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건 없을거야.————- 문학동네북클럽 을 통해 티저북을 읽게 되었다.표지의 어두운 명도와 표정 없는 네 사람 같이 책 역시 모노톤이다. 그들의 경험이 현실적이고 리얼하기 때문에 달달함도 씁쓸함도, 딱히 매운맛도 느낄 수 없었다.그냥 텁텁할 뿐이다. 이 표현이 ‘책이 재미없었다’를 의미하지 않는다. 인물 각자가 경험했던 개인의 경험으로는 특별하지만 이것을 희극이다, 비극이다 나눌 수 없기 때문에 텁텁하다고 표현했을 뿐. 티저북은 책 전체 중 <2부 관찰의 끝>을 보여준다.자신의 성적지향을 숨기고 살아가던 우주가 선미를 만나며 겪는 이야기이다. 물론, 텁텁하다. 그들의 관계는 반쯤 채워진 부족한 물잔 같다. 서로를 원하지만 허전함을 채우기 위한 감정적 수단일 뿐, 결국 완벽하게 채울 수 없는 부분은 각자 다른 남자, 또는 다른 활동을 통해 찾아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우주의 이야기 속에는 화영, 보라, 정수가 있다. 그들의 이야기는 어떨지 궁금하다.”나는 모든 게 비밀이야. 내 비밀을 다 알고 있는 너도 비밀이야. 네가 노력했다는 것쯤은 나도 알아. 근데 넌, 너무 네 생각만 해. 이 사람은 계속 만날거야. 네가 날 그만 보고 싶어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해. 가고 싶으면 가. 근데, 안 갔으면 좋겠어. 너까지 사라지면 지금은 내가 너무 외로울 것 같아.” (티저북 49쪽)
세상의 모든 사람은 예술가다.삶의 모든 행위는 예술이다.그러니 예술을 하자.(12쪽)“예술을 즐기기 위해 ‘나에게 예술이 무엇인지’를 먼저 스스로 정의해야 하듯, 삶을 즐기기 위해 ‘ 나에게 삶이 무엇인지’를 먼저 정의해야 한다. (중략) 오로지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만의 ’삶의 정의‘를 정립해야 한다. 오직 단 한 번뿐인 삶을 탐험하는 마음으로 체험하고 감각하며, 그 속에서 숱한 것을 행각하고 느끼고 영감을 얻고 깨닫는 과정을 반복해 가며 삶에 대한 자기 나름의 정의를 찾아나가야 한다. (261쪽)” 작가는 먼저 예술 작품을 제시하고 그 작품과 관련된 내용을 설명한 뒤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마치 ’예술은 이러한데 당신은 어떠신가요?‘하는 것 같다. 힘이 들 때 어깨를 다독이며 무조건 다 괜찮을거야, 라고 하는건 사실 내 성격에 맞지 않는다. 오히려 내 문제점이 무엇인지 지적하고, 그게 잘못됐다 힐난하기보다 스스로 해결책이나 개선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런 까닭에 이 책을 읽으며 내 삶 속 물음표에 좀 더 나은 해답을 찾는 에너지를 얻는 것 같았다. 여러 미술책을 보다보면 빠지지 않는 예술가와 작품이 늘 반복적으로 보여진다. 물론 이 책 역시 이름만 들어도 반짝하고 떠오르는 작가와 작품들이 쓰여있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 또는 작품들도 볼 수 있었는데, 특히 호아킨소로야 (200쪽~) 부분에서 반짝이는 물빛 그림들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미술책을 전문가만 쓴다는 법은 없지만 도대체 어느 정도로 미술을 사랑하면 이런 작가나 작품들을 알 수 있게 되는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가는 27번의 눈부신 여정 (뒷표지)” 한 권의 책이 떨어진 정신력을 상승시켜준다면 그것만큼 좋은 독서도 없을 것이다. 책의 제목처럼 우리의 삶을 반짝반짝 빛내주기 위해 예술이 존재하듯 이 책이 그 길을 잘 찾아갈 수 있도록 많은 독자에게 힘을 채워주길 기원해본다.
