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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 나라 아제르바이잔, 와인의 나라 조지아, 돌의 나라 아르메니아 - 대사부부와 함께 떠나는 코카서스 역사문화산책
홍나미.조윤수 지음 / 대부등 / 2025년 6월
평점 :


얼마전 친정아버지와 아이와 함께 드라이브를 가던 길에 갑자기 아버지께서 "티브이에서 인상깊게 보았던, 풍광이 멋지던 캅서스 산맥(코카서스 산맥)에 가려면 어느 나라에 가야하나?"라고 물어보셨는데 아들이 바로 연이어 "아제르바이잔, 조지아, 아르메니아에 가야 합니다"라는 대답을 해서, 그렇게 바로 답변하는 아이에게도 아버지도 놀라셨지만 나 역시 놀랐다. 아이가 역사를 좋아하기도 하고 여러 나라의 정세 등에도 관심이 많다보니 내가 모르는 부분을 알고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많구나 싶었다.
코카서스 3국은 학창시절에 세계사, 세계지리 등에서 잠깐 배우고 지나쳤던 곳이라 제대로 기억나는 것이 별로 없었는데 아이는 나와 달리 자기 관심사에 닿는 부분이어서 그런지 바로 대답이 튀어나올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버지도 나처럼 여행을 무척 좋아하시지만 해외여행은 내가 모시고 다닌 (거의 나와 겹치는) 곳들이 대부분이신지라(예외로 서유럽과 동유럽은 부모님만 패키지여행으로 다녀오셨다. 다른 나라여행들은 내가 모두 모시고 다녔고) 코카서스 3국은 아직 못 가보셨다.
아버지께서 가보시고 싶은 나라라니 코카서스 3국이 가볼만한 여행지일까? 궁금증이 일었는데 아들 말이 쉽게 여행하기 좋은 곳은 아니라 하였다. 실제 주위에서도 서유럽, 동유럽이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코카서스 3국을 다녀왔다는 분은 거의 못 봤고.
들은지 얼마 안 된 곳들이었는데 마침 코카서스 3국 여행기가 새로 나왔다하니 아, 이건 지금 내가 딱 읽어보고 싶던 책이야. 싶었다.
무엇보다 아버지도 아이도 이 책을 모두 좋아할거라는 믿음도 있었다.
이 책은 일반 관광객이나 여행전문가가 아닌 외교관 부부가 쓴 여행기라서 특별하기도 하였다.
단순 여행 정보나 감상 외에 역사, 문화적 지식도 같이 어우러진 점이 더욱 좋았다.
소련이 와해된 1991년에 마침내 독립한 세 나라이기에 소련이 아닌 세 독립된 나라의 여행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짧거나 드물 수 있겠다 싶었다. 3국의 인구를 다 합쳐도 1600만명이 되지 않는다라는 점도 놀라웠다.
저자 분들 역시 두 분 중 한분은 학술적 목적으로 아제르바이잔 조지아를 방문한 경험이 있긴 했지만 제대로 돌아보질 못했기에 거의 이번 여행이 처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하였다.
어떤 매력이 있을까 싶겠지만 작가 분 표현에 의하면 세 나라 모두 우리나라와 견줘도 뒤지지 않을 오랜 역사와 문화를 가진 곳이면서 세 나라 각각의 특색을 지니고 있었다한다. 볼것이 많고 색다른 음식임에도 입에 잘 맞았고 여행비용이 비교적 저렴한 가운데 사람들이 따뜻하고 친절하다하였다.
지도도 표시가 되어 있었는데 튀르키예와 인접한 지역이라 그런지 튀르키예와 비슷한 면도 있다하였다.
코카서스 3국을 여행할때 아르메니아를 먼저 방문한 후 아제르바이잔에 갈 경우 입국이 까다롭다 하여 통상 아제르바이잔부터 일정을 시작한다 하였다.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두차례 전쟁을 치르면서 서로 국경이 폐쇄되어 있어 두 나라를 가려면 조지아를 통해 가야한다고 한다.
아제르바이잔이 불의 나라라 불리는 까닭은 오래전부터 석유가 채집되었던 곳이기에 신성한 불이 보전되어 있다고 사람들이 믿어왔다한다. 종교적으로도 페르시아에서 시작된 조로아스터교가 불을 숭배하는 신앙이라 고대 아제르바이잔인들도 조로아스터교를 믿으면서 늘 불이 끊이지 않는 이 나라를 자연스럽게 불의 나라라 불리게 되었다라는 것. 저자 분들이 방문한 불의 산이라는 야나르다그에 산 전체가 불타오르는 것을 생각했는데 횃불같은게 몇개 보여서 크게 실망했다 한다. 하지만 그게 횃불이 아니라 땅에서 분출된 가스가 대기중 산소와 결합하여 불을 일으키며 꺼지지않고 타오르는 것이라는 것. 불꽃의 규모는 작을지라도 수천년간 꺼지지않고 타오르고 있다고 하니 과연 불의 나라라 할만하다 싶었다.
