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술 -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무튼 시리즈 20
김혼비 지음 / 제철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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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위고, 제철소, 코난북스 등 세 출판사가 나를 만든 세계, 내가 만든 세계라는 교집합을 두고 다양한 주제의 글을 출판하는 공동기획으로 <아무튼, OOO>이라 연작을 출판하기로 하였답니다. 이 연작은 생각만 해도 좋은, 설레는, 피난처가 되는, 당신에게는 그런 한 가지가 있나요?’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합니다. 20179<아무튼, 피트니스>를 시작으로 2022751번째 책으로 <아무튼, 서핑>에 이르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세 출판사가 순서대로 책을 내놓다가 언젠가부터는 원고가 준비 되는대로 책을 내놓게 된 것 같습니다.


피트니스가 첫 번째 주제였고, 서재, 게스트하우스, 쇼핑, 망원동, 잡지, 계속, 스웨터, 택시 등으로 이어지는 연작은 주제의 다양성이나 기상천외함에 놀라게 됩니다. <아무튼, OOO>의 연작 가운데 처음 읽어본 책은 37번째 기획으로 <아무튼, 뜨개>였습니다. 그 책을 읽고 저도 써보고 싶은 주제가 있어 원고쓰기에 착수를 했습니다만, 해를 넘기도록 절반도 넘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직장을 옮기면서 시간을 내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착상은 <아무튼, 뜨개>였습니다만, 막상 원고를 쓰면서 <어쩌다, OO>으로 제목을 바꾸었습니다. 이참에 찾아보니 언제나북스라는 출판사에서 20215월에 <어쩌다, 승무원>으로 <어쩌다, OO> 연작을 시작했는데, 20223월에서야 <어쩌다, 혼자여행>이 나온 것을 보면 기획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은 모양입니다.


<아무튼, >은 그 20번째 책으로 20195월에 나왔습니다. 저 역시 술과 엮인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있기에 그 사연을 적어보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선수를 빼앗겼다 싶은 실망감이 드는 책읽기였습니다.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라는 책을 쓴 김혼비 작가는 책, , 축구 등이 인생의 삼원색이라고 합니다. 전작의 편집자와 술을 마시던 중에 생각하고 있는 주제를 논하다가 비주류하다는 평가를 받고서 주류(酒類)작가가 되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20여년을 꾸준하게 사랑했던 술에 관힌 이야기를 써보려 하니, 술을 주제로 한 책들이 너무 많이 나와 있었다고 합니다. 포기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가 역시 술을 마시고 집에 가던 중에 술에 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술과 얽힌 나만의 이야기를, 술과 함께 익어간 인생의 어느 부분에 관한 책을 써보기로 한 것입니다. 술책(術策)이 아니라 술 책()을 쓰게 된 것입니다. 저자의 말로는 술을 좋아해서 이 책을 쓰게 됐고, 이 책을쓰게 돼서 기쁘다라는 한 문장이면 될 것을, 말이 길어졌다라고 하였습니다만, 술에 관한 이야기로 한권의 책을 완성하였으니 술과 함께 한 인생이 참 다양하다 싶었고, ‘나도?’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차례를 보면, ‘첫술은 술꾼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술을 처음 마시던 날의 추억거리입니다. 저보다는 연배가 많지 않은 탓인지 고등학교에 다닐 때 처음 술을 취하도록 마셔보았다고 합니다. 소위 백일주라는 행사(?)였다고 합니다. 저 역시 술을 마셔온 역사는 오래되었습니다만, 제사가 끝나고 음복하거나, 어머님의 술자리에서 한 잔 얻어 마시는 정도가 아니라 본격적인 술자리에서 참석했던 것은 재수할 때도 아니고 대학에 들어간 뒤에 동아리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술꾼이라면 누구나 가질 법한 버릇, 소위 주사에 관한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무서운 술로 정의한 와인과의 만남을 비롯하여 혼술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습니다. 혼술을 집혼술과 밖혼술로 나눈 것도 기발한 착상입니다. 작가는 밖혼술을 주로 전문 술집 혹은 식당에서 했다고 하는데, 제 경우는 주로 포장마차에서의 혼술이 많았고 집에서 혼자 마시던 적도 있습니다. 집에서 혼자 마시는 혼술이 알코올 의존증으로 가는 지름길이라는 경고에 공감하는 이유는 때로 주량을 넘어선 경험 때문입니다.


