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 해결된다 Solvitur Ambulando - 불안의 시대를 건너는 철학적 걷기
우석영.소병철 지음 / 산현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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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여행길에 읽은 책입니다. 걷기와 여행에 관한 철학적 사유를 정리했다는 책소개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사회학을 전공하고 환경철학을 연구하는 우석영 작가와 순천대학교 철학과의 소병철 교수가 함께 쓴 <걸으면 해결된다>기가 어떻게 (인간의) 모멸감과 불안감과 두려움을 잠재우고 자신력과 자존감을 키울 수 있는지, 왜 걷기가 자기에 대한 앎과 철학적 사유와 창의성을 촉발하는지, 왜 걷기가 야외 온동이라기보다는 특별한 삶의 실천인지를 탐구했다.(24)’라고 머리말에 기획의도를 밝혔습니다.


필자 역시 동네산책과 여행을 통하여 걷기를 즐겨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들처럼 걸으면서 거창하게 철학을 사유한다거나 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쓰기를 비롯하여 생활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답을 걸으면서 얻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걸으면 해결된다>는 이 책의 제목을 실천적으로 이해하고 있는 편이기도 합니다.


우선 두 저자는 걷기에 관한 선각자들의 깨우침을 다양하게 인용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걷기에 관한 다양한 자료들을 찾아서 읽어볼 생각입니다. 저 역시 걷기에 관한 글을 쓸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흔히 누군가의 생각을 인용하다보면 그 생각에 매몰되는 경우도 있어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비판적 책읽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이 책에서 발견한 여행사의 상품을 따라가는 단체여행을 “‘주마간산의 여행에는 통과의 의례만 있고 발견의 흥분은 없다. ‘촬영의 득의만 있고 관조의 시선은 없다. 사진이나 얼른 찍고 떠나기를 반복하는 사람은 놀랍게도 풍경은 풍경사진보다 아름답다는 진리를 까마득히 잊은 듯 보인다.(172-72)”라고 평가절하하는 듯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작가는 여행사 상품으로 단체여행을 해보았을까 싶고, 해보았더라도 여기 적은 그런 분들을 주로 만난 것 아닐까 싶습니다.


단체여행에서도 저자가 생각하는 그런 여행을 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습니다. 제한된 시간이지만 대상을 찬찬히 관조하고, 차로 이동하는 시간에 깊이 생각하며, 훗날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을 다시 꺼내보며 여행당시의 감동을 다시금 느껴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는 것입니다. 물론 자유여행을 하면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시간만큼 머물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교통과 숙소를 직접 해결해야 하는 문제를 비롯하여 표를 구해야 하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교통편을 구하기 위하여 긴 줄을 서야 하는 문제고 있습니다. 즉 여행에 투자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였을 때 비용효과적이지 못한 경우도 많다는 것입니다.


굳이 인솔자를 따돌리지 않아도 주어진 자유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저자가 말하는 경이와의 조우하는 망외의 소득을 기대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자동운동장치 위에서 뛰는 것과는 달리 오솔길을 걷는 것이 반드시 모색과 발견의 길이 될 가능성은 높겠지만, 반드시 그런 결과를 얻는 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저자는 미국의 철학자 조지 산티아니의 수필집 <여행철학>의 한 대목을 인용하였습니다. “현명한 여행자는 자신의 도시로 돌아와 그 이름을 높이 찬양하게 될 것이다.(194)” 혼자 걷는 여행이건 여행사의 단체관광여행이건 간에 여행에서 돌아온 현명한 이라면 자신의 이름을 드높일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걸으면 해결된다>를 읽은 것이 이번에 다녀온 스위스 여행기를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또한 말미에 정리해놓은 참고문헌을 따로 챙겨서 읽어볼 계획을 세웠습니다. 읽어본 책도 적지 않아보입니다만, 아직 읽어보지 못한 책들도 적지 않은 듯합니다.


