금도 많은 여성들이 사회, 가정에서의 성차별에 대한 불합리함을 호소하고 있음에도 우리 사회가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은 소설이 나온 것처럼 동등한 인격체로 바라보지 못하는 악습이 뿌리깊게 박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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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백을 채워라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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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옥상에서 자살한 주인공 ‘쓰치야 데쓰오’는 어느날 우연히 환생한다. 되살아난후 그럴리없다는 확신을 갖고 누군가에게 타살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갖지만, 결국 자살하게 된 이유를 깨닫게 된다. 환생자들의 모임을 통해서 자살하려는 사람들을 돕는 기구의 사람을 만나게 되고, 그곳에서 대인관계마다 달라지는 그 다양한 자아를 ‘개인’에 대조되는 개념인 ‘분인’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접하게 된다. 인간은 독립된 개체로서의 인격이라는 기존 생각과 상치되는 분인이라는 말은 자살이라는 형태로 자신의 고통과 괴로움을 드러내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방식으로 작가의 견해를 보여준다. 주인공에게 큰 영감을 주었던 또 다른 환생자 라데크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쓰치야 씨, 내 죽음이 나의 수많은 죄를 상쇄하고 내 인생을 전면적으로 긍정하게 만들 수 없듯이, 당신의 죽음이 당신이 행한 훌륭한 일을 모두 헛되게 만들고 당신의 인생을 모조리 부정하는 일은 절대 없습니다. 절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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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스푼의 시간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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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 주인 명정은 비행기 사고로 시신도 수습하지 못한 아들이 보낸 오래전에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커다란 소포를 받는다. 사람 모양으로 피부도 입힌 인공지능 로봇이다. 명정은 로봇에게 아들의 동생처럼 은결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로봇은 이진법으로 사람들의 언어, 습관, 행동을 익혀나간다. 세진, 시호, 준교의 자라남. 그리고 명정의 죽음까지 은결은 인공심장의 두근거림을 인지한다. 그리고 꼬맹이 시절부터 보아온 준교가 늙어 소멸되고 그의 손녀와의 이야기를 통해 은결이 세탁소에서 보낸 시간은 인간의 삶이 어떠한지 보여준다. “그는 인간의 시간이 흰 도화지에 찍은 검은 점 한 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 그래서 그 점이 퇴락하여 지워지기 전애 사람은 살아 있는 나날들 동안 힘껏 분노하거나 사랑하는 한편 절망 속에서도 열망을 잊지 않으며 끝없이 무언가를 갈구하고 기원해야 한다는 사실도 잘 안다. 그것이 바로, 어느 날 물속에 떨어져 녹아내리던 푸른 세제 한 스푼이 그에게 가르쳐준 모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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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없는 새끼들 때문에 열받아서 쓴 생활 예절
김불꽃 지음 / 팬덤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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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편하고 좋다는 이유로 너도 나도 예의를 갖추는 것을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운전을 하다 차선 변경하려는 차를 양보해 주었을 때, 양쪽 깜빡이가 켜지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다. 미안할때의 깜빡이와 고마울때의 깜빡이, 그리고 위험을 알려주는 깜빡이까지. 방향지시등이 불과한 깜빡임의 정서적 색채까지 알아보는 인간에게 예의가 필요함은 너무나도 당연한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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