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독학 베트남어 첫걸음 - 발음부터 회화까지 한 달 완성 [본책 + 무료동영상 + 발음트레이닝영상 + MP3 파일 + 남부발음 PDF&음원 + 주제별 OPI 모범답안 외 10가지 학습자료] GO! 독학 시리즈
윤선애.시원스쿨 베트남어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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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베트남어는 발음이 무척 어렵습니다. 교재 앞표지에 보면 손톱보다 약간 큰 QR코드가 찍혔는데 이걸 통해 음원, 기타 자료부터 내려받아야 합니다. 로그인은 해야 하며, 압축 88Mb 정도이며 다 풀고 나면 116Mb 정도가 됩니다. 음원 말고도 다른 자료가 무척 많은데, 베트남 국제학교 리스트, 여행 추천 리스트, 단어쓰기 노트, 필수 패턴집, 남부 발음(베트남은 원래 남북이 인종이 다릅니다), 필수 속담 등을 담은 pdf 여러 종류입니다. 매우 유익하므로 모두 다운받고 하나하나 학습에 활용해야 하겠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교재 하나로 초보자는 문법, 회화, 발음, 패턴 등이 두루 커버됩니다. p70을 보면 베트남어 뼈대잡GO 코너에서 là 동사의 의문문을 배우는데, 일단 앞에서 [주어+là+명사] 문형을 배웠다는 걸 전제로 삼습니다. 저걸 의문문으로 바꾸려면, [주어+ có phải là + 명사 + không?]의 형태로 바꾸면 된다고 합니다. 또는, 부가의문문을 뒤에 붙여도 된다고 하는데, có phải không?을 뒤에 붙이기만 하면 됩니다. 이때 có는 생략할 수 있습니다(그러나 예외가 있는데 아래를 참고하십시오).

저는 초보자라서, 예를 들어 phải(그 뜻은, '맞다[?]' 비슷합니다)는, 저걸 대체 발음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a 위에 붙은 물음표 같은 기호는 대체 뭔지가 궁금했습니다. 이건 저 앞 p25에 설명이 잘 나옵니다. 중국어처럼 ma를 예시로 하여, 중국어보다 더 많은 숫자인 6개 성조를 그래프 높낮이로도 가르칩니다. 이 부분 원어민 음원도 있는데, 이건 시원 베트남어 자료실에 가서, "첫걸음" 키워드로 검색하고 2019년 게시 파일을 다운받아야 합니다. 이건 압축 50Mb, 압축 해제 후 108Mb 정도 됩니다. 제4성은 책에 설명이 나온 대로 "중간음, 낮은음, 중간음으로 다시 돌아오는" 성조인데, 참 그 꺾는 포인트가 어렵기는 합니다. 남자 성우, 여성 성우 두 사람이 번갈아서 읽어 줍니다.

이미 có라는 동사가 자주 나왔는데, p94를 보면 드디어 그 뜻이 자세하게 나옵니다. 이게 "가지고 있다"라는 뜻을 가질 때는, (앞에서의 경우와는 달리) 생략할 수 없다고 나옵니다. 대답은 긍정일 경우 có, 부정일 때는 không이라고 나오네요. p102 같은 곳을 보면 회화로말문트GO 코너가 있는데, Vâng, em trai đang là học sinh lớp 6 ạ라는 문장이 있습니다. 그 뜻은 "네, 남동생은 지금 6학년 학생이에요."라고 합니다. học sinh이 학생이라는 뜻인데 발음은 "헙씽" 비슷하다고 나옵니다. 이게 우리말의 학생(學生)입니다.

ngày는 발음이 "응아이" 비슷하며 그 뜻은 "날"입니다. ngày mai라고 하면 "내일"이라는 뜻입니다(p104). mai가 明日(명일. '내일'이라는 뜻)에서의 明과 발음이 비슷하지만 그 한자에서 유래한 말은 아닙니다. p118을 보면 근접시제라는 게 있는데, 독특하게도 가까운 과거, 가까운 미래를 모두 나타냅니다. 시간선 그래프로 이 시제의 의미를 설명하는데 đã와 đang 사이, 또는 đang과 sẽ 사이에 위치한다고 해서, 바로 보고 아주 쉽게 잘 이해했습니다. 프랑스어 등 로망스계 언어는 완료/미완료의 시제 구분이 있는데, 이렇게 베트남어에서도 나타난다는 게 신기합니다. 단 저 인도유럽계에서는 동사 자체가 conjugate하는 거고, 베트남어는 rồi, chưa 등의 단어를 따로 넣는 방식이라서 완전히 다릅니다.

