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여 잘 있어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79
어니스트 헤밍웨이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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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여 잘 있어라>는 학생 때 헤밍웨이 전집을 독파하면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지난해 가을 스위스를 여행하면서 들렀던 몽트뢰가 이 작품에 등장한다고 해서 다시 읽었습니다.


1차 세계대전에서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는 맞서 싸웠습니다. 전투는 두 나라 국경선의 동쪽과 중서부에서 벌어졌습니다. 헤밍웨이는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이탈리아에서 적십자의 구급차 운전사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미국출신 프레데릭 헨리 중위는 이탈리아 군에 소속되어 동부전선에서 의무중대의 후송담당 업무를 맡았습니다. 전투가 소강상태인 시작부에서는 술을 즐기고 위안소를 방문하는 등 이런 부대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풀어진 분위기였습니다. 그런 와중에 헨리 중위는 같은 방을 쓰는 외과 군의관 리날디의 소개로 영국 출신 간호사 캐서린 버클리를 만나게 됩니다. 헨리 중위는 가볍게, 버클리는 신중하게 관계를 이어가던 중에 전선에 투입되었던 헨리 중위가 포격을 받아 부상을 입게 됩니다. 헨리 중위가 밀라노에 신설된 야전병원으로 후송되었을 때 버클리 역시 같은 병원으로 지원을 나와 재회를 하게 됩니다. 수술을 받고 재활치료를 받는 동안 두 사람은 깊은 관계에 빠지고 버클리가 임신을 하게 됩니다.


재활치료가 끝나고 헨리는 전선으로 복귀하게 되는데, 전선이 뚫리면서 부대가 갑작스럽게 후퇴를 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헨리는 그만 탈영을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후퇴하는 장교를 즉결처분하는 헌병대에 체포가 된 것입니다. 강물에 뛰어들어 위기상황을 벗어났지만 헨리의 마음 속에는 이미 전쟁에 참가할 명분을 잃고 말았습니다. 버클리를 찾아 밀라노로 향한 헨리는 스트레사로 갔다는 그녀의 뒤를 쫓는데, 스트레사에서도 헌병대의 추적을 받게 됩니다.


헌병대의 추적을 피해 버클리와 함께 마조레 호수에 배를 띄우고 스위스로 향합니다. 밤을 도와 30를 항해한 끝에 스위스에 무사히 도착해서 세관원에게 체포되어 로카르노로 이송됩니다. 이탈리아 전선에 투입되었다는 사실을 숨긴 두사람은 임시사증을 받아 스위스 체류가 가능해졌습니다. 두 사람은 몽트뢰로 가서 겨울을 보내지만, 버클리의 분만이 가까워지면서 로잔으로 옮겨갑니다. 로잔의 큰 병원에서 분만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사산을 하고 버클리 역시 산후출혈로 죽음을 맞는 비극으로 이야기가 마무리됩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이탈리아 사병들이 전쟁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점으로 반전소설로 분류하는 경향도 있지만, 전쟁 속에 피어나 스러진 슬픈 사랑이야기라고 보는 것이 맞겠습니다. 발칸을 여행하고 밀라노에서 귀국 비행기를 타느라 이동하는 과정에서 지난 슬로베니아와 이탈리아의 국경 지대를 비롯하여 이탈리아 여행 때 들렀던 밀라노, 학회가 열린 스트레사를 비롯하여 스위스 여행에서 들렀던 몽트뢰등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지역이 배경이 되고 있는 작품이라서 다시 읽을 때는 소설 속 장면을 그려볼 수 있었습니다.


요즘에도 출산이 만만한 것은 아닙니다만, 당시에는 출산과정에서 목숨을 잃는 경우가 허다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버클리의 경우는 골반이 작아서 태아의 체중을 줄이라는 의사의 권고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분만 당시 진통이 오기 전부터 제왕절개수술을 고려했어야 하지 싶습니다. 자연분만을 오랫동안 시도하는 과정에서 탯줄이 목에 감긴 태아도 죽고, 피로 상태에 빠진 자궁은 분만 후에 수축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산후출혈이 이어지면서 과다출혈로 죽음에 이르렀다는 것인데, 요즘 같으면 의료사고로 간주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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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바꾸는 작은 습관
진희정 지음 / 토네이도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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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세살 적 버릇 여든 간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어릴 때 몸에 밴 버릇은 늙어 죽을 때까지 고치기 힘들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어릴 때부터 나쁜 버릇이 들지 않도록 잘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입니다.


