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코토의 푸른 하늘 - 생활 팬터지 동화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40
후쿠다 이와오.시즈타니 모토코 지음, 김정화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8년 1월
평점 :
절판


나의 벽은 책으로 둘러쌓여 있고 나의 하늘은 책벽으로 둘러쌓인 딱 그만큼만 푸르르다.  나란 사람의 인간관계가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 부딪혀 이해하기 보다는, 책속에서 만나는, 영화속에서 만나는 가상의  사람들과 일방적인 만남과 교류에 그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고 영화를 봄으로써, 세상을 이해하는 지식의 깊이와 넓이는 제법 깊고 넓지만, 실제상황은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자조적인 웃음이 새어 나온다.  읽을 책을 쌓아놓고, 다운받아 봐야할 미드와 영화가 쌓여져 있으니, 당연히 실제 사람들 만나 교류를 갖는 것이 내 사적인 시간을 빼앗기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런 것을 고립이라고 하지 않나! 하지만  실제 사람들 사이에서 고립되어 있다고는 해도 외롭지가 않다. 오히려 넘쳐나는 책이나 영화, 인터넷 검색으로 시간이 모자랄 정도이니, 고립이라고 하기에는 뭐하지 않나싶다.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줄 수 있을 만큼, 언제나 시간이 부족하고  24시간이 후딱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 허나 내가 이렇게 사는 것이 맞나, 하는 생각이 요즘 부쩍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동네 아줌마들에겐 싹싹하고 인사 잘하는 사람으로 통하긴 하지만 그네들의 일상과는 어울릴려고 하지는 않는다. 커피를 마시러 온다는 내 또래의 엄마에게 오지 말라고 하지는 않지만 커피 마시며 수다 떨고 나면 그 뿐이다.  내가 스스로 놀러간다거나 점심을 같이 먹거나 아이들 데리고 놀러가지 않으니 더 이상의 깊은 관계나 교류는 힘들다. 학교 엄마들하고는 말할 것도 없고. 거의 가지 않으니 아들애 학교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 턱이 없다. 알고 싶지도 않고. 단지 몇몇의 엄마들하고만 알고 지낸다. 폭 넓은 인간관계라는 말은 나에게 참 어울리지 않는 말이구나 싶다. 뭐에 대한 욕망때문이냐!  무슨 강박으로 신간이 나올 때마다 궁금증을 못 참아 질러야 하고  아침마다 미드 한편을 꼭 봐야 하는지....

일상에서 자기 만족이라 무엇일까! 내가 하고 싶어하는 일을 하는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과의 무난한 교류일까. 책이나 드라마 혹은 영화를 보고 나 혼자 느끼고 이해하는 것이 무슨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사람들 틈에 있지 않는데 무엇을 느낀들, 그냥 그건 느낀 자기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허탈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감정을 그 누군가에에 전하고 싶고 교류하고 싶어도, 좁은 인간관계속에서는 그게 잘 안되니........ 답답하다고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말은 터 놓아야 시원한 맛을 느낄 수 있는데, 나는 그렇게 터놓고 말할 만한 상대가 몇이나 되는지... 혼자만의 생활 아니 가족이 같이 생활하는 것에 만족하는 시간이 많아서, 나의 경우는 타인을 쉽게 받아들일지 알 수 없지만 <마코토의 푸른 하늘>은 나의 좁은 인간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더듬어 생각해 준 작품이었다.

철거직전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뽀루통한  12살의 마코토는 그 아파트에 몇 남지 않는 아파트 사람들과의 교류가 시작되면서 타인에 대한 나눔, 배려 그리고 이해를 통해 그 또래 아이들이 갖지 못하는 어른지향의 마음을 가지게 된다. 고장안 엘리베이터에 아라키다 할아버지와 함께 갇히면서 마코토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할아버지의 다른 모습을 그리고 할아버지 뿐만 아니라 언제나 집에서 외롭게 생활한 에리카누나까지 알게 되면서, 각자 다른 인생살이지만 서로 어울리면서 일상을 당당히 꾸려나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나보다 더 마코토는 사람과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어울리는 법을 알고 있고 냉정하고 무딘 눈으로 사회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고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작가는 마코토를 통해 가치 있는 인생이 무엇인가에 대해 거창하게 말하려고 하기보다는 사람들간의 챙겨주는 따스함 마음, 보듬어 안아 주는 넉넉한 관계가 한아이가 올곧게 자랄 수 있는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 맑고 푸른 하늘처럼 우리 마음이 펼쳐지 있다면 세상살이가 그렇게 각박하지는 않을텐데. 영어공부 안한다고 도끼눈 할 필요도 없고.....딱히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미스터리한 요소도 극적인 요소보다는 일상적인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 무난하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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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붙은 송곳니 시공사 장르문학 시리즈
노나미 아사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1996년도 나오키수상작인 노나미 아사의 <얼어붙은 송곳니>는 12년이 지난 2008년에 읽어도 수사물이라는 쟝르면에나 작중인물의 심리묘사에 있어서 그렇게 구닥다리 냄새가 풍기는 작품이 아니다. 오히려 당시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를 생각하면, 20세기 끝무렵인 96년에 범죄소설에 오토미치 다카코라는 여형사의 활약이라는 점에서, 시대를 앞선 작품이라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 

