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거지 부부 - 국적 초월, 나이 초월, 상식 초월, 9살 연상연하 커플의 무일푼 여행기
박건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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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받자마자 사진부터 훑어보며 우와~ 재미나겠다 했었는데..직접 읽어보니 훨씬 "센" 내용이었다.

국적초월, 나이초월, 상식 초월, 9살 연상연하 커플의 무일푼 여행기라고 되어있어서 참으로 자유로운 영혼들이지만 내가 따라하기엔 어려움이 많을 내용이겠다 싶었는데, 그 강도가 정말 세다. "어머, 젊은 부부에게 거지부부라니요." 하겠지만 정말 거지나 다를바없을 정도로 무일푼 상태로 여행하고, 여행지 가서 남들이 기피하는 일 등을 하며 한푼 두푼 벌어 또 여행을 즐기는 부부다.

 

처음에 9살 연상연하 커플의 무일푼 여행기라길래, 우리나라 여자와 외국 남성의 이야기인줄 알았는데 그 반대였다. 우리나라 남자와 9살 연상의 일본 여인 미키의 이야기.

사진을 얼핏 봐도 참 예쁜, 게다가 이국적으로 생긴 외모의 미키, 그녀에게 대쉬하는 태국 남자가 참으로 많았다 하고 그녀의 지나친 털털함에 일본 남자들은 그녀의 장점을 못 봤을 거라 하는데, 이 글의 작가이자 그녀의 신랑은 그녀의 비듬에... 남자를 만나도 비듬 가득, 손톱에 때 가득 끼고 털털하게 만난 그녀의 모습에 단단히 반하고 말았다.

 

남자 역시도 무척이나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였다. 부산에서 알아주는 기타리스트의 2대 독자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자유로운 행동을 하길 좋아했으나 중학교에 들어가보니, 선생님도 선도부도..그리고 일진도 그에게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대상들이었다. 락에 심취했던 그는 자유로운 아나키즘을 구사하고 싶었고 학교는 그런 그를 인정할 수 없었다. 그는 중학교까지는 그래도 버텨왔는데 고등학교에서는 더이상 버티지 못하고 말았다. 매일 두드려 맞고 다니는데다 그 역시도 그런 상황에 굴복하기가 힘들었다. 그가 추구하는 모습은 학교에서는 반항이라고 찍혀서 결국 입학한 해에 퇴학을 당하고 말았단다. 중졸이라는 학력.

그리고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기타연주를 하며 밴드 생활을 하게 되었다. 밴드 생활 역시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한때 정말 시끌벅적했던 "인디밴드의 성기노출사건"이 이 책에 나올 줄이야. 그가 몸담았던 곳이자 퇴출당했던 곳이었는데, 티브이에 처음 나왔던 그 럭스의 공연장에서 바로 두명이 성기노출을 함으로써 탈퇴는 하였으되 공식적으로는 멤버처럼 되어있던 그의 이름마저 mbc에서는 출연금지 연예인에 등록되고 말았다는 것.

데뷔도 못해보고 출연금지 판정을 받았단 이야길 읽을 수 있었다.

 

이후로도 밴드 생활도 해보고 노래방 새우깡 한봉지와 기타 하나만 들고 일본으로 건너가 아르바이트와 여러 생활을 전전하기도 해보고.

그가 일생의 반려인 미키를 만나기까지는 정말 파란만장한 (사실 미키를 만나고 나서도 여전히 파란만장하지만) 생활을 하였다. 일본에서 그의 짝을 만난 줄 알았더니 의외로 태국에 여행을 갔다 만난 것이란다. 태국에서 보통의 일본인들, 특히 젊은 여성은 절대 없을만한 아주 저렴한 게스트하우스의 유일한 젊은 여성으로 미키를 만나게 되었고 그녀와 함께 첫 데이트로 시체박물관에 가서 해맑게 웃으며 큰 @@이 있어 이리와봐~ 하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이.. 그토록 고대하던 앙코르와트에 홀로 건너갔을 적에도 오로지 미키 모습만 떠오를 정도로 아른거렸다 한다.

