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의 클래스
정태희 지음 / 모먼트오브임팩트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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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4개의 파트로 구성되었습니다. 첫째 "사장은 고객을 배워야 한다", 둘째 "구성원을 배워야 한다", 셋째 커뮤니케이션을 배워야 한다", 넷째 "리딩 스킬을 배워야 한다" 등입니다. 각 파트에는 6, 6, 7, 8개의 레슨이 담겼습니다. 여기에, 책 맨처음의 오리엔테이션까지 해서 모두 다섯 파트로 짜였다고 볼 수 있겠는데, 중소기업사장, 자영업자, 소규모 공장 운영자까지 두루 읽어 큰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었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어떤 고객층에 집중할 것인가. 인구통계학적, 심리적, 행동적, 지리적 세분화를 거친 후(p25~p26), 제품시장 적합성을 살펴야 합니다. 이 부분이, 새로 시장을 개척하려는 업체에게는 가장 힘들다고 해도 되겠는데, 책에는 두 가지 성공 케이스가 나옵니다. 하나는 편안한 작업 공간을 제공하는 카페인데, 요즘 이른바 카공족이라고 해서 너무나도 긴 시간을 (커피 한 잔만 시키고는) 카페에서 머무는 사람들에 대해 따가운 시선이 쏟아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다뤄지는 사장님은 아예 그런 사람들만 집중적으로 배려하는 서비스를 프리랜서, 학생, 직장인 들을 위해 론칭한 것입니다. 이런 사례도 있다는 거고, 자세한 성공 비결은 장소, 자본 등에 따라 차별화한 컨설팅을 받아 봐야 할 것입니다.

p55를 보면 고객이 참여하는 상품을 팔라고도 합니다. 요즘처럼 대중, 소비자의 참여 욕구가 강해졌던 시대도 또 없었을 것입니다. 여기서 저자는 컬럼비아大 교수 조지프 파인 주니어의 주장을 인용하는데 "경험 경제"라는 한 마디가 모든 것을 요약한다고 하겠습니다. 아마 한국인들에게도 익숙한 신발 플랫폼이 자포스일텐데, 저자는 이에 대해 경험경제의 끝판왕이라고까지 높이 평가합니다. 여러 브랜드를 한 샵에 모아 비교하며 구매 결정을 돕는 시도는 여태 많았으나 자포스의 플랫폼으로서 성공은 좀 다른 면이 있습니다. 책에 자세한 분석과 논의가 나옵니다.

회사의 직원들은 그 조직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새 직원을 채용할 때는 사장 독단으로 모든 걸 결정할 게 아니라 내부 실무진과도 상의를 거쳐야 하는데, 저자가 이 대목에서 드는 비유가 일품입니다. 남의 장기를 이식할 때 그게 아무리 건강한 부분이라도 다른 몸에 들어가면 거부반응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어 저자는 신규 직원을 받을 때 여섯 가지를 보는 체크리스트를 제시하는데, 특히 저는 여섯째 "회사 문화와 그 직원이 얼마나 적합한지"의 항목을 유심히 보게 되었습니다. 직원 역시, 회사의 목표를 달성하는 수단이 아니라, 그 자신도 독자적으로 조직 안에서 달성해야 할 목표가 있음을 알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합니다. 성과가 더딘 이에게 어떤 방법으로 동기를 부여할지는 p115 이하에 잘 나옵니다.

p134에는 모든 회의가 자신만의 명확한 목표가 있어야 하고, 끝난 후에는 성과에 대한 분명한 피드백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회의가 그저 회의를 위한 회의여서는 안 되며, 이미 정해 놓은 결론을 사후 추인만 하는 거수기 노릇에 그쳐도 안 됩니다. "회의의 본질은 참여와 지원(p135)"이라는 저자의 말씀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또 회사 내에 부정적인 소문이 돌면 일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아주 해로운데, 이를 어떻게 관리할지 대단히 실용적인 원칙이 p146 이하에 잘 정리되었습니다. "긍정적인 소통 문화 확립(p150)"이 매우 중요합니다.

