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난 권력자 - 무도한 시대, 무도한 권력자들의 최후
박천기 지음 / 디페랑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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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R에서 <아시아의 창>이라든가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 등의 프로그램을 이끈 박천기 PD의 저서입니다. 세상이라는 게 항상 정도(正道)대로만 운항하는 게 아니라서 때로는 시대착오적인 독재자나 어리석은 고집쟁이가 분에 넘치는 자리를 차지하기도 합니다. 이런 자들이 언제나 그 저지른 우행, 악행에 걸맞은 벌을 받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는 끔찍한 말로를 맞아 많은 이들에게 경각심을 부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 이런 무자격자들을 최고권좌에 올려 놓았던 그 백성들도 책임을 공유하는 건 마찬가지라는 점도 이 책은 독자에게 일깨웁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책에는 모두 19명의 독재자 그 사연들이 실렸습니다. 제12장과 17장에서는 여러 명이 함께 커버됩니다. 맨처음에 나오는 사람이 바샤르 알 아사드인데, 가장 최근에 운명이 바뀐 독재자라는 점에서 매우 시사적입니다. 이 사람은 p18에 나오는 대로 2000년에 부친 하페즈 알 아사드를 이어 정권을 잡아 24년간 권좌에 있다가,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시리아의 군사적 균형이 깨어지자 갑자기 정권이 붕괴하여 현재 러시아에 도망한 처지입니다. 부친과는 달리 이미지도 샤프하고, 안과 의사라는 경력에서 알 수 있듯 많은 교육을 받았기에 처음에는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러나 그 하는 짓은 부친을 능가했는데, 특히 어린이들이나 무고한 자국민들을 상대로 화학 무기를 쓰는 등 정신이상을 의심케 할 만큼 악질이었습니다.

저자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 3 비상계엄 사례를 거론하며, 비슷한 케이스로 에보 모랄레스 전 볼리비아 대통령과 현 아르세 대통령의 갈등 와중에 벌어졌던 2024년 6월의 호세 수니가 장군의 쿠데타 미수 사건을 제2장에서 분석합니다. 역사에서 어떤 정치적 교착 상태가 지속될 때, 최고권력자가 친위 쿠데타를 벌이는 건 그리 드물지 않게 일어났습니다. 성공시에는 무서운 독재가 시작되고, 이처럼 불발로 그칠 때에는 권력자가 그 자리에서 끌려내려집니다. 모랄레스는 4선을 시도하다 부정선거 시비에 휘말려 좌절했고, 그 여파는 현재의 정정 불안으로 이어집니다. 저자는 체 게바라가 잡혀 사살된 곳도 이곳 내륙국 볼리비아라는 점 다시 상기합니다.

공산권은 보통 1당의 독재이지, 어떤 카리스마적 리더가 개인 숭배(cult of personality)를 이끌며 나라와 체제를 장악하는 일은 드물었습니다. 스탈린, 마오도 그래서 사후에 비판받았으며, 공산국가에서 이념과 명분이 아나라 사람이 독재를 한다면 그건 자기부정 자기모독에 다름 아니기 때문입니다. 특이하게 20세기 후반 공산 루마니아에서는 차우셰스쿠라는 개인이 공산당을 등에 업고 사실상 1인 독재를 펼쳤는데 국민을 완벽하게 장악하는 수완이 좋아서 브레즈네프 당시 소련 서기장도 어쩌지 못했습니다. 1984년 LA 올림픽 때에는 소련의 지시를 무시하고 참가를 강행했는데 미국에서 열렬한 환영을 받았으며 체조 종목을 휩쓸어 종합 2위에 올랐습니다. 경제난이 심화하자 그는 권좌에서 끌려내려와 일가족이 함께 비참하게 죽었습니다.

자국민 수백만을 죽인 폴포트의 크메르 루즈가 저지른 만행은 1986년 <킬링 필드>라는 영화의 소재로 쓰이기도 했습니다. 이후 폴포트 세력은 군사적으로 몰락하고 심판을 받았는데, 헹삼린, 시아누크 전 국왕 등과 함께 내전 당사자 중 하나였던 훈센은 1980년대에도 실권자였고 최근까지 나라를 다스리다가 작년 8월 그의 아들 훈마넷이 수상 자리에 올랐다고 합니다(p63). 과연 역사는 앞으로 나아가는 중일까요? 폴포트가 1998년에 없어졌다는 사실 하나에 캄보디아 국민들은 그저 만족해야 할까요?