21세기가 되면서 남자의 전유물이었던 범죄수사물에 여자가 차례차례 등장하면서(CSI가 한 몫 단단히 했지!), 범죄물에 여자수사관이라는 것이 별 거 아닌 일로 치부되고 있지만 20세기만 하더라고 여성형사라는 직함은 아무래도 찾아보기 힘들지 않았나 싶다. 심지어 아가사 크리스티나 도로시 세이어즈의 여성 추리작가들조차 자신의 추리소설에 포와르니 윔지경이니 해서 남자주인공들을 형사나 탐정으로 등장시켰지 본격적으로 여자형사라는 직함은 찾아보기 힘들다. 물론 여자탐정은 있었지만. 애교로 미스 마플정도.

나와는 달리 꽤 규모가 큰 회사를 다녔던 언니가 언제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2000년이 지나면서 확실히 대기업에서 여자건축설계사들을 자신의 회사에 보내 교섭하기 시작했다고. 여자들도 전문직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라고 말이다. 그 말을 더듬어 생각해보면,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여자들의 직업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의미도 되지만 남자들 전유물로만 알고 있던 직업도 서서히 여성들이 침입으로 단단했던 그 벽이 서서히 붕괴되는 시작한 터닝포인트 시대가 아니었나 싶다. 

하지만 여성들의 침입이니, 붕괴니하는 말이야 쉽지, 역시 형사라는 직업의 세계는 남성들의 전유물이다. 형사들조차 이미지가 떡대같이 험악하고, 깡패 같으니 그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여자가 몇 이나 될 수 있고 그 벽을 허물겠다고 덤비는 여자가 어디 그렇게 많을소냐!  

여하튼, 이 작품은 다카코라는 여성이 강력계에서 활동하는 사건파일이다. 여성이 강력계에 등장하는 초기작이라서 맹활약을 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런대로 강력계에서 남자형사들이 여성형사들 대하는 기존관념이라든지 성역활의 고정관념을 어어느정도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우리가 현재 보고 있는 CSI의 여성수사원이나 Cold Case에서의 강력계 여형사들이 남자 수사원들과 대등한 관계에서 사건을 진행하는 시키는 반면에, 다카코는 남성사회에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사건을 핵심으로 끌고 간다. 기존의 범죄수사물이 탐정 한 사람이 범인을 쫓는 하드 보일드형이라면, 이 작품은 한 사건에 수 많은 형사들이 공존하면서 자신의 역활을 충분히 소화해  살인 동기와 범인을 쫓는 형식이다. 다카코가 중심 인물이긴 하지만 그녀가 두드러지게 핵심적인 역활을 하지 않는다고나할까나.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가 그랬고 작가도 어느정도 그 세계를 남자의 세계로 단정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재미면에서 빠지지 않고 여형사를 등장시켜 사건에 접근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을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 내리는 것일지도. 수십권의 작품을 썼다는 노마니 아사의 미국내 첫 작품이 이 <얼어붙은 송곳니>였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아마존을 검색해보니 노마이 아사는 이 작품 말고도<Now You're One of Us>가 출간되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일본작가들의 미국진출이 두드러진다. 미유베 미야키뿐만 아니다. 히라시노 게이고, 오쿠다 히데오, 야마다 에이미, 오가와 요코등등 심지어 가쿠다 미츠오의 <대안의 그녀>까지. 판매량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그들의 출간이 미국인 번역자들에 의한 출간이라는 점에서 좀 놀라울 정도다. 많은 일본만화가 미국내에서 상당히 인기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심지어 쟝르소설까지 번역되어 출간된 것은 부럽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 정도다. 

