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자본주의를 망가뜨렸나 - 월가 최고 투자가가 밝혀낸 자본주의의 결함과 해법
루치르 샤르마 지음, 김태훈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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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최고 투자가가 밝혀낸 자본주의의 결함과 해법


자본주의를 왜곡시킨 것은 무엇보다 정부와 중앙은행들이었다.

그들은 시장이 효과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수준보다 더 많은

돈을 경제 시스템에 쏟아부었다. 그 이면에 자리한 문제는 단순히

부호들을 위한 사회주의라기보다는 모두에 대한 사회화된

위험이다. 정부는 빈곤층을 넘어 중산층과 부유층으로 사회

안전망을 넓히고 있다. 그 속도와 규모는 부채로 자본주의를

부패시켰다. 더 큰 정부는 왜곡을 더 심화시킬 뿐이다.


생산성 부진은 현대 자본주의의 가장 중요한 수수께끼다.

더 커진 정부와 그 부산물, 즉 불어나는 부채와 전이되는 자본

오배분이라는 요인이 쉽게 간과되고 있다는 증거가 갈수록

쌓이고 있다. 자본주의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가장 필수적인 일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생산성을 높이려는 정부의 노력은 역효과를 낳고 있다.


거대 정부는 자본주의가 지니고 있는 경쟁의 기운을 억눌러서

생산성 증가 속도를 늦춘다. 이는 장기적으로 결국 경제 성장률을

떨어트린다. 그에 따라 파이의 크기가 줄어들고, 남은 파이는

소수의 손에 집중된다.


광적인 주식 거래, 주식 거래를 위한 광적인 대출, 초보 투자자들이

파티에 참가해 주가를 비합리적인 수준으로 밀어 올리고 대부호를

더 부유하게 만드는 이 모든 과잉은 버블의 전형적인 징후다.


모든 불경기 및 실망스러운 경기 회복에 대한 표준적인 정부

대응은 지출과 부채를 늘리는 것이 되었다. 이는 미래의 성장을

갈수록 저해할 가능성이 높다.


'이지 머니' 정책은 정부와 중앙은행이 차입을 장려하기 위해

활용하는 일련의 수단을 말한다. 가장 주된 수단은 금리를 낮추는

것이다.


중앙은행들은 지금까지 20년 넘게 이어진 호황기에도 

디플레이션의 조짐을 물리치려고 온 세상에 이지머니가 넘치게

만들었다. 그에 따라 자산 버블이 부풀었고, 이 버블이 터지면

악성 디플레이션의 근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르도와 레비는 팬데믹 동안의 정부 지출 규모를 감안할 때

재정 적자로 인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재발했다고 경고했다.

차후 이 경고는 시기적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21년에

인플레이션은 한층 심화되어 재개되었다.


한 번 행사한 권력은 미래에 위기가 닥쳤을 때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닌 것처럼 다시 도입되고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복지 지출은 또한 미래의 혜택에 대한 약속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유럽에서 사업을 하려는 글로벌 기업은 높은 유럽연합 기준에

맞춰서 상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구성해야 한다. 이 기업들은

뒤이어 자국 정부에 유럽 기준에 맞춰서 '상향 조정'을 하라고

요구한다. 아누 브래드퍼드는 이런 추세에 '브뤼셀 효과'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제 유럽의 규정은 전 세계의 산업 생산 방식

및 절차를 좌우한다.


2000년 무렵 지속적인 정부의 지원은 자본주의 체제에 치명적인

형태의 기업들을 늘렸다. 그중에서도 가장 이례적이고 달갑지

않은 것은 이른바 좀비 기업이다. 좀비 기업은 수익은커녕 이자를

낼 돈조차 벌지 못하며, 오로지 저렴한 신규 대출을 받아서 

연명한다.


국제결제은행은 지난 30년에 걸쳐 좀비 기업이 전체 중소기업에서

차지한 비중을 확인했다. 그 결과, 협소한 정의를 적용하더라도

독일은 거의 15%,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호주는 약25%, 캐나다와

미국은 40% 이상이나 되었다.


