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고 싶은 남자 - 말 못 한 상처와 숨겨둔 본심에 관한 심리학
선안남 지음 / 시공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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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안남 심리 상담사의 책을 접하며 우리 사회야말로 심리학이 필요한 사회라는 생각을 했다. 남자도 여자에 못지 않게 고민과 어려움이 말 못할 정도로 크다는 생각도 함께. 저자가 남자에 대해 서술한 내용들을 보며 나는 차이에 대해 생각했다. 저자는 차이를 통해 설명하는 방식은 도리어 그 차이를 강조하게 될 수도 있어 조심스럽기도 하다는 말을 했다. 저자가 언급한 보편성의 그물망에 묶이지 못하는 개개인의 특수한 경험들은 분명 있다.


저자의 책에 언급된 남자들은 내면을 억압하고 선택적으로 함구할 수 밖에 없는 존재들이다. 그런데 나는 사회화가 덜 되어서인지 내 감정 표현하기를 즐기고 장점 못지 않게 약점을 털어놓는 데도 어려움이나 거리낌이 없다. 물론 고백도 나름이어서 기술이 필요함을 인식하고 듣는 사람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표현을 신중히 하고 마음을 다듬는다. 물론 그런 나도 알파걸 앞에 주눅드는 베타보이에 가깝다.


우리 시대는 여성들이 능력을 발휘하는 시대이다. 이런 현상은 갑작스런 것이 아니다. 고도의 잠재력을 가진 여성들이 여성상과 남성상이 급격히 변하는 시대를 맞아 충분한 능력을 발휘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시 나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나는 잘난 여성 대 못난 남성의 구도로 세상을 볼 것이 아니라 뛰어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보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런 말을 한다. “서로에게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 마음을 가부장적인 관념적 틀에 의존해서 말하기보다는 그 틀에서 벗어나 진짜 내 심정과 욕구를 이야기해야 한다.”(45 페이지)고. 저자는 남자들이 진정 독립하지 못하는 것은 충분한 의존을 경험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라 말한다. ‘혼자 있고 싶은 남자’라는 제목을 보고 남자에 대해서만 저자의 진단과 처방이 내려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저자는 여자에 대해서도 가짜 독립이 아닌 진짜 독립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독립은 경제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심리적인 것이기도 하다. 남녀 관계에서 여리고 의존적인 면을 보일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독립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결혼을 앞둔 여자가 메리지 블루(marriage)를 느낀다면 남자는 콜드 피트(cold feet)를 느낀다. 전자는 결혼 후에 펼쳐질 육아와 가사노동, 시집살이에 대한 심란함을 반영한다. 이는 과연 이 남자가 평생 나를 보살펴줄 괜찮은 남자인가, 과연 결혼이 자신을 더 행복하게 해줄 것인가란 의혹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후자는 결혼 전 압박감을 느낀 남자가 위기의식을 갖게 된 나머지 차가워진 발을 느끼며 내면 깊은 곳의 “도망쳐“란 소리에 반응하는 것이다. 저자가 인용하는 사람들 중 하나로 프로이트가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저자가 정신분석에 주로 의거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말할 수 있는 것은 어릴 적 경험하는 사랑 결핍은 커서 낮은 자존감으로 이어지고 그것은 결국 남녀관계에서 부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굳이 정신분석이 아니어도 어릴 적의 경험이 성인기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프로이트에서의 무의식을 소꿉놀이 같은 것으로 보고 사회, 우주 차원의 스케일이 큰 무의식을 이야기한 들뢰즈이다. 프로이트의 무의식은 개인의 성향을 설명하는 데 여전히 유효하지 않을까 싶다. 여성은 관계를, 남성은 성취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남성은 성취성을 획득하면 관계성도 확보하지만 여성은 성취성과 관계성이 반드시 함께 하지 않는다. 공부를 많이 한 남자가 결혼을 못할까봐 걱정하는 일은 별로 없지만 공부를 많이 한 여자가 결혼 시기를 놓칠까봐 걱정하는 경우는 많다.