p211를 보면 꿀팁이라고 해서 ~à?, ~hả?를 끝에 붙여 의문문을 만드는 방법이 나옵니다. 그리고 덧붙는 설명은, 뒤의 의문조사 hả는 의구심, 궁금함의 뉘앙스가 더 강하기 때문에, 친한 사이라야 더 적절한 사용이라고도 하네요. 이처럼 실제 회화에서 더 말의 느낌이 살게 표현하는 팁들이 많아서 초보자한테 첫걸음을 쉽게 떼게 돕는 교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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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쉬운 주가 차트 실전 노트 : 데이 트레이딩 편
사가라 후미아키 지음, 김진수 옮김 / 두드림미디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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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데이트레이딩, 단타 매매로 유명한, 학원 강사 출신의 셀럽 사가라 후미야키의 책입니다. 이분 이름은 (책 앞날개에 나오듯이) 한자로는 相良文昭(상량문소)라고 쓰며, 원서는 <世界一わかりやすい!株価チャート実践帳>입니다. 번역하면, "세계에서 가장 이해하기 쉽다! 주가차트와 실천기록" 정도 되겠습니다. 의외로 아직 이분이 유튜브 방송을 안 하고 있는데, 말솜씨도 좋아서 일단 시작하면 구독자가 꽤 생길 것 같은데 말입니다.

(*북뉴스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초보자들에게 무엇이 실 거래이며 무엇이 허수주문인지 구별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일본이나 우리나 마찬가지로 "허수 주문이 없는 날은 찾아보기 힘듭니다.(p66)" 구체적으로, 저자 자신이 매매한(또는 관찰한) 기록을 차트, 호가창 캡처를 통해 보여 주는데, 9시 48분 시점(이 책에 나오는 기록 중의 시각입니다)에서 나오는 호가가 매우 부자연스럽다고 짚어냅니다. 20만주 매수호가 중 7만 5천 주만 체결되었는데, 저자는 이걸 부자연스럽다고 본 것입니다. 물론 37.5% 이하의 체결률은 다 허수호가의 개입이라는 게 아니라, 주변 정황까지 모두 체크한 후 이런 작전에는 말려들어가지 않아야겠다고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p68 이후에 현황의 변화가 그래픽으로 잘 나오니 전체적으로 잘 살피고 저자의 주장을 이해해야 합니다.

p93에서는 공개매수(take-over bid)가 설명되는데 한국에서 지금도 진행 중인 고려아연 사태에서도 이 비슷한 걸 볼 수 있습니다. 전형적으로는, 2023년에 벌어졌던 하이브와 카카오 사이의 전쟁을 그 예로 들 수 있겠습니다(일본 저자가 쓴 이 책에 뭐 이런 말이 나오지는 않고, 사례 포섭은 독자인 저 개인의 판단입니다). 저자는 TOB에 대해 두 경우를 짚는데 첫째 M&A, 둘째 모회사가 자회사를 완전자회사화(100%에 가까운 지분 취득)할 때 쓰인다고 합니다. 두 경우 모두 한국 증시에서도 드물지 않게 일어납니다.

요즘 "공포에 산다"는 오랜 주식 격언이 자주 들리는데 박살났던 미장도 슬슬 원복되고 작년말에 죽을 쒔던 한국증시가 3월부터 회복세가 완연하기 때문입니다. 저점을 어느 정도 다졌다 싶으면 과감하게 대형우량주, 또는 지수성 상품에 들어가는 게 현명한데, 한 걸음 더 나아가 역추세 매매, 즉 하락 중인 주식을 매수하는 기법에 대해 p105 이하에 설명이 나옵니다. 어디에서나 통하는 진리가, "갭은 반드시 메워진다(p105)"입니다. "연일 저가 마감이 이어지는데, 주관적으로 곧 하락이 멈추겠지 짐작하여 시장가에 매수하는 건 위험합니다."라는 말이 책에 나옵니다. 그럼 언제 들어가야 하는가? 거래량을 주목하라고 저자는 지적합니다. 상승 후 계속 하락하다 그전 구간의 저항대까지 또 내려왔다면 이 역시도 반등 신호일 수 있다고도 합니다.