술에 관한 개인적인 경험담을 적은 책이라서 공감한 부분이 있는가 하면 특이하다는 느낌이 드는 부분도 적지 않았습니다. 결론은 술꾼 치고 구절양장 돌아가는 사연이 넘치기 마련입니다만, 이렇게 책으로 풀어낼 수 있는 분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 그리고 저 역시 한번 도전해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는 말씀을 정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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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잃어버린 도시 - 1968 노량진 사라진 강변마을 이야기
김진송 지음 / 세미콜론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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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제가 거처한 장소에 관한 기억을 따라가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벌써 1년이 넘었지만, 쓰다 말다를 거듭하다보니 이제 9살이 되던 해까지 정리되었습니다. 벌써 60년이 넘은 세월이다 보니 조각난 기억들을 최대한 꿰어 맞추고 있습니다. 정기호교수님의 <경관기행>에서 틀을 만들어냈습니다.


이번에 비슷한 작업을 발견했습니다. 미술평론가 정진송님의 <기억을 잃어버린 도시>입니다. 다섯 살이 되던 해 노량진역과 샛강 사이, 지금의 노량진 수산시장이 들어선 강변마을으로 이사 가서 마을이 재개발되면서 이주해나간 1968년까지의 5년여에 걸친 삶을 소환하고 있습니다. 친구들 그리고 이웃들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들을 잘도 엮어냈습니다. 1부에서는 그때의 기억을 되살려 엮었고, 2부에서는 글을 쓸 무렵에 그 장소를 찾아 그때의 흔적을 찾아보고 있습니다. 저도 제가 살던 장소를 다시 찾아가보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저의 경관기행은 네이버나 다음의 지도의 도움을 받고는 있습니다만, 저의 기억에 남아있는 풍경과는 전혀 다른 풍경에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필자가 살던 동네 역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없는 장소가 되었습니다. 그의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마을이 된 셈입니다. 그래서 책의 제목도 기억을 잃어버린 도시로 정했나 봅니다.


저보다 연배가 조금 적기는 하지만 비슷한 시기를 살았던 탓인지 닮은 점이 많아 보입니다. ‘기억을 더듬다 보면 모든 게 흐릿한 안개 속에 있던 것 같기도 하고 어느 순간 모든 게 너무 투명하여 마치 어제 일처럼 또렷이 생각나는 경우가 있다.(96)’는 대목도 그렇구요. 마을에 토관을 만드는 공장이 있었던 것도 비슷합니다. 필자가 학교에 가다가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차에 받힌 사건처럼 저도 중2때 자전거를 타고가다 택시에 받혀 붕 날아간 적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최근의 일도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것들이 적지 않은데 어렸을 적에 겪은 일들이 기억에 남아있는 것이 신통할 정도입니다. 그 대목을 필자는 이렇게 적었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고 유년은 기억 속에서 점점 사라져 갔다. 시간이 흐르고 삶이 자꾸 쌓일수록 과거의 기억들은 망각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다. 유년의 기억을 밀어낸 것이 단지 흘러간 세월이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 무수히 많은 장소들이 사라져갔다. 낡은 집이 무너지고 새 건물이 들어섰다. 동네가 사라지고 신도시가 들어섰다. 낯익은 풍경이 지워지고 그 위에 낯선 그림이 새로 그려졌다.(196-197)”


필자는 과거를 잃어버린다는 것을 슬퍼합니다. 오래 전에 살던 곳 가운데 많은 장소가 사라지고 없습니다. 사진이 남아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 장소에 가보면 전혀 다른 풍경이지만 그 옛날 풍경은 저의 기억 속에 살아있습니다. 그 풍경을 글로 남겨놓으려는 시도가 경관기행인 셈입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대목도 없지 않습니다. “기억은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것과 같다. 그 강을 거슬러 오르다 보면 여러 갈래로 나뉘는 지류를 만나게 되거 어느 곳이 되었든 하나만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다른 쪽으로 가고 싶으면 다시 돌아와 거슬러 올라야 한다. 그렇게 여러 갈래로 갈라진 시냇물의 줄기를 따라 들락거리는 방법 말고 기억의 강을 답사하는 더 좋은 길을 나는 열지 못했다.(11)” 기억은 흐르는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것 맞습니다. 하지만 흘러내리는 강물에는 여러 강물이 합쳐지기도 하고 하류로 가면 갈라지기도 하지만 삶은 한 줄기 강을 따라 흘러가기 마련이기 때문에, 이 강, 저 강을 둘러볼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기록하는 경관기행은 기억의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것이 아니라 처음 시작한 곳에서부터 기억의 강물을 따라 같이 흘러내려가려 합니다. 흐르는 강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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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세계문학전집 13
에밀 졸라 지음, 최애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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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Le Rêve, 1888)은 에밀 졸라의 루공-마카르 총서의 열여섯 번째 작품입니다. 모색과 반항, 붕괴와 재건이 뒤섞인 전환기를 살아냈던 졸라는 새로운 시대상을 담은 책, 즉 발자크의 <인간극> 형식의 글을 써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뤼카 박사의 <본성의 유전에 관한 철학 생리학 개론>에서 영감을 얻은 졸라는 1867~1868년 사이에 <루공 마카르 총서>의 방대한 기획을 세웠습니다.