돈의 부채를 초래한다면 현재 월가가 말하는 기술 대기업의

'초정상 이익'도 반드시 부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기술 대기업들은 수백억 달러의 현금 더미 위에 앉아 있다.

이제 그들은 더 작은 경쟁 업체를 억누르고, 자신의 지배적 입지를

약화시킬 수도 있는 창조적 파괴 과정을 방해할 수많은 선택지를

갖고 있다. 그중 하나는 '약탈적 침해'라 알려진 전략이다.


2024년 현재 지속적인 무수익 상태, 즉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기업의 비중이 상장사의 약 25%나 된다. 반면 1990년에는

그 비중이 약 3%에 불과했다.


부의 불평등과 관련해 가장 큰 격차는 초부유층과 중산층 사이에

형성되었다. 반면 소득 불평등의 경우 전체 구간에서 격차가 벌어졌다.

최상위 1%는 차상위 9%보다 소득이 많이 증가했고, 차상위 9%는

차차상위 40%보다 소득이 많이 증가했다. 반면 하위 50% 증가폭이

가장 작았다.


자본주의가 잘 작동하는 곳이 어디인지 파악하는 한 가지 방법은

돈과 사람이 어디로 가는지 살피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여전히 경제적·사회적 진보를 이루기 위해 인류가 품을

수 있는 최고의 희망이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자유롭게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출판사>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hankyung_b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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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할 권리 책고래숲 8
최준영 지음 / 책고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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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낮은 곳의 인문학


모든 인간은 공포와 궁핍으로부터 해방 될 권리가 있습니다.

모든 인간은 꿈과 사랑의 결핍으로부터 해방될 권리가 있습니다.

넘어진 자는 반드시 바닥을 짚고 일어나야 합니다.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의 학문적 의미는 모릅니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인문학이란

술 취해 거리에 쓰러져 있던 나를 일으켜 세워 주고, 밥도 주고

지식도 주고, 무엇보다 생각이라는 걸 하게 해 준 게 인문학입니다.


사람이다. 거리의 삶을 산다고 사람이 아닐 수 없다.

사람이어서 사람이 죽으면 슬퍼하고 울고 괴로워하고 힘들어한다.

그 슬픔을 견디지 못해 어쩌면 미리 겪은 자신의 죽음으로

생각하면서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돈, 삶의 마지막 비상금을 기꺼이

동료 노숙인의 노잣돈으로 내어놓는다. 사람이 사람인 이유다.


어린아이들은 저마다 자기 돈으로 산 개라며 애정을 쏟아부었다.

바로 그 개 덕분에 첫 문집이 나오게 되었다. 첫 문집에 초등학생이

쓴 시 한 편이 실렸다. 제목은 [오만원]이었다.


나는 집에 가기가 싫다

엄마가 없어서다

집까지 태워다 주는 보육원 봉고차도 싫다

그 차만 보면 친구들이 나늘 놀린다

이제 집에 오는 게 즐거워졌다

오만원이 생겼기 때문이다

오만원 주고 샀으니까 오만원이다


정작 우리를 슬프게 하는 건 죽음을 다짐한 순간, 그 절박한

상황 속에서,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나 존재론적 상실감, 삶의

허무와 고통을 생각하는 대신 월세와 공과금을 떠올리고 있는

그들의 착하고 순한 마음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이란 

늘 그런 식이다.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항상 그런 자의식이

도사리고 있다. 


사람으로서의 염치마저 내려놓으면 그건 사람도 아니라는 

자학적 도덕률을 품고 있다. 가난을 내면화하고 오로지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도록 강요한 사회 분위기와 그것을 정당화해

주는 개발주의 국가 이데올로기가 만들어 낸 쓸쓸한 풍경이다.


복지는 가난한 사람들의 마지막 권리를 지켜 주는 일이다.

세상에는 욕망할 권리만 있는 것이 아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살아가야 할 권리가 있다. 가난할 권리다.


저리 웃고 있어도 다 사연이 있고,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걸.