회장은 직원들을 마치 퍼스널트레이너(p169)처럼 지도하는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합니다. 예전에는 전쟁터의 장군, 기업체의 대표는 직원들과 너무 무람없이 어울리면 권위가 서지 않고 조직 내 기강이 문란해진다고도 했습니다. 그러나 요즘 엠지 직원들은 상급자에게도 거리낌 없이 소통하려고 들며, 위아래가 없는 태도라기보다 윗사람에게 그만큼 많은 것을 배우고 회사에 기여하려는 적극적인 마인드셋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표는 권위를 내세울 게 아니라 얘를 키워서 나의 협조자, 회사를 같이 이끌어갈 디딤목으로 만들어 보자는 더 개방적인 시선과 행동으로 조직을 이끌 필요가 있습니다. 변화하는 세상에 어떻게 해야 유기적이고 효율적으로 회사가 작동하게 할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신뢰성 있는 가르침이 많은 책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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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기다려온 구원자는 바로 당신입니다 - IFS가 전하는 행복한 커플의 심리학
리처드 슈워츠 지음, 권혜경 옮김 / 싸이칼러지 코리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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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IFS라는 이론 체계를 통해, 아무리 채우려 해도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 결핍감 등을 근원적으로 치유하라고 독자에게 권합니다. 저자는 참된 나, 즉 참나를 대문자로 시작하는 Self라고 지칭합니다. 애니메이션 <인사이드 아웃>을 보면 다양한 감정들이 마치 독립된 인격체처럼 대립하고 갈등하다 결국 협력하는데 이게 애니메이션 속의 하나의 가정에 불과한 게 아니라 실제로도 우리 마음이 이런 식으로 작동하는 면이 있습니다. 저자도 p15에서 그런 전제 하에 논의를 이어갑니다.

참나, 즉 참된 나는 이런 감정들의 대립과 그로부터 빚어지는 혼란상을 인정하고 그런 감정들과 잘 지내야만 합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나의 내면 안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들지 않고, 전혀 다른 누군가가 내게 다가와서 나의 감정을 달래 주기를 바랍니다. 저자는 자신에게 찾아오는 많은 커플들을 상담하며, 이미 곁에 반려자 비슷한 존재가 있는데도 왜 감정상의 갈증이 해소되지 않고 더 심화하는지에 대해서도 답을 내어놓습니다. 이 책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p17 이하에 정리된 용어집을 먼저 꼼꼼하게 읽어 봐야 합니다. 특히 매니저, 소방관, 파트 등의 개념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p55에서 필립 쿠시먼은 "공허한 자아"에 대해 논의한 적 있다고 나옵니다. 2차 대전 전 미국은 "강력한 공동체 봉사 윤리"라는 게 있어서 그에 의해 사회가 지탱되는 면도 있었는데, 일본인들은 이에 대해 고려를 소홀히하여 미국인의 개인주의만 공략하면 쉽게 와해시킬 수 있다고 오판했습니다. 미국은 의외로 강하게 내부적 연대가 형성되었던 나라였음을 애써 외면하려 들었던 거죠. 반면 2차 대전 후 베이비붐 세대는 전전 세대가 공유했던 대가족주의, 연대 의식 같은 걸 물려받지 못했다는 게 그의 지적입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20세기 후반 이후 미국은 사회 통합에 있어 끊임없이 문제를 겪고 있는 것입니다.

남성의 경우 감성지수 부족으로 굴욕감을 자주 느낀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현대 사회는 증권, 회계, 공학 등 많은 분야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장기를 살려 맹활약 중입니다. 종전의 지배권 비슷한 걸 놓쳤다고 착각하는 남자들은 보상심리, 상실감 때문에 내면의 고통을 겪는데, 이때 그들이 선택하는 길은 "감정의 차단"이며 이는 큰 부작용을 부릅니다. 반면 여성은 "관계를 통해 외로움을 달래는 방식(p73)"에 익숙한데, 만약 반려 남성이 저렇게 감정을 차단해 버리면 큰 당혹감을 겪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개인보다 커플 상담(만약 커플 상태라면)이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며 커플이 함께 와서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를 권하는 것입니다.