2단 하락까지 왔다면 조급한 투자자들은 이미 물량을 다 털어버린 후이므로 이때부터는 확실한 상승이 올 수 있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한국 증시에서는 이런 패턴도 자주 깨지므로, 뭐 하나를 시그널이라고 지나치게 믿고 들어가기보다는 시장 전체 상황을 신중하게 더 살필 필요도 있겠습니다.

종목이 오랜 기간 횡보하면 사람들이 지치고 지루해하므로 시선에서 벗어나는데 저자는 이런 종목들에서도 적잖은 재미를 본 적 있었나 봅니다. 책에 나오는 예가 적절한데 하나는 하락 후 장기횡보, 다른 하나는 반대로 상승 후에 장기횡보하는 종목입니다. 전자의 예로 나오는 종목은 東京取引所(일본어로, 취인이 곧 한국말의 去來입니다)의 7267번 本田技硏, 혼다기켄입니다. 이 책은 한국에서 나오는 비슷한 책들과 다르게, 차트 예를 들어 놓고 마치 문제를 내듯 독자에게 어떤 전략으로 임할지 생각해 보게 시킨 후 답을 책 뒤에다 몰아 두었습니다. 아무리 책을 열심히 읽어도 자기 힘으로 다시 아이디어를 재구성해 보고, 실전 매매를 MTS 등에서 직접 해 보지 않으면 실력이 매번 제자리걸음인데, 그런 이유에서 저자의 이런 태도는 매우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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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미 공작소의 띠부띠부 꾸미기 놀이 - 내 마음대로 꾸미는 나만의 띠부띠부책
아르미 박사 지음 / 시원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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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인기 채널 중에 아르미(@armiicraft) 공작소라는 곳이 있습니다. 포털에서 찾아서 들어가면 제일 먼저 보이는 게 바로 이 책의 표지를 담은, 이 책에 대해 소개하는 영상의 썸네일입니다. 학부형이 아니면, 또 남성이라면 잘 모를 수도 있는데 요즘은 띠부씰이라는 게 꽤 인기이며 이게 떼었다붙였다 할 수 있는 씰이라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띠부씰도 여러 테마나 굿즈에 따라 매우 다양하게 나오기 때문에, 혹시 주식 투자하는 분들이라면 어쩌다 들어 봤을지도 모르겠습니다(예를 들어, 티o핑 컨텐츠 테마가 요즘 뜨는데, 그 띠부씰 만드는 회사가 어디라더라 등). 아무튼 이 아르미 공작소라는 채널이 애들한테 꽤 인기라서, 아예 이런 책까지 나온 걸 보면 세상이 참 빠르게 변화한다는 점 실감합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뭐 저도 어렸을 때 이런저런 오려붙이기, 평면도를 잘라 입체로 도안하기 같은 건 해 보고 자란 세대라서, 예컨대 p16 이하에 나오는 대로 먼저 가위, 손코팅지, 투명 박스 테입, 양면 테입(요즘 문방구나 다이소에 이걸 왜 이렇게 갖다놓나 했더니 이런 이유도 있었네요), 보드마커, 커팅매트 등을 준비물로 가르쳐 주는 파트를 보니 처음 느꼈던 이질감이 그나마 줄어드는 듯합니다. 이런 책을 볼 때 주의해야 할 점은, 실선, 붉은선 등이 뭘 의미하는지 잘 알아 둬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책을 읽을 때, 책의 구조가 처음에 어떤 주제에 대해 뭘 설정하고 어떤 패턴에 따라 내용이 설명되는지 찬찬히 따라가면서, 지식도 체득하고, 내가 궁금했던 걸 이런 식으로 스스로 해결할 수  있구나 라며 쾌감도 느끼고 지능도 발달하는 것입니다. 어떤 띠부씰이라는 결과물을 손에 넣는 것도 중요하지만, 책의 지시를 따라 무엇을 만들어가고, 다소 서투르더라도 내 손으로 작품을 제작한다는 긍지를 심어 주는 게 교육젹으로는 훨씬 가치가 높습니다.