코카서스 3국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있었기에 여행하기 어려운 곳이 아닐까 싶었는데 저자분에 의하면 서유럽에 비하면 훨씬 한국에 대해 호의적임을 느낀 세 나라라고 하였다. 와인의 나라 조지아에서는 8천년전에 도기를 이용, 와인을 만든 것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조지아 어머니상은 한손에 와인잔, 한손에 칼을 들고 있었는데 친구에게는 와인을 적에게는 칼을 이라는 의미라고 하였다.
여행을 하며 허탕을 치게 되는 아쉬움도 있지만, 우연히 만난 현지인이나 관광객들로부터 좋은 조언을 얻게 되기도 하였다.
푸리쿨라 중간 승강장에 풍광이 좋은 곳이 있다고 알려준 이란여성 관광객들로 인해 남들은 못 보고 지나친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다비드 교회를 볼 수 있었다한다.
주로 해외를 자유여행으로 다닌다는 부부였는데 코카서스 3국은 교통이 불편한 지역도 있고 가이드 설명이 필요한 부분도 있을것 같아서 자유여행과 현지투어를 섞어서 여행했다고 한다. 나 역시 스페인 가족여행에서 자유여행 속에 현지투어를 도시별로 섞어서 넣었더니 꽤 만족스러운 여행이 되었기에 공감이 갔다. 다만 한국인이 많은 유럽여행에서는 한국어 가이드의 현지투어가 가능하나 코카서스 3국의경우 대부분 영어와 러시아어로만 진행이 되고 어떤 투어는 아예 러시아어로만 진행이 되어서 미리 알아보지 않고 듣게 되면 한 마디도 못 알아듣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하였다.
만약 부모님을 모시고 코카서스 산맥을 보러 코카서스 3국 여행을 한다면?
저자분이 언급한대로 조지아 여행의 이유가 카즈베기 지역의 설산을 배경으로 한 높은 산꼭대기의 그림같은 게르게티 성당을 보러 간다는 것처럼 우리도 게르게티 성당을 보러 카즈베기에 가야하는게 아닌가 싶었다.
저자분도 코카서스 여행 중 이 투어를 가장 기대했다고 한다.
악마의 계곡의 경치도 아름다웠고 구다우리 전망대에서 카즈베기 마을로 가는 길에도 설산이 계속 이어져 쉬지않고 셔터를 누르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한다. 게르게티 교회 밖 카즈베기산은 그리스신화에서 프로메테우스가 묶여있었다고 알려진 바로 그 바위산이라 하였다.
불을 인간에게 준 프로메테우스를 벌하기 위해 제우스가 프로메테우스를 카즈베기산에 강한 쇠사슬로 묶고 매일 독수리가 간을 쪼아먹도록 벌을 내렸다는 바로 그 산이라 하였다. (여행을 가게 된다면 게르게티 성당은 꼭 가봐야겠다 싶었다.)
아르메니아는 기원전 6000년전에 사람들이 거주한 유물이 발견되었는데 아르메니아인들은 자신들의 조상이 성경 속 노아의 현손인 하이크에서 시작된다고 본다고 하였다. 하이크가 바빌론의 벨과의 전쟁에서 그 무리를 무찌르고 나라를 세운 것이 기원전 2292년이고, 아르메니아 탄생과정이나 시점이 우리나라 고조선을 연상하게 한다 하였다. 아르메니아인들은 노아의 후손이라 믿고 있고 기독교를 세계 최초로 공인한 나라라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다한다. 아르메니아에 살고 있는 국민들은 300만명에 이르지만, 해외에 거주하는 교민이 800만명이라고 해서 놀랐다.
아예 디아스포라 부라는 행정기관이 있을 정도로 교민들의 영향력이 크고, 이들이 본국의 가족에게 보내는 송금이 아르메니아 GDP의 상당부분을 차지한다는 것도 놀라웠다.
우리의 고대기록이 삼국시대인 기원전 1세기에 나타난데 비하여 아르메니아의 우라르투 문명은 이보다 무려 800여년전에 형성될 정도로 발전된 문명과 유물 유적을 가진 나라였다한다. 아르메니아라고 하면 잘 모르겠던데 그 유명한 노아의 방주가 관련된 아라라트산이 있는 곳이라 하니, 와, 코카서스 3국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정말 꼭 가보고 싶은 나라가 되었다.
언덕을 활용해 만든 거대한 계단형태의 독특한 건축물인 계단식 폭포라는 의미의 캐스케이드가 예레반의 대표 명소라 하였다.
날씨가 좋으면 여기에서 아라라트 산도 보인다 하는데, 여기서는 못 봤지만 한시간 반 정도 떨어진 호르비랍 언덕에서 아라라트산을 볼 수 있었다한다.
코카서스 3국에 대한 여행정보와 후기는 물론이고, 역사적 문화적 다양한 상식과 배경지식을 같이 배워볼 수 있어 너무나 흥미만점인 여행기였다.
여행기를 무척 좋아하시는 아버지께도 권해드릴 예정인데 아마도 무척이나 흡족해하실 것 같다. 지금의 나처럼 코카서스 여행에 대한 설렘이 더욱 커지시지 않을까 싶다.
우리 아들 대학교 입학하고 나면 같이 여행가고 싶은 나라가 이렇게 또 늘었구나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