花中十友 화중십우

ㆍ방우芳友 : 난초

ㆍ청우淸友 : 매화

ㆍ수우殊友 : 서향瑞香

ㆍ정우淨友 : 연蓮

ㆍ선우禪友 : 치자꽃梔子花

ㆍ기우奇友 : 납매蠟梅

ㆍ가우佳友 : 국菊

ㆍ선우仙友 : 계桂

ㆍ명우名友 : 해당화海棠花

ㆍ운우韻友 : 차마

*송나라 증단백曾端伯은 일찍이 열 가지 꽃을 골라서 화중십우로 삼았다. 그가 벗으로 삼은 꽃에 담긴 당시 사람들의 마음을 엿보며 오늘날 꽃을 보는 이유를 살펴본다.

언제부턴가 꽃은 벗과 더불어 생각하게 되었다. 혼자 산과 들로 다니며 꽃을 보는 것은 여전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꽃을 이야기하던 사람들을 만났다. 꽃이 피고지는 계절이 몇번이나 바뀌는 동안 이제는 일상과 삶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에 접근 한다. 꽃 아니었으면 결코 만나지 못했을 사람들이다.

작은 꽃이 피고지는 이치가 사람 사는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안다. 식물에 비해 비교적 긴 생애의 주기를 갖는 사람이 짧게는 한 철 길어봤자 두 해를 건너는 동안에 꽃 피어 열매 맺는 시작과 끝을 보여주는 식물의 세계를 통해 사람의 일생을 엿보았다. 꽃의 사계를 보고 지나온 내 시간을 돌아보니 다른 것이 하나도 없다.

꽃이 벗이었다가 벗이 꽃이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영춘화
어느해 이른 봄, 지리산 자락을 지나다 높은 담장 아래로 늘어뜨려진 노오란 봄을 보았다. 언젠가는 나도 그 모습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담장 밑에 나무를 심고 기다리기를 몇해 드디어 담장을 넘어온 꽃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봄을 맞이하는 꽃이라는 뜻에서 영춘화라고 한다. 노랑색으로 피어 개나리를 닮았지만 통꽃으로 꽃 모양이 갈래꽃인 개나리와 다르고 피는 시기도 빠르다.

울타리나 담장에 무리지어 늘어뜨려진 모습이 일품이다. 봄의 전령사 답게 밝고 따스함을 전해주기에 관상용으로 많이 기른다.

무성하게 자라 이른봄 골목을 환하게 밝혀 들고나는 모든 이들에게 봄을 안겨주었으면 싶다. 이른봄 영춘화로부터 목련과 한여름 능소화가 피고 가을엔 담쟁이덩굴의 단풍을 볼 수 있는 골목이 완성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매화 옛 등걸에 봄철이 돌아오니

옛 피던 가지에 피엄즉도 하다마는

춘설이 난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시조를 지은이가 '매화'라는 기생이라고 했다. 그 복잡한 속내야 어찌다 짐작이나 할까마는 오늘 "춘설이 난분분하니" 그 정취는 짐작되는 바가 없지는 않다.

납월 홍매로 유명한 금둔사를 찾았던 날도 꾸물거리는 날씨에 꽃은 납월을 훌쩍하났는데도 필동말동 하더라. 돌 위에 떨어진 꽃 한송이를 사이에 두고 서쪽하늘만 보았다.

그 정취라는 것도 순전히 내 마음 내키는대로다. 난분분 하는 춘설을 탓하면 그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조심스럽고 긴장하며

설레고 주춤거리는

노루귀의 봄나들이에 동참한다.

첫마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동백
간절함이 극에 달한 순간 뚝! 모가지를 떨구고도 못다한 마음이 땅에서 다시 꽃으로 피어난다. 푸르디 푸른 잎 사이로 수줍은듯 고개를 내밀지만 붉은 속내를 숨기지도 않는다.

어찌 동백만 꽃이기야 하겠는냐마는 동백을 빼놓고 꽃이야기를 할 수는 없다. 하여 꽁꽁 언 손 호호불며 그 서늘하기 그지없는 동백나무 품으로 파고 든다.

겨울에 꽃이 핀다 하여 동백冬柏이란 이름이 붙었다. 춥디추운 겨울날 안으로만 움츠려드는 몸따라 마음도 얼어붙을 것을 염려해 동백은 붉게 피는 것이 아닐까.

서늘한 동백나무의 그늘을 서성이는 것은 그 누가 알든 모르든 동백의 그 붉음에 기대어 함께 붉어지고 싶은 까닭이다. '그 누구보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는 꽃말을 가졌다.

한해를 동백의 마음으로 살아가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