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상용 스트레칭북 (스프링북) - 어디든 세워두고 30초만 따라 하세요!, 개정판
브레이니 피트니스 랩 지음, 피지컬갤러리 의학 전문가 그룹 감수 / 시간과공간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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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앉아서 보내는 우리에게 필요한 건 거창한 운동이 아니다.

작은 스트레칭 하나가 오늘의 피로를 풀고, 내일의 자세를 바꾼다.

『탁상용 스트레칭북』은 좌식생활에 익숙한 현대인들을 위해, 꼭 필요한 스트레칭 방법을 누구나 따라 할 수 있게 안내한다.

복잡한 설명 없이, 그림 하나로 바로 이해되고, 움직이게 만드는 힘.

이 책은 그렇게 매일의 굳은 몸을 천천히 풀어준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점점 늘어가는 요즘, 몸의 이상신호를 무시한 채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뒷목이 뻐근하고, 어깨가 자주 결리며, 허리에 찌릿한 통증이 찾아오는 건 어느새 당연한 일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한 건, 몸은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떤 자세로 앉았고, 얼마나 오래 움직이지 않았는지를 몸은 다 알고 있다.

그 습관은 언젠가 통증이라는 결과로 되돌아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스트레칭이다.

하지만 마음만 앞서고 실천은 어렵다.

그럴 때 『탁상용 스트레칭북』이 필요하다.

"어디든 세워두고 30초만 따라 하세요."

누구나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구성은 단순하지만 매우 실용적이다.

한 장에 하나의 동작이 들어 있고, 각 동작마다 어떤 부위에 효과가 있는지 붉은색으로 표시되어 있다.

팔, 어깨, 목, 허리, 다리 등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근육군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동작은 복잡하지 않다.

서서 손끝 당기기는 책상 옆에서 잠깐 일어나기만 해도 할 수 있다.

'무릎 꿇고 앉아 손바닥 붙이기'는 손목과 전완근을 풀어주는 데 탁월하다.

모든 동작에는 유지 시간과 반복 횟수가 제시되어 있어서, 별도의 운동지식 없이도 충분히 따라 할 수 있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이 책의 직관성이다.

말보다 그림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는 점, 그리고 그 그림이 동작의 흐름을 정확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스트레칭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다.

화살표로 표현된 동작 방향과 근육 부위 강조, 그리고 꼭 필요한 설명만 딱 세 줄 정도로 정리한 구성은 정말 훌륭하다.

그 덕분에 책장을 넘기면서도 부담이 없다.

오히려 '이건 언제 한번 해봐야지'가 아니라, '지금 이거 하나만 하고 갈까?'라는 마음이 든다.

『탁상용 스트레칭북』이 다른 스트레칭 책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생활 밀착형이라는 데 있다.

헬스장이나 요가 매트가 없어도 된다.

무릎 꿇거나 벽을 짚는 정도의 공간만 있다면 누구든 가능하다.

또한 각 동작은 개별 수행도 가능하지만, 책 뒤에 수록된 '맞춤 스트레칭 프로그램'을 따라 루틴처럼 활용해도 좋다.

어깨 결림 완화 루틴, 혈액순환 촉진 루틴, 피로 해소 루틴처럼 주제별 프로그램을 따르다 보면 어느새 전신이 부드러워질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좌측에는 Daily Log란이 있어, 오늘 어떤 동작을 했는지 체크할 수 있다.

그 체크 하나가 하루를 마무리할 때의 뿌듯함으로 남는다.

내가 내 몸을 챙기고 있다는 자각.

그 자각이 일상을 바꾸는 힘이다.

책을 펼치기만 하면 시작되는 운동. 이보다 더 쉬운 건강 루틴이 있을까?

이 책은 운동을 위한 책이 아니라 일상을 위한 책이다.

몸을 위한 루틴을 만들고 싶은 사람, 아침에 굳은 몸을 풀고 싶은 사람, 퇴근 후 늘어진 몸을 다독이고 싶은 사람에게 꼭 맞는 구성이다.

