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맛 - 2017년 18회 이효석문학상 수상작품집
강영숙 외 지음 / 생각정거장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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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어른의 맛보다 자선작 라플린이 더 좋았다.
얼마 전 은퇴이민을 국가적 사업으로 삼자 운운하는 정치인을 보면서 느꼈던 이물감이 떠오른다.
대중의 반응은 대게 해외 고려장 아니냐, 진짜 문제를 외면하는 전형적으로 의식이 얕고 비천한 밑천 드러내는 모습이라고 분노하는 그런 반응들이었던 것 같다.

라플린은 그것을 시각화한 작품. 푸드 데저트가 된 가상의 국가에 노인이건 청년이건 삶을 슬프고 비정하게 마무리 지으려는 사람들의 암울함이 와닿았다.
이런 점에 공감하는 건 출생률 꼴찌, 자살률 일등, 노인 빈곤 일등 같은 지표들이 이미 수치로 현실화 해주고 있기 때문일 텐데, 이 작품은 2017년 코로나 이전의 작품이라는 점도 이런 문제의식이 이미 오래전부터 존재해왔다는 반증.

박민정의 <당신의 나라에서>, 조해진의 <작은 사람들의 노래>도 좋았다.

- 니가 나중에 혼자되면, 우리 여기서 같이 살자.
순간 승신은 당황했다. 표정 관리를 잘하기가 어려운 말이었다. 승신의 남편은 은퇴하면 동남아에 가서 살고 싶다고 한 적이 있었다. 승신은 늙어서 같이 살자는 사람이 많다는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알 수 없었다. 왠지 수동적이고 만만한 사람으로 보는 것 같아 기분은 별로였다. - 어른의 맛 중

2024. jul.

#어른의맛 #강영숙 #이효석문학상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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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당신의 평온을 깼다면
패티 유미 코트렐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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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입양아라는 정체성을 가진 남동생이 스스로 삶을 버린 후 이유를 찾고자 고향집으로 돌아간 헬렌 모런.
초반부부터 약간 조울증이 아닌가 싶게 롤러코스터 타는 감정의 기복이 느껴지고, 어떤 면에서는 사회 부적응자의 면모가 있는 주인공이다. 진심으로 동생의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고 보기 힘든 말과 행동들이 묘한 이질감을 불러온다.

문장이 설익었다는 느낌은 주인공의 심리에 대한 설정인지 좀 모호한데 아닌 것 같다.
동생의 죽음이 관대했다고 해석하는 마무리도 이건 좀... 이라는 생각.

주인공의 처지와 희미하게 분위기로만 짐작되는 어린 시절 정서적 학대 등에도 불구하고 그의 감정선을 따라가기 수월치 않은 이야기였다.

- 인간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는 아주 이상하고 심각한 상황이기 마련이므로 어떤 연유였는지 반드시 알아봐야 한다. 엄격하고 적절한 형이상학적 조사가 이뤄져야만 한다. 어쩌면 내 동생의 죽음을 조사함으로써ㅓ 내 삶에 다시 활기가 생길 수도 있고, 최종적으로 알아낸 사실들을 양부모에게 알리면 그들의 삶도 안정되고 강해질지 모른다. 나는 내 생각이 합리적이고 의미 있다고 느꼈다. 나는 더 살기를 바라지 않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태도라고 혼잣말을 했다. 삶이란 성장하려는 본능, 생존하려는 본능, 힘을 축적하려는 본능이다. 생의 철학자 니체가 그렇게 말하지 않았던가! - 13

- 우리는 동양인이라는 사실이 몹시 실망스러웠고, 둘 다 원한 적도 없는 이 나라로 보내진 것이 너무나 못마땅했으며, 둘 다 동양인 신분이 아니어서 동양인 칸에 체크한 적이 없다. 누가 국적을 물으면, 우리는 대개 '입양아'라고 대답했다. - 91

2024. jul.

