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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글쟁이들 - 조선의 지식인으로 산다는 것
문효 지음 / 왕의서재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나는 조선 사람이어서 조선시를 즐겨 짓는다
글쟁이, 누군가는 어떻게 해서든 벗어나고 싶은 말일 것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갈망하는 바가 아닐까 한다. 마음에 담아둔 무엇이 넘치는데 글을 쓴다는 것이 여의치 못한 사람일 경우 얼마나 바라고 바라는 말일 것인가. 글은 개인의 자유의지에 의해 만들어 진다. 하지만 누구나 글을 쓴다고 여러 사람들에게 공감 받는 것은 아니다. 글이 어떤 뜻을 담았는지, 글 속에 담긴 뜻이 제대로 표현되었는지 등 개인의 글을 두고 할 수 있는 말들은 많고 많을 것이다. 이러한 글쓰기에 대해 옛 선인들은 어떻게 바라봤는지 안다면 오늘날 글을 쓰는 사람들이 어떤 태도를 견지해야 하고 글쟁이의 사명감이 무엇인지 또한 알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의 글쟁이들]은 학문을 갈고 닦던 선비가 주류를 이루던 조선시대의 글쓰기에 뛰어난 선비들의 글을 통해 글을 쓰는 뜻과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 그리고 시대를 이끌어가는 지식인으로써의 자세 등을 알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박지원, 정약용, 유몽인, 신숙주, 이달, 허균, 허난설헌, 이이, 이황, 김시습, 정철, 김만중, 이익, 강희맹에 이르기까지 글로 당대를 휘둘렀든 사람들이 그들이다. 태어난 배경, 살았던 환경, 공부하는 방법, 지향하는 가치관 등이 모두 다르기에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로운 여정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14명에 달하는 조선 선비들을 [시대를 아파하라, 깊이 생각하고 실천하라, 진실을 담아라] 등으로 크게 4부로 나누어 살피고 있다. 저자가 굳이 이렇게 사람들을 분류해 살피는 의미를 책을 읽어가는 동안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만중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조선의 개혁을 꿈꿨던 사람, 다시는 조선이라는 나라에 태어나고 싶지 않다는 사람, 신분의 굴레에 갇혀 암울한 시간을 보낸 사람, 목숨을 걸고 직언을 아끼지 않았던 사람, 시대를 앞서가며 자유로운 삶을 지향했던 사람 등 처지는 다르지만 그들이 보여준 글에는 가슴을 울리는 감동이 있고 개인의 차원을 넘어선 시대정신이 담겨 있다.
한 사람 한 사람 조선 글쟁이들의 남다른 삶을 보고 그들의 글을 읽어가면서 글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오늘날 사람들에게 시사해 주는바가 많다는 생각이다. 그것은 그들의 글 속에 찾은 공통점이 있으며 그 공통점은 바로 삶을 대하는 진정성과 시대를 이끌어가는 정신, 그리고 강자의 편이 아닌 약자들의 편에 서 있다는 점이다.
[다산은 미사어구를 늘어놓음으로써 좋은 글이 되는 것이 아니라 글 쓰는 사람의 부단한 노력을 통해 글의 참뜻이 절로 우러나야 참된 글이라고 했다. 그 노력은 마음을 닦고, 역사서와 고금의 저서들을 통해 지식을 체득하는 것을 말한다고 했다.](본문 51페이지)
어떤 글이 오랫동안 그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조선의 글쟁이들의 글을 보면서 그들의 글이 시간을 거슬러 오늘날까지 당당한 울림과 감동을 주는 힘은 어디에 있는가를 살피게 된다. 글쓰기는 재주가 아니라 자신을 갈고 닦은 수행의 결과가 쌓여 자연스럽게 넘쳐나는 그 사람의 향기와도 같다. 그 향기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 넘어 진실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글쓰기가 바로 그와 같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