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독도(죽도)를 이렇게 말한다 - <죽도-죽도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10가지 포인트>에 대한 비판 검토 내일을 여는 지식 역사 25
나이토우 세이추우 지음, 권오엽.권정 엮음 / 한국학술정보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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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뉴스는 일본이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는데 항의하여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 일본대사관에 보낸 남성에 대한 기사를 전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독도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의 돌발적인 조처가 나올 때마다 규탄대회를 벌이는 등 즉각적이고 감정적으로 대응해왔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빼고는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역사적 근거와 일본의 주장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챙겨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그저 정광태님이 부른 <독도는 우리땅> 노래가 알려주는 “지증왕 십삼년 섬나라 우산국, 세종실록지리지 오십쪽 셋째줄…”으로 독도가 우리땅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해온 것은 아닌가 자책하는 생각이 든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의 나이토우 세이추우 교수가 쓰고 권오엽, 권정교수가 편주한 <일본은 독도(죽도)를 이렇게 말한다>를 읽고서입니다.

편주를 하신 권오엽교수님 역시 “나의 독도에 대한 관심을 우연이라 했으나, 나이토우 세지추우 선생님의 저서 『죽도(울릉도)를 둘러싼 일조관계사』(『독도와 죽도』)가 그런 우연을 만들어준 것 같다. (…) 사물을 객관적으로 보고 판단하시려는 선생님의 학문에 침밀감을 느끼고, 독도문제에 호기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 이전에는 간단한 문제, 그저 감정에 사로잡힌 문제, 그래서 나와는 상관이 없는 문제라고 생각했었다.(13쪽)”라고 고백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독도(죽도)를 이렇게 말한다>는 크게 다섯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제1장 『죽도=독도문제 입문』- 일본 외무성 『죽도』비판’은 나이토우 세지추우교수가 2008년 2월 일본 외무성이 『죽도-죽도문제을 이해하기 위한 10의 포인트』라는 팸플릿을 제작하여 일본어판 뿐 아니라 한국어판과 영어판도 만들어 배포한 것에 대하여 조목조목 비판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편주하신 분들은 나이토우 세지추우교수가 쓴 원문을 번역문에 더하여 관심있는 독자들이 대조해가며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제2장은 편주하신 분들의 해설로 이루어져 있고, 제3장은 울릉도와 독도에 관하여 과거의 사료로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한일 양국은 물론 관련국가의 문서를 인용한 나이토위 세지추우교수의 논문을 번역하여 수록하였으며, 제4장은 권정교수님의 논문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5장에는 독도문제에 관하여 일본정부의 입장을 정리한 외무성의 홈페이지 자료를 번역하여 원문과 함께 싣고 있습니다.