중국의 마지막 황제를 선통제 푸이(부의)라고 보통 알고 있고,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의 대작 영화가 이런 인식 확산에 큰 몫을 했겠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p127에서 위안스카이가 1915년에 자칭 홍헌제로 황위에 오르니 그를 중국의 마지막 황제로 보는 견해도 있다고 합니다. 여기서 독자인 저는 "푸이도 일인들에 의해 1930년대에 만주괴뢰국 황제가 되었으니..."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나다를까 저자도 p129에서 그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다시, 만주국은 China proper가 아니니, 한국과도 깊은 연이 있는(물론 악연입니다) 위안스카이에 마지막 황제 타이틀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되네요. 농담이고, 그렇게 따지면 왕망, 원술, 이자성, 홍수전에게도 28사 본기를 따로 만들어 줘야 하겠습니다.

조지 W 부시는 부친의 후광을 입고 기행으로 사람들 관심을 끌어 재선까지 해냈는데 결국 실패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게 되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사태 등을 제외하더라도, 지금 공화당이 종래 아웃사이더였던 도널드 트럼프 같은 이가 밀고들어와 완전히 그에게 장악된 사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그의 아버지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는 기존 공화당의 상징 같은 인물이었는데, 이제 그런 사람들은 공화당 안에서 설 땅이 없지 싶습니다. 이게 다 조지 W의 어리석은 실정 때문 아닐까요? 1장의 바샤르 알 아사드에 대해 그는 자신의 임기 내내 적대적이었고 12장에 나오는 찰스 테일러(p173)에 대해서는 간접 축출을 시도하기도 했으며 13장의 사담 후세인은 그가 직접 전쟁을 일으켜(p188) 사형에 이르게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자유의 친구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습니다.

저자는 챕터 곳곳에 언론인으로서 방송 연출자로서 개인적으로 체험했던 여러 포인트를 회상하는데 이 역시도 흥미로웠습니다. 책 앞표지에 사진으로 게시된 자들 중 가장 두드러진 이미지로 다가오는 건 무아마르 카다피(16장)인데, 6장의 베니토 무솔리니처럼 말년에 아주 비참하게 죽었습니다. 무솔리니는 이 책에 실린 다른 잔챙이(?)들과는 급이 다르지 않나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보니 악인으로서도 거품일 뿐 다른 멤버들의 한심한 그릇 그 수준을 결코 못 넘었던 작자다 싶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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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부모를 버렸습니다
정희승 지음 / 작가의집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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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가 너무도 충격적입니다. 이 책의 뒤표지에는 정신과 전문의인 한혜성 조이의원(남가좌동) 원장의 추천사가 실렸는데, 오랜 기간 작가님을 치료해 오신 경험, 기억에서 비롯한 따뜻한 격려가 담겨서 독자의 마음을 훈훈하게 합니다. 우리 독자들이 이 책을 읽을 때 명심해야 할 바는, 작가님이 어디까지나 피해자라는 사실입니다. 주어진 운명에 굴복하여 자신을 포기, 타락시키지 않고 용감하게 맞서 싸운 작가님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작가님의 연령대를 감안하면 아직도 연탄불로 난방을 해야 하는 가정이 많을 때입니다. p41을 보면 "시골에서 이 집 하나만 뚝 떼어서 옮겨 놓은 것 같다"는 문장이 있습니다. 지금은 아니지만 1980년대 초 목동은 새로 짓는 아파트 단지가 무시무시할 만큼 들어선, 서울 신흥 중산층 거주 상징과도 같은 지역이었습니다(지금은 그저 중간계층 밀집지). 이런 데서 혼자 가난한 살림을 살았으니 그 소외감과 좌절감이 얼마나 심하셨겠습니까. 아무튼 작가님은 어려서부터, 바쁜 엄마 대신 연탄불 가는(=바꾸는) 법부터 배웠습니다.

모든 폭력이 다 혐오스럽지만 특히 저는 밥상을 엎는 걸 가장 싫어합니다. 저는 저 혼자 밥상을 차려도, 뜨거운 냄비를 들고 오다가 발에 뭐가 걸려서 넘어진다거나 하면 그순간부터 개인적 악몽이 시작됩니다. 먹을거리가 없어진 것도 아깝지만, 음식물이란 제때 사람 입 안으로 들어가야지 다른 곳에 퍼지면 그 뒤처리가 너무도 힘듭니다. 그 냄새 하며, 더렵혀진 주변 하며... 제가 스스로 차린 밥상도 이렇게 수고스러운데, 다른 사람이 차려온 밥상을 엎는다는 건 그 사람의 인격을 정면으로 모욕하는 짓입니다. p35에, 작가의 부친이 밥상 엎는 장면이 나오는데, 독자로서 너무도 화가 났습니다.

