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힐링 컬러링북 : 음식에 물들다 (스프링) - 마음에 색을 입히는 명상의 시간 시니어 힐링 컬러링북
김현경 그림, 베이직콘텐츠랩 기획 / 베이직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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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시니어 힐링 컬러링북 시리즈를 리뷰하며, 만다라에 물들다, 추억에 물들다, 길운이 깃들다 등 세 권을 읽었습니다. 어려웠던 시절 국가 경제 건설에 참여하며, 자녀들도 훌륭히 키워 내신 시니어들께는 당연히 사회적 차원에서 경의를 표해야 마땅합니다. 그분들이 노년을 보내며 이렇게 큼직하고 아름다운 책의 빈 면에 채색을 하고, 당신들의 의미 깊었던 삶을 반추하는 모습이란, 생각만 해도 흐뭇합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머님들께서 즐겨 만드시는 요리 중 하나가 잡채입니다. 잡채는 사실 당면이 메인인데도 이름이 雜菜라고 붙어서 외국인들 입장에서는 오해하기 좋습니다. 책을 보면, 소반 위에 당면, 미역국, 불그스레한 콩밥, 썰어 놓은 통김치가 놓여서 보기만 해도 군침이 꿀꺽 넘어가네요. 와, 맛있겠습니다. 그런데 색깔의 그라데이션이 좀 다채로워서 이걸 원본대로 완성하는 데에는 좀 정성이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은 스쳐갑니다.

요즘 병사이다를 어디에서 팔까요? 시골의 슈퍼나 모텔이나 가야 구경할 수 있을 듯한데 과거에는 페트병이 없었으므로 유리병에 탄산음료를 넣어 유통, 판매했습니다. 책을 보면 <김밥과 사이다>라는 작품이 있어 정겨운 색감으로 독자를 맞이하는데, 도시락 뚜껑도 참 예스럽고 소박합니다. 5×3 규격의 김밥 배열을 보니 저도 어머니가 싸 주던 도시락이 생각나고, 아버지와 함께 맛있게 먹던 추억이 새롭습니다.

짜장면은 예전부터 있던 음식이고 탕수육은 그에 비하면 대중화가 약간 늦었습니다. 탕수육은 현재 파는 게 소스맛이 크게 변한 것이고, 저는 예전 어렸을 때부터 먹던 그 맛이 그리운데 요즘은 어디에서도 그런 맛을 못 냅니다. 책에 나온 비주얼, 얇게 썬 양파와 오이, 레몬, 당근 등이 곁들여진 모습을 보니 진짜 예전 탕수육이다 싶습니다. 완두콩이 토핑으로 송송 놓인 게 짜장면도 참 예전식입니다.

빈대떡과 동동주라는 작품도 있습니다. 저는 사실 막걸리를 좋아하지 않고 그 특유의 냄새만 맡아도 머리가 어지러운데, 그림을 보니 아예 작은 동이에 재어 놓고 표주박으로 떠먹게 해 놓았습니다. 이런 비주얼은 대체 어느 시대일까요? 전설의 고향에서나 볼 법한... 오른쪽 상단에서는 맷돌로 갈아 빈대떡 반죽을 만드는 듯한데 어떻게 저렇게 액체처럼 줄줄 흘러내리는지 직접 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풋고추, 푸른고추 조각이 박힌 빈대떡이 먹음직스럽습니다. 빈대떡은 (기름기를 받아내려는 의도겠지만) 저렇게 꼭 소쿠리에 담아 먹어야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잔치국수보다 막국수를 좋아하는 편인데 책에는 담백하게 오이, 당근, 계란말이 등의 고명이 얹힌 잔치국수를 그린 작품이 나옵니다. 면에 비해 국물이 엄청 많아 보이는데 위에는 싱싱한 김장김치, 양념장 등이 놓여 입맛을 돋웁니다. 바로 다음 페이지에는 아니나다를까 김장김치가 나옵니다. 김장하고 나서 삼개월 정도 지나면 설날인데 다음 페이지에는 설날 떡국이 나오고 이 역시 맛있어 보입니다. 전 요리와 동치미 종지가 풍미를 더하는 듯합니다.