 

그의 결혼 전 고생담은 앞에 잠깐 나오고 본격적인 이야기는 미키와의 예사롭지 않은 만남서부터 그리고 아주 초고속으로 진행된 결혼 결정, 이후의 생활과 여행 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여행 이야기를 무척 좋아해서, 처음에는 단순 여행서인줄 알고 보기 시작했는데 꽤 색다른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재미난 부분도 있고 쇼킹할 정도로 놀라운 부분도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남들과 생각이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의 만남에.. 우리나라 사람 같지 않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달까. 참 우리는 틀에 갇혀 사는데, 일본만 해도 오히려 우리보다 조금 더 자유로운 시선 속에 살고, 저자는 태생은 한국일지언정 참으로 글로벌한 생각과 마인드로 생활하고 있구나 싶었다.

 

한살이라도 젊을때 뭔가 "안정된 삶"을 찾아야지. 하고 혀를 끌끌 찰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들의 인생은 이대로도 드라마틱하다. 한국에서 평범한 직장에 소위 안정된 삶을 산다는 사람들 중에 이들보다 행복하다고 떵떵거리며 말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 가난하고 배고프고 힘들 지라고 그들은 참으로 행복하고 아기자기하게 살아간다. 게다가 우리는 못 쓸 책까지 떡하고 펼쳐내지 않았는다. 어느게 더 우선순위인지는 사람마다의 생각차이이므로 그들의 삶을 우리 잣대로 재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나는 이런 자유로운 영혼을 소유하지 못하여 책으로만 읽으며, 아, 이렇게 영화처럼 사는 사람도 있구나 하는 수 밖에.

 

있는 돈 펑펑 써가며 여행을 다니는 것도 아니고 그들은 젊음 하나를 무기로 맨몸뚱이로 머나먼 타국땅에 가서 엄청나게 더러운 화장실 청소를 해주기도 하고, 인도에서 하루 한시간 자가면서 고행의 여행가이드 생활을 하기도 한다. 정말 두 나라에서 어쩜 이런 천생연분이 나이와 국적 모든 것을 초월해 만났을까 싶을 정도로 신기한 두 사람의 만남. 책으로 꼭 읽어보라고.. 시간 가는줄 모를거라고 말해주고픈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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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어린이/가정/실용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푸드스타일리스트 할머니가 만든건 다 맛있어, RHK

 

푸드스타일리스트 1호 저자분이 만들었다는 요리책.

우리 아이도 할머니가 만들어주신 요리를 무척 좋아해요.

스타일링까지 살아나는 요리라 더욱 맛있을 것 같아요.

사실 아이 밥상을 최고의 정성을 들여 해주지 못하고 있어서 이 책을 통해 제대로 배워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 골라보게 되었습니다.

 

 

 

 

 

 영혼을 사로잡는 매혹의 땅 쿠바, 쉼

 

쉼의 여행서를 좋아해서 언제 가볼지 모를 쿠바지만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헬로 홍콩, 북웨이

 

한때 홍콩 여행서 중 가장 인기가 높았던 헬로홍콩이 오랜만에 새로 나왔네요. 안 그래도 오늘 새벽, 음.. 3시 비행기로 친구가 홍콩에 간다해서 어제 같이 영화를 본 친구기에 진짜 대단한 체력이다 하고 부러워하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예전에 같이 홍콩에 다녀왔던 친구라 같이 언제 또 홍콩에 가게 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들고 아님 우리 아이와 가족끼리 홍콩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드네요. 이 책을 들고 말이지요.

 

 

 

5천만이 검색한 대한민국 제철여행지, 중앙북스

 

날 좋은 4월부터 계속 여기저기 갈 계획을 세우게 되더라구요.

아이 초등학교 입학전에 더 많은 곳을 같이 다녀보고 싶기도 하고.

친정 부모님 조금이라도 더 젊으실때 같이 여행다니고 싶기도 하구요.

해외에 나가도 좋겠지만 여건이 잘 되지 않으니 국내라도 자주 자주 다녀보고 싶어 읽어보고픈 책입니다.