밥상 엎는 장면에서 화가 났다고 했는데 사실 이 책에서 끔찍한 장면은 고작 그 정도가 아닙니다. 이 책에 서술된, 그 부친의 딸에 대한 폭력은 인간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여간한 강심장이 아니고서는 페이지를 차분히 넘기기 어려울 만큼입니다. p51 이하에는 빨랫줄 등을 써서 자신의 방에 아빠가 들어오지 못하게 방어막을 만드는 어린 작가님의 눈물나는 노력이 나오는데, 성인 남성의 완력이 그 정도의 약한 차폐를 걷어내지 못하겠습니까. 너무도 가슴 아픈 장면이고, 이 어렸을 때의 자세한 경험까지(폭력이야 오래 기억에 남지만, 그 전후 사정은 그에 비하면 기억에서 사라지기 쉽습니다) 이렇게 자세히 서술하시는 걸 보면 얼마나 당시 상황이 지옥 같았겠는지가 상상되어 더 가슴이 아팠습니다.

p62를 보면 작가님은 서서히 자신감 있는 아이로 변합니다. 커서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다고 느낄 정도입니다. 아이들도 그와 친구가 되고 싶다고 찾아오는데, 애네들도 참 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직접 폭력을 가하는 사람만 나쁜 게 아닙니다. 어떤 나쁜 인간들은, 이 사람이 폭력 피해자라고 일단 소문이 나면, 괜히 그에게 접근하여 어떤 우월감을 느끼려 애 쓰고, 나도 그 가해의 대열에 가담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는 걸 고맙게 여기라는 듯 우쭐댑니다. 이런 자들은 직접 폭력을 휘두르는 인간보다 더 악질이 아닐까 하는 게 제 생각입니다. 

작가님 남편분도 정말 멋있는 사람입니다(p97). 사연을 다 들으시자 살짝 표정이 변했지만 내색을 하지 않았다고 하시는데 이런 사람이야말로 남자 중의 남자이며 확률적으로 천만분의 일도 안 될 만큼 귀한 인격자입니다. 이게 다, 그만큼 내 여자를 사랑해서입니다. 예전에 김보은씨 김진관씨 사건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솔직히 저 같으면 절대 저렇게 못합니다. 부끄럽지만 말입니다. 다른 건 다 나도 해보겠다고 큰소리치지만 이건 진짜 자신없습니다.

p114를 보면 원장님이 "환자님 케이스는 처음 봅니다. 회복탄력성은 말도안되게 좋으시고..."라는 대목이 있습니다. 저도 이 책을 읽으며 감탄했던 게, 우리가 이렇게 책으로 읽어도 트라우마가 생길 정도인데 이런 일을 직접 겪었다면 대체 사람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사람이 꼭 무슨 대형 트럭에 깔려야 치명상을 입는 게 아니라 별의별 사소한 충격으로도 상처를 다 입습니다. 그런데 정희승 작가님 같은 일을 겪었다? 그건 회복이 안 됩니다. 정말정말 대단하시다는 생각밖에 안 듭니다. 글도 진짜 잘 쓰셔서 저는 처음에 창작 소설인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독자들, 제발 부모님 고마운 줄을 좀 압시다. 세상에 그런 분들이 또 어디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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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의 클래스
정태희 지음 / 모먼트오브임팩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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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4개의 파트로 구성되었습니다. 첫째 "사장은 고객을 배워야 한다", 둘째 "구성원을 배워야 한다", 셋째 커뮤니케이션을 배워야 한다", 넷째 "리딩 스킬을 배워야 한다" 등입니다. 각 파트에는 6, 6, 7, 8개의 레슨이 담겼습니다. 여기에, 책 맨처음의 오리엔테이션까지 해서 모두 다섯 파트로 짜였다고 볼 수 있겠는데, 중소기업사장, 자영업자, 소규모 공장 운영자까지 두루 읽어 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었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떤 고객층에 집중할 것인가. 인구통계학적, 심리적, 행동적, 지리적 세분화를 거친 후(p25~p26), 제품시장 적합성을 살펴야 합니다. 이 부분이, 새로 시장을 개척하려는 업체에게는 가장 힘들다고 해도 되겠는데, 책에는 두 가지 성공 케이스가 나옵니다. 하나는 편안한 작업 공간을 제공하는 카페인데, 요즘 이른바 카공족이라고 해서 너무나도 긴 시간을 (커피 한 잔만 시키고는) 카페에서 머무는 사람들에 대해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다뤄지는 사장님은 아예 그런 사람들만 집중적으로 배려하는 서비스를 프리랜서, 학생, 직장인 들을 위해 론칭한 것입니다. 이런 사례도 있다는 거고, 자세한 성공 비결은 장소, 자본 등에 따라 차별화한 컨설팅을 받아 봐야 할 것입니다.