일본 외무성의 주장이 합리적이지 못한 점을 조목조목 따진 나이토우 세지추우교수님은 후기를 통하여 “나는 역사를 연구하는 일본인으로서 무엇보다도 역사의 사실을 존중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싶다. 죽도 문제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여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외무성의 주장처럼 사실과 동떨어진 곳에서 제멋대로 논의해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일본의 명예를 위해 사실에 기초하여 역사를 해명하려는 의도에서 이 책을 집필했다.(132쪽)”고 밝히고 있습니다. 학문하는 사람으로서의 양심을 접을 수는 없었을 뿐 아니라 일본의 명예를 지키는 길이라 믿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독도가 분쟁지역으로 남게 된 것은 근세 동아시아 국가들의 역학적 구도의 소산이라는 증거들이 곳곳에서 들어나고 있기 때문에 한일 양국은 진검승부를 시작할 게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왔던 것 같습니다. 노일전쟁을 통하여 러시아를 견제할 필요가 있었던 일본정부가 일방적으로 독도를 자국의 영토로 편입한 것이 시발점이었고,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서는 소련의 남하를 저지해야 하는 미국의 이익을 고려한 주일 대표부 정치고문 시볼트의 심려(深慮)가 ‘합중국의 이해에 관계있는 문제로서 안전보장의 고려에서’라는 제안이 화근을 남긴 셈입니다. 일본이 처음 독도를 자국의 영토에 일방적으로 편입시키던 당시에도 내무성의 입장에서는 ‘최근의 시국에 있어 한국령이라고 의심되는 황막한 일개 불모의 암초를 편입시켜, 우리를 주시하고 있는 많은 나라로부터 우리나라의 한국 병합의 야심에 대한 의문을 키우는 것은, 이익이 극히 적은 데 반해 사태가 결코 쉽지 않다’는 입장이었으나, 외무성의 경우는 ‘독도에 망루를 설치하고 무선 혹은 해저전선을 설치하면, 적함감시 상 아주 좋지 않겠는가, 특히 외교상 내무 같은 고려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입장으로 강경하게 밀어붙였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독도가 우리의 것이기 때문에, 조용한 외교로, 그들의 적극적인 공세에 소극적으로 임하며, 독도가 우리 것이라는 논리를 정립하는데 소홀했던 것 같다. 그것은 너무나 명약관화한 일이기에 그랬었지만, 게을렀던 논리의 정립은 반성해야 한다.(310쪽)”는 권정교수님의 말씀대로 우리 스스로 자성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은 독도(죽도)를 이렇게 말한다>를 통하여 독도가 왜 일본땅이 될 수 없는지 그 이유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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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 창문으로 영국을 보다 - 맨밥 같은 일상, 양념 같은 여행 처음 여는 미술관 2
김혜란 글.그림 / 인문산책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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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틀에 박힌 것 같은 생각이 들 때면 훌쩍 떠나 외국에서 살아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걸리는 일이 많아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기 때문에 꿈꾸는 것으로 만족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부엌 창문으로 영국을 보다>를 엮은 김혜란님은 강단이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중학교 1학년 딸과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을 앞세우고 홀연히 영국으로 떠나 9년을 살아냈다고 하니 말입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아이들을 앞세우고 영국으로 무작정 떠나온 이유는 나를 얽매이게 하는 가부장적인 가족문화, 그 관계로부터의 단절, 새로운 세상에서의 자유, 뭐 이런 것들에 끌려 저지를 만행(?)이지요.(218쪽)”라고 적은 이유가 실감나게 와 닿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떠나기 전에는 가족을 떠나 혼자서 한 달간 인도 배낭여행을 다니면서 외로움을 절절하게 느꼈다고 고백하면서도 다시 아이들과 영국행을 결심한 것을 보면 대단하신 분이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또 한 가지는 “왜 영국이었을까?”하는 궁금증입니다. 우울한 하늘이 연상되고 물가도 비싸다는 영국이 아닌 더 좋은 조건을 갖춘 외국도 있었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단조롭다는 생각이 들던 영국에서의 생활에 변화를 주기 위해서 시작했다는 만화로 그리는 일상이 책으로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말씀을 들으면서, 공부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미국 미네소타에 갔을 때, 반지하에 있는 거실에서 창밖을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면 갑자기 눈물이 쏟아지더라는 아내가 한 말이 생각났습니다. 향수병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이지요. 보스의 조언대로 주말이면 조금 멀리 있는 한인교회에 나가기 시작하고서부터 많이 좋아져 다행이었습니다.

<부엌 창문으로 영국을 보다>는 재미있는 작품입니다. 초등학교 이후에 만화를 본적도 그려본 적도 없는 중년 여성이 그렸다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세밀하고 잘 요약된 여섯 컷 만화와 스케치, 그리고 풍부한 사진과 설명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웃에 사는 사람들, 베리와 밸러리부부, 쉴라 할머니, 장터분위기와 우리로 치면 아름다운 가게와 자선가게, 려룩시장, 영국인들과 같이 하는 성경공부, 어학원 모임 같은 일상으로부터 런던풍경, 브론테자매, 토머스 하디, 아가사 크리스티, 셰익스피어, 처칠, 워즈워스 등 문학가의 고향마을 등 잠시 영국을 찾아서는 제대로 챙겨볼 수 없는 아이템들을 깔끔한 설명을 곁들인 사진과 스케치에서 눈길을 떼기가 어렵습니다.

