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어 씽킹 Core Thinking - 일의 본질을 꿰뚫는 생각의 기술
김범섭 지음 / 북플레저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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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도 이른바 벤처 낭인(p36을 보면 창업 N수생 이야기가 나옵니다)이 있고, 하는 일마다 성공하는 "연쇄 창업가"도 있습니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인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일의 본질을 꿰뚫고 딱 필요한 부분에만 집중하는 능력"입니다. 아이디어는 누구 머리에나 떠오르지만 그 아이디어라는 걸 상용화하여 시장에서 히트시키는 건 아무나 해 내는 게 아닙니다.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는 어떻게 현실이 되는가?"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창업 석세스 스토리를 통해, 평범했던 청년들이 영 앤 리치로 거듭나고 주변에 영감(inspiration)과 영향력(influence)을 퍼뜨리게까지 되는 과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책은 모두 6파트로 나뉘는데 제2장은 (독자인 제 생각에) 이 책의 핵심인 "일의 방식은 생각의 힘에서 온다"라는 제목의 논의입니다. 역시, 많은 실제 사례들로부터 좋은 결론들이 다양하게 귀납되어서 좋았습니다. 회의를 내실화하여 다양한 생각이 도출되게 하는 게 물론 좋습니다. 그러나 한도끝도없이 말만 늘어지게 방치하는 것도 대단히 해롭습니다. 자랑스러운 창업 히트작인 삼쩜삼의 경우가 p111 이하에 나옵니다. 수수료를 얼마 내릴 때 고객이 얼마나 늘어날지 판단을 잘 내려야 하는데, 이게 과연 효과가 날지, 거꾸로 캐시플로만 줄어드는 것 아닌지 사실 누구도 모릅니다. 의사결정의 타이밍이란 그래서 중요합니다. 심사숙고만 무한정 거듭한다고 들인 시간에 비례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어바웃 계산법이라는 말도 책에 나옵니다. 저기... JP 모건도 자신보다 계산 잘하는 사람 많았고, 더 정확한 예측을 해 내는 사람도 많았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런데 의사 결정이 일정 시간 안에 꼭 필요할 때, rough한 수치를 자신보다 더 빨리 딱딱 뽑아내는 사람은 없었다고 합니다. 물론 라운드피겨라고 해도 너무 오차가 많이 나면 안 됩니다. 근삿값을 도출하되, 이거건 저거건 결단을 내려야 할 때 딱 내놓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다른 이들의 의견을 모아 "구체화하고 객관화하는(p111)" 능력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무작정 일만 밀어붙인다고 목표가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조직 전체건 개별 직급이건 어떤 기준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저자의 히트작 중 하나가 리멤버인데, 명함을 입력할 때 타이피스트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뽑은 사람들 능력이 다 달랐고, (제가 읽으면서 놀란 점인데) 일을 아예 안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하네요. 이 경우 저자 김 대표가 어떻게 난관을 극복했는지 지켜보는 게 재미있었습니다(내 일을 누가 지켜보면 몰입도와 능률이 더 오른다). 또 고객마다 주문량이 많으니 직원에게 일을 시킬 때 공정이 일정할 수가 없는데, 이게 어떻게 시스템적으로 극복이 되는지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p191을 보면 "스타트업 생태계는 죽음의 수용소와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 안에는 냉정하고 무서운 진실이 들었는데, 그만큼 창업 시도자 중 성공하는 사람 수가 적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굉장히 쿨한 말씀을 하는데, 물론 멋지게 탈출을 해 내면 좋겠지만, 구태여 안 해도 상관없고 본인은 이렇게 창업을 시도하고, 또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게 좋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말이 나올 만큼, 창업의 성공 확률이 극히 낮고, 멋지게 살아남는 청년이 드물다는 뜻이어서 마음이 착잡해졌습니다.

결정을 미루는 것과 결정을 하지 않는 건 다릅니다. A안을 선택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어바웃 값이라고 해도 빨리 계산하고, 이 결과를 기대할 바에는 아예 하지 말 것을 결단하라는 겁니다. 갈등이 생기고 실패가 무서워서 미룰 바에는 시원하게 그냥 하지 말라고 합니다. 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것도 하나의 결정(p291)인데, 이게 의외로 효과가 있어서 예상치 못하게 일이 잘 풀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건 "뭉개고 있었더니 알아서 잘풀렸네?"가 결코 아니라는 겁니다. 처음부터 더 빨리 안 하기로 했으면 기회비용 포함 더 좋은 결과가 나왔겠다는 거죠.