화장을 짙게 하는 건 얼굴의 흉터를 가리기 위해서라는 걸

이해하기 시작했고, 옷이 화려한 건 되레 가난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회복탄력성이란 원래 제자리로 되돌아오는 힘을 일컫는 말로

'회복력' 혹은 높이 되튀어 오르는 '탄력성'을 뜻한다.

심리학에서는 주로 "시련이나 고난을 이겨 내는 긍정적인 힘"을

의미하는 말로 쓰인다.


살다 보면 누구나 고난을 겪고, 난관에 부닥치게 마련이다.

산다는 건 어쩌면 수많은 도전과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일지

모르겠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는 인생의 모든 역경을 이겨 낼 

잠재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그게 바로 회복탄력성이며, 그것은

인간관계를 통해 축적된 힘이다.


공유되지 않은 경험은 경험이라 할 수 없다.

"체험은 개별적이고 특이해 설명이 불가능한 반면, 경험은

오직 관계를 맺을 때 일어난다. 경험은 이야기로 만들어 누군가를

깨닫게 할 수 있다. <엄기호>"


소중한 일을 하는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

길에서, 골목에서, 마을 어귀에서 흔히 만나는 사람들이다.

이웃을 소외시키지 않는 그들이 바로 영웅들이다.


누군가의 삶의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건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시간과 비용을 쓰는 일이며, 상대에 대한 관심과 이해, 애정이

필요한 일이다.


거리의 인문학이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소통이다.

사람과 사람의 소통, 개인과 집단의 소통, 시민과 사회의

소통, 나아가 피상의 나와 내면의 나와의 소통. 거리의 인문학에서

소통의 방법으로 채택한 것이 독서와 글쓰기였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bookgorae_pub

@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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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부 저 때문에 벌어진 일이에요
에밀리 오스틴 지음, 나연수 옮김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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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튀김이 먹고 싶은데 죽을 순 없어


나는 지금 에어백이 분출한 정체불명의 회색 먼지에

보온병이 쏟아낸 뜨거운 액체까지 뒤집어쓰고 있다.

비상등을 켜고서 다시 백미러를 들여다본다. 어떤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밴에서 뛰쳐나온다. 이쪽으로 돌진한다.


언제나 주목받는 게 싫었다. 팔이 부러졌는데도, 그리고

이내 끔찍한 고통이 밀려왔는데도, 나는 아이들이 모두

흩어질때까지 눈 하나 깜짝 않고 괜찮다고 했다.

물론 괜찮지 않았다. 팔꿈치 뼈 두 군데가 골절됐었다.


나도 10대 때는 순전히 호기심 탓에 전자레인지에

전구를 넣고 돌려본 적이 있다. 인간의 사고라는 건

그렇게 폭주할 수도 있다. 이 남자가 죽은 것도 비극이지만,

혼자서 재미 삼아 해본 바보 같은 실험이 그를 규정하게 된

것도 비극이다. 나의 죽음이 나를 규정하는 걸까.


가끔 내가 정말 평생 같은 사람이었는지 궁금해진다.

사진을 뚫어져라 보면서 생각한다. 저게 정말 나일까?

인생의 단계마다 다른 사람이었던 것처럼 기묘한 기분이다.

그때의 나로부터 너무나 달라진 것 같다. 때로는 한 달 전의

나와도 다른 사람 같다. 하루 전, 5분 전, 

그리고 바로 이순간에도.


어떻게 해야 쉽게 돈을 벌 수 있을까? 성 노동을 해야 하나?

레즈비언 성매매 시장은 크지 않을 것 같고, 나는 연기에는

꽝이니까 남자들 상대로 일하는 건 애초에 말이 안 된다.

아니면, 그냥 성당에서 일할 수도 있다. 성 노동을 택하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거기서도 연기를 하긴 해야겠지만,

카톨릭을 속이는 게 추잡한 남자들과 섹스하는 것보단 나을 것

같다.


어떤 문구가 적절한지 모르겠다. 나는 한 번도 누군가에게

친구가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본 적이 없다. 내가 이런 일을

떠맡게 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내가 ···.


나는 공황 상태에서 벌떡 일어난다.

이 느낌을 어떻게 떨쳐내지?

도저히 떨쳐낼 수 없을 것 같다.