 저자가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를 소개하는 장면에서는 저 역시 미국에서 살면서 초등학교 2학년인 큰 아이와 학교에 입학하기도 전인 작은 아이에게 하버드, MIT, 예일 등 유명하다는 대학들의 캠퍼스를 구경시켜주었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당연히 장성한 아이들은 그곳에 갔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자는 영국스러운 시골마을의 분위기까지도 소개하고 있어 세심한 면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영국의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것 말고도 영국에서 살면서 느낀 저자의 생각들도 적고 있습니다. 영국의 봄소식, 사는 동네의 산책길, 도토리 거위벌레(처음 들어보는 이야기입니다만, 전상국 작가님의 ‘꾀꼬리편지’와 흡사하단 생각을 하게 됩니다(http://blog.joinsmsn.com/yang412/12385076).

가끔은 적으신 내용이 정확한 지 미심쩍은 부분도 없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아가사 크리스티의 고향 토키에 대한 설명을 하시면서 “1891년 토키의 부유한 상류층 집안에서 태어나 1976년 죽을 때까지 불행한 첫 번째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두 번째로 만난 14년 연하의 남편과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며...(121쪽)”같은 경우 불행한 첫 번째 결혼이 죽을 때까지 이어졌다면 행복한 두 번째 결혼생활은 어디쯤에 끼어 넣어야 하는지 궁금해집니다. 그리고 “2009년 국내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던 미국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한인들의 집회도 이곳에서 열렸습니다.(88쪽)”에서도 2009년이 아니라 2008년이 맞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보니 2008년 영국에 사는 한인들은 왜 미국산 쇠고기를 한국에서 수입하는 것을 반대했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영국은 광우병이 처음 발생하였고, 엄청난 숫자의 광우병소가 발견되었던 곳이기도 합니다. 그분들은 영국산 쇠고기를 전혀 먹지 않았을까요? 그렇다면 영국산 쇠고기가 미국산 쇠고기보다 광우병에 안전하다고 생각했을까요?

정리를 해보면 특히 영국은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다녀온 분들 말씀으로는 살기가 참 힘들더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만, 쉽지 않은 외국생활을 씩씩하게 견디시고 이렇게 좋은 책을 통해서 소개까지 해주셔서 참 대단하단 생각을 해봅니다. 어느 해던가 런던에서 2박3일을 하면서 호텔 근처와 런던시내의 버스투어에 나섰던 것이 전부였던 영국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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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돌보며 - 딸의 기나긴 작별 인사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 지음, 유자화 옮김 / 부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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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환갑의 딸이 파킨슨병과 치매가 함께 온 어머니를 7년동안 간병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정리한 책입니다. 출산율이 세계적으로 낮은 우리나라에서도 멀지 않은 미래에 겪을 수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치매에 관한 책을 쓰면서 환자를 간병하는 분들이 부딪히게 될 어려운 상황들을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를 돌보며>를 쓴 저자 버지니아 스템 오언스는 투병기간이 길고 예측할 수 없는 행동변화를 보이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의 간병에 나서면서 준비를 충분하게 하지 못한 것처럼 보입니다.

캔사스 사는 저자 오언스는 멀리 텍사스에 사는 어머니와 규칙적으로 안부전화를 드리곤 하는데, 파킨슨병으로 진단받은 어머니와 나누는 대화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급히 고향집으로 찾아가 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을 방문하는데 알츠하이머병이 겹쳤다는 진단을 받게 됩니다.

저자는 처음에 어머니의 병원 진료 날짜와 투약 상황 등을 챙기기 위해 간병일기를 적기 시작하다가 불치의 병을 간병하고 있다는 그 '혼란의 늪 속에서 어떤 의미라도 건져 내기를 바라는 마음'을 정리하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사실 미국에서는 병에 걸린 사람을 간병하는 일을 배우자 다음으로 딸이 맡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가족들이 미처 챙기지 못할 수 있는 것은 파킨슨병과 알츠하이머병이 같이 하는 경우가 그리 드물지 않다는 것입니다. 파킨슨병환자는 일반인에 비하여 알츠하이머병이 올 확률이 높고, 거꾸로 알츠하이머병 환자 역시 파킨슨병이 올 확률이 일반인에 비하여 높습니다. 두 질환이 모두 신경세포가 노화하는 속도가 정상인보다 빨라져 생기는 병입니다. 특히 저자의 어머니는 ‘열공상태’라고 부르는 미니뇌졸중으로 뇌의 여러 부위가 손상을 입고 있습니다. 열공상태는 특히 고혈압을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은 경우에 나타나는 병리현상입니다. “폐경기 이후에 에스트로겐을 외부에서 보충하는 것은 자연적인 질서에 위배되는 일이라고 믿어서, 몸이 에스트로겐 생산을 중단한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므로 신체 능력의 한계를 넘어서까지 보살필 필요는 없으며, 노인의 호르몬 수치를 이십대 여성과 같게 유지하는 일은 자연의 의도에 어긋난다고 생각했다.(39쪽)”고 적은 것으로 보아 아마도 자신의 건강을 적극적으로 챙기는 일에 소홀하신 것 아니었나 싶습니다.