1871년 첫 번째 이야기 <루공가의 운명>의 출간으로 시작된 루공 마카르 총서는 1893년 <파스칼 박사>에 이르도록 20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었습니다. 아델라이드 푸크라는 여성과 5대에 걸친 후손들의 이야기입니다. 졸라는 이들을 통하여 프랑스 사회와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을 그려냈습니다. 가벼운 정신질환을 앓은 아델라이드가 정원사 남편 루공 사이에서 낳은 피에르 루공과 그 자손들은 상류층의 삶을, 루공과 사별한 아델라이드가 알코올중독자 밀렵꾼인 정부 마카르와 동거하며 낳은 위르쉴 마카르와 앙투안 마카르 등의 자손들은 하류층의 삶을 그려냈습니다. 

<꿈>은 1860년 크리스마스날 아침 보몽시에 불어 닥친 눈폭풍을 피해 성당을 찾아와 밤을 보낸 9살짜리 여자아이 마리 앙젤리크를 사제복을 짓는 장인 위베르와 위베르틴 부부가 받아들여 키우기로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훗날 앙젤리크를 입양하기로 한 위베르는 앙젤리크가 지닌 구호 대상 아동 기록부에 적힌 내용을 따라 파리로 가서 친부모를 찾아나섭니다. 위베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오빠가 장관을 지냈다는 시도니 부인은 남편이 죽은 뒤 열다섯 달 만에 딸을 낳았는데, 그 아이가 앙젤리크였다는 것입니다. <꿈>의 어디를 보아도 시도니 부인이나 앙젤리크가 루공 가문의 자손이라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습니다.

알젤리크가 위베르 부부의 집에 처음 왔을 때는 말 품새도 그렇고 행동도 거칠었습니다. 하지만 양부모의 애정어린 돌봄에 따라 순화되어 갔습니다. 특히 <황금빛 전설>에 담긴 성인들의 삶을 읽으면서 신앙도 돈독해지고, 자수 솜씨도 훌륭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위베르 가에 의뢰되는 중요한 자수 작품을 도맡아 제작하기에 이릅니다. 

앙젤리크가 <황금빛 전설>을 읽으면서 귀공자와 사랑에 빠지는 꿈을 꾸게 됩니다. 그런 앙젤리크 앞에 성당의 색유리창을 수리하는 청년이 나타나고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무르익어갈 무렵 앙젤리크의 사랑 펠리시앵이 사실은 장 오트쾨르 주교의 아들이었습니다. 주교는 아들을 부앵크르 가문의 클레르 양과 혼인시키려 합니다. 펠리시앵은 아버지에게 사랑하는 앙젤리크와의 결혼을 허락해 달라하고, 앙젤리크 역시 성당으로 찾아가 주교에게 자신을 소개합니다. 

주교의 완강한 반대에 두 사람의 관계도 위기에 몰리게 됩니다. 앙젤리크의 부모도 딸이 상처를 입을까봐 거짓을 전합니다. 절망에 빠진 앙젤리크는 금식을 하고 죽음을 목전에 두게 됩니다. 부모는 죽어가는 앙젤리크를 위하여 종부성사를 청하였고, 주교께서 직접 종부성사를 행하게 됩니다. 종부성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앙젤리크는 극적으로 눈을 뜨고 주교는 두 사람의 결혼을 허락하게 됩니다. 죽음의 목전에까지 갔던 앙젤리크는 혼신을 다하여 결혼식을 준비하고, 결혼식이 거행되는 가운데 죽음을 맞았습니다.

