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책을 펼쳤을 때 가장 먼저 시선을 끈 것은 다 빈치의 정밀한 드로잉들이었다.
페이지마다 배치된 그의 소묘와 회화, 설계도는 단순한 삽화가 아니라 그의 두뇌가 어떻게 사고하고 움직였는지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시각적 언어다.
마치 500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그가 직접 내게 말을 걸고 있다는 착각마저 들었다.
'왜 그는 이토록 다방면에 걸쳐 천재적 성취를 남겼는가?'라는 질문 앞에서 책은 명료하고도 구체적인 해답을 던진다.
이 책은 논리적 사고, 이미지적 사고, 다각도적 사고, 조합적 사고, 단순화 사고, 시스템 사고, 창조적 사고, 비판적 사고, 전뇌 학습법 등 총 9부로 구성된다.
각각의 장은 다 빈치의 사고 원리를 탐색하면서, 그 원리를 어떻게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흥미롭게 안내한다.
예컨대 관찰의 습관을 설명하는 대목에서는 매일 똑같은 시간에 같은 버스를 타는 우리의 루틴 속에도 수많은 인식의 사각지대가 있음을 지적한다.
다 빈치는 바로 그런 반복 속에서 틈을 찾아냈고, 관습을 비틀어 질문을 던졌으며,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사유했다.
그의 비상한 창조력은 남다른 재능보다도 남다른 관점을 훈련한 결과였던 것이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부분은 지식을 구하는 것과 지혜를 구하는 것은 다르다는 이야기였다.
고대의 철학자가 등장하는 짧은 일화 속에서, 지식이란 바깥에서 얻는 것이고 지혜는 안에서 자라는 것이라는 통찰을 들려주었다.
다 빈치가 끊임없이 현실 너머의 원리를 파헤치고, 기하학적 구조와 인간 해부학, 예술과 공학을 넘나든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는 알려진 지식을 따라간 것이 아니라, 아직 알려지지 않은 진실을 스스로 찾는 데 몰두했다.
이 책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는 인물을 평면적으로 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가 어떻게 사고했는지를 직접 실험해볼 수 있도록 독자에게 사고의 틀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
읽어나가면서 그의 작품과 소묘들을 함께 만나게 되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시각과 언어가 동시에 작동하는 다층적인 체험이었다.
이 책은 개정판답게 디자인과 구성도 세련되게 정비되어 있다.
특히 챕터마다 배치된 시각 자료들은 텍스트의 이해를 훨씬 입체적으로 돕는다.
예술과 과학, 감성과 논리, 직관과 분석이 교차하는 사고의 방식은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레오나르도의 사고를 재현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통찰을 제공한다.
이 책은 지금보다 조금 더 다르게, 조금 더 깊게 생각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건네는 시대를 초월한 두뇌 사용 매뉴얼이다.
다 빈치처럼 사고할 수는 없어도, 그처럼 질문할 수는 있다.
천재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고 실험하고 의심하고 재구성하는 이들에게 완성되는 법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도 바로 그 정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