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언어 - 30년간 수많은 미국인의 삶을 바꾼 행복언어학 강의
차머스 브러더스 지음, 박상문 옮김 / 세이코리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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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과연 무엇을 통해 이뤄질까요? 물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중요하고,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를 차지하여 느끼는 성취감도 가치가 큽니다. 그러나 이 책은 많은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큰 반향을 얻은, 내 주변과 내 가족을 상대로 어떤 바람직한 언어, 다정한 언사로 소통하느냐에 따라 나의 행복이 그리 어렵지 달성될 수 있다는 놀라운 주장을 담습니다. 미국은 헌법 자체에 "행복 추구(pursuit of happiness)"의 권리가 규정된 나라이며 한국 헌법도 몇 차례의 개정 끝에 이를 따라했습니다. 결국 돈을 벌고 출세를 이루려는 것도 다 사람이 행복하자고 벌이는 일인데, 이웃과 가족, 그리고 나 자신에게 적용하는 언어가 바뀜으로써 행복감의 충족이 가능하다면 독자로서 귀를 기울이고 싶어지는 게 당연합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미국 헌법 질서를 구성하는 주요 문서 중 하나에는 독립선언서(p48)가 있습니다. 물론 미국은 성문 헌법 주의이므로 헌법 그 자체가 결정적인 법원(法源. Rechtsqwellen)이지만, 독립선언서 역시 일반적인 미국인들에게 매우 존숭되며, 중요한 해석 원칙 중 하나로 꼽힙니다. 아무튼 여기서 저자 차머스 브러더스 대표가 독립선언서를 언급한 이유는, 이 "선언"이 이뤄지고 나서 미국 주요 인사들의 행동이라든가, 영국 본국 정부의 조치, 군사 작전 등의 "의미"가 전혀 다른 의미를 갖게 되었고, 나아가 역사 자체가 다른 방향을 틀게 되었음을 설명하기 위함입니다. 말이란, 혹은 자신이나 타인에 대해 무엇을 선언하고 분명히 밝히는 단계를 거치고 나면, 나의 행동이나 주변의 상황이 전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는 뜻입니다. p262 이하에도 이 "선언"의 중요성에 대해 자세한 논의가 나옵니다. 

p102를 보면 감정이라는 요소가 학습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는지 설명됩니다. "분노와 원망이라는 감정 영역은 학습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는다." 반대로, 언어 체계가 전혀 다른 문화권의 젋은이들이 그저 한국의 대중음악과 컨텐츠가 좋아서 그 어려운 한국어를 저렇게 열심히 배우려 들고 성과도 좋은 걸 보면 감정이란 요소가 학습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동하는지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 p103에서는 학습자가 코치와 유대관계를 맺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가 "신뢰"라는 점도 가르칩니다. 학습은 우리가 외부로부터 행복을 취득하는 데 다리 역할을 하며, 학습에 있어 언어가 어느 정도 중요한 기능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번거로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믿는 것의 결과다.(p150)" 나의 행동, 나의 경험, 나의 행복감 등은 내가 무엇을 믿고 그에 따라 살아왔는지가 결정합니다.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생각만으로 마음과 생각을 채우는 사람은 정말로 그렇게 믿는 대로 외모와 생각이 바뀝니다. p151에는 부처, 스튜어트 헬러, 클로드 브리스틀 등의 명언이 나오는데 모두 신념과 행동, 그리고 그 사람의 인생 사이에 어떤 관계가 생기는지를 명철하게 선언합니다.

영화배우 캐서린 헵번은 "결국 바뀔 것은 내 자신뿐이었다"라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p180 이하에서 저자는 독자에게 "문제를 바꾸려 들지 말고, 문제를 바라보는 당신 자신을 바꾸라"고 제안합니다. 어떻게든 세상이라는 파고(波高) 안에서 위태위태한 서핑 보드 하나를 붙들고 살아남아야 할 텐데, 내 몸에 아가미와 지느러미가 돋을 수도 없고 내 몸의 크기가 고래만큼 커질 수도 없으며 그렇다고 이 거친 파도가 호령 한 마디에 잔잔해질 수도 없습니다. 나아져야 하는 건 나의 서핑 기술이며, 내가 알아서 파도에 적응해야 한다는 마인드셋의 전환입니다. 여기서도 불건전한 맹목(盲目)을 제거하고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 분석하는 건 언어의 도움이 첫째 순위입니다.