정신이 아픈 사람들은 어려서 사랑을 부족하게 받았다는, 즉 자신이 사랑스럽지 않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 부모는 아이를 있는 그대로 봐 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고 대상화(p124)했다는 게 문제입니다. 또 부모 중에는 "네가 특정 역할을 해야 너는 사랑스럽다"고 강요하는 타입도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대체 왜 어떤 부모들은 자식을 저렇게 어떤 세팅을 하려 들까, 오랜 시간 동안 함께 살아오며 가치관을 공유하고 추억을 나누고, 그냥 말만 나눠도 즐거운 친구 같은 관계가 왜 형성되기 어려울까,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 성인이 되어도 어렸을 때 받은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지 못하고, 이걸 어떻게든 내가 보상을 받아야겠다는 집착에 부들부들 떠는 인간도 큰 문제라는 판단도 들었습니다.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고 부모한테 그런 보상을 받아낼 수는 없는 것이며 자신의 삶은 자신이 살아야 하는 것 아닙니까.

사랑에 빠질 때에는 이른바 눈에 콩깍지가 씌어 상대방의 모든 점이 멋있게 보입니다. p165에 그런 실감나는 묘사가 잘 나옵니다. 그녀는 어쩌면 저렇게 생명력에 가득차 있고 감정이 다채로우며 예측 불가이고, 자유로우며, 강인할까? 사실은 그녀가 정말로 그런 존재가 아니라, 내가 그녀에게 그런 이미지를 투사한 것에 불과합니다. 내 문제를 일거에, 저 자유롭고 야생적인 여신이 해결해 줄 것 같다! 아닙니다. 환상입니다. 예전에 스카이락이 부른 Wildflower가 딱 이런 느낌을 담았는데, 아쉽지만 모두 신기루에 불과합니다. 내 문제를 해결해 줄 사람은 오직 나뿐이라는 점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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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만에 프리토킹 - 시원스쿨 NEW 왕초보탈출
송연수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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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엘바 선생님은 원래 be 동사가 B동사인 줄 알았다고 스스로 말씀하실 만큼 영어 초보자에 가까웠던 분입니다. 일타 강사 중에는 이처럼 본인도 처음에 힘들었다가 이를 멋지게 극복하고 정상에 서신 분이 있으며 아마 우리 수강생들도 그런 좋은 본을 보고 배우기 위한 의도도 있지 싶습니다. 이 책은 그저 회화에 쓰기 좋은 표현만 모아 놓는 책이 아니라, 왜 영어는 같은 뜻도 이런 식으로 표현할까, 회화는 발음인데 어떻게 하면 발음이 원어민 비슷하게 좀 나게 할까 같은 소박한 고민에 대해, 어느 정도 답을 내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영어는 그저 기술이 아니라, 영어에 능통해지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저자 엘바쌤이 프롤로그에서 하는 말입니다. 저는 오늘 아침 일을 하다가 모르는 게 생겨서 챗GPT에 물어봤는데, 제가 알고 있던 상식과 너무도 다른 답을 내놔 한동안 정신이 멍했습니다. 분명 틀린 답인 줄은 알겠는데, 하도 그럴싸하게, 화려한 형식에 담아 엉터리 근거를 잔뜩 대어가며 말하는 통에 바로 무시할 수도 없고, 겉모습과 내실이 이렇게도 다를 수가 있나 하는 충격에 잠시 일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실시간 번역기를 내놓아도 말이란 건 내 정신 내 가치관을 담아서 해야지, 기계에 의탁해서 내 의사를 전달하면 그게 제대로 되고 있는 건지 뭔지를 알 수 없습니다. 정보를 얻어도 CNBC, CNN 등에서 앵커나 전문가가 직접 하는 말을 듣고, 저 사람은 이럴 때 이런 어휘를 쓰는 걸 보니 성향이 이런 사람이겠다 추측해 가며 정보를 내 감각으로 직접 챙기는 그 쾌감은 번역기가 대신 안겨 줄 수가 없습니다. 또 여행을 가도 현지인들과 소통하며 감정을 교류하는 걸, 번역기가 어떻게 대행하겠습니까? 만국공용어인 영어를 배우는 보람은 바로 이런 데에 있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눈덩이 학습법이란 걸 중심으로 가르칩니다. 쌤 말씀은, 영어는 청자(聽者) 중심의 언어라서 핵심 정보를 먼저 전달하고 주변 정보로 점차 살을 붙여 나가는 방식인데, 한국어는 자기 느낌을 먼저 말하며 핵심은 나중에 나오니, 듣는 사람은 이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차차 재구성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저는 이해했네요. 아무튼 자잘한 문법은 (처음에는) 신경쓰지 말고 키워드 중심으로 과감하게 말응 구성하라는 말씀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잘하는 사람은 어떻게든 자기 감각으로 하지만, 영어 초보자한테 뭘 가르치려면 이런 구체적인 방법론이 꼭 있어야 할 듯합니다. 일단은 키워드 중심으로 말을 만들고! 그 눈덩이를 굴려 나중에 더 풍성한 표현으로 바꾼다! 초보자들이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가정법 과거라고 학교에서 배운 사항도, 엘바쌤은 눈덩이 학습법을 통해 다르게 가르칩니다. 접속사 if, 시제의 후퇴 등이 알고 보면 다 액세서리에 불과하고, 일단은 "내가 너라면"이라는 핵심 정보가 먼저 딱 제시된다는 것입니다. 왜 시제를 한 단계 후퇴시키는가? 제3자가 한 걸음 물러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본다는 느낌을 싣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이 책은 snowball speaking training이라고 해서 모든 챕터마다, 그 말하는 느낌이 어떤 건지 구체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합니다.