저는 예전에 컬러링북을 리뷰할 때도 그 점을 지적했는데, 이런 책에서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도했던 대로 다 완성하고 나면 정확하게 어떤 모습이 되는지를 한눈에 보여 주는 것도 증요하다고 봅니다. 이 책 p21을 보면 도안 11개가 제시되는데, 표지, 배경1, 소품 페이지 1~6, 버클 & 주머니 파츠 등이 보기 좋게 나열됩니다. 내가 책의 지시대로 모든 과정을 따라하고 나면 뭐가 나오는지 이렇게 일목요연하게 보여 줘야 아이들한테 더 강한 동기가 부여됩니다. 미켈란젤로 부오나르티는 대리석만 봐도 그걸로 빚어야 할 모세의 모습이 같이 보였다고 하지 않습니까.

저는 처음에 버클 파츠, 소품 파츠라고 할 때 파츠가 뭔지 몰랐는데 물어 보니까 그냥 parts라고 해서 맥이 쫙 풀렸습니다. 아무튼 이 아르미공작소에서 쓰는 말, 분위기에 제가 알아서 익숙해져야 하겠지요. p47에도 어항꾸미기에 필요한 도안 14개가 미리 제시됩니다. 개인적으로는 여기 마리모 키우기하고, p65의 헤어 파츠가 좀 어려웠습니다. 만약에, 아이가 커서 네일아트를 하고 싶다면(아니라도 물론 상관없지만) p78 이하에서 보여 주는 네일아트의 온갖 재미있는 파츠들 만들기가 특히 유익할 듯합니다.

책이 크기도 크고 두껍기도 꽤 두껍습니다. 그런데 p89까지가, 10개 유형의 파츠들을 실제 만들게 돕고 가르치는 내용이며, p90부터는 만들기 도안입니다. 이 3부는 목차가 따로 없어서 제가 이 리뷰에다 좀 정리해 보자면, 미니어처 하우스 꾸미기, 햄스터하우스, 꽃다발, 파르페, 어항, 책상, 헤어, 메이크업, 네일아트 순입니다. 그러면 제2부하고 차이가 없어 보이는데, 사실 3부의 도안은 앞 2부에 없던 것들도 몇 개 있어서 더 알찼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저는 책 리뷰를 쓰기 위해 급히 해당 유튜브 페이지에 찾아가 영상도 시청하고 어린 구독자의 설명도 들었던 거라서 정작 핵심인 캐릭터들하고 나중에 친해졌는데 p10 이하에 설명이 아주 자세해서 늦게나마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르미공작소 팬들에게 너무나도 좋은 선물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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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트프러너 - 실행을 성공으로 바꾼 창업가들
언더독스.김지윤 지음 / 찌판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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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에 설명이 나오듯이 액트프러너라는 말은, 행동을 의미하는 act와, entrepreneur(창업가)의 합성어입니다. 또, p15의 설명대로, 이 책 공저명의 중 하나인 언더독스의 활동을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때는 창업가 후원이라는 의미에서의 entrepreneurship promotion이 그 의미 요소로 들어갑니다. 한국처럼 부존 자원이 적고 국토도 좁은 나라는 오로지 우수한 인재가 새로운 가능성을 개척해야 나라의 앞길이 트이는데, 공부 잘한다는 애들은 죄다 메디컬 갈 생각만 하니 문제입니다. 물론 중국처럼 국가 차원에서 인재 양성 배려 정책을 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 크게 부족한 게 현실이긴 하나, 젊은이들의 도전 정신도 크게 아쉽습니다. 이 책은, 젊은 나도 도약하고, 공동체에도 전에 없던 혁신의 과실을 안겨 줄 창업에의 길이 무엇인지를 독자에게 잘 가르쳐 줍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예전에 故 크리스텐슨 교수도 파괴적 혁신을 논하면서 기업가는 결코 과거의 잘되던 방식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었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처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고까지 했습니다. p66을 보면 언더독스는 로컬라이즈 군산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이들에 대한 창업교육을 대대적으로 진행했는데 수도권에는 이런 행사가 많습니다만 전북 군산은 먼 지방에 자리한 작은 도시입니다(과거에는 번성했지만). 이런 곳에서 SK이노베이션과 함께 뜻깊은 행사를 주관했다는 자체가 매우 뜻깊은 시도라고 하겠네요. 여튼 이 과정에서 언더독스는 ESG 교육의 내용을, 수시로 변화하는 정부 기조 때문에 세심하게 디테일을 조정해야만 했다고 나옵니다. 원래의 뜻은 그게 아니었다고 해도, 종전의 틀에 안주하다가는 목표를 결코 달성할 수 없다는 저 파괴적 혁신의 가르침은 여기에서도 타당하다고 하겠습니다.

