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밥천국 가는 날
전혜진 지음 / 래빗홀 / 2025년 4월
평점 :

『김밥천국 가는 날』
굉장히 많은 메뉴가 준비되어 있고 가격도 저렴해 부담 없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던 김밥천국. 어디를 가나 흔하게 볼 수 있었던 간판이었는데 최근에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 간판이 되고 말았죠. 가끔 일행들과 메뉴 통일하기 힘들 때 찾으면 딱 좋은 가게였어요. 분식, 한식, 양식 등 다양한 메뉴가 있어 골라 먹는 재미도 있었던 김밥천국으로 기억하는데요. 착한 가격에 맛도 보장되었던 김밥천국의 메뉴들이 목차로 준비된 책 <김밥천국 가는 날>은 인천의 한 김밥천국을 배경으로 한 우리의 묵직한 삶이 담긴 책입니다.
SF와 스릴러, 사회파 호러 작가 전혜진은 라이트노벨 '월하의 동사무소'로 데뷔해 소설과 산문, 만화 스토리를 써왔다고 해요. 저는 <김밥천국 가는 길>로 처음 만나는 작가인데요. 첫 만남이 나쁘지 않네요~^^
합리적인 가격에 24시간 이용할 수 있었던 김밥천국. 각자의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실적만 요구하는 상사에게 시달리는 학습지 교사, 윗선에 아부하기 바쁜 상사를 둔 시청 홍보실 직원, 말기 암 환자지만 끝까지 배움을 놓지 않고 학습지를 구독했던 세무사 등등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이들이 이야기가 김밥천국의 메뉴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든든하게 한 끼를 해결하고 또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김밥천국 가는 날> 속 메뉴들.
치즈떡볶이, 김밥, 오므라이스, 김치만두, 비빔국수, 돈가스, 오징어덮밥, 육개장, 콩국수, 쫄면까지 열 가지 음식 속에 녹아든 서민들의 이야기는 많이 보아왔고, 접했던 이야기들이라 더 짠하고 답답하고 씁쓸하게 다가오지 않았나 해요. 얼마 전 딸과 함께 찾아간 김밥천국에서 라면과 김밥을 시켜 먹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아무 생각 없이 간편하게 한 끼 때울 수 있겠다 싶어 들어갔던 곳인데 누군가에겐 부담스러운 점심값을 해결해 주는 곳이었고 누군가에겐 남이 해주는 맛있는 한 끼였어요. 또 누군가에겐 생애 마지막을 기억할 수 있는 따뜻한 한 끼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김밥천국을 중심으로 짤막한 이야기가 이어지는 <김밥천국 가는 날>. 삶이 힘든 이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음식과 이들의 사연을 전하고 싶어집니다.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