여성들은 성취성과 관계성 사이에서 타협점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95 페이지) 남성들은 취업에 실패하면 연애, 결혼, 출산 등등에 줄줄이 실패할 것이라는 공포감에 시달린다. 저자에 의하면 남자들은 게임에 몰입함으로써, 여자들은 드라마에 몰입함으로써 현실 속에서 뜻대로 되지 않는 관계, 마음대로 되지 않는 성취로부터의 좌절감을 견디고 스트레스를 조절하며 현실로 돌아갈 힘을 얻는다.(100 페이지)


그렇다면 게임도 드라마도 즐기지 않는 나는 무엇일까? 더구나 나는 스포츠는 좋아하지만 격투기나 혈투가 난무하는 영화를 즐기지도 않는다. 앞서 언급한 ‘사회화가 덜 되어서인지’란 말을 떠올리는데 저자는 그런 과격한 운동과 혈투가 난무하는 영화를 보며 남자가 되어 가는 사회화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는 말을 한다. 저자는 여자와 남자에게 공히 성취와 관계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사회적 압박에 시달리는 남자는 리플리 증후군(거짓된 말과 행동을 일삼는 반사회적 인격 장애)을 보이기 십상이다. 같은 선상에서 나에게는 허세와 과장이 없(어서 좋)다는 옛 선배의 평가가 생각난다. 자신이 너무 특별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을 견디기 어려워 하고, 자신이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인정받기 위해 자기희생을 불사한다.(129 페이지)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타인의 기대에 대한 건강한 균형 감각을 갖는 것, 그리고 자신의 욕구에 솔직한 것 등이다.


저자는 진정한 어른이 된다는 것은 관심을 받지 않아도 관심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을, 사랑받지 못했어도 사랑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구하는 것을, 나만 특별한 것이 아니라 모두 특별하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라 정의한다.(137 페이지) 그런데 이는 사랑을 받아본 경험 없이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기란 어렵다(83 페이지)는 저자의 다른 말과 상충되는 듯 보인다. 그래서 사랑받지 못했어도 사랑을 주는 것이라 말하지 않고 사랑을 줄 수 있는 능력을 구하는 것이라 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자신을 투명하게 드러내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라 말한다. ”실제보다 과장하는 것은 억지스럽고 축소하는 것은 부자연스럽다.“(162 페이지) 남자들도 반추 사고 때문에 힘들어 한다. 반추 사고란 관계에 대한 과거지향적 되새김질을 뜻한다. 내가 왜 이랬을까? 이러 저러 해서 그런 것일까? 등을 생각하며 후회하고 걱정하는 것으로 이 덫에 빠진 남자들은 자신의 내면과의 전쟁은 물론 외부의 시선을 신경 쓰는 외적 전쟁에 시달린다.


이 덫에서 빠져 나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생각을 멈추고 행동하는 것이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수다를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조언을 구하는 것이 좋다. 물론 남자에게 허용된 수다의 수치는 낮다. 남자들도 섬세하고 민감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 있지만 표현할 언어와 기술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고 보면 나는 내 이야기를 즐겨 하지만 주로 여자분들에게 그랬다는 사실을 생각하게 된다.


되새김질은 관계를 더 잘하고 싶고 관계가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자기반성과 성찰, 타인에 대한 배려와 타인을 향한 민감성으로 드러난다. 남자가 민감성을 발휘해주고 부드러운 친밀감과 공감력을 가져주길 원한다면 남자들에 대해 갖고 있던 이중 잣대를 내려놓아야 한다.(191, 192 페이지) 앞에서 들뢰즈 이야기를 했지만 심리학은 소소하지만 중요한 심리 상태를 해명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다 읽고 나면 왠지 공허해진다. 물론 사회 차원보다 개인이 변하는 데에 초점을 두는 학문이라 보면 문제가 없겠지만 말이다. 저자가 말했듯 우리가 감정을 느끼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은 사회문화적 압력과 태도, 과거에 경험한 감정 인식 및 표현 방식에 좌우된다.(198 페이지)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남자도 여자처럼 상처에 민감하고 섬세한 존재들이라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말을 보라 ”모든 남자는 남자이기 이전에 아이였다.“(215 페이지) 이 말은 가부장제는 여자만 억압하고 상처를 주는 것이 아니라 남자들에게도 필연적으로 부여하는 남자다움이라는 압력으로 작용해 오히려 남자들에게 더 큰 상처로 작용하는 반면 그것을 쉽게 이야기할 수 없는 구조가 남자들을 더 힘들게 한다는 진단(218 페이지)과 공명한다. 또한 ”부성(父性) 역시 처음부터 저절로 샘솟는 것이 아니라는 말(253 페이지)과도 연결된다.