양은도시락이라는 건 전 한번도 못봤는데 예전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에서나 봤을까... 시대를 반영하는 듯 완전 꽁보리밥에 계란 후라이에 콩자반, 분홍 소세지 등 뭔가 가난한 느낌이 듭니다. 그런데 지금은 웰빙을 추구한다며 오히려 보리 등 잡곡을 섞어먹는 게 트렌드이니 참 세상 일은 알 수 없습니다. 예전 분들은 저렇게 정제백미를 덜 섭취하고 양도 저렇게 적으니 성인병 걸릴 일이 없죠.

시니어분들의 추억과 감흥을 불러일으킬 만한 멋진 작품이 많아서, 구태여 채색을 손수 하지 않고 구경만 해도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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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관저의 담장 너머 - 30년 외교관 부인의 7개국 오디세이
홍나미 지음 / 렛츠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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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는 외교관 부인으로서, 작곡가이자 파티 플래너로서 30년 넘는 생활 동안 느낀 애환을 이 책 안에 담았다고 스스로 밝힙니다. 저는 예전에 KBS 제1라디오를 심야에 듣다가, 월남전의 영웅 채명신 장군이 출연하여 군 전역 후 세계 각국을 돌며 외교관 생활을 하던 이야기를 풀어 놓던 방송을 접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방송을 진행하던 여성 아나운서는 "파티는요? 파티는요?"를 연발해서, 외교관 하면 날마다 이어지는 화려한 파티를 대뜸 떠올리는 게 선입견이구나 같은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외교관이라고 하면 그 어렵다는 외시를 패스하여, (예전에는) 특권층에게만 허용되었던 해외 여행(?)도 자유롭게 다니는 화려한 인생을 떠올리기 쉽지만, 이 책에 잘 나오듯 외교관 (가족)으로서만 겪는 애환이라는 게 있나 봅니다. 심지어 저자는 떠돌이라는 표현까지 쓰시는데, 직업군인, 외교관은 근무지를 자주 옮겨야 한다는 직업적 고충이 분명 있습니다.

우리 나라 사람들은 확실히 교육 수준이 높아서, 베토벤 하면 누구라도 독일 작곡가를 떠올릴 텐데, p26을 보면 "(기질이) 드센 아랍의 여중생들"은 대뜸 한다는 소리가 "강아지가 어떻게 작곡을 해요?"였다고 합니다. 1990년대 유니버설에서 만든 가족물 중 베토벤 시리즈가 있었는데, 그걸 보고 하는 소리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영화를 봤으면 베토벤이 원래 유명한 고전 음악가임을 모를 리 없는데 그 여학생들은 좀 이상하긴 합니다. p183에도 베토벤이 한 분 나오는데 이분은 진짜 베토벤(?)입니다.

세상이 많이 바뀌어서 한국의 서울이 거꾸로 세계의 유행을 앞서 나갑니다. 재미있는 건, 선배 대사 부인들이 저자에게 충고하길, 여기서 유행인 건 서울에 사갖고 들어가지 마라, 벌써 한물 갔을 가능성이 높다(p76)라는 대목이었습니다. 한국이 확실히 잘사는 나라이기는 한가 봅니다. 브루나이도 산유국이라서 부국인데, 그 대사 부인이 아랍 여러 나라들처럼 지나치게 사치하지는 않더라는 말씀에도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김치가 참 세계화한 음식이긴 한지, 앙카라 주재 태국 대사 부인은 저자가 토산 기념품을 선물로 주자 김치가 아니라며 살짝 실망하는 기색도 비쳤다고 합니다. 우리 생각 같아서는 누구한테 김치를 선물로 주면 욕먹을 것 같아서 엄두가 안 나는데 말입니다.

