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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골동품점
범유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5년 4월
평점 :
멍 때리기 좋은 날씨다. 사실 환절기 비염으로 알레르기약을 달고 살다 보니 항히스타민제의 여파로 졸음에 취해 있는 게 현실이긴 하지만
말이다. 여러 매체들을 통해 들려오는 복잡한 뉴스들과 SNS를
타고 비춰 보이는 타인들의 잘사는 이야기와 달리 머리 속에 그려지는 상상의 세계들은 현실과는 참 멀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쫄쫄이를 입은 초인적인 누군가, 우주를 날고 물 속에 들어가도 산소 없이 살 수 있는 누군가… 하지만 나를 가장 크게 매혹시켰던 주인공들은 늘 이 세계의 것들은 아니었다.
죽음, 저승, 명계,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들… 그래서 늦서리가 내리던 날 출판사에서
리스트를 보내왔을 때 가장 먼저 선택했던 책이 바로 오늘 소개할 #범유진 작가의 #장편소설 #호랑골동품점 이었다.
작가
범유진은 “틈새에 앉아 밖을 보며 글을 쓰는 사람”이다. 나처럼 구석지를 사랑하는 사람인가보다. 구석지에서 명계의 이야기를
쓰는 사람, 참 마음에 든다.
글은
눈병을 앓던 산의 왕 호랑이를 치료해주면서 그의 눈썹을 얻으며 기이한 힘을 갖게 된 호미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호미(虎尾), 호랑이의 눈썹이라는 뜻이다.
기묘하게 흰 눈썹을 가진 이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며 통제할 수 없는 것들을 조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흐름과
호흡은 빠른 편이다. 마치 내가 어릴 적부터 애정 하며 꾸준히 보았던 무수한 ‘저 세계’를 주제로 하는 작품들과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백귀야행, 펫숍오브호러즈, 음양사, 호오즈키의 냉철 등 사진 첨부)
N대
호미로부터 선택(또는 구조)받아 후미진 시장 뒷골목의 골동품
가게인 호랑골동품점에 후계자로 살게 된 이유요는 왕의 심부름꾼이자 산의 정령, 지금은 삽살개의 몸을
빌려 살고 있는 동이와 함께 6편의 스토리를 이끌어 간다.
각각의
이야기는 마치 이 사회의 복잡하고 어두운 면들을 꼬집어 보여주는 듯하다. 그 주제를 돋보이게 하는 인물과
상징적인 ‘골동품’을 하나하나 간단하게 소개해본다.
1.
Bryant & May 성냥갑 – 콜센터 직원인 김규리의 이야기. 콜센터에 들어오기 전 규리의 취업
고난기와 함께 하청과 원청이라는 구조적 한계, 그리고 직장 내 따돌림/태움
등을 엿볼 수 있다.
2.
그림자 인형 와양콜릿 – 매력적인 캐릭터 여인
화의 등장! 소녀 소하연은 누구인가!
가정폭력, 노인과 관련된 사회문제(고독사, 빈곤, 기타 범죄 등)…
내가 어릴 때까지만 해도 남아선호사상 때문에 아들이 아니면 낙태를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
것들이 모티브가 되어서 꽤 히트를 쳤던 M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다. (으…. 음악도 무서웠어~!)
<말을 듣지 않는 개는 쳐 죽이면 그만이다. 폭력은
모든 것을 길들인다.>
개인적으로 이 두 번째 이야기를 흥미롭게 보았는데 주인공인 65세 김택구가 자신의 일기를 통해서 누가 봐도 극악무도하기만한 자신의 범죄를 합리화하는 내용들이 너무 어처구니없었고, 이 때문에 이 글의 끝을 더욱 속 시원하게 해줬기 때문이다.
3.
체신1호 벽괘형 공중전화기 – 배우 정지운과 세상을 떠난 그의 친구들 박서현, 이다은의 이야기. (토이TOY 유희열 노래 가사 같은 우정 우정 우정!ㅎㅎㅎ)
4.
럭키래빗스풋 – 대학교 다크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3명 심길용, 문정열, 권병욱의 이야기. 학원 폭력, 동물
학대 등의 이야기도 있고, ‘노력은 최소화하면서 벌이는 최대로 하려는 요즘 태세를 잘 보여주기도 하여서
씁쓸했음’
5.
짚인형 제웅 –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하게 된
기러기 엄마 채주연의 이야기. “성공적인 입양이 무엇인가?”ㅎㅎㅎ
짚인형 제웅은 저주만을 상징하지 않았다.
6.
콩주머니 – 이 이야기의 끝은?!!!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김택구의 마수에서 빠져나왔던 소하연은 호랑골동품점과 어떤 인연을 맺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