 

 

 

 

 

 

 

  제이미올리버의 15분 요리, 위즈덤 스타일

 

제이미올리버가 티브이에 나와 빠르게 요리하던 장면이 잊혀지지가 않아요. 제가 본 요리 토크쇼 중 정말 재미나고 몰입도 최강의 프로였거든요. 말도 요리도 참 맛깔나게 잘하는구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엄청 유명한 사람이었어요 제이미 올리버의 요리를 지금 바로 우리집 주방에서 재현해볼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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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덕 2014-05-05 2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혹의 땅 쿠바]는 이미 리뷰 올린 책이군요.
제이미 올리버는 저도 관심이 가는 책이고요.
잘 읽고 갑니다.,~~

러브캣 2014-05-15 14:48   좋아요 0 | URL
^^ 감사드려요 ㅎㅎ 제이미 올리버 티브이에서 재미나게 봤던 터라 관심가더라구요~

즐거운상상 2014-05-09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인했습니다. 수고많으셨어요 ^^

러브캣 2014-05-15 14:48   좋아요 0 | URL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상상님~
 
낢이 사는 이야기 시즌3 1 - 참이슬처럼 여린 서른한 살의 나 낢이 사는 이야기
서나래 글.그림 / 씨네21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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낢이 사는 이야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이번 이야기는 그녀의 연애소식이 더해져 더욱 충격을 주었던 편이었지요. 사실 저는 이 웹툰을 꼬박꼬박 네이버 웹툰 연재로 모두 읽은 내용이어서 미리 알고 있었는데도 다시 읽어도 재미나네요. 낢의 이야기는 그런 것 같아요. 작가 이름인 나래를 줄여서 낢~이라 말하고, 발음은 남과 비슷하니 다른 사람=남, 이 사는 이야기도 되면서 작가 자신이 사는 이야기도 되는 재미난 제목입니다. 거의 1권서부터 그녀의 이야기를 빠짐없이 읽다보니 이제 제법 팬이 되었다 말할 수 있는데 결혼을 하면서 그녀의 이야기가 중단이 되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는 중이예요. 잘 지내고 있는지 일상툰으로 다시 만나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요.

낢의 신혼생활 이야기라거나 하는 식으로요.

 

사람들은 작가의 삶에 의외로 관심이 무척 많은 것 같아요. 뭐 연예인이 결혼을 하면 아쉬워하는(나와 직접적 상관이 없는데도?) 그런 묘한 심리와 일맥상통하는게 아닐런지.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았음에도 저는 낢양의 결혼이 무척 반가웠어요. 행복하게 사세요 하는 그런 마음. 다만 휴재기간이 길지 않기만을 바라는 마음.

결혼으로 소재가 늘어 더 재미난 이야기를 많이 써주세요 하는 그런 마음이랄까요.

 

그냥 새벽이슬이라 하지 않고 참이슬처럼 여린, 그래요 우리 낢양은 소주처럼 여린 영혼을 지닌 감성적인 작가분이시지요. 훗.

암튼 말 하나하나도 재미나게 고를 줄 아는, 빵 터지는 개그 코드가 아니더라도 그 자체가 참 재미난 우리 주변의 일상 이야기를 만나 볼 수 있습니다.

그녀의 황당한? 연애 첫 시작도 무척 재미났어요.

 

대모님이 된 친구와 함께 이과장이라는 남자사람인 친구 (어릴적 동창이었다하죠. 그땐 친하지 않았다는데)와 들로 산으로 바다로 신나게 놀러다녔다하는 그 장면, 일본 만화 코스프레한듯한 그림도 너무너무 웃겨서 와닿았어요. 암튼 그렇게 놀러다니며 어른이 되어 급격히 친해진 이과장에게 낢양은 자신이 먼저 마흔까지도 곁에 아무도 없으면 우리 결혼하자~ 하며 서로의 안전망, 세이프티 넷이 되어주자 말하지요.여자친구들끼리 우리 몇살 넘어서도 결혼 못하면 우리끼리 독립해서 살자~ 하고 말해본 적은 있어도 남자친구에게 세이프티 넷이 되어주자 말하는건 생각해본적이 없는터라, 낢양의 발상이 독특하게 느껴졌지만, 이 일이 바로 도화선이 되었어요.