짧지만 효과적인 30초의 루틴, 하루 한 동작이 몸의 내일을 바꾼다.

우리 몸은 잘 쓰면 오래 간다.

『탁상용 스트레칭북』은 그 잘 쓰는 법을 알려주는 매우 현실적인 안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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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소담 클래식 2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유혜경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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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재즈가 울려 퍼지고 샴페인이 끊이지 않던 시대, 모두가 번쩍이는 꿈을 향하던 1920년대 미국. 『위대한 개츠비』는 그 화려한 시대의 표면 아래 숨겨진 무너지는 이상과 인간의 욕망을 가장 매혹적이고도 잔혹하게 보여주는 이야기다.

그 시절의 청춘은 눈부셨고, 동시에 잔혹했다. 나는 이 책을 펼칠 때마다, 황금빛 조명 아래 울려 퍼지던 재즈 선율이 다시 들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메리칸드림의 찬란한 유혹과 그 끝자락에 도사린 공허함, 그 매력을 다시 맛보고 싶어서 이 책을 펼쳐 들었다.




이 책의 저자는 F. S. 피츠제럴드. 재즈 시대라 불리던 1920년대 미국을 가장 날카롭고도 우아하게 포착해낸 작가다. 그는 휘황찬란한 외면 속에 도사린 인간의 욕망과 공허를 집요하게 응시했고, 아메리칸드림이라는 환상의 본질을 해부하듯 드러냈다.

『위대한 개츠비』는 그의 대표작이자, 그런 시선을 가장 정제된 문장으로 구현해낸 작품이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두고 20세기 최고의 미국 소설이라 평가하는 이유는, 그 문장이 시대를 꿰뚫는 통찰과 감정의 미세한 결을 동시에 품고 있기 때문이다. 피츠제럴드는 화려한 파티의 연기를 걷어내고, 그 뒤에 남은 허무와 그리움을 써 내려간 작가다.

개츠비라는 인물은 그 시대를 상징하는 허상 그 자체다. 그는 가난한 청년이었지만, 데이지라는 여인을 다시 품기 위해 자신만의 신화를 만들었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축적한 부, 사치스러운 파티, 허공을 응시하는 눈빛. 하지만 아무리 많은 사람을 불러 모아도 그의 파티에는 늘 그녀만이 없었다.

사랑을 위해 세운 모든 것들이, 정작 사랑하는 이에게는 닿지 못하는 구조적 비극. 빛을 잡기 위해 손을 뻗던 그 모습이 이토록 허무하게 느껴질 수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것은 이 서사가 결코 사랑 이야기 하나로만 귀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피츠제럴드는 사랑을 빌미로 당시 미국 사회의 허상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화려한 옷을 걸친 채 도덕적 기반 없이 질주하는 상류층, 성공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되는 불의, 그리고 그 틈에서 찢기듯 사라지는 순수함. 개츠비가 고개를 돌릴 때마다 느끼는 슬픔은, 단지 데이지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 무너지는 꿈을 붙들려고 몸부림치는 자의 애절함에 가깝다.

특히 이번 소담출판사 100주년 기념판은 디자인부터 인상적이다. 금빛 테두리와 클래식한 일러스트, 그 자체로도 소장 가치를 느끼게 한다. 책장을 넘기면 개츠비의 목소리가 아니라 피츠제럴드의 시선이 들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이 이야기는 단지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시대의 기록이다.


이 작품이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이유는, 단지 문학적으로 뛰어나서가 아니다. 누구나 한 번쯤은 품었던, 그러나 끝내 닿을 수 없었던 무언가를 떠올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개츠비는 결국 실패했다. 그러나 그 실패 안에는 찬란한 열망이 있었다. 데이지를 다시 품을 수 있다는 믿음, 그 믿음을 위해 모든 걸 걸 수 있다는 광기 어린 순수. 그래서 개츠비는 비극적이지만 동시에 아름답다.

나는 이 책을 읽을 때마다 이 문장이 머릿속에 맴돈다.

