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리스(Martin Rees)는 ‘여섯 개의 수’에서 천문학을 거대과학으로 규정했다. 이는 천문학이 크고 값비싼 장비를 필요로 하는 학문이라는 데서 나온 말이다. 고재현은 ‘어떻게 과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에서 물리학과에 입학할 당시에는 사물의 근본적인 이치를 밝히는 학문인 물리를 먼저 공부한 후 천문학으로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가졌으나 입학 후 치른 첫 시험에서 자신은 110점 만점에 60도 정도를 받았는데 소수이지만 만점자가 몇 명 나온 것을 보고 ‘천재는 따로 있구나, 나의 사고는 지극히 평범한 수준이구나’ 라고 생각하고 이론 물리학이나 천문학이 아닌 고체 물질을 다루는 실험물리학으로 나아가게 되었다는 말을 했다. 참고할 부분이 많은 내용들이다. 


천문학자들이 크고 값비싼 장비를 필요로 하는 만큼 아마추어들이 별을 관측하는 데도 전문 장비들이 필요할 것이다. 지질학과 지구물리학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지질학은 지구의 물리적 구조, 과정, 역사에 초점을 맞추고 지구물리학은 물리학 기반 기술을 사용하여 지구를 연구한다. 지질학은 현장 조사를 많이 하고 암석과 지층을 지도로 만들고 해석한다. 지구물리학은 현장 작업보다 데이터 분석, 모델링, 컴퓨터 기반 작업을 주로 한다. 나는 얀 잘라시에비치의 ‘지질학‘과 윌리엄 로리의 ’지구 물리학‘을 모두 읽었지만 그 차이를 생각하지는 못했다. 


’지질학‘에서 안 사실 중 하나가 outcrop과 exposure의 차이다. 전자는 일반적인 노두를 의미하고 후자는 특별한 (조사에 쓸만한) 노두를 의미한다는 사실이다. ’지구 물리학‘에서 안 사실 중 하나가 지구 내부의 열은 지각의 암석과 맨틀의 방사능에 의해 발생하는 열과 지구가 생길 때부터 있던 열로 나뉜다는 사실이다. 


내가 지질학과 지구물리학의 차이에 관심을 둘 필요는 없다. 다만 어떤 학문에서든 필요한 부분을 유용하게 찾아내 쓰면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별을 빛나게 하는 연료에서 나온 핵폐기물로 우리 각자는 우리 은하에 퍼져 있는 수천 개의 서로 다른 별에서 유래한 원자를 가지고 있다는 물리학자 마틴 리스의 말을 호상철광층과 연결해 서술하려는 프로젝트는 잠시 뒤로 미루어야겠다. LIP(large igneous province)에 대해 서술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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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주(光州) 지질공원 해설사인 S 선생님이 전화를 해 한반도 형성사에 대해 쓰라고 한다. 광주의 지질 형성사 강의를 앞두고 있는 S 선생님에게 존 맥피의 이전 세계의 연대기를 권하고 싶었으나 그러지 않았다. 시간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무등산권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백서를 읽고 싶지만 시간이 없어 계속 미뤄온 나는 이전 세계의 연대기를 읽기로 한다.

     

    길은 달라도 같은 산을 오른다라는 길희성 선생의 책 제목대로라면 모든 책이 지구과학의 정점으로 가는 도구가 되겠지만 처한 여건과 관심, 지적 수준 등에 따라 읽어야 할 책이 다르기 마련이다. 각기 거치는 여러 다른 공부의 여정(旅程)들은 최종적으로 하나로 수렴하게 된다.

     

