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때 상실감으로 온몸이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가호게 벼해 버린 내 생을 들여다보며 ‘대체 내가 뭘 그렇게 잘모한 거지?‘라는 끊임없는 질문 속에 파묻혀 지내야 했다. 되폭이된 질문은 의문이 되어 갔고, 의문은 다시 자책과 절망으로 이어졌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한국어로 번역해야 할독일어가 영원히 풀리지 않는 암호처럼 다가와 나를 괴롭혔다. 몸뚱이를 씻고 밥을 먹는 일이 무슨 의미인가 싶어지자점점 바보가 되어 갔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다가 잠이 오면 그대로 아무 데나 누워 잠을 잤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나면 모든 게 명확하고 선명해져서 더 깊은 상실과 공포에 빠져들 뿐이었다. 그래서 잠을 회피해야 했고, 기피된 잠은 일상 의 파괴로 이어졌다. 결국 허무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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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질병으로 회생이 불가능한 사람의 안락사를 허용한다.
이 멋진 문장을 법전에 새긴 최초의 국가는 네덜란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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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부엉이는 황혼에 날아오른다
무라카미 하루키.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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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최근 소설인 [기사단장 죽이기]에 관련된 인터뷰 내용과 더불어 하루키가 어떻게 소설을 써 나가는지 자세히 서술되어 있다. 얼마전 읽었던 정유정 작가의 인터뷰 내용과는 상반되는 소설쓰기이다. 정유정 작가는 철저한 플롯 준비를 강조한 반면, 하루키는 그러한 플롯없이 마치 뭐가 있을지 짐작조차 되는 않는 창고에서 무언가를 꺼내듯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위한 많은 조건들은 이미 플롯을 준비한 정유정 작가의 성실함과 같았다. 이렇게 세계적 명성이 있는 작가도 출판전까지 10고를 거친다고 하니, 그야말로 소설이 가진 힘은 이런 인고의 시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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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플라이트 오늘의 젊은 작가 20
박민정 지음 / 민음사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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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젊은 작가 시리즈 20 이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다가 갑작스레 비행 승무원을 직업으로 선택한 주인공 유나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유나의 장례식장에서 아버지 정근은 유나의 일기와도 같은 아버지께 보내는 편지를 통해 그동안 전혀 알지 못했던 유나의 삶을 뒤쫓아간다. 북한의 5호담당제처럼 승무원들끼리도 엑스맨이 있어 서로를 감시하게 되는 부조리, 군대의 공관병 문제가 불거졌던 것처럼 운전병으로 군복무를 마친 이와 엮어진 유나의 인생, 그리고 아버지 정근은 방산비리에 얽혀 있음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못했던 과거의 시간들.. 마치 거대한 산처럼 버티고 있는 이미 지나가버린 오래전의 일들이 현재에도 아니 미래에도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엄중한 사실을 잊지 말아달라고 유나가 부탁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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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간호사, 사람입니다 - 단 한 번의 실수도 허락하지 않는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김현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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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간호대 강의를 나간지 5년째, 수없이 나를 자괴감에 빠지게 했던 아이들이지만 이 책을 통해서 언제간 그 아이들이 간호사가 되어 수많은 생명을 살릴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만들어준다. 21년간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로 일했던 저자조차도 스스로 병원을 그만두게 만드는 이익만을 도모하는 작태는 언제쯤 사라질까? 무려 35%의 간호사가 중간에 그만두게 된다는 통계는 단순히 간호사만의 상황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얼마나 허울좋은 껍데기에만 집착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언젠가 죽음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이지만, 이렇게 타인이 생과 사를 넘나드는 촌각에서도 ‘보이지 않은 삶’을 살아온 이들 덕분에 우리는 뜨거운 눈물을 흘릴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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