졸라는 <꿈>을 통하여 루공-마카르 가문에 흐르는 나쁜 피가 독실한 신앙생활을 통하여 맑아질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꿈은 이루어진다는 사실도. 물론 “사랑하는 두 사람이 아들, 딸 낳고 행복하게 잘 살았더랍니다.”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졸라는 <꿈>에서도 당대 사람들의 삶과 문화적 유산을 설명하는데 공을 들였습니다. 성당 건물에 대한 묘사를 통하여 중세의 건축 양식과 종교의식, 성인들의 이야기, 그리고 성직자의 제례복의 제작에 관하여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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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터베리 이야기 동서문화사 월드북 220
제프리 초서 지음, 김진만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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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독서회의 8월 모임에서 읽기로 한 제프리 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제프리 초서는 14세기 후반에 활동한 영국의 철학자이자 작가였으며 궁정에서 일한 관료로 영문학의 아버지로 평가됩니다. 13세기말 이탈리아에서 태동한 르네상스 운동을 영국에 이식하는데 일조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초서가 활동할 무렵의 영국은 기사 중심의 봉건제가 기울고 상인을 중심으로 한 신흥계급이 부상하던 과도기였습니다. 초서는 신흥계급 출신이었습니다. <캔터베리 이야기>는 당시 영국의 사회적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켄트주의 캔터베리에 있는 토머스 베켓 사원까지 가는 순례여행에 참가한 사람들이 여행길에 주고받은 이야기들을 정리한 형식으로 구성된 작품입니다. 29명이 참가한 일종의 단체여행이 된 셈인데, 순례를 목적으로 한다지만 사람들이 세상을 구경하는 일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시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켄터베리는 런던에서 동쪽으로 60마일 정도 떨어진 곳입니다. 런던에서 템즈강을 건너 도버로 가는 길목에 있는 서더크의 타바드 여인숙에 모여든 순례객들이 말을 타고 도버로 가는 길을 따라가면 사흘반에서 나흘 정도 걸리는 거리였다고 합니다.


<캔터베리 이야기>는 초서가 1387년부터 쓰기 시작하여 죽을 때까지 써간 미완성된 작품입니다. 타바드 여인숙에 모여든 30명의 순례객들이 캔터베리로 떠나는 날 여관의 주인 해리 베일리는 여행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하여 순례객들이 갈 때와 돌아올 때 각각 두 가지씩 이야기를 하고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를 한 사람에게는 식사를 무료로 대접하겠다고 말합니다. 일종의 이야기 시합을 제안한 셈입니다. 무려 120편의 이야기나 나올참이었지만, 미완성된 이야기를 포함한 스물네 편만이 소개되었고, 어느 이야기가 대상을 차지했는지도 정해지지 못했습니다.


이야기에는 다양한 직업과 계층의 남녀가 나옵니다. 옮긴이가 작품해설에서 정리한 내용을 보면 기사 등 궁정사람들, 수녀원장 등 교회에 관계된 사람들, 대학생과 의사 등 지식계급, 무역상인 등 산업계의 신흥계급, 시골유지가 지주계급을, 농부와 선장을 비롯하여 요리사, 방앗간 주인 등 노동자계급 등입니다. 이렇듯 다양한 인물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분위기로 보아 당시의 영국에서는 이미 신분에 따른 차별이 사라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다양한 직업, 계급에 속하다보니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도 저급한 것에서 고급한 것에 이르는 다양한 것들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신화에서부터 역사적 인물들의 비화가 인용되고, 당대의 영국사회에서 벌어졌음직한 이야기들이 액자소설의 형식으로 이어집니다. 작가는 등장인물의 이야기와 별도로 머리글, 발문, 에피소드를 비롯하여 등장인물들 사이에 오간 이야기를 막간극 형식으로 배치하는 독특한 이야기 틀을 만들어냈습니다.


여성이 우위를 차지하는 결혼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있고, 혼인의 신성함을 지키는 여성의 이야기가 있는가 하면 유부녀를 유혹하는 남성, 자유연애를 즐기는 유부녀에 관한 이야기도 나옵니다. 그런가 하면 마지막에 등장하는 교구사제의 이야기는 분량도 많을뿐더러 지은 죄를 참회함으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비롯하여 교만, 분노, 질투, 나태, 탐욕, 탐식, 간음 등 기독교에서 말하는 7대 죄악을 설명하고 그 죄에서 구원을 얻는 방법도 설명합니다. 저자는 교만을 모든 악의 원천이라고 보았습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탐욕이 악의 원천이 아닐까 싶습니다. 탐식과 간음은 탐욕의 아류가 아닐까요? 탐욕의 종류 가운데 만취도 나옵니다. ‘사람이 술에 취하면 이성을 잃게 되므로 중대한 범죄가 된다고 하면서도 평소에 독한 술을 마시지 않아 술의 강도를 모르거나 의지가 약하거나 과로 때문에 평소와 달리 갑자기 술에 취했다면 결코 무거운 죄가 아니라 가벼운 죄라고 하는 설명을 술꾼들에게는 좋은 변명거리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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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배우는 동물의 역사 - 인류 문명을 이끈 놀랍고 신비로운 동물 이야기 한빛비즈 교양툰 18
카린루 마티뇽 지음, 올리비에 마르탱 그림, 이정은 옮김, 장이권 감수 / 한빛비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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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비즈의 교양툰 연작의 열여덟번째 만화 <만화로 배우는 동물의 역사>를 읽었습니다. ‘웃다보니 얻어걸린 지식이라고 해서 가볍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림이나 글 모두 깊이가 있는 내용입니다.