이 책과 함께 읽은 데이비드 빈센트의 <낭만적 은둔의 역사> 역시 스위스 여행길에서 좋은 동반자가 되었습니다. 역시 여행길은 책과 함께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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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닉스 - 죽을 수 없는 남자
디온 메이어 지음, 서효령 옮김 / artenoir(아르테누아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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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을 다니면서 방문한 곳과 관련이 있는 작품을 여행과 연결하는 글을 쓰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여행에서 찾은 케이프타운과 연관된 디온 메이어의 형사 베니 시리즈 가운데 이미 읽어본 <악마의 산>, <13시간>에 이어 <세븐 데이즈>를 읽을 생각이었는데, 뭔가 착오가 있어 <페닉스>를 읽게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작가의 첫 소설입니다. 역시 케이프타운 경찰의 맷 주버트 경감을 주인공으로 연쇄 살인사건의 범인을 추적하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의 시대적 배경은 흑백분리 정책을 고수하던 백인 정권이 무너지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사회적으로 격변기에 빠져들던 시기입니다. 경찰도 사퇴압력을 받는 고위직 백인들의 흔들리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체제가 붕괴되면서 케이프타운에서는 다양한 형태어 범죄가 기승을 부리게 되는데, 현장을 지켜오던 백인 고참들을 대체할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자리를 지키고는 있지만 사퇴압박을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어 주인공 맷 주버트 경감에게도 닥친 문제입니다. 상관인 경무관은 런던경시청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다고는 하지만 현장 경험은 없는 형편입니다.


주버트 경감은 2년 전에 발생한 아내의 죽음으로 일상이 흔들리는 상태입니다. 마약담당 경찰이었던 아내가 수사 중 살해된 것입니다. 뒤에 가서는 아내의 죽음과 관련해서 충격적인 내막이 밝혀지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는 연쇄살인과 연쇄은행강도 사건의 범인을 쫒는 수사과정을 뒤쫒는 한편 주인공 맷 주버트경감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신 상어 문제를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경찰도 생활인이라는 점을 고려한 것 같습니다. 아파르트헤이트 시절에는 큰 문제가 되지않던 수사관들의 일상적인 삶들이 정권교체와 함께 물갈이의 이유로 지목되는 것입니다. 변화를 수용하여 살아남을 것인가, 아니면 물러나 해오던 대로 살 것인가의 선택을 강요받는 것입니다.


연쇄살인 사건은 피해자들이나 범행방법 등이 일정한 연관성이 있기 마련입니다. 첫 번 째 사건 월레스 살해로부터 빌손, 페레이라, 맥도널드, 니나베르 그리고 쿠체에 이르기까지 강력사건이 이어짐에도 경찰은 이들 사건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합니다. 뿐만 아니라 같은 시기에 발생한 연쇄 은행강도 사건이 연쇄살인 사건과 연관을 맺은 듯 혼선을 주고, 한 여성의 투신사건은 별개의 것으로 보이지만 이 사건과 연관되었을 가능성을 암시합니다.


마우러라는 동일 총기로 살해되는 피해자가 늘어가고 있음에도 이들 피해자들을 연결해주는 고리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 가운데 수사는 지지부진한 상태로 살인은 거듭되는데, 니나베르의 죽음에 즈음하여 사건의 실체를 드러내는 단초가 나타났음에도 착안이 늦어지면서 어쩌면 막을 수도 있었을 마지막 희생자의 죽음을 막지 못합니다. 이들의 죽음이 자업자득의 결과라는 점을 고려한 까닭일까요.


이 작품은 이안 매튜의 첫 작품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이 물러난 직후, 남아프리카공화국 사회가 변화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작가의 후속작인 형사 베니 연작에서는 마약과 관련된 사건, 외국인이 관련된 사건 등으로 범죄의 양상이 달라지는 모습을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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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딜레마 - 초고령 쓰나미가 몰려온다
우봉식 지음 / (주)글통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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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이 되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가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됩니다. 출산율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기대여명은 늘어가고 있어 초고령사회 진입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초고령사회가 당면할 문제는 숱하게 많을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그에 합당한 의료체계를 어떻게 마련할것인가가 가장 시급하고도 중요한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도래할 초고령사회에서 예상되는 의료부문의 문제점과 해결방을 모색해보기 위하여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의료딜레마>라는 제목의 책자로 발간하였습니다.


