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ᆢ.
그렇게 바람도 햇볕도 가슴 열어 받아들이는거야
그래서 봄이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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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腸春心 단장춘심

-김 명 기

누가 마음이 꺾이지 않는 법을 물었다 내사 그런 걸 알 턱이 있나 마음이란 게 꽃 같아서 피어있는 시간 보다 무시로 저버릴 때가 훨씬 많은데 무슨 수로 그 시간을 가로젓는다는 말인가 어떤 날은 어떤 일이 오래 생각날 때가 있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가는 잔영처럼 아무렇지 않게 봄날 한때를 거닐던 일 아무 일도 아닌 것이 무슨 일이 되어버리는 순간 나는 벌써 마음이 수없이 꺾여버린 사람 차라리 마음이 꺾이는 법을 물었다면 그런 봄날 이야기나 해주었을 텐데 알 수 없는 물음에 한마디 거들지 못하고 지는 목련과 피는 벚꽃을 번갈아 본다 곧 저버릴 마음이 강길 따라 지천이라 그럴 수만 있었다면 이렇게야 안 살았겠지 이렇게야 못 살았겠지

*올들어 벌써 두번째 같은 숲에 들었다. 한참이나 더딘 봄이 굼뜨기가 여전하다. 간신히 고개를 내민 봄기운과의 짧은 눈맞춤을 아쉬워 하고 돌아서 내려왔다. 돌다리를 건너는 순간 마음을 사로잡는 모습을 기어이 보고야 말았다.

두어라 斷腸春心 단장춘심(슬프도록 벅찬 봄기운)이 너나 내나 다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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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년화
부지런한 사람들의 이른 꽃소식에 마음이 앞선다. 귀한 때 귀한 꽃을 보고자 하는 마음을 익히 알기에 마음따라 몸도 부지런해져야 할 때다.

아직은 한겨울인데 꽃을 피우는 나무들이 있다. 납매와 풍년화가 그 주인공이다. 추위에 움츠려드는 몸과 마음을 파고드는 꽂 향기에 취할 수 있어 그 고마움이 참으로 크다.

잎도 없는 가지에 꽃이 먼저 풍성하게 핀다. 꽃잎 하나 하나를 곱게 접었다가 살며시 펼치는 듯 풀어지는 모양도 특이하지만 그 꽃들이 모여 만드는 풍성함도 좋다.

봄에 일찍 꽃이 소담스럽게 피면 풍년이 든다고 풍년화라 한다. 힘겹게 보리고개를 넘었던 시절에 우리나라에 들어와 배고픈 사람들의 염원을 담았는지도 모르겠다. 원산지의 이름이 만작澫作이라고 한다.

가까운 곳을 살피기도 전에 먼 곳에서 들리는 꽃소식에 찾아가 만났다. 아직은 제 철이 아니라 다소 외소한 규모라지만 꽃이 귀한 때 만났으니 꽃을 맞이하는 반가움은 몇 배나 된다.

올해는 유난히 더디게 피는 꽃이지만 벌써 매화, 복수초에 납매까지 봤으니 올해의 꽃놀이도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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尋花不惜命 심화불석명

愛雪常忍凍 애설상인동

​꽃을 찾아서 목숨조차 아끼지 말고,

눈을 사랑하거든 얼어 죽을 각오를 하라.

*추사 김정희가 겸재 정선의 '雪坪騎驢설평기려'(눈 덮인 들판에 나귀 타고 가다)를 보고 쓴 글이라 한다.

그 기상이야 덧붙일 말이 없다. 잇달아 드는 생각이 다산 정약용이 강진 유배에서 해제되어 돌아와 쓴 당호 與猶堂여유당에 이른다. 신중하라! 겨울에 시냇물을 건너듯. 경계하라! 사방의 이웃을 두려워하듯.

평범한 이의 눈에는 숨쉴 틈이 안보이니 단 한걸음도 내딛기 버겁다. 그래도 위안 삼는 것은 있다.

莊子장자의 逍遙遊소요유다. 삶은 소풍이라고 했다. 갈 때 쉬고, 올 때 쉬고, 또 중간에 틈나는 대로 쉬고.

마음의 자유를 꿈꾼다.

*사진은 몇년 전 전북 어디쯤에서 이맘때 찍은 변산바람꽃이다. 이번주 가까운 곳으로 이 꽃 보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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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에 담기고자ᆢ

하루의 시작과 마감을 놀을 바라보는 것으로 한다. 해가 자연의 다른 요소와 어울리며 만들어내는 오묘한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싶은 마음의 반영이다.

갓밝이는 아침놀에선 피어오르는 설레임이 있고

검기우는 저녁놀엔 사그라지는 안타까움이 있다.

그 둘 사이에서 공감을 불러오는 기운은 붉음에 있다. 이 붉은빛의 상반되는 기운은 놀이 갖는 근본적인 속성은 아닐 것이다. 놀을 마주하며 느끼는 내 마음의 상반된 작용인 셈이다.

그렇더라도 나는 아침놀과 저녁놀의 붉은 기운에서 궁극에 닿고자하는 간절함을 본다. 그 간절한 힘이 나를 만들어온 근본 바탕이라 믿는다. 놀에 담겨 한송이 꽃으로 피어날 수 있길 소망한다.

섬진강을 오르며 잠시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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