그러면 왜 세 살일까요? 태어나서 세 살 쯤 되어야 연속된 기억을 가지게 되고 완전하지는 않지만 라는 주체감이 형성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 시기야말로 버릇이라 할 습관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는 단계라는 것입니다. ‘여든은 죽을 때까지를 의미하는 것입니다.


버릇, 즉 습관에 관한 이야기를 정리해볼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방송작가와 기자로 활동해온 진희정 작가의 <운명을 바꾸는 작은 습관>은 버릇, 즉 습관의 특성을 알아보기 위하여 읽은 책입니다. 작가는 사소해보이기까지 하는 습관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방식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마음을 먹는다고 해도 나쁜 습관을 고치는 것은 정말 힘들다(7)”고 하였습니다. 또한 자신의 현재와 미래는 스스로의 생각, 느낌, 행동에 의해 결정된다. 지극히 평범하며 남들보다 다소 능력이 부족한 사람도 습관을 어떻게 가꾸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뀔 수 있다.(12)”라고도 했습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하여 습관이 형성되는 기전을 알아보고, 어렵기는 하지만 습관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합니다. 중요한 것은 나쁜 습관을 버리고 좋은 습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일단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마지막으로는 성공한 사람들이 어떤 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소개합니다. 이전의 작업을 통하여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서 들은 이야기를 인용하고 있어 실감이 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니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대부분의 내용들은 누군가의 연구결과와 누군가와의 대담에서 들은 이야기, 혹은 책을 통하여 읽은 이야기들을 요약하고 있는 셈입니다. 사실 자신의 경험이나 사유의 결과를 바탕으로 쓴 책보다 누군가의 생각을 요약해놓은 책을 읽을 때는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 책에서도 자신이 어떤 나쁜 습관이 있었는데 어떤 노력을 통하여 나쁜 그 습관을 버릴 수 있었고, 대신에 어떤 노력을 통하여 좋은 습관을 가질 수 있었다고 이야기를 했더라면 좋은 책읽기가 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1. 먼저 자신의 뇌에게 강렬하게 말하라!, 2. 소망을 움직일 구체적 자극을 찾아라!, 3. 자극을 행동에 옮겨라!, 4. 반복하고 반복하라!, 5. 성격으로 바뀐 습관을 마음껏 만끽하라! 라고 정의한 내 운명을 바꾸는 사소한 습관전략 5단계의 경우입니다. 이런 전략으로 어떤 습관을 얻을 수 있었고, 어려운 점은 무엇이었을까요?


일종의 자기계발서의 성격을 가진 이 책에서도 습관을 계발하여 성공을 이끌어내자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책의 4부에서는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을 훔쳐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볼 것을 추천합니다. 그렇게 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암시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성공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이 책에서 인용하고 있는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대로 하면 그 사람이 이룬 것을 따라갈 수 있을까요? 세상사람 누구나 성공을 다툰다면 혼란스러울 것 같다는 생각을 이런 종류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끼게 됩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성공한 사람들처럼 되지 않더라도 자신이 꿈꾸는 일을 할 수 있으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성공한 사람들의 습관을 강박적으로 따라하지 않아도 어떻습니까? 다만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일을 하기 위한 좋은 습관을 가지는 정도면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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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우리 술 - 전통과 애환이 빚은 한국 술 이야기
김승호 지음 / 깊은샘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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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는 막걸리를 마시다가 커서는 소주로 발전했고, 한때는 맥주와 양주로 한눈을 판 적이 있습니다만, 다시 소주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요즈음에는 술잔을 나누는 이가 누군가에 따라서 가끔은 포도주를 마시기도 합니다. 일찍 마시기 시작한 술은 평생의 업보인 듯합니다. 글 쓰고 술을 좋아하는 이들처럼 술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읽은 책입니다.


<응답하라 우리 술>은 대표적인 우리의 전통주에 관한 이야기를 집대성해 놓았습니다. 저자가 서문에 적은 바에 따르면, 1편 술이란 무엇인가에서는 인류가 술을 어떻게 구했고, 만들게 되었는지, 2편 응답하라 우리 술 막걸리에서는 우리 술 막걸리에 관한 이야기, 3편 응답하라 우리 술 소주에서는 소주를 주제로 하여 써내려갔습니다.


두 번째 주제에서는 막걸리, 약주, 청주 등 곡물을 발효시킨 뒤에 걸러낸 술에 대하여 이야기를 합니다. 외국에서는 포도나 사과와 같은 과일을 이용하여 술을 빚는데 반하여 술을 빚기에 적당한 과일이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주식으로 하는 쌀을 가지고 술을 빚었다고 합니다. 이어지는 세 번째 주제에서 다루는 소주는 곡물을 이용하여 발효시킨 발효주를 증류하여 빚습니다.