창업은 힘들고 힘들지만, 현명한 이는 그 와중에도 길을 찾아낸다는 점 배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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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 송정 김복태 자서전
김복태 지음 / 어깨위망원경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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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미화, 택시운전 등 어려서부터 안 해 본 일이 없던 김복태 동일운수 회장은 고향이 남원입니다. 큰 돈을 벌어 노년에 고향에다 뜻있는 프로젝트를 벌이며 환원하는 이 흐뭇한 모습을 보면, 사람은 역시 돈을 어떻게 버냐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복태 회장의 사업 연혁을 보면 본인이 운수업을 영위했으면서도 동종 업체를 계속 인수하여 사업의 덩치를 키우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중간에 외환위기도 있었는데, 여튼 사업체의 성장이라는 대세가 끊어진 적은 없습니다. 운수는 현재 버스건 택시건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유지를 해 왔다는 자체가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77을 보면 나이 어린 청년이 서울이라는 대처(大處), 눈 감고 코베인다는 이 번잡한 도시에 올라와 얼마나 고생했는지에 대한 실감나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나는 그때 택시라는 걸 처음 타 봤다." 이랬던 소년이 지금은 수많은 택시를 차도에 굴리는 회장이 되었으니... 책 곳곳에도 그런 말이 나오지만 김복태 회장이 사업을 한창 키워 나갈 때 한국은 초고도 성장기였습니다. 사업 담판 때문에, 납기 연기 때문에 등등 해서 누군가라도 급하게 어딜 택시 타고 가야 할 때가 많았고, 부지런하고 성실한 청년에게 이는 다시없는, 사업체를 키울 기회가 아니었겠습니까. 

p102를 보면 버스에 무임승차를 하다 차장에게 걸려 호되게 뺨을 맞은 이야기를 하십니다. 여기서 차장이라 함은 아마도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안내양이라고 부르던 그 여성 직원들을 가리킴이겠습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그 차장이라는 분(대개는 2,30대였겠죠)이 어떤 악의로 그렇게 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자는 남자와 달리, 특히 젊은 여성의 경우에는 그렇게 가학적이라거나 해서 남을 괴롭히는 자체를 목적으로 뭘 하진 않습니다. 규칙은 규칙이고, 버스 회사에서는 이런 경우 이렇게 하라고 매뉴얼이 아마 정해져 있었을 겁니다(뭐 회장님이 더 잘 아시겠지만 ㅋ). 모르긴 해도 그 차장 역시 이제는 고령의 할머니이거나 아마 이 세상 분이 아닐 수 있습니다. 자신이 싸대기를 올려붙인 그 소년이 나중에 택시 회사 회장이 되었다는 걸 알면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아무튼 이렇게 해서 소년은 신설동에 내려 이른바 아이스케키라는 것의 장사를 하게 됩니다. 참 신설동이라는 곳은 그때나 지금이나... 화폐 개혁 이전이라 아직 "전"이라는 단위가 쓰일 때인데, 화장실 이용료가 20전이었다고 하시니 무려 그 시절에도 서울은 자본주의 정신으로 철두철미 무장되었던 시절이라고 생각되네요. 그리고 이건 독자로서 개인적인 추측인데, 앞에서도 김 회장께서 양복점 재단사가 비위생적으로 음식을 다뤄 그것 때문에 배탈이 났었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사실 이때는 한국에서 파는 음식은 불량식품 아닌 게 드물었을 겁니다. 그러니 시도때도없이 사람들이 배탈이 나고 화장실 장사가 성업할 밖에요. 아무튼 서울에서 이른바 x표를 팔았다는 말은 저 개인적으로는 처음 들어 봅니다.