어떤 특정 커뮤니티에 모였다고 모두 성향이 비슷하겠거니 지레짐작해서는 안 됩니다. 전통적인 인구분류표를 보고 결론을 성급하게 이끌어내어서는 안 됩니다. 창업가는 발품을 팔아야 한다(p95)는 게 책의 주장인데,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 보고 그 기호, 성향 등을 테스트해 보면 사전에 예상했던 바와 크게 다른 결론이 도출되는 경우가 많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책에는 여러 구체적인 사례를 적시한 후, "같은 커뮤라고 해도 요즘은 국경을 넘어 한 군데로 사람들이 몰려들기도 한다"며, 과연 이 사람들이 같은 커뮤에 속했다는 이유만으로 스타일이나 니즈가 같겠냐는 질문을 던집니다.

한국은 예전부터 실수라는 게 용납이 안 되는 사회였습니다. 이게 좋은 점도 분명 있어서, 사회에서는 딱 각잡고 빠릿빠릿하게 굴어야지 정신줄 놓고 있다가는 큰일난다는 경각심을 부르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이 여기까지 온 것인데, 문제가 있다면 이제부터는 정말로 파괴적 혁신의 시대라서, 과거의 패턴에 더이상 기댈 수가 없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시행착오를 두루 거쳐야 올바른 답을 찾을 수 있는데, 한국에서처럼 한 번 실수가 그대로 끝을 의미하는 사회에서는 이게 안된다는 게 문제죠. p96에도 그런 말이 나오지만 청년의 실수에 대해서는 사회가 좀 관대해져야 합니다. 중국에서는 용착(容錯. 롱추어)이라고 해서 이렇게 청년의 시행착오를 적극 장려하고 크게 책임을 묻지 않습니다(법적 책임을 안 묻는다는 게 아니라, 경력상의 과오로 깐깐하게 보지 않는다는 뜻). 원래 이 말이 중국에서는 널리 쓰였는데 한국에서는 저 중국산 AI 딥시크의 성공 때문에 근래에서야 인지도가 높아졌습니다.

"여수와"는 로컬 여행사이며(p151) 여수는 예로부터 관광지로 이름 높았기 때문에 창업이 그리 용이한 상황은 아니었으리라 짐작합니다. 창업자 하지수 대표는 17년 동안이나 현지에서 교사로 근무하시던 분인데, 여행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다가 마침내 창업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책에도 그런 말이 나오지만 교사란 특히 아이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장래의 올바른 비전을 심어 줘야 하는데, 아이들이 마주해야 할 현실이 자신의 가르침과 불일치하면 그만큼 난감한 경우가 또 없습니다. 이런 현실 인식 끝에 창업하게 된 게 여수와인데, 이 과정이 대단히 흥미롭습니다. 이처럼 창업의 구체적인 사례, 또 성공한 창업가들의 "행동력"이 돋보이는 설명이 많아서 대단히 유익한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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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건너는 집 특서 청소년문학 44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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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김하연 작가님 출세작이기도 했던 그 초판을 읽고 리뷰도 등록했었습니다. 여러 힘든 사연을 안고 살던 아이들이 우연히 어떤 운동화를 신게 되고, 그 운동화를 신은 이들에게만 보이는 "타임하우스"에 모여 기이한 체험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는데 어른 독자가 읽어도 재미있었으며 바쁜 일상 속에 잊기 쉬운 인생의 참된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도 되었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42에 이 초자연적인 집에 얽힌 규칙들이 나옵니다. 첫째 집 자체가 그 신비의 운동화(겉으로 보기엔 아주 평범)를 신은 사람에게만 보인다. 둘째 과거/현재/미래의 문 중 무엇이라도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셋째 이 멤버 중 단 한 사람이라도 외부에 이 사실을 발설하면 모두에게 주어졌던 특권은 그때부터 사라진다. 넷째 평행우주 어디에서 나의 다른 삶이 있더라도 여튼 이 세계의 나는 그에 대해 알 수 없다 등입니다. 일종의 연대책임을 지며 단 한 사람의 잘못이라도 모두의 마법을 해제한다는 규칙이, 현대에는 잊기 쉬운 공동체정신이랄까 우애, 협동의 미덕을 일깨우는 듯합니다.