QR 코드도 붙어 있어서 음원을 들을 수 있습니다. 제가 해 보니 어떤 젊은 원어민 여성의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들리는데, 역시 엘바쌤의 눈덩이 학습법에 따라 원어민이 어딜 끊어읽고, 어딜 강조해 가면서 의식적으로 발음하는 게 느껴집니다. 사실 지금까지 한국의 회화 레슨은 그저 무작정 따라하고 많이 읽고 큰 소리로 말하게 시키는 게 고작이었는데, 물론 다 맞는 방법이긴 하지만 수강생 입장에서는 약간 지겹고 힘들어하는 면이 분명 있었습니다. 이 엘바쌤의 방식은 뭔가 원리에 바탕하고, 왜 이런 표현이 나오는 건지 그 이유를 나름대로 설명해 주는 게 확실한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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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 씽킹 Core Thinking - 일의 본질을 꿰뚫는 생각의 기술
김범섭 지음 / 북플레저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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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도 이른바 벤처 낭인(p36을 보면 창업 N수생 이야기가 나옵니다)이 있고, 하는 일마다 성공하는 "연쇄 창업가"도 있습니다.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요인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대답은, "일의 본질을 꿰뚫고 딱 필요한 부분에만 집중하는 능력"입니다. 아이디어는 누구 머리에나 떠오르지만 그 아이디어라는 걸 상용화하여 시장에서 히트시키는 건 아무나 해 내는 게 아닙니다. "세상에 없던 아이디어는 어떻게 현실이 되는가?" 이 책에 나오는 다양한 창업 석세스 스토리를 통해, 평범했던 청년들이 영 앤 리치로 거듭나고 주변에 영감(inspiration)과 영향력(influence)을 퍼뜨리게까지 되는 과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책좋사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책은 모두 6파트로 나뉘는데 제2장은 (독자인 제 생각에) 이 책의 핵심인 "일의 방식은 생각의 힘에서 온다"라는 제목의 논의입니다. 역시, 많은 실제 사례들로부터 좋은 결론들이 다양하게 귀납되어서 좋았습니다. 회의를 내실화하여 다양한 생각이 도출되게 하는 게 물론 좋습니다. 그러나 한도끝도없이 말만 늘어지게 방치하는 것도 대단히 해롭습니다. 자랑스러운 창업 히트작인 삼쩜삼의 경우가 p111 이하에 나옵니다. 수수료를 얼마 내릴 때 고객이 얼마나 늘어날지 판단을 잘 내려야 하는데, 이게 과연 효과가 날지, 거꾸로 캐시플로만 줄어드는 것 아닌지 사실 누구도 모릅니다. 의사결정의 타이밍이란 그래서 중요합니다. 심사숙고만 무한정 거듭한다고 들인 시간에 비례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어바웃 계산법이라는 말도 책에 나옵니다. 저기... JP 모건도 자신보다 계산 잘하는 사람 많았고, 더 정확한 예측을 해 내는 사람도 많았다고 회고했습니다. 그런데 의사 결정이 일정 시간 안에 꼭 필요할 때, rough한 수치를 자신보다 더 빨리 딱딱 뽑아내는 사람은 없었다고 합니다. 물론 라운드피겨라고 해도 너무 오차가 많이 나면 안 됩니다. 근삿값을 도출하되, 이거건 저거건 결단을 내려야 할 때 딱 내놓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다른 이들의 의견을 모아 "구체화하고 객관화하는(p111)" 능력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무작정 일만 밀어붙인다고 목표가 이뤄지는 게 아닙니다. 조직 전체건 개별 직급이건 어떤 기준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저자의 히트작 중 하나가 리멤버인데, 명함을 입력할 때 타이피스트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뽑은 사람들 능력이 다 달랐고, (제가 읽으면서 놀란 점인데) 일을 아예 안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하네요. 이 경우 저자 김 대표가 어떻게 난관을 극복했는지 지켜보는 게 재미있었습니다(내 일을 누가 지켜보면 몰입도와 능률이 더 오른다). 또 고객마다 주문량이 많으니 직원에게 일을 시킬 때 공정이 일정할 수가 없는데, 이게 어떻게 시스템적으로 극복이 되는지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p191을 보면 "스타트업 생태계는 죽음의 수용소와 같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 안에는 냉정하고 무서운 진실이 들었는데, 그만큼 창업 시도자 중 성공하는 사람 수가 적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굉장히 쿨한 말씀을 하는데, 물론 멋지게 탈출을 해 내면 좋겠지만, 구태여 안 해도 상관없고 본인은 이렇게 창업을 시도하고, 또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게 좋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말이 나올 만큼, 창업의 성공 확률이 극히 낮고, 멋지게 살아남는 청년이 드물다는 뜻이어서 마음이 착잡해졌습니다.