그래요. 여자친구들끼리 하는 말은 사실 뭐 별다른 변화가 있을수 없지만 상대가 남자인 경우엔 상황이 급 진전될 수 있는 것이지요.

둘이서 그 일로 옥신각신하며 다투긴 했지만 (난 일찍 결혼할거다. 너보다 빨리 결혼할거다 등등..) 그 말을 꺼낸 이후로 이상하게 이과장이 듬직해보이는 등? 묘한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집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마흔에도 나랑은 싫다는거냐? 하는 결론에 다다라 이과장에게 삐친 낢양, 다음 약속에서 좀 시니컬하게 대하려 했는데? 이과장이 그날 맛집 투어를 하자며 먹을 것으로 그녀를 꼬시는(아, 저도 먹을 것에 잘 넘어가서 너무나 공감했어요. 그래 우선 맛난것부터 먹고 보자) 게 아니겠어요? 하루종일 재미나게 다니고, 이과장의 차에 탔는데 달리는 차안에서 갑자기 철컥~ 하고 문을 다 걸어잠그는 이과장. 진지하게 할말이 있다고 하네요. 허허. 이게 무슨 상황? 갑자기 드라마가 되었어!

"다시 생각해봤는데 너랑 결혼해도 좋을 것 같다고."

엄훠 이런 대반전. 급진전이 있나? 하지만 우리의 쏘쿨 낢양은 그냥 넘어가지 않아요. 속으로 어머어머 하면서 이 아이가 나에게 관심이 생겼나? 이러고 혼자 넘겨짚고 고민하지 않아요. 확실히 짚고 넘어가지요.

니가 하고 싶은 말이 뭐야?

a 그날 그렇게 반응해서 미안해

b 나랑 사귀자.

어이없었을 이과장이었겠지만 확실히 b라고 대답하고 둘 사이는 이제 연인 모드가 된 것이지요.

낢양 어머니도 그 소식을 접하고 갑자기 이과장 어머니를 사돈이라 부르는등 연인에서 갑자기 혼인 모드가 되는 너무나 성급한 일들이 펼쳐지지만 사실 뭐 결론도 그렇게 되는 걸요 그렇게 둘은 결혼해서 행복하게 잘 살았대요~ 하는 이야기로 끝이 나겠지만 아직은 그 전의 여러 연애 이야기라거나 낢양 회사 이야기, 어릴적 이야기 등이 재미나게 펼쳐집니다.

 

낢 이야기 웹툰을 읽을적에 다양한 사람들의 반응이 있었는데 여자친구가 너무 새침하고 뭐 그런 이야기라기보다는 둘이 같이 망가지는 개그툰 느낌이라, 읽는 이들이 "연애하는 이들이 안 부럽긴 처음이다."하는 생생한 덧글들이 달렸던 기억도 납니다. 하기사 남자친구가 여자친구 애칭을 티라노라고 부른다는데 어머 너무 감성 돋아요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어요. 하지만 꾸밈없이 사랑하는 그들의 일상이 그저 행복해보이더라구요. 그래 이것도 풋풋함이다 뭐 이런 생각이랄까요. 공주처럼 예쁜 척 하는 그런 이야기보다 자기 어깨가 벌어졌네 예쁜 구석은 속눈썹 밖에 없네 하는 소탈한 낢양이 훨씬 더 좋아요.

마누라 웃기게 나온 사진 보고 재미나다고 깔깔깔 웃고 잠드는 우리 신랑이랑 다를게 뭐 있겠나 싶었어요. 다만 나는 개그 소재를 만화로 승화할 능력이 없을 뿐이시고.

일상을 만화로 그려낼만큼 아주 다양한 소재도 없을 뿐이시고.