사랑이란 무엇입니까? p285 이하에는 "타인을 나와 공존하는 정당한 존재로서 근본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칠레의 철학자 움베르토 마투라나의 정의(定義)가 나옵니다. 이런 사랑의 정의는 대단히 실용적이며, 우리가 일상에서 크게 감정 소모를 하지 않고도 타인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도움을 줍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바른 언어의 사용과 설정은 행복에의 첩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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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전쟁 - 전 세계를 뒤흔드는 트럼프 2.0시대 최악의 충격파
추동훈.이승주.강영연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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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보편관세, 상호관세(reciprocal tariff)부과를 취임 직후부터 선포하고부터 세계가 큰 혼란에 빠졌습니다. 한국만 해도 현기차 수출이 크게 줄었는데 아직은 북미 시장에서 가성비로 승부해야 하는 입장에서 당장 저렇게 관세를 맞아 버리면 버틸 방법이 마땅치 않습니다. 반도체 역시 대(對)중국 수출이 제재를 받는 상황에서, 그렇다고 다른 판로도 개척이 수월치 않다면 장기적으로 기흥, 용인 일대의 그 광대한 반도체 클러스터가 공동화되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트럼프는 이미 2016년~20년에 한 번 대통령 임기를 지낸 사람이지만, 당시에는 민주당이 의회에서 우세를 점할 때라 지금처럼 일방 드라이브를 펼칠 수가 없었습니다. p17을 보면 이런 보호무역주의는 경제안보, 나아가 국가안보의 관점에서 추진된다고 설명됩니다. 반도체, 배터리, 핵심광물(p19)에 대해 공급선 확보, 안정적 조달 등을 추구하며, 이 서플라이 체인에 비우호국가가 끼면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안보가 바로 위협받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미 2014년에 중국과 일본 사이에 희토류 분쟁이 발생했고 얼마든지 원자재가 무기화(p156)할 수 있음이 전세계가 보는 앞에서 증명되었는데 11년이 지나도록 미국이 그만큼 대비가 소홀했다는 결론밖에 안 나옵니다.

p45를 보면 "본래 무관세 수출이 가능했던 한국으로서는 날벼락이나 마찬가지"라는 서술이 있습니다. 한국은 2008년 미국과 정식으로 FTA를 체결했고 그간 국가 사이의 약속으로 자유무역이 이뤄져 왔습니다. 현대차가 이 정도로 큰 것도 이에 크게 혜택을 보았습니다. 그랬던 게 하루아침에 이렇게 된 것입니다. 물론 트럼프는 1기 행정부를 이끌면서도 한미 FTA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만을 토로했으며 대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건 우리 정부의 책임도 있습니다. 16년 전 당시 FTA 성사의 주역 중 한 명이었던 김현종씨가 지금 모 유력 후보의 진영에 몸담았으니 앞으로 과연 어떻게 될지 지켜볼 일입니다.

p99를 보면 지금이 신냉전 시대라는 진단이 나옵니다. 하이브리드 전쟁이라는 말도 있는데, 인터넷 여론전, 무역 전선, 컨텐츠 교류, 외교 등 전방위적으로 살벌한 싸움이 시민들 삶 곳곳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지적한 것입니다. 과거 냉전은 이념 한 가지 요소에 좌우되는 일차원 전쟁이었지만, 지금은 누가 누구의 적인지 경계도 불분명하고 협력과 적대가 여러 면에서 교차하는 형국입니다. 중국과 인도의 경우 몇 년 전 병력 충돌이 있었을 만큼 적대 상태이지만, 중국과 긴밀한 유대를 맺은 러시아와는 과거 냉전 시기부터 일정 부분 협력해 왔으니 적의 적이 친구라는 오랜 격언도 통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브릭스 블록에는 중국과 인도가 함께 속해 있기도 합니다. 이러니 미국이 추구하는 인태 전략이 잘 진행되지 않습니다. 파키스탄은 전통적으로 미국과 동맹이었으나 지아울하크 장군 사망 후에는 중국과 밀착한 상태입니다.

인도와 중국이 무력 충돌을 빚을 때 한국의 엘지나 삼성은 현지에 가전, 핸드폰을 많이 팔 수 있을 듯하여 무척 반색했습니다. 그러나 인도는 지방자치가 광범위하게 작동하고 온갖 종류의 규제가 많아 외국 기업의 진출, 활동이 무척 어렵다고 합니다. p138을 보면 베트남을 그전부터 주목하여 중국이라는 생산 엔진이 꺼진 후 제2의 활력을 제공할 대안으로 기대되었으나 그 나라 특유의 비효율적 사회구조, 중국이 끼치는 큰 영향력 때문에 그리 진척이 원활치 못합니다.