p55를 보면 고객이 참여하는 상품을 팔라고도 합니다. 요즘처럼 대중, 소비자의 참여 욕구가 강해졌던 시대도 또 없었을 것입니다. 여기서 저자는 컬럼비아大 교수 조지프 파인 주니어의 주장을 인용하는데 "경험 경제"라는 한 마디가 모든 것을 요약한다고 하겠습니다. 아마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신발 플랫폼이 자포스일텐데, 저자는 이에 대해 경험경제의 끝판왕이라고까지 높이 평가합니다. 여러 브랜드를 한 샵에 모아 비교하며 구매 결정을 돕는 시도는 여태 많았으나 자포스의 플랫폼으로서 성공은 좀 다른 면이 있습니다. 책에 자세한 분석과 논의가 나옵니다.

회사의 직원들은 그 조직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새 직원을 채용할 때는 사장 독단으로 모든 걸 결정할 게 아니라 내부 실무진과도 상의를 거쳐야 하는데, 저자가 이 대목에서 드는 비유가 일품입니다. 남의 장기를 이식할 때 그게 아무리 건강한 부분이라도 다른 몸에 들어가면 거부반응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어 저자는 신규 직원을 받을 때 여섯 가지를 보는 체크리스트를 제시하는데, 특히 저는 여섯째 "회사 문화와 그 직원이 얼마나 적합한지"의 항목을 유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직원 역시,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신도 독자적으로 조직 안에서 달성해야 할 목표가 있음을 알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성과가 더딘 이에게 어떤 방법으로 동기를 부여할지는 p115 이하에 잘 나옵니다.

p134에는 모든 회의가 자신만의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하고, 끝난 후에는 성과에 대한 분명한 피드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회의가 그저 회의를 위한 회의여서는 안 되며, 이미 정해 놓은 결론을 사후 추인만 하는 거수기 노릇에 그쳐도 안 됩니다. "회의의 본질은 참여와 지원(p135)"이라는 저자의 말씀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또 회사 내에 부정적인 소문이 돌면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아주 해로운데, 이를 어떻게 관리할지 대단히 실용적인 원칙이 p146 이하에 잘 정리되었습니다. "긍정적인 소통 문화 확립(p150)"이 매우 중요합니다.

회장은 직원들을 마치 퍼스널트레이너(p169)처럼 지도하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예전에는 전쟁터의 장군, 기업체의 대표는 직원들과 너무 무람없이 어울리면 권위가 서지 않고 조직 내 기강이 문란해진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엠지 직원들은 상급자에게도 거리낌 없이 소통하려고 들며, 위아래가 없는 태도라기보다 윗사람에게 그만큼 많은 것을 배우고 회사에 기여하려는 적극적인 마인드셋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표는 권위를 내세울 게 아니라 얘를 키워서 나의 협조자, 회사를 같이 이끌어갈 디딤목으로 만들어 보자는 더 개방적인 시선과 행동으로 조직을 이끌 필요가 있습니다. 변화하는 세상에 어떻게 해야 유기적이고 효율적으로 회사가 작동하게 할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신뢰성 있는 가르침이 많은 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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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기다려온 구원자는 바로 당신입니다 - IFS가 전하는 행복한 커플의 심리학
리처드 슈워츠 지음, 권혜경 옮김 / 싸이칼러지 코리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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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IFS라는 이론 체계를 통해, 아무리 채우려 해도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 결핍감 등을 근원적으로 치유하라고 독자에게 권합니다. 저자는 참된 나, 즉 참나를 대문자로 시작하는 Self라고 지칭합니다.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 다양한 감정들이 마치 독립된 인격체처럼 대립하고 갈등하다 결국 협력하는데 이게 애니메이션 속의 하나의 가정에 불과한 게 아니라 실제로도 우리 마음이 이런 식으로 작동하는 면이 있습니다. 저자도 p15에서 그런 전제 하에 논의를 이어갑니다.