5년 전에 읽을 때도 그런 느낌이었지만 역시 있는 집 애들이 뭔가 모든 면에서 여유라는 게 있습니다. p25, p39를 보면 김강민은 스스로 대치동 소재 효문고에 다닌다고 자신을 소개하는데, 물론 얘네들이 사는 우주에서나 그렇겠고 독자인 우리네 우주의 현실 강남 대치동에는 그런 학교가 없습니다. 강민이는 "우리"라는 대명사를 거리낌없이 쓰는데 이수는 바로 냉소, 거부의 반응을 표시합니다. 역시 자칭타칭 사이코패스다운 언행이며, 이런 애 곁에서 말을 주고받는 다른 아이들한테도 걱정하는 눈길이 쏠리는 게 당연합니다. 한 팀 안에 이런 멤버가 끼었으니 과연 어떻게 공동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습니까. 에휴.

2020년 주식시장에는 이른바 3세대 항암제 테마가 인기를 끌어서 어떤 회사는 3상까지 다 되었다더라, 어떤 회사는 미 FDA에서 승인이 다 떨어졌다더라, 이번 미 암학회에서 대호평을 받았다더라 등 별의별 루머가 다 돌았습니다. 하루빨리 3세대(면역), 4세대 항암제(대사)가 상용화하면 p70 이하에 나오듯 선미 엄마 같은 분이 화학치료를 받느라고 저리 고생을 할 이유도 없을 텐데 말입니다. 그렇게나 몸 곳곳에 붙은 살들이 빠지질 않아서 컴플렉스였는데 항암 치료를 받다 보니 몸에 남아나는 살이 없더라, 이게 얼마나 끔찍하고 무서운 고백입니까. 선미의 성적도 엄마의 암 선고와 더불어 뚝뚝 떨어지더라는 말이 슬프게 읽힙니다. 이 와중에 할머니는 아빠더러 새장가 들라고 성화(p142)입니다.

이 이야기에서 어린 독자들이 가장 주목할 만한 캐릭터는 제 생각에 자영이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청소년들에게 가장 무서운 공포는 학폭인데, 폭력 자체의 강도가 세어서라기보다, 또래들한테 받아들여지지 않고 비참하게 밀려났다는 사실이 아이들한테 큰 좌절감을 주고, 그 모든 피해가 본인 잘못에 기인했다는 자책감이 치명적이라서입니다. 자영이가 이 시련을 어떻게 극복하고 자존감을 찾을지, 주변에서 도움은 누가 주는지도 잘 지켜봐야 하는 포인트입니다. p121을 보면 진한 화장을 하고 집으로 찾아온 담임이란 분은 그저 자신의 처지만 생각할 뿐 자영이를 진심으로 돕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물론 이 사람의 처지도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닙니다.

p206에는 자영에 대해 강민이 말이라면 껌뻑 죽는다는 이수의 평가가 나오는데 앞에서 강민이가 자영이 말도 들어주고 좋은 조언도 해 줬기 때문입니다. p139를 보면 매번 틱틱거리는 것 같아도 처음으로 살짝 마음을 열고 강민을 신이수가 형이라고 부르는 대목이 있습니다. 여튼 얘는 기어이 검거되어 신문 기사에까지 나는데 나머지 멤버들은 공동미션 완수 여부보다도 과연 얘 운명이 어떻게될지 걱정이 태산 같습니다. 이 단계에서 아이들 사이에는 공동운명체 인식이 생겼고 독자는 벌써 일이 잘되어간다는 좋은 예감도 듭니다(특서 책은 대부분 해피엔딩이니 믿고 읽죠). 수수께끼의 아저씨는 자영한테만 특별히 하나의 예외를 허락하는데, 그 이유가 무엇일지 독자가 곰곰히 생각해 보는 것도 뜻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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