중국에 부과된 관세에 한국이 같이 쩔쩔매고 외국 투자자본도 함께 발을 빼는 이유는 책 p169에 설명되는 대로 우리가 중국에다 중간재를 납품하는 구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미국의 관세 부과가 없었다면 마냥 미래를 낙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습니다. 지금 제철이나 석유화학 섹터가 반 세기 이래 최악의 부진을 겪는데, 중국에서 모두 이 업종을 현지화, 자국화해 가기 때문에 더이상 한국 제품을 쓰지 않고, 한국의 다른 해외 시장도 잠탈해 가는 중이라서입니다. p190을 보면 앞으로 우리가 진출을 노려 볼만한 다른 지역으로서 중앙아 여러 나라가 제시되는데, 이곳들도 전통적으로 러시아, 중국의 영향권이긴 하지만 두 나라로부터 차츰 자립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므로 전망이 나쁘지 않습니다.

p216에서 보듯 새 관세 정책이 몰고 온 전세계적 충격파를 표로 깔끔하게 정리한다든가 독자를 배려한 쉽고 편리한 정보 전달이 돋보이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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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난 권력자 - 무도한 시대, 무도한 권력자들의 최후
박천기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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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R에서 <아시아의 창>이라든가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 등의 프로그램을 이끈 박천기 PD의 저서입니다. 세상이라는 게 항상 정도(正道)대로만 운항하는 게 아니라서 때로는 시대착오적인 독재자나 어리석은 고집쟁이가 분에 넘치는 자리를 차지하기도 합니다. 이런 자들이 언제나 그 저지른 우행, 악행에 걸맞은 벌을 받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는 끔찍한 말로를 맞아 많은 이들에게 경각심을 부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이런 무자격자들을 최고권좌에 올려 놓았던 그 백성들도 책임을 공유하는 건 마찬가지라는 점도 이 책은 독자에게 일깨웁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책에는 모두 19명의 독재자 그 사연들이 실렸습니다. 제12장과 17장에서는 여러 명이 함께 커버됩니다. 맨처음에 나오는 사람이 바샤르 알 아사드인데, 가장 최근에 운명이 바뀐 독재자라는 점에서 매우 시사적입니다. 이 사람은 p18에 나오는 대로 2000년에 부친 하페즈 알 아사드를 이어 정권을 잡아 24년간 권좌에 있다가,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시리아의 군사적 균형이 깨어지자 갑자기 정권이 붕괴하여 현재 러시아에 도망한 처지입니다. 부친과는 달리 이미지도 샤프하고, 안과 의사라는 경력에서 알 수 있듯 많은 교육을 받았기에 처음에는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그 하는 짓은 부친을 능가했는데, 특히 어린이들이나 무고한 자국민들을 상대로 화학 무기를 쓰는 등 정신이상을 의심케 할 만큼 악질이었습니다.

저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 3 비상계엄 사례를 거론하며, 비슷한 케이스로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과 현 아르세 대통령의 갈등 와중에 벌어졌던 2024년 6월의 호세 수니가 장군의 쿠데타 미수 사건을 제2장에서 분석합니다. 역사에서 어떤 정치적 교착 상태가 지속될 때, 최고권력자가 친위 쿠데타를 벌이는 건 그리 드물지 않게 일어났습니다. 성공시에는 무서운 독재가 시작되고, 이처럼 불발로 그칠 때에는 권력자가 그 자리에서 끌려내려집니다. 모랄레스는 4선을 시도하다 부정선거 시비에 휘말려 좌절했고, 그 여파는 현재의 정정 불안으로 이어집니다. 저자는 체 게바라가 잡혀 사살된 곳도 이곳 내륙국 볼리비아라는 점 다시 상기합니다.

공산권은 보통 1당의 독재이지, 어떤 카리스마적 리더가 개인 숭배(cult of personality)를 이끌며 나라와 체제를 장악하는 일은 드물었습니다. 스탈린, 마오도 그래서 사후에 비판받았으며, 공산국가에서 이념과 명분이 아나라 사람이 독재를 한다면 그건 자기부정 자기모독에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이하게 20세기 후반 공산 루마니아에서는 차우셰스쿠라는 개인이 공산당을 등에 업고 사실상 1인 독재를 펼쳤는데 국민을 완벽하게 장악하는 수완이 좋아서 브레즈네프 당시 소련 서기장도 어쩌지 못했습니다. 1984년 LA 올림픽 때에는 소련의 지시를 무시하고 참가를 강행했는데 미국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으며 체조 종목을 휩쓸어 종합 2위에 올랐습니다. 경제난이 심화하자 그는 권좌에서 끌려내려와 일가족이 함께 비참하게 죽었습니다.