참나, 즉 참된 나는 이런 감정들의 대립과 그로부터 빚어지는 혼란상을 인정하고 그런 감정들과 잘 지내야만 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나의 내면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않고, 전혀 다른 누군가가 내게 다가와서 나의 감정을 달래 주기를 바랍니다. 저자는 자신에게 찾아오는 많은 커플들을 상담하며, 이미 곁에 반려자 비슷한 존재가 있는데도 왜 감정상의 갈증이 해소되지 않고 더 심화하는지에 대해서도 답을 내어놓습니다. 이 책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p17 이하에 정리된 용어집을 먼저 꼼꼼하게 읽어 봐야 합니다. 특히 매니저, 소방관, 파트 등의 개념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p55에서 필립 쿠시먼은 "공허한 자아"에 대해 논의한 적 있다고 나옵니다. 2차 대전 전 미국은 "강력한 공동체 봉사 윤리"라는 게 있어서 그에 의해 사회가 지탱되는 면도 있었는데, 일본인들은 이에 대해 고려를 소홀히하여 미국인의 개인주의만 공략하면 쉽게 와해시킬 수 있다고 오판했습니다. 미국은 의외로 강하게 내부적 연대가 형성되었던 나라였음을 애써 외면하려 들었던 거죠. 반면 2차 대전 후 베이비붐 세대는 전전 세대가 공유했던 대가족주의, 연대 의식 같은 걸 물려받지 못했다는 게 그의 지적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20세기 후반 이후 미국은 사회 통합에 있어 끊임없이 문제를 겪고 있는 것입니다.

남성의 경우 감성지수 부족으로 굴욕감을 자주 느낀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현대 사회는 증권, 회계, 공학 등 많은 분야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장기를 살려 맹활약 중입니다. 종전의 지배권 비슷한 걸 놓쳤다고 착각하는 남자들은 보상심리, 상실감 때문에 내면의 고통을 겪는데, 이때 그들이 선택하는 길은 "감정의 차단"이며 이는 큰 부작용을 부릅니다. 반면 여성은 "관계를 통해 외로움을 달래는 방식(p73)"에 익숙한데, 만약 반려 남성이 저렇게 감정을 차단해 버리면 큰 당혹감을 겪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개인보다 커플 상담(만약 커플 상태라면)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며 커플이 함께 와서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를 권하는 것입니다.