#내가당신의평온을깼다면 #패티유미코트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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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8 - 2부 4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나남출판) 8
박경리 지음 / 나남출판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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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선의 죽음이 왜 그렇게나 슬펐을까. 이전에 읽었을 땐 이 정도로 슬프진 않았는데...
그 세월의 사이에 나도 가족의 상실을 경험하게 되어 그런걸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고향으로 향하는 서희.
길상과의 관계는 파탄의 지경이지만, 앞으로 격변에 격변을 거듭할 그들의 삶이 어찌 될지는 알 수 없겠지.

8권까지가 이전에 읽었던 토지의 전부이고, 앞으로 9권부터는 정말이지 모르는 내용이라 기대가 된다.

- 공 노인은 두메며 길상이며 원선이 봉순이 모두 기찬 얘기책 속의 인물들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하나하나의 인생이 모두 다 기차다. ' 뜻대로 안 되는 것을 뜻대로 살아볼려니까 피투성이가 되는게야. 인간의 인연같이 무서운 거이 어디 있나.' - 58

2024. jun.

#토지 #2부4권 #박경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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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이늠 Houyhnhnm : 검은 인화지에 남긴 흰 그림자
강화길 외 지음 / 대한출판문화협회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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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판매 수익금 전액이 서울국제도서전의 활성화를 위해 쓰인다고 하니
도서전에 직접 가지는 못하더라도 조금 보탬이 되고 싶어 읽어 본다.


- "이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존재가 그러한 악행을 일삼을 수 있다면, 이성이라는 기능의 타락이 야만성 그 자체보다 더 나쁠 수도 있지 않을까?" 걸리버는 후이늠국을 여행하면서 이렇게 말합니다. 전쟁, 기아, 난민, 재난, 양극화, 차별, 기후 위기 등으로 얼룩져가는 우리는 지금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요. 과전 전망을 가능한 것인지, 최소한의 유토피아는 아니더라도 최악의 파국을 피할 수는 있을지... - 서문

- 글자들을 가져다 교두보를 만들어.
교두보를 건너 미친년이 사막으로 가는 거야.
미치지 않고선 목격할 수 없는 것을 살아내는 거야. - 하늘사막 바다사막 오우무아무아. 김혜순

2024. jul.

#후이늠 #강화길 #구병보 #김혜순 #박형준 #안희연 #이승우 #임솔아 #장강명 #정호승 #진은영 #천운영 #편혜영 #남서연 #조윤서 #하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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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9
제임스 M. 케인 지음, 이만식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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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는 이미 유명한 책인데 이제야 읽어본다.

보험사기 사건을 모티브로 시작되는 이야기.

어느 등장인물에 이입을 해서 읽어야 하나 조금 애매한데,
도무지 애정을 느낄 수 없는 개기름이 줄줄 흐르는 남편에게서 벗어나려는 코라가 그나마....
그리스인 남편이 애정표현으로 부르는 호칭 작고 하얀 새라는 말에 질색을 하는 코라는 오히려 자신을 지독한 고양이라고 부르는 떠돌이 프랭크와 의기투합 남편 살해를 위한 계획을 짜기 시작하고... ㅋ

어쨌거나 읽었는데... 고양이가 죽어... 그 지점이 이미 감점감점임..ㅋ

- 지금 간이 식당에 대해 얘기하는 게 아니야. 길에 대해 얘기하는 거라고. 재미있어, 코라. 게다가 나보다 더 길을 잘 아는 사람은 없을걸. 난 길에서 벌어지는 온갖 일들에 대해 훤해. 게다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아. 그게 우리가 원하는 게 아닌가? 그저 한 쌍의 방랑자가 되는 것. 우린 정말 방랑자잖아. - 26

- 게인은 친구 작가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때문에 그런 얘기에 대해 내가 갖고 있던 생각을 굳혔어. 도덕적으로는 충분히 끔찍하지만 살인이 사랑 얘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멍청한 남녀가 있고, 그런데 일단 저지른 다음 정신 차리고 보면 어떤 두 사람도 그렇게 끔찍한 비밀을 공유하고는 같은 지구에서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는 얘기야. 그들은 저드와 루스가 그랬던 것처럼 서로 맞서게 되지." - 작품 해설 중

2024. jul.

#포스트맨은벨을두번울린다 #제임스M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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