자국민 수백만을 죽인 폴포트의 크메르 루즈가 저지른 만행은 1986년 <킬링 필드>라는 영화의 소재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폴포트 세력은 군사적으로 몰락하고 심판을 받았는데, 헹삼린, 시아누크 전 국왕 등과 함께 내전 당사자 중 하나였던 훈센은 1980년대에도 실권자였고 최근까지 나라를 다스리다가 작년 8월 그의 아들 훈마넷이 수상 자리에 올랐다고 합니다(p63). 과연 역사는 앞으로 나아가는 중일까요? 폴포트가 1998년에 없어졌다는 사실 하나에 캄보디아 국민들은 그저 만족해야 할까요?

중국의 마지막 황제를 선통제 푸이(부의)라고 보통 알고 있고,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대작 영화가 이런 인식 확산에 큰 몫을 했겠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p127에서 위안스카이가 1915년에 자칭 홍헌제로 황위에 오르니 그를 중국의 마지막 황제로 보는 견해도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독자인 저는 "푸이도 일인들에 의해 1930년대에 만주괴뢰국 황제가 되었으니..."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저자도 p129에서 그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다시, 만주국은 China proper가 아니니, 한국과도 깊은 연이 있는(물론 악연입니다) 위안스카이에 마지막 황제 타이틀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되네요. 농담이고, 그렇게 따지면 왕망, 원술, 이자성, 홍수전에게도 28사 본기를 따로 만들어 줘야 하겠습니다.

조지 W 부시는 부친의 후광을 입고 기행으로 사람들 관심을 끌어 재선까지 해냈는데 결국 실패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 등을 제외하더라도, 지금 공화당이 종래 아웃사이더였던 도널드 트럼프 같은 이가 밀고들어와 완전히 그에게 장악된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의 아버지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는 기존 공화당의 상징 같은 인물이었는데, 이제 그런 사람들은 공화당 안에서 설 땅이 없지 싶습니다. 이게 다 조지 W의 어리석은 실정 때문 아닐까요? 1장의 바샤르 알 아사드에 대해 그는 자신의 임기 내내 적대적이었고 12장에 나오는 찰스 테일러(p173)에 대해서는 간접 축출을 시도하기도 했으며 13장의 사담 후세인은 그가 직접 전쟁을 일으켜(p188) 사형에 이르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자유의 친구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저자는 챕터 곳곳에 언론인으로서 방송 연출자로서 개인적으로 체험했던 여러 포인트를 회상하는데 이 역시도 흥미로웠습니다. 책 앞표지에 사진으로 게시된 자들 중 가장 두드러진 이미지로 다가오는 건 무아마르 카다피(16장)인데, 6장의 베니토 무솔리니처럼 말년에 아주 비참하게 죽었습니다. 무솔리니는 이 책에 실린 다른 잔챙이(?)들과는 급이 다르지 않나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보니 악인으로서도 거품일 뿐 다른 멤버들의 한심한 그릇 그 수준을 결코 못 넘었던 작자다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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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모를 버렸습니다
정희승 지음 / 작가의집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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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너무도 충격적입니다. 이 책의 뒤표지에는 정신과 전문의인 한혜성 조이의원(남가좌동) 원장의 추천사가 실렸는데, 오랜 기간 작가님을 치료해 오신 경험, 기억에서 비롯한 따뜻한 격려가 담겨서 독자의 마음을 훈훈하게 합니다. 우리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을 때 명심해야 할 바는, 작가님이 어디까지나 피해자라는 사실입니다. 주어진 운명에 굴복하여 자신을 포기, 타락시키지 않고 용감하게 맞서 싸운 작가님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작가님의 연령대를 감안하면 아직도 연탄불로 난방을 해야 하는 가정이 많을 때입니다. p41을 보면 "시골에서 이 집 하나만 뚝 떼어서 옮겨 놓은 것 같다"는 문장이 있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1980년대 초 목동은 새로 짓는 아파트 단지가 무시무시할 만큼 들어선, 서울 신흥 중산층 거주 상징과도 같은 지역이었습니다(지금은 그저 중간계층 밀집지). 이런 데서 혼자 가난한 살림을 살았으니 그 소외감과 좌절감이 얼마나 심하셨겠습니까. 아무튼 작가님은 어려서부터, 바쁜 엄마 대신 연탄불 가는(=바꾸는) 법부터 배웠습니다.