독자로 이렇게 낢양의 만화를 만나는 그 자체가 행복할 따름입니다.

웹툰이 끝나 아쉬워하던 차에 단행본으로 묶여나온 이 이야기들을 다시한번 재미나게 정주행하고, 또 까르르 웃었어요.

그러니 어서 돌아와주시길~ 웹툰 연재와 이후의 단행본도 기다리고 있을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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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의 여신
박윤영 지음 / 다독다독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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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잡지 에디터로 활동하던 사람이 결혼 후 전업주부가 되면서 요리에 전념하기 시작했다. 라면 물조차 못 맞추던 초짜 주부가 결혼 8년차만에 베테랑 요리블로거가 되어, "동글이의 자연 식탁"이라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이 책을 내게 되었다. 확실히 패션 에디터 출신이라 그런지 요리를 담아내는 그릇과 스타일링까지도 보통 솜씨가 아니다.

그러고보니 결혼 8년차라는 말이 낯설지가 않다. 나 역시도 결혼 8년차임에도 그녀처럼 요리의 여신 경지에 이른게 아니라, 여전히 초보 신세를 못 면하고 있다. 그 차이는 무엇일까?

 

신혼 1년차만 해도 웬만한 요리책이며 인터넷에 나오는 요리를 다 시연해볼 정도로 요리에 무척이나 관심이 많았다. 친구 하나는 내가 요리 블로거로 나서는 줄 알았단다. 그때는 네이버가 아니라 메뉴판, 싸이월드 등의 활동을 할때라 네이버에 요리 포스팅할 일은 더더욱 없었다. 초보지만 나름 정성들여 요리하고 맛있게 먹어주는 신랑이 너무나 고맙고 행복했다.

 



그러다 입덧을 핑계로 주방과 서서히 멀어지면서 한번 잃었던 요리에대한 흥미는 쉽사리 예전처럼 불붙질 못하고 있다. 맛있는 요리와 즐거운 식탁, 가족의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임을 잘 알면서도 실천을 게을리하는 주부. 그러기에 한명은 요리의 여신이 되어있고 한명은 그저 그런 평범한 신세를 못 면하고 있는게 아닐런지.

암튼 작은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책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요리들이 무척 다양하고 무엇보다 요즘 들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그릇 세팅 등의 스타일링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이 책에 함께 들어있던  테이블 매트 역시 너무 예뻐서 마음에 쏙 드는 그런 제품이었다. 이런 안목이 평범한 요리라도 더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지. 그래서인지 이 책에는 다양한 그릇이나 소품,그리고 구하기 어려운 식재료 등을 구입할 수 있는 정보 등도 맨 뒤에 소개되어 있다.

 



초보 주부에게 주방은 무척 두려운 곳이 될 수도 있지만 경험상 괜찮은 요리책 한권만 잘 마스터해도 일년을 수월히 보낼 수 있다. 게다가 신혼 기간 이후에도 충분히 도움을 받을 수 있으니 레시피대로 따라 만들어봐서 내 입맛에 잘 맞는 요리를 하게 만드는 요리책 한권의 발견은, 비싸게 끊을 요리학원 수강증 값을 대신할 반가운 정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초보 주부들이 식재료를 고르고 밥을 앉히고 하는 기본 정보에서부터 각종 육수 집에서 직접 만들기 등의 베테랑도 하기 힘들 그런 정보들이 쏠쏠하게 담겨 있었다.

 



요즘 요리책들은 참 감각적으로 재미나게 씌여있기때문에 잠깐 훑어본다고 읽어봐도 마치 에세이 읽듯 재미나게 볼 수 있어 좋다. 이 책도 그런 느낌이었다. 오늘 뭘 해볼까? 하고 재미나게 들여다보다가 고기를 좀 사다가 마파두부를 오랜만에 해봤더니 정말 대성공.