📍사람은 갈등과 불안과 긴장 속에서도 그저 자신의 일을 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을 끊임없이 의식하는 것, 그것이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97쪽) 요즘 나는 컨디션이 늘 좋지 않았고 기분도 침울의 경계선에 늘 머물러 있는 상태였다. 뭇 이유를 다 댈 수 있겠지만 결과적으로는 내 능력이 현실이 요구하는데 다다르지 못하고 부족한 상태가 아닐까 하는 의심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누군가가 어깨를 다독이며 “괜찮아, 잘 할 수 있어.“라고 말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은 그 다독임과 함께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해준다. 한동일 작가님과는 2019년 당시 새로 출간된 책의 북토크에서 멀찍이서나마 직접 만나뵐 수 있었다. 차분한 어조로 자신의 말을 조리있게 풀어나가는 것이 너무 멋지고 부러웠다. 우리나라 말로도 하기 어려운 법 공부를 라틴어로 하셨고, 심지어 “바티칸 로타 로마나 700년 역사상 최초의 동양인 변호사 (책 표지)“까지 되셨으니 공부로 따지자면 득도한 분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면 작가님도 결국 사람이다. 스스로를 ”공부하는 노동자 operarius studens (70쪽)“라 칭하며 아래의 문장으로 이 책을 쓰게된 이유를 정의한다.📍“제 사명은 지식을 전하는 사람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들에게 스스로 성찰하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159쪽)” 중세시대의 학생들도 지금의 우리와 다름없이 “공부해야 한다 Oportet Studisse (89쪽)”라고 하며 공부에 대하여 고민했다고 한다. 공부라는 것은 시대를 초월하여 누구나 하기 싫고 짜증나는 작업이었다는 것인데, 그럼 결국 왜 해야하는지 질문을 던지기보다 어떻게 하느냐에 포커스를 맞춰야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공부하는 태도에 관하여>에 제시된 여덟가지 방법과 더불어 책 전체를 통해 이 “공부를 어떻게 해야하는가”라는 질문에 방법을 제시해준다. 물론 작가님의 ‘겸손한 방식’으로 말이다.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11장 “기억의 정화 Memoriae purificatio” 으로, 다음 문장을 읽으며 지금 내 불안의 원인과 그것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 조금 더 생각할 수 있었다. 📍“과거의 기억에 매여 있으면 ‘여기서 지금’해야 할 일에 충실해지기 어렵습니다. ‘지금 여기’를 살고 싶다면 그렇게 할 수 있는 조건을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기억의 정화는 ‘지금 여기’를 잘살기 위한 조건을 만드는 훌륭한 방법입니다.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자꾸 떠오르는 기억부터 서서히 정화해나가기 바랍니다.” (197쪽) 결국 인생 자체가 여러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형태로 공부하는 과정 아니던가. 그래서 이 책이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 생각되었다.📍일상생활을 잘한다는 건 좋은 습관이 몸에 배도록 하는 것입니다. (105쪽)📍’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살아나갈 것인가‘에 대한 끊임없는 철학적 사유는 미래를 예측하기 어려운 지금 이 시대에 여전히 유효한 공부일 겁니다. 그것으로 우리는 미래를 준비해나갈 수 있습니다.“ (250쪽)
소리는 영원히 멈추고, 온전히 그 아이와 나의 시간으로 남는다. (27쪽) 언젠가 #청소년소설 이라는 장르를 알게되어 독서모임을 통해 몇 권 읽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내가 나이를 먹어서인가 책에서 냄새가 나는 것도 아닌데 풋풋한 향기가 느껴진다. 젊음이란 좋은거지, 허허.😌 가방에 들고다니기 좋은 티저북을 꺼내놓고 있자 같이 있던 언니가 표지가 너무 예쁘다고, 글이 상콤하다 했다. 정말 표지의 이미지처럼 이 책의 주인공은,-다른 사람의 속마음이 들리는 유찬-사랑하는 엄마와 떨어져 살게된 유도소녀 지오 “엄마랑 저 버릴 땐 시간 주고 버리셨어요?” (19쪽) 엄마의 투병으로 갑작스레 존재도 모르던 아버지의 집에 살게 된 지오는 사랑과 관심을 구하는 대신 가시돋힌 말로 상처를 준다. “미안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말하는 형의 속마음이 내 가슴을 짓누른다. 그때서야 나는 내가 울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99쪽) 사고로 부모님을 모두 잃은 유찬이는 남들은 초능력이라 부르지만 자신은 저주로 부르는 능력으로 인해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다. “그 짧은 순간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영원같이 느껴져 그 아이가 내 옆을 스쳐 가고, 다시 소음이 들려오기까지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27쪽) 첫 끌림의 순간, 유찬이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마음 속 소음이 들리지 않고, 또 듣지 않게 해주는 지오가 필요하다. 이 설레는 밀당의 줄거리, 상처의 치유과정은 어떻게 끝이 날까? 티저북을 통해 여름의 한 입을 깨물었으니 출간된 책으로 여름 전체를 삼켜버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