<만화로 배우는 동물의 역사>100만년 전 아프리카의 모처에 살던 유인원으로부터 이족보행을 하게 된 인간이 갈라져 나온 뒤로 인류는 계통수의 맨 꼭대기, 즉 모든 생물이 진화해온 역사에서 최고의 단계에 올라서게 되었다는 사실을 적었습니다. 그리고는 137억년 전에 일어난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하고, 45억년 전에는 지구를 포함하는 태양계가 성립한 사실을 그렸습니다. 원시 지구상에 생명체가 등장한 것은 38억년전, 그로부터 지구상에는 다양한 종류의 생물종이 명멸했다는 사실을 요약합니다.


다양한 동물 종 가운데 인간은 취약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결국 아프리카를 떠나 안전을 도모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의 행동을 연구하여 생존 방법을 터득해나갔고,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게 된 동물도 있었습니다. 즉 가축이 된 동물들이 등장하게 된 것입니다. 나약한 존재인 인간의 삶과 문명을 개선시키는데 이들 가축이 크게 기여하게 됩니다.


만화의 내용은 고대 이집트, 그리스, 로마 등 고대문명이 동물을 어떻게 인식하였는지를 설명합니다. 특히 이집트와 그리스 등의 문명에서는 동물이 인간과 신을 중재하는 존재로 인식하였습니다. 유럽사회에서는 중세를 거쳐 근대에 이르러서는 동물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삶을 도와주는 역할에서 벗어나 진귀한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 아프리카나 아시아 등 먼 고장에서 사는 동물들은 유럽사람들에게 신기한 볼거리였습니다.


근대에 들어 과학이 발전하면서 동물은 과학실험의 대상으로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을 해부할 수 없으니 동물을 해부하여 인간의 기능을 추론하게 된 것입니다. 당연히 동물과 인간은 해부학적 구조나 기능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동물을 해부한 결과를 인간에 적용하는 것이 정확한 것은 아닙니다. 한편으로는 인간은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모든 생물들 가운데 최고의 지위를 가진 특별한 존재로 인식하고 하급한 다른 동물들을 마음대로 다루어도 된다는 인식이 확산되었습니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가축을 공장형식으로 사육하고 도축하여 일용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19세기 들어 동물을 학대하고 남용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합니다. 동물을 보호하자는 운동이 시작된 것입니다. 애완동물이라는 개념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대규모 전쟁이 빈발했던 20세기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전투에 참여한 적도 있습니다. 동물들이 인간의 동반자가 된 셈입니다. 그리고 인류가 우주로 나아가는 과정에서도 동물들은 선발대로 삼기도 합니다. 살아서 돌아온 동물도 있지만 죽음을 피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겪으면서 동물이 인간에게 종속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대되면서 동물에 대한 인식을 달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갔습니다. 동물행동학이라는 새로운 분야가 만들어져 동물에 대하여 깊이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21세기 들어서는 지금까지 인류가 알고 있던 동물에 대한 지식이 크게 잘 못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동물들과 소통하는 방법을 구하게 되었습니다.


인류가 농경을 시작했을 무렵 인간과 가축을 포함해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 개체의 0.1%에 불과했던 것이 현재는 96%를 점유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수많은 야생동물이 사라져 멸종되거나 멸종의 위기를 맞고 있는 것입니다. 인류는 지구하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생존은 물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하여 다양한 생물종과 함께 사는 방법을 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글과 그림을 읽어가다 보면 <만화로 배우는 동물의 역사>라는 제목보다는 만화로 배우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사>라 더 적확한 것 아닌가 할 정도로 다양한 정보를 담아내고 있어 많이 배우는 책읽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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