저자 또한 신혼초에 이것저것 실패도 많이 하고 그랬는데 마파두부는 인기가 좋아서 줄곧 하게 되는 메뉴가 되었다 한다. 난 신혼 초에만 해보고 최근에는 두부 두루치기만 하느라 못해봤는데 오랜만에 해본 중국식 마파두부. 신랑의 입맛을 사로잡아서 정말 커다란 한접시에 가득한 마파두부를 신랑 혼자 다 먹을 정도의 인기여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 물론 레시피는 이 책에 나온대로 따라했고 말이다. 우선 달지 않게 만들어서 그게 좋았다. 요즘 요리들이 대부분 달게 만드는게 너무 많아서 싫었는데 말이다.

 

사실 요리책을 찾는 주부들이 생각하는 요리의 스펙트럼은 상당히 넓을 수밖에 없다. 의외로 평범한 요리를 더 선호하기도 하고 말이다. 나의 경우는 그랬다. 가장 즐겨 찾는것이 즐겨 먹는 한식 기본 반찬과 국들, 이 책에도 그런 평범한 메뉴들이 빠짐없이 수록되어 있다. 황태해장국, 맑은 콩나물국, 참치김치볶음, 돼지고기김치찌개, 차돌박이 된장찌개, 맑은 소고기 뭇국, 이런 기본 메뉴에서부터 나조차도 아직 못 담가본 배추김치, 깍두기 등의 베테랑 메뉴, 그리고 간식을 좋아할 젊은 주부들을 위한 국물떡볶이, 매콤한 순대볶음, 떠먹는 피자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읽어보면서 색다르게 와닿았던 것이 진미채 튀김이었다. 마른 오징어를 살짝 물에 불려 튀긴다는 이야긴 들어봤어도 진미채를 튀긴다라니.

이런 대발상의 전환이 다 있나. 한번도 안해본 메뉴여서 꼭 한번 해먹어보고 싶어졌다. 갑작스레 들이닥친 남편 친구들의 술안주를 위해 냉동 치킨을 꺼내 손쉽게 고급요리를 만들어냈다는 유림치킨. 나도 유린기를 좋아해서 엄청 기대가 되었다.

어버이날이 코앞이라 어버이날 카네이션 쿠키도 정말 색다르게 와닿았는데, 인터넷에 얼마전에 떴던 쿠키를 생각하며 정말 이 책에는 핫한 정보들이 많이 들어있다는 생각 뿐이었다. 간단히 쿠키를 구워 그 위에 스텐실로 장식만 잘해도 부모님, 또 아이 선생님들이 감탄할 카네이션 쿠키가 뚝딱 완성되니 이런 아이디어가 얼마나 반가운지.

미처 생각지 못했던 한사람으로써 정말 고개를 끄덕이며 보게된 레시피들이었다.

 

두툼한 한권의 책에 가득한 정보들이 무척이나 반가웠다.

나도 요리의 여신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근처라도 가게 좀 열심히 따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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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틀꿈틀 애벌레 기차 책 읽는 우리 집 10
니시하라 미노리 글.그림,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아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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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수수께끼 내기를 했어요. 우


우리 아들이 제일 좋아하는 그림책은? 하고 물어보니 바로

꿈틀꿈틀 애벌레 기차! 하고 대답을 하더라구요.

겨울 동안 못 다녔던 여행을 봄이 되니 좀 다녀보자 하면서 4월말부터 해서 자주자주 여행을 다니려 하는 중이예요.

바로 어제도 아이와 친정부모님과 함께 시골과 바다를 훑고 오는 1박 2일 여행을 하고 왔네요.

차 안에서 심심할까봐, 또 숙소에서 심심할까봐 몇권의 동화책을 챙겨갔는데 그 중 대박중의 대박이 난 꿈틀꿈틀 애벌레 기차입니다.

 

워낙 차를 좋아하는 아이라 기차도 엄청 좋아해요. 남자아이들뿐 아니라 여자아이들도 기차라면 정말 좋아하지요.

그런데 애벌레 기차라니, 게다가 표지도 너무나 재미있어보이고 색감도 예쁘더라구요. 제목만 들어도 혹했던 책이었는데 제 6회 핀포인트 그림책 경연대회 우수상 수상작이라 하네요. 무슨 수상작 이런것보다도 사실 아이의 반응이 제일 중요한데 우리집에선? 단연 최고의 반응을 이끌어낸 단행본이었답니다.