정신이 아픈 사람들은 어려서 사랑을 부족하게 받았다는, 즉 자신이 사랑스럽지 않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부모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봐 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대상화(p124)했다는 게 문제입니다. 또 부모 중에는 "네가 특정 역할을 해야 너는 사랑스럽다"고 강요하는 타입도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대체 왜 어떤 부모들은 자식을 저렇게 어떤 세팅을 하려 들까,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살아오며 가치관을 공유하고 추억을 나누고, 그냥 말만 나눠도 즐거운 친구 같은 관계가 왜 형성되기 어려울까,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 성인이 되어도 어렸을 때 받은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지 못하고, 이걸 어떻게든 내가 보상을 받아야겠다는 집착에 부들부들 떠는 인간도 큰 문제라는 판단도 들었습니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고 부모한테 그런 보상을 받아낼 수는 없는 것이며 자신의 삶은 자신이 살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사랑에 빠질 때에는 이른바 눈에 콩깍지가 씌어 상대방의 모든 점이 멋있게 보입니다. p165에 그런 실감나는 묘사가 잘 나옵니다. 그녀는 어쩌면 저렇게 생명력에 가득차 있고 감정이 다채로우며 예측 불가이고, 자유로우며, 강인할까? 사실은 그녀가 정말로 그런 존재가 아니라, 내가 그녀에게 그런 이미지를 투사한 것에 불과합니다. 내 문제를 일거에, 저 자유롭고 야생적인 여신이 해결해 줄 것 같다! 아닙니다. 환상입니다. 예전에 스카이락이 부른 Wildflower가 딱 이런 느낌을 담았는데, 아쉽지만 모두 신기루에 불과합니다. 내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은 오직 나뿐이라는 점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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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만에 프리토킹 - 시원스쿨 NEW 왕초보탈출
송연수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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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엘바 선생님은 원래 be 동사가 B동사인 줄 알았다고 스스로 말씀하실 만큼 영어 초보자에 가까웠던 분입니다. 일타 강사 중에는 이처럼 본인도 처음에 힘들었다가 이를 멋지게 극복하고 정상에 서신 분이 있으며 아마 우리 수강생들도 그런 좋은 본을 보고 배우기 위한 의도도 있지 싶습니다. 이 책은 그저 회화에 쓰기 좋은 표현만 모아 놓는 책이 아니라, 왜 영어는 같은 뜻도 이런 식으로 표현할까, 회화는 발음인데 어떻게 하면 발음이 원어민 비슷하게 좀 나게 할까 같은 소박한 고민에 대해, 어느 정도 답을 내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영어는 그저 기술이 아니라, 영어에 능통해지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저자 엘바쌤이 프롤로그에서 하는 말입니다. 저는 오늘 아침 일을 하다가 모르는 게 생겨서 챗GPT에 물어봤는데, 제가 알고 있던 상식과 너무도 다른 답을 내놔 한동안 정신이 멍했습니다. 분명 틀린 답인 줄은 알겠는데, 하도 그럴싸하게, 화려한 형식에 담아 엉터리 근거를 잔뜩 대어가며 말하는 통에 바로 무시할 수도 없고, 겉모습과 내실이 이렇게도 다를 수가 있나 하는 충격에 잠시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실시간 번역기를 내놓아도 말이란 건 내 정신 내 가치관을 담아서 해야지, 기계에 의탁해서 내 의사를 전달하면 그게 제대로 되고 있는 건지 뭔지를 알 수 없습니다. 정보를 얻어도 CNBC, CNN 등에서 앵커나 전문가가 직접 하는 말을 듣고, 저 사람은 이럴 때 이런 어휘를 쓰는 걸 보니 성향이 이런 사람이겠다 추측해 가며 정보를 내 감각으로 직접 챙기는 그 쾌감은 번역기가 대신 안겨 줄 수가 없습니다. 또 여행을 가도 현지인들과 소통하며 감정을 교류하는 걸, 번역기가 어떻게 대행하겠습니까? 만국공용어인 영어를 배우는 보람은 바로 이런 데에 있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눈덩이 학습법이란 걸 중심으로 가르칩니다. 쌤 말씀은, 영어는 청자(聽者) 중심의 언어라서 핵심 정보를 먼저 전달하고 주변 정보로 점차 살을 붙여 나가는 방식인데, 한국어는 자기 느낌을 먼저 말하며 핵심은 나중에 나오니, 듣는 사람은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차차 재구성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저는 이해했네요. 아무튼 자잘한 문법은 (처음에는) 신경쓰지 말고 키워드 중심으로 과감하게 말응 구성하라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잘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자기 감각으로 하지만, 영어 초보자한테 뭘 가르치려면 이런 구체적인 방법론이 꼭 있어야 할 듯합니다. 일단은 키워드 중심으로 말을 만들고! 그 눈덩이를 굴려 나중에 더 풍성한 표현으로 바꾼다! 초보자들이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가정법 과거라고 학교에서 배운 사항도, 엘바쌤은 눈덩이 학습법을 통해 다르게 가르칩니다. 접속사 if, 시제의 후퇴 등이 알고 보면 다 액세서리에 불과하고, 일단은 "내가 너라면"이라는 핵심 정보가 먼저 딱 제시된다는 것입니다. 왜 시제를 한 단계 후퇴시키는가? 제3자가 한 걸음 물러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본다는 느낌을 싣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이 책은 snowball speaking training이라고 해서 모든 챕터마다, 그 말하는 느낌이 어떤 건지 구체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합니다.

QR 코드도 붙어 있어서 음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제가 해 보니 어떤 젊은 원어민 여성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들리는데, 역시 엘바쌤의 눈덩이 학습법에 따라 원어민이 어딜 끊어읽고, 어딜 강조해 가면서 의식적으로 발음하는 게 느껴집니다. 사실 지금까지 한국의 회화 레슨은 그저 무작정 따라하고 많이 읽고 큰 소리로 말하게 시키는 게 고작이었는데, 물론 다 맞는 방법이긴 하지만 수강생 입장에서는 약간 지겹고 힘들어하는 면이 분명 있었습니다. 이 엘바쌤의 방식은 뭔가 원리에 바탕하고, 왜 이런 표현이 나오는 건지 그 이유를 나름대로 설명해 주는 게 확실한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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