불이 난 집에 갇힌 고양이가 된 느낀이다. 창문 하나 없는

방구석에 몰린 고양이.

쿵쾅. 쿵쾅. 쿵쾅. 

물속 깊이 가라앉은 느낌이다. 수면은 머리 위로 60층이나

떨어져 있다.

쿵쾅. 쿵쾅. 쿵쾅. 


가면 증후군은 자기 자신을 의심하는 한편 다른 사람에게

사기꾼으로 보일지도 모른다는 내면화된 두려움에 시달리는

심리적 반응 양식이다.


"넌 언제 커밍아웃했어?"

그런 질문에는 정말이지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커밍아웃했단 생각이 들지 않으니까. 언제나 커밍아웃중인

기분이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 같다. 누군가를 새로 만날

때마다 매번 커밍아웃해야 한다.


나도 몰랐던 내 원초적 본능, 울고 있는 아기에게 반응하는

극도의 신체적 불안과 경계심에 당혹스럽다. 아기 울음소리가

각성제 같다. 아기가 비명을 지를 때마다 내 동공이 커지는 게

느껴진다.


거의 2주 동안 카톨릭 신자로 위장하는 데 성공했다. 아슬아슬한

순간이 몇 번 있었다. 어제 무릎 받침대에 발가락을 찧고서는

카톨릭여성연맹 회원들 바로 앞에서 "이런 망할!"이라고 내뱉고

말았다.


우리 가족이 다툴 때마다 나는 멀리 떠나 다시는 식구들과

말도 섞지 않고 사는 걸 상상했다. 새로운 대륙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걸 생각했다. 그러나 침대에 누워 잠들기를

기다릴 즈음이면 죄책감이 모려오곤 했다.


해변으로 차를 몰고 가 거기서 목숨을 끊을 생각을 했다.

사고를 내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우울했기 때문이다.

원래는 내가 먹으려고 산 감자튀김이었다. 스스로에게

"지금 당장 먹고 싶은게 있나?"라고 묻고, "감자튀김"이라고

답했다. 그래서 목숨을 끊는 대신 감자튀김을 사러가기로 했다.

그 편이 더 논리적인 것 같았으니까, 아직 먹고 싶은 게 남아

있을 때는 목숨을 끊어선 안 된다.

그 다음엔? 문득 떠 올랐다. 일라이가 감자튀김을 먹고 싶어

할지도 몰라.


나는 방금 행복을 선택했다. 테이블 위에 펼쳐놓은 모든 감정

가운데 그걸 골랐다. 단연코 최고의 선택이다.



@1morepage_books


<원모어페이지>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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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는 유전자를 춤추게 한다 - 호모 사피엔스의 눈부신 번영을 이끈 유전자·문화 공진화의 비밀
장수철 지음 / 바틀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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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의 눈부신 번영을 이끈 유전자·문화 공진화의 비밀


국토 대부분이 산악이고 겨울 추위는 혹독하기 이를 데 없는

한반도에 정착한 조상들이 삶을 개척하려면 '집단적 노동과

긴밀한 상호 소통, 공동체의 규율과 공통의 이야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지금처럼 의사소통 수단이 충분하지 않은 먼 과거에는

이런 사회적 기능의 상당 부분을 '춤과 노래'가 담당했었다.


인간은 자신들의 생산물, 즉 문화적 도구를 이용하여 생존한다.

인간 역시 환경에 적응하는 동안 신체 변화가 일어나고 이 유전적

변이를 후손에게 전달하지만, 인간은 생물 종 전체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적응 방식 외에도 스스로 만든 문화를 통해 자연이 부과하는

선택 압력을 피하기도 한다는 큰 차이점을 지닌다.


유전자·문화 공진화론은 인간의 '환경'에서 문화가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생물이 존립하는 '환경'은 인간 이전

단계에는 '자연'과 동일시 해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인간이

다른 동물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문화'를 만들고 나서부터는

문제가 복잡해진다.


인류는 오랫동안 대를 이어 모방과 재현, 사회적 일체성, 성적

매력 표현 등에 노래와 춤이라는 문화예술을 적극 활용해 왔으며

이런 문화는 유전자의 변화에도 영향을 주었다.