 



첫장을 넘기면 스케치 형태로 된 지도 같은 것이 나와요. 바로 책 속 애벌레 기차가 다닌 길을 보여주는 것인데, 책을 읽고 나서 다시 지도를 보면 아하! 여기선 어떤 내용이 있었지~ 하고 자연스레 아이와 책을 훑는 활동이 된답니다.

 

칙칙폭폭 꿈틀 칙칙폭폭 꿈틀.

엄마, 왜 기차가 꿈틀거려?

어~ 그건 이 기차가 그냥 기계가 아니라 애벌레이기때문에 꿈틀꿈틀한다는 말이 칙칙폭폭과 같이 쓰인거야~

 




애벌레 기차가 손님들을 태우고 갑니다.

애벌레 기차가 지나갈땐 메뚜기도 기다려야해요.

그런데 메뚜기가 어디 있을까요? 건널목 앞 작은 곤충들을 생각했던 독자들 앞에 어마어마하게 큰 메뚜기 얼굴이 딱 보일때~ 정말 웃음이 빵 터지지 않을 수 없어요.

아이도 못 찾았던 메뚜기. 저도 얼떨결에 찾았답니다. 집에서 책을 읽어준 아이 이모도 메뚜기를 미처 못 찾았었다네요~




 

애벌레 기차는 벽돌 아파트도 지나가고, 토마토 농장에 도착했어요.

풍뎅이 아저씨를 토마토 농장에서 내려주면서 애벌레 기차가 방송하는 내용이 웃음을 저절로 자아냅니다.

"농장앞, 농장앞 역입니다.

토마토를 가득 따면 저에게도 나눠주세요."

아이가 엄마 왜 기차한테 나눠달라는거야? 묻더라구요. 당연히 애벌레 기차가 먹으려고지~

 



화분으로 된 터널을 통과해 양파 등불을 비추는 땅속마을 역에 들어갔어요. 다음 장에는 두더지 지하상가가 나오는데..

이런 하나하나의 세부 장면들이 정말 재미나답니다. 전체적인 동화만 읽어주지 않고 하나하나의 그림에 나온 대사들을 읽어주면 더더욱 재미나요.

전 어릴 적에 이렇게 자잘한 그림들이 가득하고 설명도 가득한 "상상력을 무한대로 이끌어줄수있는" 그런 그림들을 너무나 좋아했어요.

어른이 되어도 마찬가지네요.

두더지 지하상가에 들어가 지렁이 아이스크림, 지렁이 파스타를 즐기는 두더지들, 그 옆에 지나가려다 헉! 하고 놀란 지렁이 친구들.

그리고 집게벌레 이발소에서 머리를 자르는 두더지, 선글라스를 파는 두더지

 

우리 아이는 지렁이 두 마리가 두더지마을에서 헉! 하고 놀란게 너무너무 재미나대요.

이 책 덕분에 지렁이에 대한 관심도 생겨났답니다. 마침 책을 읽으며 여행가던 곳이 제 외가(아이에게는 왕할머니댁)과 우리 부모님의 텃밭 등도 거치는 코스여서

외가에서 본 지렁이를 시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할머니 텃밭에 들러 지렁이까지 직접 땅을 파서 발견하는 재미를 누리고 돌아왔어요.

장난인지 진짜인지 아이는 지렁이가 귀여워서 좋다네요.

엄마는 징그러워 죽겠구나.

만지지 못하게 하고, 지렁이는 우리 농작물에게 아주 이로운 벌레니 땅에서 살게 해주자~ 하고서 관찰만 하고 그대로 두고 왔어요.

정말 어릴적엔 비만 와도 인도에까지 나온 지렁이들을 숱하게 볼 수 있었는데 (제가 굳이 땅을 팔 필요가 없었지요.)

요즘은 정말 지렁이 볼 데가 거의 없었거든요. 아이와 책을 봐도 그 곤충, 동물들을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어버린 세상인데..

