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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 더 포토그래피 (포토북) ㅣ 듄 시리즈
치아벨라 제임스 지음, 안예나 옮김 / 아르누보 / 2025년 5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듄 포토북은 실물이 기대 이상이다. 소장하고 틈틈이 꺼내들어 대작을 접하는 시간을 갖고 싶어서 이 책을 곁에 두기로 했다.
스크린 위에서 지나가버린 장면들이 이 책 속에서는 멈춰 선다. 모래바람 속 실루엣, 붉은 조명 아래 선 인물의 눈빛, 그리고 사막의 침묵마저도 고요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영화 한 편을 다시 관람하는 듯한 묘한 감각이 살아난다. 멋진 이미지를 넘어서, 듄이라는 세계의 호흡과 결을 직접 느낄 수 있는 책이다.
그래서 이 책은 영화 팬으로서의 애정이 머무는 장소이자 창조의 숨결을 다시 들이마시는 통로가 된다.
이 책은 압도적인 시각의 세계를 보여준다. 말보다 먼저 다가오는 것은 빛과 구도, 그리고 감정이다. 페이지마다 전개되는 사진 속 인물들이 걷는 땅, 마주한 위협, 뒤엉킨 감정은 풍경의 질감과 조명의 농도로 고스란히 표현된다.
특히 사막을 배경으로 한 컷들은 압도적이다. 아라키스 행성의 메마른 질감이 그대로 손끝에 닿는 듯하다. 사막은 배경이라기보다 캐릭터 그 자체처럼 느껴진다. 인간보다 더 웅변적이고, 침묵보다 더 깊은 서사를 품은 공간이다.
스틸컷이라 부르기엔 너무나도 생생한 장면들이 이어진다. 영화에서의 스펙터클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지나가지만, 이 책에서는 장면이 고정되고, 보는 이의 호흡에 따라 감상이 머문다.
그래서 이 책을 펼칠 때마다 새로운 무언가가 눈에 들어온다. 어떤 날은 광활한 프레임이 시선을 압도하고, 또 어떤 날은 인물의 손끝에 머문 모래가 기억에 남는다. 하나의 세계를 이렇게 다층적으로 체험하게 해주는 책은 흔치 않다.
무엇보다 이 포토북은 촬영의 뒷모습을 담은 컷들에서 더욱 특별함을 발한다. 조명 아래 그림자처럼 서 있는 배우와 스태프들, 모래 폭풍 속에서도 의연한 촬영팀의 실루엣은 창작의 고됨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경외감을 일으킨다.
영화 한 편이 만들어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손길이 닿았는지를 보여주는 이 장면들은 듄이 단지 영상미만으로 극찬 받은 작품이 아님을 증명한다.
흥미로운 점은 각 장면에 곁들여진 사진 설명이다. 간결하지만 핵심을 짚는 문장들이 감상의 결을 풍성하게 만든다.
특정 장면이 어떤 방식으로 연출되었고, 왜 그러한 선택이 이뤄졌는지를 알려주는 해설 덕분에 사진은 이해하고 감탄하는 대상으로 확장된다. 이처럼 《듄: 더 포토그래피》는 미장센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일종의 교본이자 참고서처럼 다가온다.
이 책은 단순한 팬심 이상의 만족을 준다. 하나의 세계가 어떤 감각으로 구성되는지를 보여주는 아카이브이며, 동시에 예술로 승화된 기록이다.
원작 소설 작가 프랭크 허버트의 상상력이 드니 빌뇌브 감독의 손을 거쳐 시각화된 그 순간들, 그 경이로운 창조의 흔적들이 책 속에 차곡차곡 담겨 있다.
수많은 영화 중 유독 <듄>이 깊게 각인되는 이유는, 세계의 확장뿐 아니라 그 안에 흐르는 진심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그 진심을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담아낸 결과물이다.
이 책은 단순한 장면 모음집이 아니다. 사진작가 치아벨라 제임스의 시선이 머문 순간들이자, 영화 속 감정의 호흡까지도 정교하게 포착한 기록이다.
치아벨라 제임스는 아라키스의 바람뿐 아니라, 그 속에 선 인물의 침묵까지도 사진에 잘 담아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꺼내볼 때마다 사막의 웅장함과 아름다움, 그 이면에 숨은 고요한 긴장감까지 함께 꺼내보게 된다.
모래 입자 하나하나에도 의미가 담긴 듯한 장면들, 빛과 그림자가 직조하는 세계는 매번 새로운 감상으로 다가온다.
그 안에서 인물들은 말없이 서 있지만, 사진은 그들의 고뇌와 선택, 고독과 신념을 고스란히 전한다. 그것이 바로 치아벨라 제임스의 시선이 가진 힘이다.
프레임 안에 시간을 고정시키되, 감정은 살아 숨 쉬도록 남긴다.
이 책은 그래서 단순히 멋진 장면을 모은 것이 아니라, 듄이라는 세계의 리듬과 호흡을 오롯이 보존한 예술의 결정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