저자는 “무엇보다도 이 책이 (간병하는 사람들에게) 불안을 줄여주거나, 고통을 덜어 주지는 못한다 해도 마음을 단단히 먹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서문에 적었습니다. 저의 솔직한 판단으로는 이 책은 치매와 같은 만성질환 환자를 간병하시는 분들이 읽으실 때, 따라 해서는 안되는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생각합니다.

그 첫 번째는 “미친 듯 정보를 찾아다니던 일을 그만둔 것이다. 나는 그동안 모은 파킨슨 병에 관한 모든 자료와 책을 서랍에 넣어버리고 쳐다보지도 않았다.(44쪽)”고 한 행동은 아주 잘못된 것입니다. 우선 간병할 대상이 앓고 있는 질환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정보를 확보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의료진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 듯 여러 의사를 돌아다닌 듯합니다. 미국의 경우는 다양한 분야의 의료인 및 요양기관에 대한 평가결과를 일반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어머니를 간병하기 위하여 하던 일을 중단하고 고향집으로 돌아가 어머니와 같이 있게 되었다고 하는데, 요양시설에 어머니를 모셨을 때는 어머니가 시설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신에 대한 어머니의 의존성을 더욱 키우는 방향으로 행동한 것으로 보입니다.

어머니의 병환이 진행되는 상황과 간병하는 자신이 어떻게 대처하였는지를 세밀하게 적은 것으로 독자들이 느끼는 감동은 특별한 것 같습니다만, 곳곳에서 인용하고 있는 뇌기능 등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의 글들은 독자들이 읽기에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사후를 대비하기 위하여 어머니와 의논하는 장면도 적절하지 못하다는 생각입니다. 치매를 앓고 있는 환자의 인식 수준이 사후처리를 의논하기에 적절하였는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오랜 기간을 앓다가 죽음에 이르는 만성질환을 간병하는 분이 특히 새겨야 할 점은 자신이 건강해야 환자를 제대로 돌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자신이 녹내장을 비롯한 건강상의 문제가 드러나고 간병에서 오는 피로감을 호소하는 듯한 인상을 읽을 수 있습니다. 형제를 비롯하여 주변에 도움을 줄 친지들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부담을 적당히 나누려는 노력을 볼 수 없습니다.