터키(현 튀르키예)는 다민족 국가라서 소수 민족 분리독립 운동이 예전부터 거세게 일었습니다. 또 그것과는 별개로, 2010년대 중후반 이후에는 ISIS라는 테러 단체가 세계적으로 문제를 일으켰었는데, 저자도 그때 터키에 머무신 터라 책에는 테러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p119에는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미국 미스터리 소설이 배달된 걸 보고 남편분의 취향이 전혀 이쪽이 아니라는 걸 알았던 저자는 "이건 반드시 테러 시도다!"라고 확신했다는 것입니다. 알고보니 호주 대사가 고고학 관련 서적을 남편분께 선물한 것이었는데, 특별한 호의가 깃든 선물이니 페덱스로 배송되었겠고 말입니다. 제 생각에 테러리스트라고 해도 페덱스로 폭탄(혹은 탄저 가루라든가)을 보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쿠웨이트는 석유가 그 좁은 지역에 엄청 많이 나고 바다에까지 면해 있어 정말로 축복받은 땅입니다. 그런데 한국만큼 밤에 여성이 안심하고 여기저기를 돌아다닐 수 있는 나라도 (상대적으로) 드뭅니다. 여기서 저자는 자신이 겪은 일을 들려 주는데(p177), 참으로 잘하신 일 같습니다. 절대 차는 함부로 타는 게 아니니 말입니다.

솔직하고 유쾌하게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 주셔서 외교관 가족의 고충도 보람도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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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오닐의 공매도 투자 기법 (리커버판) - 최적의 매도 타이밍에 관한 모든 것
윌리엄 J. 오닐.길 모랄레스 지음, 조윤정 옮김 / 이레미디어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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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전문가, 애널리스트라 해도 종목과 시장의 장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습니다. 대신, 그렇게 해 보려는 많은 투자자들에게 유익한 도구를 제공하여 큰 돈을 버는 사람들은 있습니다. 마이클 블룸버그도 월가에서 일하다가 독립하여, 투자자들에게 유익한 뉴스나 정보를 공급하는 서비스로 자신만의 제국을 만들었으며, 이 책 저자 윌리엄 오닐 같은 이는 많은 투자자들에게 공감을 받은 책들을 써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습니다. 책이 쓰인 지는 제법 되었지만, 또 그새 ETF 등 더욱 세련된 파생상품들이 출현하기도 했지만, 공매도에 관한 한 이 책보다 더 쉽게 설명되고 온갖 기법이 망라적으로 정리된 책도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레미디어의 노하우와 정성 들인 편집 덕에, 영어 원서에서 jargon이 많이 들어간 편인 오닐의 책이 우리 한국인들에게 더 읽기 쉬운 모습으로 이렇게 다시 선보인 것 같습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야구에서도 방망이에 정타로 맞히기만 한다고 끝이 아니라 이른바 팔로스루(follow-through)가 중요하다고 합니다(골프도 그렇다고 하죠). p44를 보면 한 번의 반등이 나타났다가, (잠시의 소강 후) 반등 4일차에 강력한 팔로스루 데이가 나타난 사례가 나옵니다. 책에 나온 지금 이 차트는 S&P 500 지수라서 사실 저는 모든 개별종목에 일반화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만 저자는 공매도 세력의 어떤 심리가 작용하여 다음 패턴이 전개되는지 설명하고자 하는 의도이겠습니다. 또, 개별 종목을 지금 이 이론에서 예거(例擧)하면 괜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사려깊음(?)도 제 눈에는 보이는 듯했습니다. 여튼 여기서 저자가 팔로스루 데이의 개념을 잡고 이 이론을 길게 설명하는 건, 반등세가 보인다고 성급하게 치고들어갈 게 아니라 운수불길한 분산일의 조짐이 뒤따르지는 않는지 신중하게 살피라는 의도입니다.

반대로, (이 책 본연의 주제인) 공매도 전략의 관점에서, 펀더멘탈이 그리 튼튼하지 못한 종목이 이렇게 실패한 팔루스루 데이를 맞이했을 때, 세력은 그때를 공매도 적기로 본다는 점을 저자는 짚습니다. 생각보다 공매도는 위험천만한 전략입니다. 이론상으로 이익의 상한선은 빤한 반면, 손실은 무한대라고도 하는데, 꼭 그런 극단적인 상황을 전제로 하지 않더라도, 디데이의 가격이 예상보다 훨씬 높은 레인지에서 형성될 때 선수들이 얼마나 x줄이 탈지 상상을 해 보십시오. 그래서 공매도를 쳐도 어지간히 만만한 종목을 놓고 확신이 있을 때라야 그들도 전략을 비로소 실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심리를 개인도 잘 꿰뚫어야, 괜한 날벼락에 대해 훌륭히 회피기동하거나, 반대로 안심하고 진입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떤 기업이 신기술을 개발했다고 선언하며 시장도 이에 호응하여 주가가 상승할 때, 사실 아주 긴 시간을 놓고 되돌아보면 하찮은 파동일 수 있어도 당시에는 마치 태퐁처럼 모든 걸 집어삼키는 위력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p111에서 소개되는 씨큐브마이크로시스템즈(C-CUBE MICROSYSTEMS)는 반도체 집적회로 제조사였는데, 책에 나오는 대로 mpeg(확장자로 한때 널리 알려진) 동영상 포맷을 만들어 1995년 494% 상승이라는 기록을 만들었습니다. 사실 나중에 보면 이게 다 닷컴버블을 만드는 작은 움직임들 중 하나였던 셈인데... 이 책 저술 시점에서도 동사는 이미 M&A를 통해 사라졌으므로 부담 없이 사례로 등장할 수 있는 거죠.

