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터리풀
볕이 드는 숲 언저리가 붉은빛으로 물든다. 붉음이 주는 가슴 뛰는 순간을 놓칠세라 발걸음을 멈추고 가만히 들여다 본다. 간혹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달려드는 꽃빛에 속수무책으로 당하지만 정신을 차릴 마음은 애초에 없다. 빼앗긴 마음을 돌려세우기가 쉽지 않다.

한여름으로 달려가는 숲에 짙은 자홍색의 작은 꽃들이 빽빽하게 뭉쳐 줄기의 아래에서부터 위로 올라가며 핀다. 하늘의 별이 지상으로 내려와 붉은 별잔치를 하는 모양이다.

지리산에 사는 터리풀이라는 의미의 지리터리풀이다. 우리나라 특산종으로 지리산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하얀색의 꽃이 피는 터리풀 역시 한국특산종이며 꽃 색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나무 그늘 속에서 느린 걸음으로 지리산 노고단을 오르는 길가에는 노루오줌, 도라지모시대, 원추리, 큰뱀무, 둥근이질풀 등 무수한 꽃들의 잔치가 펼쳐진다. 그 중에서도 지리터리풀이 보여주는 붉은빛의 꽃의 향연을 놓치면 두고두고 아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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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목나무
때를 맞추지 못하여 꽃을 보지 못하고 열매만 보다가 꽃을 만났다. 비와 안개가 만남을 방해하더라도 굴하지 않고 오랫동안 눈맞춤 했다. 높은 곳을 오르는 맛을 알게하는 식물 중 하나다.

독특한 꽃을 잎에 올라 앉아 피웠다. 대부분 쌍으로 앉았으니 더 눈요기거리다. 긴 꽃자루 끝에 다시 짧은 두개의 꽃자루를 내고 꽃이 핀다. 이 특이한 모습으로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가야산 정상부에서 열매로 먼저 만나고 지리산 노고단 오르는 길에서 꽃을 만났다. 먼 길 돌고 돌아 만났으니 같은 곳을 다시 가면 자연스럽게 안부를 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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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감주나무
새싹나는 봄부터 꽃피고 열매 맺을 때까지 지켜봤다. 흔하지 않은 나무기에 더 관심이 간다. 특이한 모양의 주머니를 가진 나무다. 보호해서 키워야할 무엇이 있기 때문이리라.

황금빛을 발하는 모감주나무 꽃은 거의 한달 동안 볼 수 있다. 꽃이 진 다음에는 꽈리 같은 열매가 맺히고, 주머니 마다 3개의 검고 단단한 씨앗이 들어 있다. 이 열매로 스님들이 염주를 만들었다고 해서 염주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안면도의 모감주나무 군락 *발산리의 모감주나무 군락 *완도 대문리의 모감주나무 군락 이곳의 모감주나무를 천연기념물로 보호하고 있다.

내뜰에 들어온 나무도 첫꽃을 피웠다. 잘 자라서 제 몫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자유로운 마음, 기다림이라는 꽃말을 가졌다. 자유로움과 기다림이 공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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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꿩의다리
훌쩍 키를 키웠으면서도 산발적이지 않다. 작은 꽃들이 가지마다 옹기종기 모여 더 큰 꽃으로 피었다.꿩의다리들 중에 가장 화려한 치장을 한 금꿩의다리다.

꽃 닮은 이가 나눠준 내 뜰의 금꿩의다리가 지난해에 이어 풍성하게 제대로 꽃을 피웠다. 독특한 매력으로 주목 받기에 충분하다. 연보라색의 꽃잎과 노란 꽃술의 어우러짐이 환상이다.

산지에서 자라는 여러해살이풀이다. 꿩의다리는 줄기가 마치 꿩의 다리처럼 길기 때문이고 금꿩의다리는 수술 부분의 노란색 때문에 꽃에 금이 매달려 있는 것처럼 보여 금꿩의다리라고 한다. 간혹 흰색으로 피는 꽃도 있다.

다른 꿩의다리들에 비해 키가 크다. 여기에서 꽃말인 '키다리 인형'이 유래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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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귀나무
마음껏 펼쳤다. 가끔은 보이고 싶었던 것이다. 감춰두었던 애달픈 속내를 펼쳐 보인다. 이왕 보이려는 것이었으니 눈치 보지도 않는다.

하지만 안타깝다. 애써 피운 꽃은 보지않고 잎에 눈길을 주더니 별명까지 지어 부른다. 하여, 속절없는 마음을 밤새 피보다 진한 눈물로 답한다.

자귀나무는 우리나라 중부 이남의 산기슭 양지바른 곳에서 주로 자란다. 잎지는 넓은잎 작은 큰키나무다. 밑동 위쪽에서 줄기가 갈라져 나와 곧게 또는 옆으로 굽어져 키를 키운다.

꽃은 6~7월에 가지 끝에 핀다. 끝이 우산살처럼 갈라진 꽃대가 나와 끝마다 다수의 꽃이 달린다.

밤에 서로 마주보는 잎사귀가 닫히는 것은 남녀가 사이좋게 안고 잠자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하여, 옛사람들은 '야합수(夜合樹)'란 이름을 붙였다.

콩모양으로 달린 열매들이 겨울바람에 부딪치는 소리는 꽤나 시끄럽다. 그래서 흔히 여자들의 수다스러움과 같다 하여, '여설수(女舌樹)'란 이름도 있다고 한다.

'환희', '가슴의 두근거림'이라는 꽃말은 나무를 가까이두고 키웠던 사람들의 사랑을 열망했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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