모든 폭력이 다 혐오스럽지만 특히 저는 밥상을 엎는 걸 가장 싫어합니다. 저는 저 혼자 밥상을 차려도, 뜨거운 냄비를 들고 오다가 발에 뭐가 걸려서 넘어진다거나 하면 그순간부터 개인적 악몽이 시작됩니다. 먹을거리가 없어진 것도 아깝지만, 음식물이란 제때 사람 입 안으로 들어가야지 다른 곳에 퍼지면 그 뒤처리가 너무도 힘듭니다. 그 냄새 하며, 더렵혀진 주변 하며... 제가 스스로 차린 밥상도 이렇게 수고스러운데, 다른 사람이 차려온 밥상을 엎는다는 건 그 사람의 인격을 정면으로 모욕하는 짓입니다. p35에, 작가의 부친이 밥상 엎는 장면이 나오는데, 독자로서 너무도 화가 났습니다.

밥상 엎는 장면에서 화가 났다고 했는데 사실 이 책에서 끔찍한 장면은 고작 그 정도가 아닙니다. 이 책에 서술된, 그 부친의 딸에 대한 폭력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여간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페이지를 차분히 넘기기 어려울 만큼입니다. p51 이하에는 빨랫줄 등을 써서 자신의 방에 아빠가 들어오지 못하게 방어막을 만드는 어린 작가님의 눈물나는 노력이 나오는데, 성인 남성의 완력이 그 정도의 약한 차폐를 걷어내지 못하겠습니까. 너무도 가슴 아픈 장면이고, 이 어렸을 때의 자세한 경험까지(폭력이야 오래 기억에 남지만, 그 전후 사정은 그에 비하면 기억에서 사라지기 쉽습니다) 이렇게 자세히 서술하시는 걸 보면 얼마나 당시 상황이 지옥 같았겠는지가 상상되어 더 가슴이 아팠습니다.

p62를 보면 작가님은 서서히 자신감 있는 아이로 변합니다. 커서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아이들도 그와 친구가 되고 싶다고 찾아오는데, 애네들도 참 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직접 폭력을 가하는 사람만 나쁜 게 아닙니다. 어떤 나쁜 인간들은, 이 사람이 폭력 피해자라고 일단 소문이 나면, 괜히 그에게 접근하여 어떤 우월감을 느끼려 애 쓰고, 나도 그 가해의 대열에 가담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는 걸 고맙게 여기라는 듯 우쭐댑니다. 이런 자들은 직접 폭력을 휘두르는 인간보다 더 악질이 아닐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작가님 남편분도 정말 멋있는 사람입니다(p97). 사연을 다 들으시자 살짝 표정이 변했지만 내색을 하지 않았다고 하시는데 이런 사람이야말로 남자 중의 남자이며 확률적으로 천만분의 일도 안 될 만큼 귀한 인격자입니다. 이게 다, 그만큼 내 여자를 사랑해서입니다. 예전에 김보은씨 김진관씨 사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솔직히 저 같으면 절대 저렇게 못합니다. 부끄럽지만 말입니다. 다른 건 다 나도 해보겠다고 큰소리치지만 이건 진짜 자신없습니다.