아무튼 여기서 저자는 "천정에서 최초로 하락한 후에는, 반등 시점이라는 게 반드시 있다"는 중요한 포인트를 짚습니다. "공매도 거래자들은 언제가 마지막 반등일지 확인하고, 하락 거래량이 큰 폭으로 증가하는 정확한 시점에서 행동에 나서야 한다." 만약 반대 입장이라면, 공매도 세력이나 기관은 대개 (오닐의 가르침대로 합리적 판단을 하겠다는 가정 하에) 이런 종목의 이런 상황이라면 들어온다는 걸 개인도 눈치채고 잽싸게 회피기동해야 할 듯합니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에는 물론 현재까지 팔팔하게 잘 영업중인 회사도 많습니다(상당수는 차트 제시로 대신하지만). 뱅크오브아메리카, 코카콜라... 그리고 어드벤스드마이크로디바이스, 우리가 AMD로 잘 아는 바로 그곳도 나옵니다. AMD는 사실 인텔이 지금처럼 시체가 된 구간 말고, 과거 최전성기를 누릴 때에도 그 턱밑에서 대안으로 거인을 위협하던 패기 넘치는 플레이어였습니다. p146에서 저자는 1981년(저는 이 회사가 이렇게나 오래된 줄까지는 몰랐네요)의 차트를 소개하며, 일단 거래량이 많은 가운데 주가가 하락하고, (이 책에서 누누이 강조하는 대로 여기서 경솔히 움직일 게 아니라) 6개월 후 주가가 50일선 아래로 떨어진 바로 그때를 공매도 공략 적기로 지적합니다. 파트3의 대부분 차트는 주봉으로 표시됩니다.

p69에 나오는 블랙크로스에 대한 설명, 즉 50일선이 200일선 아래로 내려간 때가 최적의 공매도 시점이이라는 설명은 두고두고 읽어도 울림이 깊네요. 절대적 고점 후 대개 5~7개월이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이 심리를 역으로 읽으면 개인투자자에게도 하나의 무기가 생길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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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이들에게
박상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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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률 시인의 산문집입니다. 책 곳곳에 시인의 따스한 시선, 세계관, 독특한 위트가 드러나서 역시 박상률 시인이다 싶었습니다.

(*북뉴스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15를 보면 마크 트웨인과 현진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 대목을 읽고 새삼 확인이 된 게, 두 문학가의 시대가 생각보다는 차이가 많이 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모든 정치인은 개x식이다."라는 그의 논평에 대해 말이 지나치다는 압박이 들어오자 이를 고치겠다며 "어떤 정치인은 그렇지 않다"고 했다는 일화가 소개됩니다. 사실 마크 트웨인이 정말로 이 말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도 제기되지만, 마크 트웨인이 이런 성향의 캐릭터였다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다시피합니다. 형식논리상으로는 전칭명제의 부정은 저런 특칭부정이겠습니다만, 실질적으로는 아무 뜻의 차이가 없다는 게 킬포인트이겠습니다.