개츠비는 그 초록 불빛을 믿었다. 해가 갈수록 우리 앞에서 멀어져 가는 미래, 극도의 흥분이 넘치는 미래가 있다고 믿었다. 그 당시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일이 되면 우리는 더 빨리 달릴 것이고, 더 멀리 팔을 뻗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화창한 아침에………그렇게 우리는 끊임없이 과거 속으로 떠내려가면서도, 파도를 거슬러 올라가는 보트의 노젓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291쪽)

그 빛은 데이지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꿈일 수도 있다. 우리가 살아가며 품는 수많은 갈망과 닮아 있다. 그리고 어쩌면 그 갈망은, 이루어지는 것보다 이루지 못한 채 남겨질 때 더 깊은 흔적을 남길 것이다.

『위대한 개츠비』는 그런 책이다. 1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여전히 꿈을 꾸고, 여전히 누군가의 불빛을 바라보고 있는 한, 『위대한 개츠비』는 계속 읽혀야 할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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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두뇌 사용법 -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어떻게 사고했을까?, 개정판
우젠광 지음, 류방승 옮김 / 아라크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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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경이로운 천재,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가 평생에 걸쳐 보여준 두뇌 사용법은 인간 잠재력의 끝이 어디까지인지를 묻는 질문과도 같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두뇌 사용법』 개정판은 이 천재가 남긴 방대한 유산을 단지 감탄으로만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사고의 근원을 본격적으로 해부하는 데 집중한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시선을 끈 것은 다 빈치의 정밀한 드로잉들이었다.

페이지마다 배치된 그의 소묘와 회화, 설계도는 단순한 삽화가 아니라 그의 두뇌가 어떻게 사고하고 움직였는지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시각적 언어다.

마치 5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그가 직접 내게 말을 걸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왜 그는 이토록 다방면에 걸쳐 천재적 성취를 남겼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책은 명료하고도 구체적인 해답을 던진다.

이 책은 논리적 사고, 이미지적 사고, 다각도적 사고, 조합적 사고, 단순화 사고, 시스템 사고, 창조적 사고, 비판적 사고, 전뇌 학습법 등 총 9부로 구성된다.

각각의 장은 다 빈치의 사고 원리를 탐색하면서, 그 원리를 어떻게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흥미롭게 안내한다.

예컨대 관찰의 습관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매일 똑같은 시간에 같은 버스를 타는 우리의 루틴 속에도 수많은 인식의 사각지대가 있음을 지적한다.

다 빈치는 바로 그런 반복 속에서 틈을 찾아냈고, 관습을 비틀어 질문을 던졌으며,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사유했다.

그의 비상한 창조력은 남다른 재능보다도 남다른 관점을 훈련한 결과였던 것이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지식을 구하는 것과 지혜를 구하는 것은 다르다는 이야기였다.

고대의 철학자가 등장하는 짧은 일화 속에서, 지식이란 바깥에서 얻는 것이고 지혜는 안에서 자라는 것이라는 통찰을 들려주었다.

다 빈치가 끊임없이 현실 너머의 원리를 파헤치고, 기하학적 구조와 인간 해부학, 예술과 공학을 넘나든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는 알려진 지식을 따라간 것이 아니라, 아직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스스로 찾는 데 몰두했다.

이 책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는 인물을 평면적으로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가 어떻게 사고했는지를 직접 실험해볼 수 있도록 독자에게 사고의 틀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읽어나가면서 그의 작품과 소묘들을 함께 만나게 되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시각과 언어가 동시에 작동하는 다층적인 체험이었다.

이 책은 개정판답게 디자인과 구성도 세련되게 정비되어 있다.

특히 챕터마다 배치된 시각 자료들은 텍스트의 이해를 훨씬 입체적으로 돕는다.

예술과 과학, 감성과 논리, 직관과 분석이 교차하는 사고의 방식은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레오나르도의 사고를 재현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통찰을 제공한다.

이 책은 지금보다 조금 더 다르게, 조금 더 깊게 생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건네는 시대를 초월한 두뇌 사용 매뉴얼이다.