저자는 남자들을 너무 남자다움이라는 틀에 가두지 말 것을 주문한다.(222 페이지) 이는 우리 모두가 귀 기울여야 할 말이다. 부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내가 집중한 부분은 아이와 한 몸이었다가 마음으로 다시금 연결되는 어머니와 달리 처음에 아버지들은 아이를 그저 낯설고 여린 존재로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이 말을 접하고 내가 생각한 것은 사람의 감정과 정서는 많은 부분 생물학적 조건에 좌우된다는 점이다.


물론 사회구조적인 면에서 아버지(남자)들은 어머니(여자)에 비해 자녀들과 가까워지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되어야 한다. 나는 남자들도 가부장제 하에서 고통받는다는 저자의 지적에 동의한다. 그렇기에 남자들에게 반성적 자기성찰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분노조절장애를 대표적 남성적 심리질환으로, 화병을 대표적인 여성적 심리질환으로 정의한다.(277 페이지) 분노 표출에서 중요한 것은 성별이 아닌 힘의 위계 관계이다.


분노한다는 것은 자기의 경계선이 침범당했다는 신호이지만 어떤 사람들은 분노의 기능을 남용하고, 어떤 사람들은 자기 안의 분노를 감지하는 데에 너무 서툴다.(279 페이지) 저자는 화(火)란 마음 어딘가가 불편하고 아프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282 페이지)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처럼 적절한 대상에게,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강도와 방법으로 화를 표현(표출이 아닌)하는 것은 어렵다. 화내는 것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저자의 글에서 장점으로 받아들일 부분은 이해심이다. 개저씨에 대해서도 저자는 사회경제적 맥락을 짚어 이해하는 마음을 보인다. 공감한다. 저자는 힘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것을 주문한다. 사회가 매듭을 풀 수 없으니 개인이 결단하라는 의미이다. 아니 사회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는 의미이리라. ‘고립에서 연결로‘라는 의미 심장한, 가슴 깊이 새겨야 할 말을 마지막으로 저자의 책은 막을 내린다. 우리가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면 심리학 책을 정독해야 하리라는 생각을 하며 나도 읽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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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출판 강의때 개미핥기 이야기가 나왔다.(의아하겠지만 사실이다.) 외국의 전혀 새로운 출판 인프라 이야기를 말하는 부분에서 나온 이야기이다. (어린) 독자의 이름을 엔터하면 그 이름의 이니셜에 맞게 등장하는 캐릭터 또는 상황으로 맞춤형 이야기를 만들어 하나 밖에 없는 자신만의 책을 갖게 하는 것이다.(https://www.lostmy.name/) 이 사이트의 체크 박스에 이름을 넣고 성별을 입력한 뒤 좋아하는 유형의 캐릭터를 고르고 Create Book이란 버튼을 클릭하면 맞춤형 이야기 책이 나온다. 가령 Lulu를 넣으면 Lion, uncle, lily, umbrella 등이 나오는 식으로. 정말 생각하기 쉽지 않은 스페셜 북이다. 임의로 넣은 Ismael이란 이름의 A 차례에 이르자 뜻 밖에도 Arrdvark가 나왔다. 사람 이름이 아니라 개미핥기이다. 그런데 정말 우연히도 며칠 후 재미핥기 이야기를 들었다. 나온 지는 오래 되었지만 최근 발견(?)한 것. 재미핥기라니.. 물이 뚝뚝 떨어지는 걸레를 집어든 남자가 “그만 울어. 계속 울기만 할 거야? 강해져야지. 왜 축 처져 있는 거야?"라 했다는... 아재개그이겠지만 3년 전 당시에는 그렇게 불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왜 축 처져 있는 거야란 말을 위로로 들어야 할까? 재미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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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는 삶을 위한 일 년 - 삶이 이야기가 되는 365일 글쓰기 수업
수전 티베르기앵 지음, 김성훈 옮김 / 책세상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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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티베르기앵은 쉰 살이 되어서야 작가로서의 삶을 시작한 분이다. 그녀는 글쓰기는 결국 습관이라 말한다. 우리는 지속적인 독서와 성찰을 통해 영감을 얻는다. '글쓰는 삶을 위한 일 년'은 쉰 살에 처음 글쓰기 워크숍에 참가해 역시 예순에 처음 가르치는 일을 시작한 에이미 클램피트를 만나 하게 된 15년 동안의 교육 경험에서 12개의 강의를 선별한 책이다. 저자는 뉴턴이 말한 '거인의 어꺠'를 염두에 두고 우리는 기존 작품의 어깨를 딛고 글쓰기의 세계에 들어온다는 말을 한다.(뉴턴은 자신이 더 멀리 보았다면 그것은 거인의 어깨 위에 섰기 때문이라는 말을 했다.)