결정을 미루는 것과 결정을 하지 않는 건 다릅니다. A안을 선택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 어바웃 값이라고 해도 빨리 계산하고, 이 결과를 기대할 바에는 아예 하지 말 것을 결단하라는 겁니다. 갈등이 생기고 실패가 무서워서 미룰 바에는 시원하게 그냥 하지 말라고 합니다. 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것도 하나의 결정(p291)인데, 이게 의외로 효과가 있어서 예상치 못하게 일이 잘 풀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건 "뭉개고 있었더니 알아서 잘풀렸네?"가 결코 아니라는 겁니다. 처음부터 더 빨리 안 하기로 했으면 기회비용 포함 더 좋은 결과가 나왔겠다는 거죠.

창업은 힘들고 힘들지만, 현명한 이는 그 와중에도 길을 찾아낸다는 점 배울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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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라는 길 위에서 - 송정 김복태 자서전
김복태 지음 / 어깨위망원경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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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두미화, 택시운전 등 어려서부터 안 해 본 일이 없던 김복태 동일운수 회장은 고향이 남원입니다. 큰 돈을 벌어 노년에 고향에다 뜻있는 프로젝트를 벌이며 환원하는 이 흐뭇한 모습을 보면, 사람은 역시 돈을 어떻게 버냐보다 어떻게 쓰느냐가 훨씬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복태 회장의 사업 연혁을 보면 본인이 운수업을 영위했으면서도 동종 업체를 계속 인수하여 사업의 덩치를 키우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중간에 외환위기도 있었는데, 여튼 사업체의 성장이라는 대세가 끊어진 적은 없습니다. 운수는 현재 버스건 택시건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 긴 세월 동안 이렇게 유지를 해 왔다는 자체가 대단하다는 생각입니다.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솔직하게,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    