다 빈치처럼 사고할 수는 없어도, 그처럼 질문할 수는 있다.

천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고 실험하고 의심하고 재구성하는 이들에게 완성되는 법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그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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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이 알고 있다
모리 바지루 지음, 김진환 옮김 / 하빌리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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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만이 알고 있다》는 기묘하면서도 감각적인 소설이다. 시체 등장부터 강렬하게 시작하는 추리소설, 청춘소설의 풋풋함, SF의 상상력, 판타지의 몽환, 연애소설의 감정선까지… 전혀 다른 색을 띤 다섯 편의 이야기들이 각자의 세계를 완성하다가 마지막에서 하나의 연결고리로 맞물리는 순간이 온다. 나는 그 장면에서 책장을 넘기던 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은 다섯 갈래의 강이 모여 하나의 강줄기를 이루는 듯한 인상을 준다. 겉보기엔 아무 접점도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이, 어느 순간 물밑에서 얽히고 흐르며 거대한 수렴점으로 향한다. 내가 이 책에 몰입하게 된 건 바로 그 흐름의 지점이었다. 눈앞에서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짜 맞춰지는 듯한 짜릿함. 무릎을 치는 순간이 온다.

책의 구성은 다섯 편의 짧은 영화로 이뤄진 옴니버스처럼 보인다. 첫 장에서는 살인 사건의 범인을 쫓는 탐정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두 번째 장을 넘기면 전혀 다른 등장인물과 다른 분위기, 전혀 연결될 것 같지 않은 스토리가 이어진다.

하지만 읽을수록 마음속 어딘가에서 '이건 분명 이어지고 있다'는 느낌이 피어오른다. 작가 모리 바지루는 바로 그 긴장감의 끈을 교묘하게 당겼다 놓는다. 바람에 흔들리는 줄 위를 걷는 곡예사처럼, 아슬아슬하게 이야기를 밀고 나가며 마지막 순간까지 독자를 끌고간다.

이 작품은 제30회 마츠모토 세이초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모리 바지루의 첫 장편이다. 신인의 작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탄탄하고, 동시에 신인이기 때문에 가능한 파격과 실험이 담겨 있다.

작가의 시도는 신인답지 않게 대담하다. 마츠모토 세이초상의 명성에 기대어 출간된 데뷔작이라면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책은 그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신인만이 시도할 수 있는 복합장르 실험, 그리고 신인답지 않게 정교한 이야기 구성. 전혀 연결되지 않을 것 같던 이야기들이 마지막에서 만나 하나의 진실을 향해 달려갈 때, 한 권의 소설이 줄 수 있는 감각적 쾌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이야기의 연결고리를 아는 건 오직 당신뿐

마지막 책장을 넘길 때, 오직 당신만이 모든 진실을 꿰뚫게 된다!

(책 뒤표지 중에서)

왜 하필 당신인가.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선언은 누구에게 던지는 것인가.

일본 소설 《당신만이 알고 있다》는 평면적인 서사를 거부한다.

이 책은 다섯 개의 점을 한데 모아 하나의 별자리를 그려낸다.

멀리서 보면 별개의 이야기이지만, 모든 장을 지나온 후 뒤돌아보면 그것이 하나의 커다란 궤도 안에서 움직였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진실을 알게 된 자만이 감당할 수 있는 이야기의 완성.

추리하고 의심하고, 예상하고 무너지고, 결국 받아들이게 되는 진실 앞에 섰을 때의 그 정적.

이것이야말로 이야기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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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살아 내는 게 엉망이어도 괜찮아 - 다시금 행복을 애쓰고 있는 당신에게
윤글 지음 / 딥앤와이드(Deep&WIde)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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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사는 게 뒤죽박죽 정신없다고 생각될 즈음, 이 책의 제목을 보니 묘하게 위안이 된다.

"가끔 살아 내는 게 엉망이어도 괜찮아"

정말이지 이 말 한마디에 끄덕이게 되는 날들이 있다. 나만 유독 뒤처진 것 같고, 모든 걸 그만두고 싶을 때, 이 책은 등을 다독이며 말한다. "너 잘하고 있어. 무너지는 날도, 못 버티는 날도 괜찮다"라고.