12개의 강의는 각각 다른 영역의 글쓰기들로 채워졌다. 첫 순서는 가장 자연스런 글쓰기인 일기 쓰기이다. 그 밖에 퍼스널 에세이 쓰기, 오피니언 에세이 쓰기와 여행 에세이 쓰기, 단편소설과 초단편 소설 쓰기, 꿈을 글로 옮기기, 시적 산문과 산문시 쓰기 등이 있고 눈길을 끄는 것은 상상의 연금술이란 챕터이다. 저자는 카를 구스타프 융 센터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명심할 것은 저자가 쉰 살 이전에도 다양한 글과 기사, 일기 등을 썼다는 점이다. 그러면 그런 글들과 작가로서 쓰는 글은 어떻게 다른가?


저자는 자신이 작가가 되고 싶어한다는 것을 깨닫고 나자 자신 안의 우물이 신선한 창조성으로 가득 차올랐다고 말한다, 연금술이란 말을 통해 알 수 있듯 상상의 연금술은 더욱 깊숙한 글쓰기의 세계로 가는 길을 제시한다. 글을 잘 쓰려면 연습이 필요하다. 일기 쓰기는 훌륭한 연습 거리가 된다. 물론 매일 거르지 않고 쓸 필요는 없다. 일기 쓰기에서 중요한 점은 거침 없이 써내려가는 것이다. 쓰고 나서 고칠 시간은 얼마든지 있다. 에세이는 몽테뉴로부터 시작되었다. 귀족 출신의 은퇴한 변호사였던 그는 바쁘게 살기 위해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다. 그는 소재도 형식도 가리지 않았다.


당연히 에세이도 다듬기와 묵혀두었다가 고쳐 쓰기가 필요하다. 저자는 에세이를 퍼스널 에세이와 오피니언 에세이로 나눈다. 오피니언 에세이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 바꾸어 놓는다. 마음을 사로잡는 것에 관해서라면 여행 에세이도 독자들로부터 비슷한 기대를 받는 장르이다. 소설 쓰기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저자는 일기는 논픽션 뿐 아니라 픽션을 위해서도 모판 역할을 한다고 귀띔한다. 문장에서 주어와 동사가 필수이듯 소설에서는 등장 인물과 행동이 필수적이다. 소설이 매력의 대상인 것은 그것이 독자의 마음 속에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생생한 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저자는 단편 소설 공부를 할 때 헤밍웨이와 플래너리 오코너의 소설을 분해해 작동 방식을 이해하려 했음을 밝힌다.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는 '꿈을 글로 옮기기'이다. 꿈은 "완전히 새로운 내면의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어준다." 꿈을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이 풍부한 이야기거리임은 부정할 수 없다. 시적 산문과 산문시 쓰기편에서 저자는 시적 산문이란 말은 모순적으로 들리지만 그 둘은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사이라고 설명한다.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9장 ‘상상의 연금술‘이다.