p185에는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불법으로 운행증을 위조해 정해진 시간 외에 영업을 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이게 적발되자 누군가는 총대를 메고 동종업자 전부가 잡혀들어가지 않게 희생양이 되어야 했는데 김 회장님이 그 역할을 자처했다는 거죠. 형사들의 주먹이 날아오는 중에도 다른 업자들의 말을 불지 않고 끝까지 버티며 나중에는 "제가 이걸 길에서 샀는데 일단 풀어 주시면 그놈을 잡아오겠습니다"라고 거짓으로 둘러대어 풀려났다는 겁니다. 물론 김회장 자신도 밝히듯이 법을 어긴 게 자랑이라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의 신의를 지키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겁니다. 저는 이 대목이 이 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보였습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사람의 도리를 다하며 약속을 지켜나가는 미덕의 가치를 배울 수 있었고, 고도 성장기 한국이라는 나라의 활력과 희망에 대해 엿볼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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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위로가 당신의 위로가 되길 - 치유예술작가협회 12인의 이야기
금선미 외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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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작품은 세상을 향해 어떤 종류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의의가 있지만, 자신 혹은 타인의 마음에 난 상처를 어루만지고 낫게 하는 기능도 있습니다. 저는 4년 전에 은옥주 작가님의 <마음이 자라는 심리 육아>라는 책을 읽고 리뷰를 썼는데, 그 책을 보면 아직 어린 영혼이 작품을 보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마음의 어떤 부분이 자라는지 섬세하게 기록되었습니다. 아직 덜 자란 영혼은 그림을 보고 어디로 자랄지를 정하고, 혹시 특정 부위가 엇자라거나 주저앉은 영혼은 다시 바른 자리로 자랄 걸 다짐합니다. 책 p4에 나오듯이, 예술 창작은 사람 마음을 낫게 할 뿐 아니라 그 자체로 치유 기능을 갖습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박건우 작가님의 이야기(p71)는 이 책에 세 편이 실렸습니다. 그 중 <답장은...>을 보면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특정 연령대의 의사라고 하면 무조건 존경하는 편인데, 그 나이 또래 분들은 공부도 많이 하고, 의사로서의 윤리관, 직업의식도 대단히 투철한 경우가 많아서입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H란 분은 저자의 친구이며 의사의 아들인데, 그 당시에는 의사가 드물어서 개업의의 소득이 매우 높았고 H 등도 부잣집 아들로 선망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책에 나오지만 박 작가님 말씀에 따르자면 이 H, 또 그 아들들(의사분 손자)은 아주 이상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이 사연을 떠나, 사람은 제 출신 성분이 무엇이건 간에 사회에 나오면 1인분을 해야 하고, 그걸 못하면 사람 취급을 받을 수 없습니다. 주제를 모르고 눈높이만 터무니없이 높은 자는 언젠가 반드시 사기를 치든 뭘 하든 사고를 치게끔 되어 있습니다.

송아미 작가님 이야기 주제 중 하나는 "호구"입니다. 그러고보니 저 박건우 작가님도 그 H란 사람한테 자신이 호구를 잡혔다고 결국 말씀하시는 건데, 어떻게 보면 한국 사람들이 가장 울화통 터져 하는 게 남한테 호구 잡혀서 손해를 본 것입니다. 서양처럼 줄 건 주더라도 평등한 관계를 추구해야지, 괜히 호구를 잡혔다간 나중에 크게 후회할 일이 생기는 것입니다. 본인이 그때 일을 생각하면 화가 나서 못견딥니다. 그런데 송아미 작가님은 약간 다른 이야기도 합니다. 나는 혹시 뜻하지 않게 누구를 만만하게 보고 그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았던가? 그래서 송작가님 결론은 이것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에게 호구가 되자!" 아주 맞는 말입니다.

이소희 작가님은 실제 교육생들을 두고 프로그램을 진행한 이야기를 합니다. p194를 보면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별로 거창한 이야기랄 게 없이 술술 대화가 그냥 풀립니다. "우리 집 앞에 큰 감나무 하나가 있었지." "어 맞아 맞아." 모든 대화라는 게 다 이렇지 않습니까? 한 가지의 공통된 추억만 있어도, 그 사소한 추억과 기억만으로도 아는 사람들끼리는 도대체 말이 끊이질 않습니다. 이게 행복이고 또 이 과정에서 마음이 꽁했던 것도 슬슬 풀리고 개운해지는 것입니다. 치유와 힐링이 별것이겠습니까?

딸을 키운다는 건 특히 그런 이유에서 어머니에게 위안이 되는 듯합니다. p234를 보면 정주영 작가님은 조카 이야길 하시는데 얘도 한때 애였는데 언제 이렇게 커서 애 키우는 걱정을 내게 털어놓는지 하는 말씀이 있습니다. 여성의 마음은 다 비슷한 데가 있지 않습니까. 모성(母性)은 과연 타고나는 것인가 아니면 길러지는 것인가. 어려운 질문이지만 사실 둘 중의 하나로 꼭 결론을 내야 하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여기서 저자는 전혀 뜻밖의 이야기로 화제를 트는데, 여성교도소에 갇힌 이들 중 애를 낳아 키우는 경우에 대해 본인이 직접 겪은 바를 말씀하네요. 아무래도 작가님 분야가 분야다 보니 이런 일도 하시게 되나 봅니다.

세상에는 참 다양한 삶이 있고 그 나름의 고충이 있습니다. 나만 특별히 고생한다는 피해의식만 떨쳐도 삶이 훨씬 편해진다는 느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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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 송정 김복태 자서전
김복태 지음 / 어깨위망원경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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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성가한 사업가가 들려 주는, 진솔하고 열정적이며 흥미진진한 이야기 가득한 자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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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아름다운 나의 사춘기 특서 청소년 에세이 3
탁경은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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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MBC 사장을 역임한 송일준 PD의 책입니다. 책 앞날개에 보면 영암 출신이시기도 하고, 잘 길러낸 지역 인재 한 명이, 성공한 후 자신의 고향(인근 지역 포함)에 이처럼 큰 기여를 하는구나 싶어 많은 생각을 하게도 되었습니다. 지인들 말을 들어 보면, 사실 광주광역시에서 영암까지는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는데, 여튼 애향심과 기획 능력이 결합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할 수 있는 예이기도 합니다.

