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4권 중에서 첫번째 권 <하비스트 캠프의 도망자>는
생명파와 선택파의 타협 끝에
'언와이드' 법이 적용 가능한 13-18세 아동은
부모의 동의 하에 몸을 해체하여 기증할 수 있게 된다.
어린 아동들에게 임신 중절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게 하고
언와인드가 되기 전 철저한 관리 속에 있다가
타인의 필요에 의한 도구처럼 장기를 이식하는 꼴이 어처구니가 없다.
존엄성의 상실은 물론이고 자율성 또한 침해되어
돈이 없고 가난하고 약한 이들에게 냉혹하고 차가운 현실이
너무 비통하고 분노가 끓어오른다.
언와인드의 결정권이 왜 부모에게 있는 건지
절대적 권력이 이들의 손에 맡겨지는 운명이라니
들끓는 화를 잠시 식혀가며 잠시 책을 덮고 다시 읽어내려갔다.
많은 사람이 장기를 기증했다면 언와인드는 절대 생기지 않았을 거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 것을 지키고 싶어 하지.
죽은 뒤에도 말이야. 윤리가 탐욕에 짓밟히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
언와인드는 거대한 산업이 되었고, 사람들은 그런 일이 벌어지도록 방치했다.
p322
인간은 우주라 불리는 전체의 일부로서, 시간과 공간에 제한되어 있다.
인간은 자신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나머지와 분리된 것으로 경험한다.
이는 의식이 만들어 낸 일종의 시각적 망상이다.
이런 망상은 우리를 일종의 감옥에 가두어 놓는다.
우리의 임무는 살아 있는 모든 것과 자연 전체의 아름다움을 포용하기 위해
공감의 범위를 넓힘으로써 이 감옥에서 우리 자신을 해방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p455
코너, 리사, 레브.
이들은 스스로의 삶을 찾아 이 지독한 현실에서 탈출하기로 한다.
안전기지를 향해 가는 여정이 녹록지만은 않다.
예상은 했지만 그 과정 속에서 도움의 손길도 있고
서로가 신뢰하기도 하지만 배신과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사회 제도에 저항하는 아이들의 험난한 여정을 함께 응원하며
깊게 몰입해 읽어 내려갔기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태어나 죽음을 맞이하기까지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없는
아이들의 삶이 얼마나 비참할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이다.
아이들의 생명을 가볍게만 여기는 한심하고 끔찍한 어른들을 보며
지금 우리의 현실과 얼마나 다를까 싶지만
표면적으로 드러나 보이지 않지만 우울하고 암울한 현실 속에서
고통받고 생명을 위협받는 아이들이 존재할 것이란 걸 부인하진 못하겠다.
sf소설이지만, 사회,종교,인간사를 넘나드는 날카로운 비판과
윤리와 존엄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는 철학적인 면도 엿볼 수 있어
꽤나 강한 자극와 울림을 주는 책이었다.
2권 <언홀리>에서 이들의 운명은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된다.
부디, 그곳에서 탈출해 너희들만의 유토피아에 닿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