표지 속 수영장에 몸을 맡긴 인물처럼, 이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긴장을 내려놓아도 된다. 물에 뜨듯 가볍게 책장에 몸을 맡기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에 여유가 생긴다.

『가끔 살아 내는 게 엉망이어도 괜찮아』는 스스로를 자책하기 바쁜 이들에게 건네는 가장 현실적인 위로이자, 다정한 생존 매뉴얼이 되어줄 수 있는 에세이다.



에세이스트 윤글의 글은 조용하게 다가온다. 누군가의 격렬한 응원이나 화려한 위로가 아니라, 오래된 친구가 건네는 담백한 한 마디 말 같다.

가벼운 글처럼 시작되지만, 읽을수록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린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어느새 '아, 나도 이런 생각 해봤어', '그래서 힘들었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저자는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한다. 특히 「할 만큼 했으면 된 거다」라는 글은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관계에서 최선을 다해봤고, 상처도 받았고, 이제는 마음을 거두기로 했다는 문장은 어쩌면 우리가 스스로에게 해줘야 할 말인지도 모른다. 저자는 지나간 인연을 붙잡지 않기를, 이제는 나를 위한 선택을 하기를 권유한다. 이 책을 덮고 나면 '노력은 했고, 이제는 나를 살필 차례야'라는 생각이 조용히 자리 잡는다.

「정리해야 할 사람의 열 가지 목록」에서는 꼭 기억해둘 만한 충언을 만날 수 있다. 대놓고 해를 끼치진 않지만, 묘하게 나를 지치게 만들거나 나의 존재감을 흐리게 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과의 관계를 무조건 끊으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가 나를 잃지 않기 위해 경계해야 할 관계의 실마리를 보여준다. 어떤 관계는 정리가 아니라 정돈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다가온다.

인간관계에 대한 챕터도 날카롭다. 「관계의 유효 기간」, 「시절인연」, 그리고 「나르시시스트의 특징」 등은 마치 내가 겪어온 관계들의 해석서 같다.

내가 힘들어했던 그 사람, 나를 헷갈리게 만들었던 행동들에 이름을 붙여주고 정리해준다. 무언가 설명되지 않았던 감정이 정돈되는 느낌이다.

나만 이상한 게 아니었고, 나만 예민한 게 아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된다.

그리고 이 책의 미덕 중 하나는 결국 나를 돌아보게 한다는 점이다. 누구를 원망하기 전에 나를 위한 균형을 찾고 싶게 만든다.

더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덜 상처받기 위해서. 타인보다 나를 먼저 챙겨야 한다는 메시지는 진부하지 않고, 오히려 오늘의 나를 다독이는 현실적인 조언처럼 느껴진다.


윤글의 문장은 크지 않지만, 울림이 깊고 짧지만 곱씹게 만든다. 이 책은 거창한 삶의 기술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오히려 오늘 하루를 무사히 버틴 당신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지금도 애쓰고 있는 마음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책이 건네는 위로는 '괜찮아'라는 말에 머물지 않는다. 무작정 토닥이는 대신, 왜 괜찮은지, 어떻게 살아낼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해준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어느새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너도 많이 애썼구나, 엉망이어도 괜찮아." 그것은 결국 자신에게 보내는 말이기도 하다.

삶이 늘 정돈된 모양새로 굴러가지 않아도, 그 안에서 나름의 질서를 찾아가며 버티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소란스러운 하루 끝, 마음 한구석을 살며시 정리해주는 묵직한 쉼표 같은 존재가 되어준다.

위로의 손길처럼 다가와 마음을 감싸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건네주는 에세이다. 바닥에 주저앉고 싶을 때, 이 책은 조용히 곁에 앉아 "그렇게 있어도 괜찮다"고 말해준다.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건 정답이 아니라, 괜찮다고 말해주는 이 한 권의 책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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