“물론 나도 너와 네 어머니가 아주 가까웠다는 건 알아. 하지만 지치지 않게 적당히 하는 것이 좋아. 이 일을 앞으로 얼마나 계속해야 할지 모르잖아.(153쪽)”라는 친구의 조언에 대하여 “하지만 나는 어머니와 보내는 시간을 줄인다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그런 생각을 하더라도 행동으로 옮길 수 없었다.(153쪽)”는 답변을 적은 것으로 보아 힘들 수밖에 없는 효율적 간병을 위한 전략적 판단 보다는 감성적 접근이 우선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정리해보면, 혹시 가까운 분을 오랫동안 간병해야 하는 상황을 맞게 되면 이 책의 저자와 같은 접근방식은 절대로 추천할 수 없습니다. 환자를 힘들게 할 뿐 아니라 간병하는 본인도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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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말 처음 블로그를 만들면서 북리뷰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한 독후감 수준의 감상문을 담은 폴더를 처음 만들었습니다. 그런 마음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지 그해는 60권의 책을 읽어 한 주일에 한권 정도의 책을 읽어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어느새 7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책읽기는 하고 있는 일에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 같습니다. 2006년에 27권, 2007년에 32권, 2008년에 61권, 2009년에 31권, 2010년에 72권 그리고 금년에는 지금까지 165권을 읽고 있습니다. 지난 해 예스24에 리뷰를 중심으로하는 블로그를 열면서 책읽기에 관심을 늘리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예스24의 [파워문화블로거] 1~2기, [난쏘공] 2~5기에 선정되었고,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주관하는 [파우북로거]에 선정되는 등의 좋은 기회가 있었고, 여러 출판사에서도 좋은 책들을 읽을 기회를 주셨기 때문이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처음 독후감을 쓸 때는 책을 읽고 남은 느낌을 간략하게 정리하거나, 특별하게 기록을 남겨 다양하게 활용하려는 목적으로 정리한 원고지 5매 내외의 짧은 글이었던 것 같습니다. 블로그에 글을 올리거나 혹은 다양한 매체에 글을 쓰면서 얻은 나름대로의 기준은 원고지 10매 정도 분량의 글이 읽기에 제일 적당하다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짧으면 정작 담아야 하는 메시지를 충분히 담지 못할 가능성이 많고, 너무 길면 글이 늘어지는 경향으로 긴장감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을 뿐 아니라, 긴 글을 읽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아예 읽기를 기피하는 경향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보건의료분야의 대안매체임을 천명한 <라포르시안>에 매주 북리뷰를 고정으로 기고하게 되면서부터 리뷰의 길이가 많이 길어진 것 같습니다. 책에 담긴 내용을 바탕으로 주변에서 보는 사회현상 등과 연관시켜 해석을 해보고 싶어서입니다.

개인 블로그에 책을 읽은 느낌을 정리할 때는 제가 올리는 글에 관심을 가지신 분들이 주로 방문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책을 읽고 느낀 개인적 판단을 있는 그대로 정리해왔습니다. 그래도 한권의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저자 혹은 역자 그리고 편집자 등 여러 분들이 많은 땀을 흘린 결과라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나름대로는 표현을 신중하게 해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예스24를 비롯한 몇몇 인터넷 서점 등 읽고 싶은 책을 고르기 위하여 먼저 읽은 분들의 생각을 읽어보시는 분들이 계시다는 점을 고려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 때문이었던지 그동안 두어 차례의 조그만 사건도 있었습니다. 제가 리뷰에 적은 견해가 정확하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하는 저자도 있었습니다. 저의 전공분야의 책이었기 때문에 나름대로는 근거자료 등을 충분히 검토하고 정리한 리뷰였기 때문에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한번은 리뷰내용을 넘어 엉뚱한 방향으로 논쟁이 번지는 바람에 그분이 제 블로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조처한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번은 제가 올린 리뷰를 삭제해달라는 요청을 받기도 했습니다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나름대로의 근거를 바탕으로 정리한 리뷰였기 때문에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리뷰어가 자신의 리뷰에 대하여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을 뿐 아니라 리뷰에 담긴 내용에 대한 책임한계를 논한 글을 본 기억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남은 느낌은 읽는 사람에 따라 다양할 수 있고, 그 느낌을 정리하는 것도 읽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리뷰가 많이 달린 책에 리뷰를 올리는 경우 보다는 제가 올린 리뷰가 첫번째인 경우에 기분이 참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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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양장본) 스티브 잡스
월터 아이작슨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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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초 애플이 발표한 신제품이 새로운 기능을 탑재한 아이폰5가 아니라, 기능을 마이너 업그레이드한 아이폰4s라는 사실에 신제품에 대한 기대가 컸던 소비자들이 크게 실망했다는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직후 애플의 CEO 스티브 잡스가 타계하면서 상황은 급반전하였습니다. 아이폰4s는 스티브잡스가 생애 마지막으로 남긴 작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빠르게 확산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바람에 아이폰4s에 실망한 소비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무산된 갤럭시S2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죽은 제갈공명이 살아있는 사마중달을 도망치게 했다(死諸葛走生司馬 사제갈주생사마)’는 고사가 생각났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스티브 잡스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들었습니다만, 이는 그의 단편적인 면모만을 언급한 것이었다고 할 수 있기에, 그에 관한 모든 것을 통으로 담은 전기에 대한 기대가 컸다고 하겠습니다. 특히 그의 사망과 맞물려 전기가 세상에 나오게 되면서 대중의 관심도 더욱 커지는 것 같습니다. 조금 안타까운 것은 자서전에 대한 초기반응이 스티브 잡스의 사생활에 집중되었다는 점 같습니다. 그의 출생의 비밀이라던가, 친부와의 관계, 스티브 역시 혼전관계에서 얻은 아이에 냉담했다던가, 혹은 그의 냉혹한 성격이 드러나는 상황이나 사건에 주목한 기사들이 넘쳐났습니다. 그가 오늘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남다른 점은 아직 주목받지 못하고 있어 아쉬웠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전기는 <타임>의 편집장과 CNN의 CEO를 역임한 월터 아이작슨의 작품입니다. 아이작슨은 <아인슈타인-그의 인생과 우주>, <벤자민 프랭클린-한 미국인의 삶>, <키신저 전기> 등을 써 유명한 분입니다. <스티브 잡스>는 모두 41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출생과 입양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첫 번째 장으로부터, 그의 일생을 통하여 지켜온 삶의 철학을 얻게 되는 인도여행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선불교 등 동양사상을 통하여 자아탐구와 깨달음으로 다가가는 과정, 그리고 애플1개발을 시점으로 하여 애플과 픽사를 통하여 그가 구현하고자 했던 세계를 뒤쫓고 있습니다. 마지막 췌장암과의 투병생활과정을 거쳐 삶을 마무리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그의 족적을 그대로 담았다고 합니다.