이 책은 5개의 장으로 구성되었습니다. 1장에서는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루어진 원인을 찾아보고, 초고령사회가 가져올 사회적 파급효과와 의료부문의 수요가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를 전망했습니다. 2장에서는 현행 의료전달체계와 건강보험제도의 문제점을 짚고, 초고령사회에서 공공의료가 감당해야 할 역할과 특히 노인요양시설 입소자의 건강관리를 강화할 방안을 모색하였습니다.


3장에서는 우리나라보다 일찍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을 비롯하여 영국, 스페인, 프랑스 등 고령화사회를 미리 준비해온 보건의료선진국들의 제도와 정책들을 살펴보았습니다. 일본의 경우 초고령사회를 대비하여 다양한 대책을 수립하고 시행해왔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참고할 만한 것들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영국과 프랑스의 치매관련 정책에 관한 내용에 관심이 갔습니다. 4장에서는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우리나라의 의료와 돌봄정책의 방향을 제시하였습니다. 5장에서는 초고령사회를 대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국회의 역할을 살펴보았습니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는 오래 전에 제가 연구조정실장으로 근무한 인연이 있습니다. 보건의료분야의 문제점을 적기에 진단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연구를 연구소 자체적으로 혹은 외부 전문가에 의뢰하여 수행하고, 그 결과물을 관계당국에 전하여 정책으로 반영토록 촉구하는 역할을 확대해오고 있습니다. ‘초고령 쓰나미가 몰려온다라는 부제가 달린 <의료 딜레마>도 의료정책연구소에서 마련한 중요한 연구성과의 하나가 될 것입니다.


필자들은 통계자료를 비롯하여 표와 그림 등 다양한 자료들을 인용하여 쉽게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하였습니다. 치매환자의 통계자료 가운데 영국의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2019년 기준 영국의 치매환자는 885천여명에 달하는데 잉글랜드에 84.7%, 스코틀랜드에 7.5%, 웨일즈에 5.2% 그리고 북아일랜드에 2.5%가 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영국의 인구는 63,181,775명으로 잉글랜드가 83.9%, 스코틀랜드가 8.38%, 웨일즈가 4.85% 그리고 북아일랜드가 2.87%인을 고려한다면 잉글랜드와 웨일즈의 인구대비 치매환자의 비율이 높고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에서는 낮은 것입니다. 이런 차이를 보이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의 치매환자 통계에서도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지 찾아봐야 하겠습니다.


초고령화 시대의 보건의료문제는 복지와 비교하여 비중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현행 보건복지부 체계에서 보건 분야를 떼어야 별도 조직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이와 같은 주장은 15년전에 제가 연구소에 있을 때부터 주장했던 것인데 정부는 여전히 변화가 없는 것 같습니다. 해마다 출산율이 떨어져가는 것과도 연관이 있지 않나 궁금해집니다.


초고령사회에서의 보건의료문제가 심각한 것은 보건사회연구원의 연구결과를 보면 자명해집니다. 오래된 자료입니다만, 2011년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65세를 기준으로 생애의료비의 비중이 각각 절반씩 차지한다고 합니다. 즉 노인 연령이 되면 의료비를 많이 쓴다는 것입니다. 초고령사회에서 보건의료의 문제를 제대로 대비할 필요가 있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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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이야기 비룡소 걸작선 29
미하엘 엔데 지음, 로즈비타 콰드플리크 그림, 허수경 옮김 / 비룡소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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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빌어 읽어보려고 오랫동안 벼르다가 결국은 구입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작가가 1970년에 발표한 <모모>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있는데, 그의 1979년에 발표한 <끝없는 이야기>를 오랫동안 모르고 지냈다는게 신기할 지경입니다.