p77을 보면 나이 어린 청년이 서울이라는 대처(大處), 눈 감고 코베인다는 이 번잡한 도시에 올라와 얼마나 고생했는지에 대한 실감나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나는 그때 택시라는 걸 처음 타 봤다." 이랬던 소년이 지금은 수많은 택시를 차도에 굴리는 회장이 되었으니... 책 곳곳에도 그런 말이 나오지만 김복태 회장이 사업을 한창 키워 나갈 때 한국은 초고도 성장기였습니다. 사업 담판 때문에, 납기 연기 때문에 등등 해서 누군가라도 급하게 어딜 택시 타고 가야 할 때가 많았고, 부지런하고 성실한 청년에게 이는 다시없는, 사업체를 키울 기회가 아니었겠습니까. 

p102를 보면 버스에 무임승차를 하다 차장에게 걸려 호되게 뺨을 맞은 이야기를 하십니다. 여기서 차장이라 함은 아마도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안내양이라고 부르던 그 여성 직원들을 가리킴이겠습니다.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그 차장이라는 분(대개는 2,30대였겠죠)이 어떤 악의로 그렇게 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여자는 남자와 달리, 특히 젊은 여성의 경우에는 그렇게 가학적이라거나 해서 남을 괴롭히는 자체를 목적으로 뭘 하진 않습니다. 규칙은 규칙이고, 버스 회사에서는 이런 경우 이렇게 하라고 매뉴얼이 아마 정해져 있었을 겁니다(뭐 회장님이 더 잘 아시겠지만 ㅋ). 모르긴 해도 그 차장 역시 이제는 고령의 할머니이거나 아마 이 세상 분이 아닐 수 있습니다. 자신이 싸대기를 올려붙인 그 소년이 나중에 택시 회사 회장이 되었다는 걸 알면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아무튼 이렇게 해서 소년은 신설동에 내려 이른바 아이스케키라는 것의 장사를 하게 됩니다. 참 신설동이라는 곳은 그때나 지금이나... 화폐 개혁 이전이라 아직 "전"이라는 단위가 쓰일 때인데, 화장실 이용료가 20전이었다고 하시니 무려 그 시절에도 서울은 자본주의 정신으로 철두철미 무장되었던 시절이라고 생각되네요. 그리고 이건 독자로서 개인적인 추측인데, 앞에서도 김 회장께서 양복점 재단사가 비위생적으로 음식을 다뤄 그것 때문에 배탈이 났었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사실 이때는 한국에서 파는 음식은 불량식품 아닌 게 드물었을 겁니다. 그러니 시도때도없이 사람들이 배탈이 나고 화장실 장사가 성업할 밖에요. 아무튼 서울에서 이른바 x표를 팔았다는 말은 저 개인적으로는 처음 들어 봅니다.

p185에는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불법으로 운행증을 위조해 정해진 시간 외에 영업을 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이게 적발되자 누군가는 총대를 메고 동종업자 전부가 잡혀들어가지 않게 희생양이 되어야 했는데 김 회장님이 그 역할을 자처했다는 거죠. 형사들의 주먹이 날아오는 중에도 다른 업자들의 말을 불지 않고 끝까지 버티며 나중에는 "제가 이걸 길에서 샀는데 일단 풀어 주시면 그놈을 잡아오겠습니다"라고 거짓으로 둘러대어 풀려났다는 겁니다. 물론 김회장 자신도 밝히듯이 법을 어긴 게 자랑이라는 게 아니라 사람들과의 신의를 지키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는 겁니다. 저는 이 대목이 이 책 중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으로 보였습니다.

열심히 노력하고 사람의 도리를 다하며 약속을 지켜나가는 미덕의 가치를 배울 수 있었고, 고도 성장기 한국이라는 나라의 활력과 희망에 대해 엿볼 수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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