900여 쪽이나 되는 방대한 양이지만, 단계별로 잘 요약되어 있어 쉽게 읽을 수 있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최근 번역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던 것 같습니다. 생명과학 분야의 책을 여러 권 번역한 경험으로 보면 과학서적을 번역하는 경우는 단어나 문맥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가급적 직역을 하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만, 다른 분야의 경우는 문장에 담기는 의미를 우리의 정서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의역을 최대한 허용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스티브 잡스가 IT분야에서 이룩한 업적이 그의 천재성으로 이룩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PC(애플 컴퓨터)와 애니메이션(픽사에서 제작한 영화들), 음악의 유통(아이팟), 스마트폰(아이폰), 태블릿 컴퓨팅(아이패드), 그리고 디지털 출판 등 여섯 가지 산업분야에서 혁명이라고 할 수 있는 성공을 일구어냈다.”라고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만, 실제로 기술적인 부문에서는 특출한 사람들의 참여로 이러한 성과가 가능했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특별한 것은 기술적인 부분에서 발휘할 수 있는 인적 요소를 극대화하는 역량과 관련기술들을 서로 연계하여 최대한의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조정하는 능력이 특별한 점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천하의 잡스였다고 하더라도 실리콘밸리라고 하는 특별한 환경에 들지 못했더라면 그의 재능은 빛을 보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제록스의 팰러앨토 연구센터(PARC)는 잡스에게 여러모로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데, PARC가 가지고 있는 잠재성을 제대로 꿰뚫어 본 것도 그의 남다른 재능이라고 하겠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최고의 방법은 스스로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소프트웨어를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은 스스로 자신의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한다.”라는 창조적인 말을 한 PARC의 앨런 케이의 영향을 받았고, PARC 연구진이 개발한 비트맵을 이용한 디스플레이를 차용하여 오늘날 대부분의 컴퓨터에서 사용하고 있는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도 잡스의 능력인지 그의 운명인지 구별하기가 애매합니다.

IT업계에서는 애플이 PARC의 기술을 가져다 쓴 것을 가장 의미심장한 도둑질로 간주한다고 하는데, 이에 대하여 잡스는 “피카소는 ‘좋은 예술가는 모방하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훔치는 것을 부끄러워한 적이 없습니다.(167쪽)”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사실 역사적으로 볼 때 위대한 발명이나 발견은 한 사람의 천재에 의하여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분야에서 오랜 세월을 두고 조금씩 쌓여온 지식을 토대로 하여 만들어지는 것인데 흥미로운 점은 여러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성과를 올리지만 대개는 가장 먼저 이를 알린 사람만이 역사에 기록된다는 것입니다.