연금술이란 단어는 변함없이 신비롭게 들린다. 연금술이 뜻하는 것은 자신의 꿈, 기억, 환경 속에서 생생한 이미지를 찾아 그것을 글로 연결하는 것이다. 11장은 고쳐쓰기이다. 마크 트웨인은 올바른 단어와 거의 올바른 단어의 차이는 번개와 반딧불의 차이와 같다는 말을 했다. 트웨인의 말은 괜찮은 것은 참으로 좋은 것의 적(敵)이란 말(’한글 세대를 위한 불교‘ 94 페이지)을 생각하게 한다. 이 말은 불교학자 에드워드 콘즈의 말이다. 고쳐쓰기는 장르에 관계 없이 모든 글쓰기에 적용된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저절로 유려하게 글이 써지는 것은 거의 기적 같은 일이라 말했다. ’집으로 향하는 글쓰기’란 마지막 장은 눈길을 끈다. 존재의 미로 속으로 들어가 그 중심에서 자신의 진정한 집을 찾는 것에 대한 장이다. 신비, 영감, 창조성에 훈련과 성찰을 더할 것을 강조하는 저자의 책은 실제적 도움을 주는 유려한 가르침이다. 하지만 하나의 책에 너무 많은 장르의 글을 담은 것은 아쉽다. 저자가 어떤 책들을 읽었고 문학 외의 장르에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상술되지 않은 점과 함께 아쉬움으로 지적되어야 옳다. 물론 열정이 넘치는 저자가 정성을 다해 쓴 진실한 책임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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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에 안스리움(Anthurium) 사진이 올랐다. 천남성과의 정열적인 빨간 꽃. 섬천남성을 생각한다. '섬천남성은 독을 품고 있다'는 시에서 조용미 시인이 말한 꽃. 천남성이 天南星인 것은 남방에서 볼 수 있는 별인 노인성(老人星) 즉 남성(南星)을 닮았기 때문이라고.. 시인은 "...섬천남성이/ 사람의 몸속을 통과하고 싶은 욕망을 오래 감추고 있/ 었다는 걸 나는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 시구(詩句)는 마이클 폴란의 '욕망하는 식물'을 이해하는 데 유용할 것이다.


시인은 '섬에서 보낸 백년'이란 산문집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봄풀냉이가 자신의 눈에 들어와 준 것이 고마워 한참을 애틋하게 들여다 보았다는 말을 했었다. 우리가 꽃, 별, 달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우리를 선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굴업도(掘業島) 기행을 마친 뒤 시인은 그곳이 이팝나무, 소사나무, 천남성, 왕은점 표범나비 등 희귀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한국의 자연사 박물관’이라 불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언급한 바 있다. 그 글이 쓰인 것이 2009년이니 벌써 7년 전이다.


당시 굴업도는 인재(人災)라 할 자연 훼손으로 우려를 자아냈었다. 잘 알려졌듯 시인은 "풍경의 저 기이한 순간들을 포착하기 위해 낯선 장소들을 자주 방문"(문학평론가 조재룡 교수의 표현)하고 있다. 시인은 "물의 귓속말에 홀려 밤의 창가에서 붉은 눈의 새벽을/ 맞이하지 않기 위해..그곳을 그리워하지/ 않기 위해 이곳에 다시 오지 않기 위해.."('물의 점령')라는 말을 한다. "우리나라 구석구석을 다녀"본 사람만이 할 수 있을 말이다. 안쓰럽고 부럽고 대단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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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라디오를 들으려고 이어폰 잭을 꽂자 이런 자막이 뜹니다. “높은 음량으로 오랫동안 들으면 청각이 손상될 수 있습니다.” 불교방송에서는 생방송 버튼을 누르자 이런 자막이 보입니다. “Wi Fi에 연결되어 있는지 확인하세요. 3G 접속시 과도한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참 친절한 사람들입니다. 이런 작은 것에 감동하는 저는 정에 약한 사람일까요?

 

문제는 데이터란 생각이 듭니다. 알뜰폰 통신사의 2.5G 데이터 제공 옵션을 택한 저는 와이파이존을 찾아다녔던 지난 열흘 사이 마치 청에게 동냥젖을 물리기 위해 여기 저기 찾아 헤맨 심봉사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어제는 공유기를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 가입 한 달을 채우면 월 5,500원 정액제인 안심옵션제에 가입할 것이고, 700M의 데이터를 제공받는 요금제로 바꿀 생각입니다. 700M 이상을 써도 요금이 더 부과되지 않지만 속도가 다소 느려진다고 하는데 게임도 하지 않고 동영상도 이용하지 않고 페이스북,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밴드(테마 역사 논술 팀) 정도를 하고 KBS 클래식 FM 정도를 듣고 몇몇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하니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와이파이, 데이터, 애플리케이션, QR 코드, 카카오톡, 밴드 등도 전문 용어라면 전문 용어이겠는데 밖에서(가입 이전에) 듣기만 하던 그 생소한 용어들이 금세 익숙해진 것은 매너리즘에 들어선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문제는 사람이 아닐지요? 첨단 기기가 제 값을 하느냐는 결국 유저들에 달렸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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