(*북유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138에는 남근바위가 소개됩니다. 왜구는 풍족한 전라도 지방을 자주 침범해 들어왔는데 주민들이 자주 피신했던 지점이 음수굴, 베틀굴입니다. 습기가 가득하여 바닥이 마르는 날이 없다고 소개되는데 사실 이 대목을 쓰면서 작가님도 꽤 난감하셨으리라 짐작이 되었습니다. 책에는 "찍은 사진이 차마 보기 민망할 정도로 노골적이다"라는 말씀이 있는데, 제 눈에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현지인들이나 방문객들에게 특별한 인상을 주고, 동행인들 혹은 이웃과 함께한 자리에서 좋은 추억을 선사한다면 그것으로 최고 아니겠습니까.

하여튼 우리 나라는 운전 양아치들이 많아서 큰일입니다. 운전뿐만 아니라 도로 보행, 공중시설 이용 등에서 대체 어디서 이런 나쁜 버릇을 배웠는지 모를 인간이 많습니다. 중국 욕할 것 하나 없으며 먼저 우리 자신부터 돌아봐야 마땅합니다. p145를 보면 월출산 마애석불을 보어 가는 길에 저자 일행이 난폭 운전자 한 놈 때문에 큰 불쾌감을 겪으셨나 봅니다. 농담이 아니라 한국을 세계적인 관광지로 키우려면 이런 인간들부터 좀 어떻게 해야 합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 외국인이 한국에 다시 오고 싶겠습니까?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내를 흐린다고 말입니다.

보텍스(vortex)라는 말이 있습니다. 저자는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닌 분이라서 어느 곳에서 이런 말을 들으셨나 봅니다. 영적(靈的) 보텍스라는 건 그곳으로부터 뭔가 엄청난 에너지가 소용돌이치듯 뿜어져나와 그렇게 부른다고들 하는데 저자가 예로 드는 장소는 미 애리조나 세도나입니다. 저자도 그런 말씀을 하는데, 사실 우리가 미디어나 책에서 보고 아는 유명한 지역은 막상 가 보면 사람도 적게 살고 자그마합니다. 세도나라는 타운이 영암군 전체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월출산 면적보다도 작다(p162)고 하니 말 다했습니다. 아무튼 이 대목에서 저자가 세도나를 언급한 이유라면, 그 지형도 그렇고 심상찮은 분위기 같은 게 여기 월출산 일대도 한국의 보텍스라고 불러 부족할 게 없겠다, 뭐 이런 취지라고 독자인 저는 짐작합니다. 

한국은 인도처럼 소를 신성시하는 문화는 없습니다만 아무래도 농경에 있어 소만큼 도움이 되는 동물은 없습니다. 개야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며, 소의 그 엄청난 완력이 아니면 무거운 쟁기를 끌 수도 없고 짐을 나르는 데에도 매우 번거로운 과정이 끼어듭니다. p230을 보면 어떤 전설이 소개되는데 송계마을(저자의 고향) 왕버들 하나에 소를 묶어 도살을 했더니 바로 하늘에서 급살이 날아들어 죽었다고 합니다. 버드나무 역시 뿌리가 뽑혔고 말입니다. 농사의 소중한 자산이고 큰 혜택을 주는 동물의 목숨을 함부로 다루는 데에 조상들이 얼마나 거부감을 느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같이 풀어 주는 이야기도 (제가 이 서평에 인용은 못하겠는데) 매우 재미있습니다.

한국은 불교 전래 역사가 천오백년에 가깝고 곳곳이 산지라서 불교 유적이 무척 많습니다. p295를 보면 미륵불 석상 이야기가 있는데 여기는 아직 관에서 안내 시설을 마련하지 않았나 봅니다. 한참을 일행이 찾아 헤매는데 그 과정이 더 재미있고 그 보람으로 책에 실린 선명한 사진 몇 컷을 우리가 구경도 합니다. p365를 보면 김준권 작가가 특별히 공을 들인, 백두대간 시리즈의 일환인 월출산의 모습이 담겨 더욱 뜻깊다는 생각이 듭니다. 월출산(月出山)은 월생산(月生山)이라는 풀이도 그럴듯합니다.

스타북스의 책답게 편집이 이쁘고 사진도 반짝반짝 빛납니다. 영암을 제가 아직 못 가 봤는데 언제 한 번 꼭 가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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