K팝이 널리 사랑받는 데는 장르의 결합 외에도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 바로 춤이다. K팝의 매우 뚜렷한 특징 중 하나가

친숙한 멜로디와 리듬에 결합한 춤이다. 대중 음악은 유튜브 등

매체를 통해 '듣는 노래'에서 영상으로 '보는 노래'로 빠르게

전환하였고 K팝이 선보이는 화려한 춤과 무대장치, 디지털 효과

등 총제적 퍼포먼스가 선사하는 비주얼 충격은 K팝의 글로벌

확산에 큰 기여를 했다.


춤의 즐거움은 인류와 모방 본능을 빼놓고 이해하기 힘들다.

모방은 인류 보편의 특징으로 우리의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


일체감(또는 사회 소속감)과 성 선택은 현대 인류의 중요한

특징으로 조상 때부터 형성되었다. 이 두 요인은 모방을 통해

집단과 조상들의 경험과 지식을 전수하는 것과는 또 다른

측면에서 춤이 지닌 중요한 기능과 관련되어 있다.

군무를 수많은 관객이 따라 하면서 강한 동질감을 느끼는

것이다. K팝에 열광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유이다.


"인간은 문화를 만들고 문화는 인간을 만든다."

인간의 몸으로 태어나 살아가는 일이 종종 괴롭고 세상이

비정해 보여도, 우리가 좋은 사회와 문화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말아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조리한 음식은 단지 에너지 흡수의 용이성이나 안전성에서만

장점이 있는 것이 아니다. 크게 주목할 점이 더 있다.

음식의 '맛'이다.


후각에 더해 통각도 음식의 맛을 느끼는 데에 관여한다.

고추의 캡사이신은 통각 수용체를 자극한다. 양파, 마늘, 생강

등은 후각과 통각 수용체를 자극한다. 누구든 매운 고추를

섭취하면 통각의 일종인 뜨거운 열감을 느끼게 된다.


함께 조리하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 일이 반복되면서 인류는

꾸준히 협동성과 사회성이 향상되었다. 이것은 인류 진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우리나라의 음식문화에는 바로 이런

함께 준비하고 둘러앉아 즐겁게 같이 먹고 사회성을 다지는

문화 전통이 강하게 남아있다.


공정성을 추구하거나 무임승차자 또는 집단에 위해를 가하는

소수의 전횡을 견제하는 일은 인간 사회의 정치적 발전에

중요한 동력이기도 하다.


간접적 호혜성이 작용하는 사회가 되면 누가 이타적 행동을

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해진다. 타인에 대한 평가와 판별을

의미하는 '평판'이 등장하는 것이다.


K드라마나 영화는 할리우드가 점차 간과하게 된 인간 사이의

다양한 관계, 상호 교류와 이해의 복잡하고도 풍부한 디테일과

감정선에 강하다는 커다란 장점을 지니고 있다.


관습적으로나 편의적으로 또는 파시스트들이나 제국주의자들이

그랬듯이 어떤 목적을 위해서 인간을 나누고 구분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과학적인 시각에서 인종은 의미 없는 분류 체계이다.

사람들 간에는 불과 0.1%의 유전적 차이가 있을 뿐이다.


@withbartleby


<바틀비>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문화는유전자를춤추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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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 유럽 - 여행 작가 양영훈의 다시 찾고 싶은 유럽 도시 기행
양영훈 지음 / 퍼블리온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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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작가 양영훈의 다시 찾고 싶은 유럽 도시 기행


누군가가 나에게 "당신의 여행을 정의하는 한 단어는

뭐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그리움'이라고 말할 것이다.

집을 나서기 전에는 가고 싶은 여행지를 그리워하고, 막상

여행을 시작하면 떠나온 집과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잠시도 사그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나의 여행은 종종 한편의 영화에서 시직된다. 클린트이스투우드가

주연, 감독한 영화 <아이거 생크션>은 수십 년 뒤에 나를

융프라우요흐에 올라서게 했고, 중국 영화 <산이 울다>는 2023년

여름에 태항산의 깊은 협곡과 장대한 산줄기를 쏘다니게 만들었다.