아주 오랜만에 이렇게 직접 지렁이의 모습까지 직접 보고 오니 아주 유익한 여행이 되었답니다.

 

자연관찰 책이 아닌데도 꽤 자세히 그려진 그림 덕분에 곤충에 대한 호기심까지 생겨나게 한 그림동화가 바로 이 책이었지요.

땅속마을을 지나 땅위로 나오니 거의 수직으로 올라가는 나무길이 이어졌어요. 우와 이런 상상의 세계 너무너무 좋아요.

사실 엄마는 애벌레 몸에 구멍을 뚫어 기차로 만든다는 설정이 좀 잔인하게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내 이웃 토토로에 나오는 그 고양이 기차도 사실 살아있는 고양이로 기차 모양을 만든거잖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징그럽다 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무한한 상상력이 참 재미나구나 생각해봐도 좋겠단 생각이 들었답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던 장면중 하나가 바로 이 나무 위로 올라가는 장면이랑 집으로 돌아오는 길, 그리고 깜깜한 밤에 잠이 든 애벌레 기차의 모습 등 세장면이 그림자체로는 너무나 멋지게 느껴졌어요. 아이도 내용뿐 아니라 정성스러운 하나하나의 그림이 마음에 드는지 보고보고 또 보고 읽고 읽고 또 읽고를 해주어 엄마까지 뿌듯한 마음이 들게 해주었답니다. 오죽하면, 가장 좋아하는 그림책은? 하고 물어봤을때 바로 이 책을 대답했을까요.

 



어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그림과 내용뿐 아니라 아이들이 좋아할 그런 스릴 넘치는 스토리의 요소까지도 갖추고 있었어요.

무난하게 코스를 잘 가고 있는 듯한 애벌레 기차가 그만, 거대한 거미에게 잡혀버리고 말았거든요. 이 장면에 아이도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는데..

그 다음장면에서 너무너무 시원하게 일이 해결이 되었어요. 우와, 정말 최고였답니다.

얼마나 좋아하던지요.

거대하던 거미가 아래로 멀리 떨어지니 아이가 왜 거미가 아까보다 작아졌어? 하더라구요.

원근감에대한 개념이 아직 자리잡히지 않았구나 싶어서 마침 차를 타고 가던 중이라 창밖에 멀리 보이는 아파트와 나무를 예로 들어 설명해주었어요.

가까이 있는 나무와 아파트는 알다시피 엄청나게 크지만 저렇게 아주 멀리 있으니 네 손가락보다도 작지 않니.

아이가 손가락을 들어 정말 크기를 비교해보게 말입니다.

 

사실 전 아이와 책을 읽으며 아주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아요. 다만 이 책은 정말 그만큼 며칠을 끼고 살며 많은 이야기가 저절로 나눠지게끔 아이도 많이 질문하고 또 필요한 적시적소의 상황들이 되더라구요. 자주 보니 그런 일들이, 실제로 응용하거나 도움이 될 그런 일들이 생기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요.

무사히 할일을 다 마치고 돌아온 애벌레는 공벌레 정비사의 정비를 받으며 즐거운 수다를 풀어놓고 잠자리에 들었지요.

 

애벌레기차가 잠이 든 그곳에는 꽈리 가로등이 있었어요. 오랜만에 보는 꽈리가 무척이나 반가웠는데 아이는 끝까지 엄마 이건 뭐야 이건 뭐야? 하고 물어봐서 강아지풀도 설명해주고 꽈리도 설명해주고 그랬어요. 공벌레도 물론이구요. 그옆에 가끔 우산을 만들어 갖고 놀던 풀도 보였는데 이름을 몰라 설명을 못해주었네요.

 

아이와 어여쁜 그림이 가득한 재미난 이야기의 동화를 너무나 유익하게 읽어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단행본도 전집도 많이 읽히고 있지만 이런 아이의 반응이 저절로 나오고 엄마까지 마음에 드는 책 드문에, 이 책은  정말 마음에 쏙 드는 책이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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