p114를 보면 원장님이 "환자님 케이스는 처음 봅니다. 회복탄력성은 말도안되게 좋으시고..."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으며 감탄했던 게, 우리가 이렇게 책으로 읽어도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인데 이런 일을 직접 겪었다면 대체 사람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사람이 꼭 무슨 대형 트럭에 깔려야 치명상을 입는 게 아니라 별의별 사소한 충격으로도 상처를 다 입습니다. 그런데 정희승 작가님 같은 일을 겪었다? 그건 회복이 안 됩니다. 정말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글도 진짜 잘 쓰셔서 저는 처음에 창작 소설인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독자들, 제발 부모님 고마운 줄을 좀 압시다. 세상에 그런 분들이 또 어디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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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클래스
정태희 지음 / 모먼트오브임팩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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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4개의 파트로 구성되었습니다. 첫째 "사장은 고객을 배워야 한다", 둘째 "구성원을 배워야 한다", 셋째 커뮤니케이션을 배워야 한다", 넷째 "리딩 스킬을 배워야 한다" 등입니다. 각 파트에는 6, 6, 7, 8개의 레슨이 담겼습니다. 여기에, 책 맨처음의 오리엔테이션까지 해서 모두 다섯 파트로 짜였다고 볼 수 있겠는데, 중소기업사장, 자영업자, 소규모 공장 운영자까지 두루 읽어 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었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떤 고객층에 집중할 것인가. 인구통계학적, 심리적, 행동적, 지리적 세분화를 거친 후(p25~p26), 제품시장 적합성을 살펴야 합니다. 이 부분이, 새로 시장을 개척하려는 업체에게는 가장 힘들다고 해도 되겠는데, 책에는 두 가지 성공 케이스가 나옵니다. 하나는 편안한 작업 공간을 제공하는 카페인데, 요즘 이른바 카공족이라고 해서 너무나도 긴 시간을 (커피 한 잔만 시키고는) 카페에서 머무는 사람들에 대해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다뤄지는 사장님은 아예 그런 사람들만 집중적으로 배려하는 서비스를 프리랜서, 학생, 직장인 들을 위해 론칭한 것입니다. 이런 사례도 있다는 거고, 자세한 성공 비결은 장소, 자본 등에 따라 차별화한 컨설팅을 받아 봐야 할 것입니다.

p55를 보면 고객이 참여하는 상품을 팔라고도 합니다. 요즘처럼 대중, 소비자의 참여 욕구가 강해졌던 시대도 또 없었을 것입니다. 여기서 저자는 컬럼비아大 교수 조지프 파인 주니어의 주장을 인용하는데 "경험 경제"라는 한 마디가 모든 것을 요약한다고 하겠습니다. 아마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신발 플랫폼이 자포스일텐데, 저자는 이에 대해 경험경제의 끝판왕이라고까지 높이 평가합니다. 여러 브랜드를 한 샵에 모아 비교하며 구매 결정을 돕는 시도는 여태 많았으나 자포스의 플랫폼으로서 성공은 좀 다른 면이 있습니다. 책에 자세한 분석과 논의가 나옵니다.

회사의 직원들은 그 조직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새 직원을 채용할 때는 사장 독단으로 모든 걸 결정할 게 아니라 내부 실무진과도 상의를 거쳐야 하는데, 저자가 이 대목에서 드는 비유가 일품입니다. 남의 장기를 이식할 때 그게 아무리 건강한 부분이라도 다른 몸에 들어가면 거부반응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어 저자는 신규 직원을 받을 때 여섯 가지를 보는 체크리스트를 제시하는데, 특히 저는 여섯째 "회사 문화와 그 직원이 얼마나 적합한지"의 항목을 유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직원 역시,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신도 독자적으로 조직 안에서 달성해야 할 목표가 있음을 알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성과가 더딘 이에게 어떤 방법으로 동기를 부여할지는 p115 이하에 잘 나옵니다.

p134에는 모든 회의가 자신만의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하고, 끝난 후에는 성과에 대한 분명한 피드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회의가 그저 회의를 위한 회의여서는 안 되며, 이미 정해 놓은 결론을 사후 추인만 하는 거수기 노릇에 그쳐도 안 됩니다. "회의의 본질은 참여와 지원(p135)"이라는 저자의 말씀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또 회사 내에 부정적인 소문이 돌면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아주 해로운데, 이를 어떻게 관리할지 대단히 실용적인 원칙이 p146 이하에 잘 정리되었습니다. "긍정적인 소통 문화 확립(p150)"이 매우 중요합니다.

회장은 직원들을 마치 퍼스널트레이너(p169)처럼 지도하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예전에는 전쟁터의 장군, 기업체의 대표는 직원들과 너무 무람없이 어울리면 권위가 서지 않고 조직 내 기강이 문란해진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엠지 직원들은 상급자에게도 거리낌 없이 소통하려고 들며, 위아래가 없는 태도라기보다 윗사람에게 그만큼 많은 것을 배우고 회사에 기여하려는 적극적인 마인드셋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표는 권위를 내세울 게 아니라 얘를 키워서 나의 협조자, 회사를 같이 이끌어갈 디딤목으로 만들어 보자는 더 개방적인 시선과 행동으로 조직을 이끌 필요가 있습니다. 변화하는 세상에 어떻게 해야 유기적이고 효율적으로 회사가 작동하게 할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신뢰성 있는 가르침이 많은 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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