    다만 그곳에 이르는 중간 단계들에서 나의 관심사는 다른 사람의 관심사와 경쟁관계가 된다. 물론 지금 선택하지 않은 책은 다음 단계에 읽게 된다는 점에서 두 책은 배타적이기보다 시간 차이를 두고 선택되는 관계라 해야 옳다. 존 맥피의 이전 세계의 연대기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강은 상류에서부터 침식되었다. 물길은 산비탈이나 언덕 비탈을 파내며 탐욕스럽게 다투다가 끝내 갈라졌고 이제 두 강은 다시 하나의 물길이 되기 위해 합류한 쟁탈하천이 된다.(48 페이지) 유수부쟁선(流水不爭先)의 관념으로는 해명할 수 없는 현상이다. 자연스럽고 바람직스러운 학문의 수렴(收斂)과는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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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년전 타계한 미국의 생태 여성신학자 샐리 맥페이그(Sallie Mcfague)의 <불타는 세상 속의 희망 그리스도(A new climate for christology: Kenosis, climate change, befriending nature)>를 추천한다. 
    자기비움(케노시스)이란 개념이 눈에 띈다. 맥페이그는 생태계를 파괴하는 시장자본주의를 돌파할 희망으로 자기비움을 꼽는다. 맥페이그는 낡고 진부한 무의식적 세계관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한다.(<풍성한 생명> 참고) 
    우리는 지구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아니라 지구 안에서 다른 모든 생명들과 함께 물질적 재화를 나누며 진정으로 풍요로운 삶을 영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맥페이그가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 낡고 진부한 무의식적 세계관은 요한계시록의 환난과 고난을 정치적 구도로 보는 전통적 해석을 굳게 따르며 계시록의 짐승을 공산세력이라 믿는 보수, 전통 신앙과도 연관이 된다. 
    미국 그리스도연합교회 목회자인 짐 안탈의 말대로 교회성장신학과 번영과 성공의 신학이 인류의 종말을 재촉하고 있다면 계시록의 적그리스도는 보수 전통신앙권의 신자들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얼마나 많은 교회가 기후위기의 실상을 알리며 대안으로 낡은 세계관에서 빠져나오라고 가르칠지 생각하면 아주 회의적이다. 
    타성에 젖은 보수 신앙인들은 종말이 눈앞에 왔다고 하면서도 낡은 세계관에 바탕을 둔 정치적 지향성을 보인다. 그런 만큼 그들이 기후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들의 말대로 곧 종말이 닥친다면 왜 기도 하며 하나님만 바라보는 대신 가짜 뉴스에 눈을 돌리며 현실정치에 과한 관심을 보이는가. 
    2015년 세계 195개국이 파리협약을 통해 기후변화 1차 저지선으로 정한 1.5도를 넘어선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저지에 역행하는 행태와 정책들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흐름이 지속되면 파국을 맞이할 것이 확실하다.(세계기상기구에 의하면 2024년 1~9월까지의 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54도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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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산 흙을 다룬 책에서 읽을 거리를 챙기기도 했지만 특별히 유익하지는 않았다. 이 책과 같은 날 산 ‘어떻게 과학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의 지질학자 부분에서 단서를 하나 얻었다.
    데이비드 몽고메리의 ‘흙‘도 펼쳐보았다. 이 책을 선물(번역자 이수영님으로부터) 받은 것은 2020년이니 지식 양이 많이 축적된 시기에 다시 읽으면 첫 독서에서 챙기지 못하거나 갈무리하지 못한 지식을 낚을 수 있을 것 같다.
    ’흙‘에 이런 구절이 있다. “화강암이 풍화되면 모래흙이 되고 현무암이 풍화되면 점토질 흙이 된다. 석회암은 녹아서 사라지면서 얇은 흙층과 동굴이 있는 암석지대를 만든다...흙의 생성을 이해하려면 먼저 흙의 원천인 암석을 이해해야 한다.”
    몽고메리는 지형학자, 지구우주학부 교수이다. 앞서 언급한 흙 관련 책의 저자는 토양학자다. 몽고메리는 흙을 지구의 살갗에 비유했다. 그에 의하면 지구의 살갗은 사람의 살갗보다 훨씬 얇고 연약한 층이다.
    ’흙‘ 외에 몽고메리가 쓴 책에는 ’발밑의 혁명‘도 있고 공저인 ’핵심지형학‘도 있다. '핵심지형학'은 침식에서 퇴적까지, 지형수문학, 해안 지형과 해저 지형, 얼음, 바람 그리고 불, 빙하 지형과 주빙하 지형, 화산 지형 등 읽을 만한 챕터가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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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에 일하고 밤에 글을 쓰는(또는 강의 준비하는) 주근야서(晝勤夜書)는 힘들구나. 그제 강의(‘기후 관점으로 보는 고구려 전쟁사와 연천‘)를 마쳤으나 이제는 지질 글을 써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윌리엄 에긴턴의 ’천사들의 엄격함‘, 남성현의 ’바다 위의 과학자‘, 이경구의 ’실학, 우리 안의 오랜 근대‘ 등을 빌려놓았으나 여유가 없어 21일 이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이 책들은 희망도서로 신청한 책이어서 신청자인 내게 대출권이 먼저 주어졌다.)
    남성현의 ’바다 위의 과학자‘에 이런 구절이 있다. “지금까지 인류가 축적한 해양과학 지식이 방대해 보이지만, 앞으로 발견할, 아니 발견해야만 하는 해양과학 지식에 비하면 그야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다.
    바다는 여전히 대부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있고 지구상 가장 탐사가 부족한 영역에 해당한다.“ 지구 속에 대한 앎보다 바다에 대한 앎이 부족하다. 화산활동으로 해저(海底)가 융기해 만들어진 갈라파고스는 어떤가. 가장 앎이 부족한 바다 아래의 화산이 융기해 육지가 만들어진 것이니 모르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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