이 이야기는 어떤 소년이 책을 읽다가 책 속에 있는 이야기로 들어간다. 그리고 이야기 속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진다'는 작가의 저작 기획기록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야기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의 관심을 받지 못해 밖으로만 나도는 바스티안이라는 소년이 친구들의 놀림을 피해 들어선 서점에서 주인이 읽던 책을 훔치는데서 시작합니다. 학교에는 갔지만 교실에 들어가지 않고 창고의 다락에 숨어들어 책을 읽기 시작합니다.


여기까지 전개되는 바스티안의 현실적인 이야기는 밤색 글씨로 기록되었고, <끝없는 이야기> 속의 <끝없는 이야기>는 초록색 글씨로 기록됩니다. 이야기 속의 삽화는 환상의 세계 곳곳이 갑작스럽게 로 변하기 시작하는 이변이 생기게 됩니다. 동시에 환상의 세계를 다스리는 어린 여제가 이름모를 병에 걸리게 됩니다. 환상의 세계의 내로라하는 의사들이 모여들었으나 어린 여제를 치료할 방도를 내놓지 못합니다.


문제의 해결방법을 찾는 방법은 어린 여제가 내놓습니다. 은산맥 뒤에 있는 풀의 바다에 사는 아트레유라는 젊은이에게 어린여제의 신표인 아우린을 전하고 어린여제를 치료할 방도를 찾아오라 전한 것입니다. 아트레유는 천신만고 끝에 인간세계에서 환상의 세계로 들어온 인간이 어린여제에게 새로운 이름을 지어준다면, 여제는 치료가 되고 환상의 세계를 무로 지우는 현상도 사라질거라는 것입니다.


삽화를 읽던 바스티안이 환상의 세계로 뛰어들어 아트레유와 조우하고 여제를 만나 달아이라는 새이름을 지어줍니다. 병이 나은어린 여제, 달아이는 바스티안에게 아우린을 전하면서 네가 원하는 것을 해라라고 합니다. 바스티안은 무로 뒤덮인 곳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야합니다. 하지만 바스티안은 세가지 규칙을 지켜야합니다. 1. 네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만을 원해야한다, 2. 네 이야기에 속한 것만을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3. 네가 진실로 원한 것만이 네 이야기에 속할 수 있다, 등입니다.


바스티안은 평소어 나약한 모습을 버리고 강해지게 되고, 아트레유의 도움을 받아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내게 됩니다. 바스티안이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면 자신의 무언가가 사라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스티안은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냅니다. 특히 호로크 성의 여주인 크사이데의 도전을 받습니다.


하지만 바스티안은 크사이데를 굴복시킵니다. 충성을 바치기로 한 크사이데는 바스티안과 아트레유를 이간시켜 서로 반목하게 됩니다. 결국 바스티안의 보물은 아트레유에게 넘어가고 바스티안은 현실로 돌아갈 수 없는 위기의 순간을 맞습니다.


이야기가 이 단계에 이르면서 바스티안에 앞서 환상의 세계에 들어왔다가 눌러 앉은 인간들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집니다. 과연 바스티안도 그들의 전철을 밟게 될까요? 환상을 키워가는 것은 꼭 필요하지만, 자칫 환상에 발목이 잡히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는 이야기였습니다.


작가는 무에 뛰어들어야 우리의 가장 깊은 곳에 숨어있는 창조의 힘을 일깨울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바로 새로운 환상의 세계를 창조하는 일입니다. 더불어 새로운 것에 매몰되다 자칫 자신을 잃지 않아야 된다는 점을 일깨웁니다.


<끝없는 이야기>의 도입부를 읽다보면 미하엘 엔데가 발굴했다는 랄프 이자우가 쓴 <비밀의 도서관>의 도입부와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또한 삽화에서 끊임없는 도전이 이어지는 점도 비슷한 맥락이라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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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세트 - 전3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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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독서회에서 11월에 읽기로 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미리 읽었습니다. 412편이나 되는 방대한 이야기를 1653쪽에 이르는 3책에 나누어 담았습니다. 오랫동안 읽지 못하던 책을 고전독서회 덕분에 읽게 된 셈입니다. 이야기는 기승전결의 구성에 따라서 4부로 구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4책으로 나누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습니다.