소주와 맥주로 술을 시작한 저자는 일상에 여유가 생기면서 막걸리를 찾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를 계기로 술에 대하여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막걸리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한 공부는 우리 전통주의 맥을 찾아가는 힘든 여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응답하라 우리 술>은 그런 작업의 성과물이 되었습니다. 책을 읽어가면서 막걸리를 비롯한 청주, 약주 그리고 소주가 어떤 과정을 통하여 오늘에 이르렀는지 참 잘도 정리했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술을 빚는 과정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조정 혹은 정부의 정책은 왜, 어떻게 변해왔는지 정리해놓았습니다. 술 빚는 법을 알려주는 연수과정에 참여하고 전통주를 빚는 양조장을 찾은 이야기를 금융신문에 연재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결국 우리 술의 지난 역사를 살펴 정리하기로 했는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잘 몰라서 대접하지 못했던 술을 제대로 대우하고, 좋은 술을 만들고자 양조에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도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술이 어떻게 만들어졌고, 영욕의 순간들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게다가 국가는 그 순간에 무엇을 하였는지를 정리하고자 했다라고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전통주를 빚는 양조장을 직접 찾아 이야기를 듣고, 제도에 관한 내용은 국세청이나 경기도 농업개발원 등 관런 부처의 담당자를 만나 도움을 구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글쓴이의 글 버릇을 닮아가는 것 같습니다. 저자 역시 열심히 공부하여 알게 된 내용을 전해들은 이야기를 전달한다는 투로 적은 경우를 꽤 많이 읽을 수 있습니다. 알아낸 이야기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술에 관한 우리나라는 물론 중국 등 여러 나라의 고문헌까지 두루 살펴 소개하고 있습니다. 술에 대한 저자의 공부가 얼마나 깊은데 이르렀는지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응답하라 우리 술>은 어쩌면 우리 전통주의 역사를 집대성한 결정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술의 통사를 정리해보려는 생각은 일단 접기로 했습니다. 자료를 찾아 공부하는 데만도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글쓰기에 틈새가 있기 마련입니다. 저 나름의 방향이 잡히면 언젠가는 글쓰기에 도전해보려 합니다. <응답하라 우리 술>은 좋은 참고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


제목이 재미있는데, 아마도 당대의 시대상을 살피는 연작물인 유명 연속극에서 따온 듯합니다. 실제로도 우리 전통주의 애환을 시대별로 정리해냈다는 기획에도 잘 맞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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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시간 - 느리게 사는 지혜에 관하여
토마스 기르스트 지음, 이덕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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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으로 유추해보면 시간과 관련된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느리게 사는 지혜에 관하여라는 부제를 보면 조급하게 사는 삶의 폐해를 지적하는 내용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서는 정말 세상의 모든 시간을 이야기하고, 느리게 사는 지혜를 이야기한 것인지 헷갈리게 됩니다.