김수영의 詩 <풀>이 p36에 소게됩니다. 새삼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언제나 착취당하고 버려지지만 민중 만큼 끈끈한 생명력을 지닌 존재도 따로 없다는 메시지가 강렬하면서도 잔잔히 전달됩니다. 한 달 전쯤에 부인 김현경씨가 타계했는데 두 분 나이 차가 6년밖에 나지 않는데도 이렇게 된 것은 워낙 김수영 시인이 요절한 것도 있고 김여사가 특별히 장수하신 까닭도 있습니다. 아무튼 여기서 박 시인이 하고자 하는 말은 "민초(民草)는 힘이 세다!"입니다.

p59에 보면 원로소설가 이문구 선생, 송기숙 선생, 문학평론가 임헌영 선생 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문구 선생은 문이당출판사에서 나온 <매월당 김시습>이라는 장편소설이 또 유명합니다. 송기숙 선생은 한겨레신문 초창기에 1면 기명칼럼을 정기적으로 기고하기도 했었죠. 엄혹한 시절 바른 말을 하다 고초를 겪기도 하셨는데 그에 비하면 요즘은 너무 "패션으로" 진보 발언을 일삼는 셀럽들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진정성 없이 화제만 끌어 보려고 과거도 날조해 가며 보여주기식 언동을 값싸게 남발하는 이들 때문에 진보 진영 전체가 욕을 먹거나 건강성을 상실하기도 합니다.  

수필가 이정애 선생의 여전한, 또 순수한 "소녀적 감성(p93)"에 대해 저자는 높이 평가합니다. 그녀가 세상에 대해 표현하는 여러 언어들은 그저 단편적인 감상이 아니라 진지한 공감이어서 가치가 높다고 말합니다. 기혼 여성에게 시가쪽 사람들은 언제나 불편과 의무감 사이의 어느 한 지점에 놓인 존재들입니다. 마냥 정겹다고 하면 위선 같고, 그 반대면 패륜 소리를 듣기 쉽습니다. 혈연 아닌 인척 사이에도 할 도리는 해야 하기 때문에 의무라는 게 반드시 부과되며 사위와 처가 사이도 다를 바 없습니다. 장인장모한테 막하는 사위도 패륜인 건 마찬가지입니다. 이정애 씨의 손자는 그 며느리를 (당연히) 엄마라고 부를 텐데, 이런 관계의 반전에서 겪는 정서의 교란 같은 게 선생의 작품에는재미있게, 그리고 솔직하게 표현된 것 같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공간이 설령 농촌이라고 해도 "서리"는 엄연히 범죄입니다. 그런데도 어떤 이들은 낭만으로 당시를 회상하고, "피해자" 측에서도 딱히 문제 삼지 않았다고 전합니다. 공동체에서 이를 어느 정도 용인한 건 그럴 만한 실용적 이유가 있어서인데, 젊은 수필가 박병률은 이를 많은 작품 속에서 따스하게 구현합니다. 박상률은 그의 작품 세계를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에도 비견합니다. "당숙네 도망가는 깨벗은 닭"의 이미지만 떠올려도 훈훈한 이웃의 정(情)이 느껴집니다.

p155에는 "시(詩)는 시시해서 시다."라는 재미있는 말이 있습니다. 물론 일종의 반어, 역설이며, 파블로 네루다나 서정홍은 시(詩)를 그들이 값있게 생을 살아가는 의의, 지향점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우리 독자들이 책을 읽고 문학을 탐독하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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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 FIRST KOREAN 1 - Beginner Level MY FIRST KOREAN 1
김대희 외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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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는 외국인 입장에서 무척 배우기 어려운 언어입니다. 따라서 교습 커리큘럼이나 교재가 무척 섬세하게 구성되어야만 하겠는데요. 이 책을 보면 첫째 "주제별 상세한 문법 설명과 다양한 활동 제공", 둘째 "한국어, 영어 2개 국어 대본 수록", 셋째 "영, 일, 중, 베 4개 국어 단어 자료집 제공"이라고 특징이 소개됩니다. 저는 무엇보다, 외국어 교재는 상황이 다양하게 세팅되고 그에 따른 생생한 표현들이 내용으로 제시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한국어도 요즘은 새로운 표현들이 고안되고, 기발한 신조어들도 새롭게 생산되는 편입니다. 한국말을 배우려는 외국인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면 외국인들의 입장에 서서, 내가 그들이라면 이런 말을 일상에서 직장에서 쓰고 싶겠다는 공감과 이해가 선행되어애 하겠는데, 이 교재는 그런 흔적이 잘 배어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교재를 공부하고 나서, 솔직하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45에 보면 가상인물 비비안과 민호 사이의 대화가 나옵니다. 토론토에 한국 마트가 있냐는 질문이 나오는데, 이 교재는 실제로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에서 교재로 채택되기도 했습니다. 또 토론토는 MLB 구단 블루제이스의 홈베이스인데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선발투수로 활약도 했었지요. "새로운 단어와 표현" 코너에 보면 "살다"라는 동사에 ㉣라는 표시가 있는데, 이는 외국인이 배우기에 상당히 어려운 부분인 ㄹ 탈락 현상을 가리킵니다. "너는 어디에 사니?" "이 시계는 백화점에서 산 물건이야." 같은 예문을 보면 "살다"의 어간(語幹)인 "살"에서 ㄹ이 탈락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현상은 한국어에서는 규칙이며, ㄹ 불규칙 등으로 파악하지는 않습니다(외국인에게는 규칙이건 불규칙이건 어려운 건 매한가지이겠습니다만).