잡스의 남다른 점은 숨어있는 부분까지도 아름답게 만들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애플로부터 시작해서 애플 매킨토시, 아이폰,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잡스가 고집스럽게 고수한 철학은 ‘앤드투엔드 통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는 애플직원 외에는 누구도 애플 제품을 뜯어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없도록 설계한 것도 그의 철학이 반영된 것이라고 합니다. 잡스는 컴퓨터가 진정 위대하려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밀접하게 연결되어야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하드웨어를 다른 소프트웨어에 문호를 개방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운영되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 완벽하게 구현하려 노력했다는 점입니다. 바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차별되는 점이기도 합니다.

제 경우도 미국에서 공부할 때 작업한 데이터들을 실험실에 설치된 매킨토시에서 작업하여 플로피디스켓에 담아두었기 때문에 귀국할 때 어쩔 수 없이 당시로는 적지 않은 1300불이나 주고 매킨토시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던 IBM에서 자료를 돌릴 수 없어 힘들게 얻은 자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아픈 경험이 있습니다.

애플의 경영을 맡긴 스컬리와의 갈등으로 애플을 떠나야 했던 잡스가 다시 애플로 돌아오는 과정을 보면서 <온워드; http://blog.joinsmsn.com/yang412/12171970>를 통해 알게 된 스타벅스의 CEO 하워드 슐츠의 회사에 대한 깊은 애정을 되새기게 됩니다. 잡스만큼 애플을 사랑하고 애플이 지향하는 방향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었기에 그가 복귀하고서 애플은 다시 애플다워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애플이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부터 시장에 내놓은 신제품설명회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은 스티브 잡스의 세밀하게 지휘아래 이루어졌다는 점도 놀랍습니다. 마치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교향악을 연주하듯이 모든 영역에서 해당분야의 최고 권위자를 초빙하고 유명 마술사가 청중의 눈을 속여 환상으로 이끌 듯이 말입니다.

스티브 잡스가 누구보다 앞서 새로운 시대의 디지털 혁명을 구상하고 이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첫째, 그는 인문학과 과학기술의 교차점에 서있었다는 것, 둘째, 그의 완벽주의는 제품의 모든 측면을 통합하여 접근했다는 것, 셋째, 그는 본능적으로 단순미를 추구했다는 점, 넷째, 리스크가 커도 새로운 비전에 올인할 의지가 충만했다는 것입니다(600쪽).

스티브 잡스의 폐쇄적인 통합시스템과 빌 게이츠의 호환 가능한 공유시스템을 비교하였을 때 어느 것이 우월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 자체가 아직은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스티브 잡스가 없는 애플이 통합시스템을 효율적으로 유지할 수 있겠는가 하는 질문에 아직 답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고대 의학은 철학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근세 들어 의학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인문학적 요소의 비중이 점차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아니면 현실적인 면에 대한 비중이 커진 탓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의료를 둘러싼 환경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의학 역시 기술부문의 발전만으로는 도달할 수 있는 한계에 이르렀다고 보이므로 이제 인문학과 다시 손을 잡아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잡스가 말기암과 싸우던 시절을 소개하는 장에서는 “나는 21세기의 최대 혁신이 생물학과 기술의 교차점에서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합니다.(843쪽)”라는 의료분야의 미래를 예측하는 말을 읽을 수 있고,  “의료산업의 커다란 문제 중 하나는 일종의 전담자나 중재자가 각 팀을 총괄적으로 지휘하는 시스템이 없다는 것예요.”라는 잡스의 아내 파월의 불만이 담긴 말도 읽을 수 있습니다.

정리를 하면, 의학 역시 인문학과 다시 결합하여 새로운 전기를 모색해야 할 것이라는 말씀과 우리 의료계에도 잡스와 같은 다양한 분야를 총괄적으로 지휘할 능력과 카리스마를 갖춘 지도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깨우치셨으면 하는 바람에서 이 책을 소개합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한 책을 읽고 작성된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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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처럼 2011-11-07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포르시안>에서 댓글 이벤트를 하고 있습니다. 좋은 댓글 달아주신 한 분께 이 책을 드립니다.
http://www.rapportian.com/n_news/news/view.html?no=2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