오히려 서문을 마무리하는 부분에 나오는 다음과 같은 글이 이 책의 기획의도라고 보았습니다. “나의 주된 관심사는 문화사와 과학사에서 이룬 위대한 업적을 한번 뒤돌아보고 인간이 성취할 수 있는 노력과 범주가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 우리에게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를 생각해보는 것이다.(10)” 처음 시작하는 우체부 슈발에서부터 마지막 이야기 미완성에 이르기까지 모두 28꼭지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그런데 28꼭지의 이야기 가운데 타임캡슐할버슈타트의 존 케이지’, ‘휴식과 게으름’, ‘천 년이 하루정도의 이야기가 시간, 혹은 느리게 살기와 구체적인 연관이 있는 듯하였고, 나머지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시간이나 느리게 살기와 어떻게 연관이 되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다만 저자가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문화사 혹은 과학사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나의 주제에서도 다양한 자료들을 인용하여 이야기를 풀어 가는데 간혹은 연결이 분명치 않아 보이는 대목도 없지 않은 느낌입니다. 특히 진시황이 백방으로 불로장생의 약을 구하려 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서복이라는 신하로 하여금 동남동녀 3천을 데리고 우리나라와 일본으로 보냈으나 돌아오지 않고 그곳에서 왕이 되었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를 마치 서복이 일본을 세운 인물이라고 적고 있는 것을 보고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은 마르셀 푸르스트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서두름의 시대에서도 분명치 않은 인용을 볼 수 있는데,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오는 회상에 관한 유명한 대목 여시 원전과 다른 점이 있습니다. “주인공은 그의 어머니가 내주곤 했던, 보리수 꽃차에 마들렌을 적셔서 먹던 기억을 다섯 페이지에 걸쳐 묘사했다는 대목입니다. 원전에는 어느 쌀쌀한 날 어머니께서 마들렌을 곁들여 홍차를 내주셨는데,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 한 숟가락을 입에 넣는 순간, 콩브레에서 레오니 아주머니가 내주던 보리수차에 적신 마들렌 조각의 맛을 떠올리면서 어릴 적의 기억을 되살아나더라는 이야기입니다. 옛기억을 되살린 계기는 어머니가 내준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였지만, 어린 시절 보리수 꽃차를 내준 이는 어머니가 아니라 레이니 아주머니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루스트의 가정부인 셀레스트 알바레가 <나의 프루스트 씨>라는 책을 냈다는 사실을 비롯하여 마르셀 프루스트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집필하는 과정에 관한 이야기는 처음 듣는 내용이라서 참신했습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블랙스완이론에 관한 이야기에서도 블랙스완 이론이 나오게 된 배경이 생략되어 있어 흑고니를 알지 못하는 독자는 글 내용을 쉽게 이해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스텐 나돌리의 <느림의 발견>이나 밀란 쿤데라의 <느림>을 인용하여 느긋하고 신중한 성격은 잠시 멈춤과 기억이라는 요소로부터 힘을 얻는다 이 힘은 결국 어떤 속도보다 더 뛰어난 것이다.(106)”라는 대목 역시 두 소설의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아서 두 소설로부터 도출해낸 명제가 얼마나 타당한지 가늠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마지막 주제 미완성에 적은 “‘글은 누가 쓰건 남는다는 말이 있다. 그리고 책은 더 오래 살아남는다(218)”라는 대목은 큰 울림으로 남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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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웬디 미첼 지음, 조진경 옮김 / 문예춘추사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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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치매환자 웬디 미첼이 아나 와튼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치매병력을 기록했던 <내가 알던 그 사람; https://blog.naver.com/neuro412/221555335038>의 뒷이야기를 정리한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을 냈습니다. 원제목은 <What I wish people knew about dementia>입니다. ‘사람들이 치매에 대하여 알았으면 하는 것이라는 소박한 생각을 담은 제목이라는 생각입니다.


제목을 들여다보니 알다(know)’의 과거형 알고 있다(knew)’를 사용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치매라는 끔찍한 질환에 대하여 알고 있어야 제대로 대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미로 보입니다. <내가 알던 그 사람>이 치매 환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를 알 수 있게 해준 것처럼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 역시 치매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한 것들을 정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웬디는 20147월 치매 진단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2018년에 <내가 알던 그 사람>을 썼습니다. 그리고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2021년에 썼는데, 치매 진단을 받고 8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사회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치매 진단을 받으면 삶이 끝난 것으로 생각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영국의 경우는 치매환자도 정상인들과 함께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다양한 정책이 운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웬디는 치매진단을 받고서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두려움에 떨었습니다. 하지만 치매에 대하여 알아가면서 생각했던 것만큼 크게 두려운 질병은 아니라는 것을 배우게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자신이 치매에 대하여 알게 된 것을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하여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내가 알던 그 사람>에서는 치매 진단을 받고서 겪은 일들을 정리했다고 하면, <치매의 거의 모든 기록>에서는 치매라는 질병을 이해하기 위하여 배운 내용들이 주를 이룹니다. 물론 치매환자의 입장에서의 생각을 더해놓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논문과 책의 내용을 인용하고 있습니다. 책의 얼개를 보면 편집자의 뜻이 많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이제 나는 예전처럼 편하게 대화하기 못한다. 특히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대화는 더 어렵다(130)”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그런데 누리사랑방을 통하여 자신의 생각들을 독자들과 교감하고 있다는데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치매환자는 감각이 왜곡될 수도 있다는 것에서부터 새로 맞게 되는 관계,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것, 치매환자에게 필수적으로 조성되어야 할 환경, 치매환자가 느끼게 되는 감정과 유지해야 할 태도 등을 주제로 하여 책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치매로 진단된 환자들이 이 책을 읽어보면 투병의 방향을 정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재미있는 표현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우리처럼 기억을 앗아가는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도 냄비의 물이 끓을 때 보글보글 올라오는 기포들처럼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 깜짝 놀랄 때가 있다.(14)”


하지만 말기 치매 환자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아직도 미지의 영역입니다. 웬디는 다양한 주제로 치매를 연구하는 학자들과 협업을 해왔다고 합니다. 가능할지는 여전히 알 수 없겠습니다만, 다음 책에서는 치매가 더 진행된 환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도와주면 좋을지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 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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