코르바치 전망대는 설악산 대청봉에다 덕유산 향적봉을 올려놓은

높이(3,322m)와 비슷하다. 하늘보다 더 파란 실스호, 실바플라나호,

생모리츠호 등의 호수들, 서쪽의 말로야패스에서 실스마리아,

실바플라나, 생모리츠, 자메단까지 이어지는 어퍼 엥가딘의 집과

마을도 고스란히 시야에 들어온다.


누군가가 내게 스위스에서 가장 매력적인 도시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주저 없이 '루체른'이라 답하겠다. 이 도시에는 '스위스'

하면 떠오르는 자연경관과 문화유산이 다 있다.


제브뤼케 옆에는 루체른의 랜드마크이자 유럽에서 가장 오래된

나무다리인 카펠교가 있다. 1333년에 처음 놓였다고 한다. 


자연 암벽에 조각한 빈사의 사자상은 프랑스 혁명 당시에 최후를

맞은 스위스 용병들을 기리기 위해 조성됐다. 혁명군은 항복을

권유했지만, 스위스 용병들은 왕실 근위대로서의 임무를 끝까지

고수하다 모두 전사했다.


라인강 물길은 스위스 그라우뷘덴주의 작은 호수 토마호에서

시작된다. 사시사철 수량이 풍부하고 낙차 큰 폭포가 거의 없는

라인강은 일찍이 운하로 개발됐다. 그런데 라인강에서 배들의

발목을 잡은 곳이 딱 하나 있다. 15,000년 전쯤의 빙하기에

형성됐다는 라인폭포다.


샤프하우젠 구시가지의 건물에는 유난히 퇴창이 많다.

중세시대의 유럽 건축물에서 종종 볼수 있는 퇴창은 실내에서

바같 풍경을 쉽게 감상할 수 있도록 건물 외벽에 돌출시킨

창문이다.


'아를'하면 비운의 천재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맨 먼저 떠오른다.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작품 대부분이 아를의 따뜻하고

강렬한 햇살 아래에서 탄생했다. 그래서 아를 여행은 고흐의

자취와 작품 속 배경을 찾아가는 여행이나 다름없다.


엑상프로방스에 남아 있는 폴 세잔의 자취 가운데 내가 가장

기대한 곳은 세잔 아틀리에다. 세잔이 1902년부터 세상을 뜬

1906년까지 그림 작업에 몰두했던 공간이다. 그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생트 빅투아르산>, <목욕하는 사람들>, <카드 놀이하는

사람들>, <정물> 등이 이곳에서 완성됐다.


일찍이 1787년 봄에 시칠리아를 여행한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시칠리아를 보지 않고서는 이탈리아를 봤다고 말할 수 없다.

시칠리아는 모든 것의 열쇠다"라는 말을 그 유명한 <이탈리아

기행>에 남겼다.


노르웨이어 '스티겐'은 '사다리'라는 뜻이다. '거인의 사다리'라는

뜻의 트롤스티겐은 실제로 거대한 사다리 모양의 고갯길이다.

1963년에 개통한 이 길을 지나는 동안에는 빙하 녹은 물이

거대한 폭포를 이루며 힘차게 쏟아지는 장관도 바로 옆에서

감상할 수 있다.


프레이케스톨렌은 노르웨이 3대 절경 가운데 가장 만족도가

높은 곳이다. 무엇보다도 접근성이 좋다. 전망은 압도적으로

좋다. 네모반듯하게 잘려 나가 이름 그대로 강단이나 설교단처럼

생긴 바위가 온전히 시야에 들어온다. 호수처럼 고요한 뤼세피오르

협만과 그 주변의 마을과 산, 폭포까지 또렷이 조망된다.


히트호른은 '네덜란드의 베니스'라고도 부른다. 커다란 자연 습지

내에 오랜 세월에 걸쳐 주민들이 인공적으로 만든 운하가 사통

팔달로 뻗어 있다.


<채성모의 손에 잡히는 독서>를 통해서 도서를 

'협찬'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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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e_seong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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