p60을 보면 "~고 싶다"는 표현에 대해 영어로 설명이 나옵니다. 아무래도 영어가 세계 공용어이기 때문에 이 교재도 영어를 통해 기본 설명이 진행됩니다. 제가 잠깐 해석을 해 보면, "~고 싶다"라는 종결 어구는 동사의 어간(stem)에 붙어서, 평서문에서 화자의 욕망을 표현하거나, 의문문에서 듣는 이(상대방)의 욕구를 표현한다...라고 학습자들에게 설명하네요. 예를 들어 "뭐 먹고 싶어요?'라는 문장에서는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 말을 듣는 사람의 욕구, 희망이 무엇인지를 뜻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들도 영어, 스페인어, 일본어 교재를 볼 때 가끔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한 설명이 가끔 나와서 지루함을 풀어 주듯이, 이 교재도 간간이 한국 문화의 이런저런 면모를 일러 주는 페이지가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p71 같은 곳을 보면, 한국의 식사 예절에 대한 설명이 나옵니다. "어른이 마실 것을 나이 어린 사람에게 내어줄 때에는 두 손으로 공손히(=to show respect) 받아야 합니다"라는 문장이 영어로 나옵니다. "식사가 끝나도, 어른이 먼저 자리를 뜰 때까지 기다리는 게 예의에 맞다"라는 문장도 있네요. 또 "식탁에서는 그 자리의 최연장자가 수저, 젓가락을 들고 나서야 나머지 사람들이 비로소 식사를 시작한다"고도 합니다. 외국인이 봐도 흐뭇한 미풍양속이 맞습니다.

p90을 보면 과거 시제에 대한 설명이 있습니다. past tense라고 해서, 한국어 과거형의 표현을 분명하게 "시제"라는 틀에서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피곤하다의 과거형은 피곤했어요, 현재형은 피곤해요 등으로 그 활용형을 바꿉니다. 이게 보어와 결합할 때는 "이다"라는 서술격 조사를 쓰는데, 예를 들어 사전의 기본형은 "친구이다"인 것을, 친구예요, 친구였어요 등으로 시제에 따라 변화시킵니다. 바로 다음 페이지에서는 연습 문제를 통해 동사 활용 연습을 시킵니다. 저스틴이 지금 어디에 있어요? 한인 타운에 (있어요/있었어요) 라는 문제에서, 학습자가 골라야 할 바른 선지는 "있어요"입니다. "있어요?"라고 물었으니 그 답도 "있어요"라고 더 간단히 이해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는 피아노를 칠 수 있어요"라는 문장은 영어로는 can이란 조동사를 써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에도 "있다"라는 동사를 쓴다는 게 외국인 입장에서는 좀 이상할 수도 있겠습니다. "민우는 영미한테 커피를 사 주었어요"라는 문장에서, "주다"라는 동사는 (앞에서 배운 것과는 달리) give라는 뜻이 아니라 "누군가를 위해 무엇을 (호의에서) 행위하다"를 표현하는 조동사(auxiliary verb)라고 설명합니다.

컬러풀한 편집에 다양한 용례가 나오면서도 정확한 문법 설명이 믿음직한 교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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