1부에서는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중년의 지주 표도르 파블로비치 카라마조프의 가족들을 소개합니다. 두 명의 아내 사이에서 드미트리미챠, 이반, 알렉세이 등 세 아들을 얻었지만 아들이 장성하는 동안 제대로 돌봐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표도르의 비사교적인 성품은 하인 그리고리 바실리예비치와 그의 아내 마르파 이그나치예브나 두 사람과 파벨 표도르비치 스메르자코프를 하인 겸 요리사로 함께 지내고 있지만 별채에서 지내도록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스메르자코프는 마을의 떠돌이 백치여인 리자베타 스메르쟈쉬야의 아들로 표도르의 사생아인 것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아들들보다 오히려 사생아를 곁에 두고 신임하는 형국입니다. 두 아내도 일찍 세상을 떠나고 홀로 사는 표도르는 과거 삼소노프의 정부이자 사업가인 그루센카를 두고 큰 아들 드미트리미챠와 삼각관계를 이룰 만큼 비정한 호색한이기도 합니다. 이런 성품이 결국 목숨을 잃는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그런가하면 드미트리미챠와 이반은 카체리나 이바노브나 베르호프체바라는 미모의 여성과 삼각관계를 이루기도 합니다. 부자들 사이에 두 여인까지 끼어서 복잡하게 엮이는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않습니다. 사생아를 포함하여 네 아들 가운데 수도사의 길을 걷다가 환속하는 알렉세이만이 유일하게 정상적인 모습입니다. 아마도 이들 사이에 얽힌 복잡한 관계를 정리하기 위한 역할을 부여한 것 같습니다.


작가는 모두에서 이 이야기의 구성을 설명합니다. 이 복잡한 이야기를 두 편의 소설로 구성되었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소설을 13년 전에 일어난 일을 다루고 있는데, 본편이라 할 두 번째 소설을 이해하기 위한 것으로 소설이라고까지 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첫 번째 소설이 없었더라면 두 번째 소설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복잡하게 구성된 가족들, 특히 부자지간의 갈등이 결국 존속살인을 낳는 과정을 보면 19세기의 러시아 사회의 모습이 즉물적이고 충동적이기도 한 오늘날의 우리사회와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반면 드미트리미챠를 부친살해의 범인으로 몰아가는 법집행 구조는 미숙하기만 합니다. 드미트리미챠를 기호한 검찰은 사망한 표도르의 사체에 남은 상처를 엄밀하게 검증하였더라면 드미트리미챠의 혐의를 의심하기에 충분하였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인물들의 의식적인 혹은 분명치 않은 상황진술을 토대로 혐의를 입증하려 하였고, 재판부 역시 이를 인용하여 드미트리미챠를 범인으로 단정하고 말았습니다. 또 다른 유력한 용의자인 스메르자코프가 자살한 만큼 사건을 재구성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이야기의 배경과 사건 전후의 상황은 미주알고주알 설명되어 있지만 기승전결의 마지막 단계는 깔끔하게 정리되지 못한 느낌입니다. 본편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우연히 불거진 지엽적인 사건에 등장하는 소년 일류샤의 장례식이 대단원의 마지막 장면으로 삼은 이유는 그저 불화를 빚던 아이들이 화해과정을 거쳐 소년의 죽음을 애도하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미래를 지향한다는 설정으로 보입니다만 부당하게 살인의 누명을 쓴 당사자와 오심에 영향을 미친 인물들의 뒷이야기는 뒤편으로 밀려난 느낌이 들었습니다. 알렉세이를 중심으로 스승인 조시마 장로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나 마지막부분에서 죽음을 맞는 일류샤와 아이들의 갈등을 시시콜콜하게 적은 것은 사족에 가깝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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