역자의 후기처럼 이 작품의 백미는 오토바이 추격씬이다. 그 씬은 상당히 남성적인데(운전하는 사람은 여자인데,남성적이라고 떠들어대니... 이거 원!), 빈 틈이 없다. 묘사나 심리전이라는 측면에서. 누구와 추격을 벌이는지, 더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어도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조심스럽다. 다카코라는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고 해서 범죄물이 여성화되는 것도 부드러워 지는 것은 아니다. 남자들만의 세계에서 둘러 쌓여 그녀는 끊임없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고 싶어한다. 우습지만, 그들세계에 홍일점으로 아니라 동화되어 자신의 역량을 인정받고 싶어 한다. 참, 뭐랄까! 여자성만 가지고는 접근하기가 힘든, 여자라도 남성성이 다분해야 인정받을 수 있는 세계. 범죄물은 역시나 남성들의 몫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준 작품이라고나 할까. 

여성형사라는 등장 인물은 내세운 픽션적 접근을 부정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범죄물은 남성성이라는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강력계의 여성형사라는 소재는 신선선했다. 이왕 픽션적 접근이었다면, 좀 더 강하고 터프한 릴리 러쉬나 캣 밀러스타일의 여성형사 이미지였다면 더 좋았을걸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사실 이 작품 읽고, 그 이후 다카코가 어떤 이미지로 사건을 추적하는지 그리고 어떤 범인과 대처하는, 노나미 아사의 다카코 시리즈가 궁금해진다. 이제 시대도 변했으니 좀 더 강해졌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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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팡의 소식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
요코야마 히데오 지음, 한희선 옮김 / 비채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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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미드가 제 아무리 우리나라에서 한 유행한다고 해도 내 경우 미드보기는 OCN이나 언스타일같은 TV에서 방영해주는 드라마 전부였다. 굳히 토토 브라우저에서 돈 내가면서까지 보지 않았었는데, 작년 가을에, 형제끼리 모여 이야기하다가 남동생이 Cold Case라는 드라마 아냐고 물어보길래, 언스타일에서 해주는 거 몇 편 봤는데, 재밌기는 하더라. 근데 왜 물어봐!  

"누나, Cold Case 재미도 재미지만 자세히 들어봐. 거기에 나오는 음악이 우리가 어렸을 때 듣던 음악이잖아. first 송하고 ending 음악이 얼마나 멋진데, 거의 다 아는 노랠거야"라는 말에, 옆에서 듣고 있던 언니까지 합세해 Cold Case는 엔딩음악때문에 찡할때가 많다고 바람을 넣는 바람에 집에 오자마자, 처음으로 미드작품을 다운받아서 보게 되었다. 몇 개 다운 받아서 본다는 게 시즌1부터 2008년 시즌 5 에피소드 12까지 다운받아서 보게 되었다(전부 다 다운받아서 보는데 한 2만원 넘게 깨진 것 같은데.)  80년대 팝과 락음악으로10대를 보낸 우리 형제들에게, 팝음악이 시대배경이 되어 과거 사건을 현재로 끌어들이는 이 콜드 케이스라는 드라마는 매력 그 이상이었다. 

미해결사건이라는 뜻의 미드 Cold Case의 특징은 제목이 시사하는 것처럼, 현재 지금 일어난 사건을 수사하는 것이 아니고 과거에 일어났지만 해결하지 못하고 넘어간 사건을 다시 끄집어내서 사건을 종결짓는(case closed) 드라마이다. 과거에 일어난 사건이다보니 CSI처럼 결정적 과학적인 증거물에 의해 밝혀지기 보다는 탐문수사와 취조에 의존한다. 이 작품은 취조나 탐문수사에서, 사건과 관련된 사람들의 현재모습에서 과거 기억을 Flashback 기법을 주사용하여, 사건의 시발점에서부터 재구성하고 추리한다. 수사물로는 참신하고 독특한 아이디어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고 할 수 있는데, 소재도 다양해서 여성참정권시대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갈 때도 있고 소애애자까지 다뤄 폭 넓고 다양하다. 가볍게 볼 만한 드라마기보다는 한편 한편이 무겁고 진지하다.  

<루팡의 소식>은 한마디로 일본판 cold case이다. 과거 그러니깐 15년전 자살로 결론이 난 미네 마이코라는 여교사 살인사건을 자살이 아닌 살인으로 재수사하는, 그 살인사건 시효가 만료되는 시점인 24시간을 다루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책 재밌다. 사다 놓기만 하고 안 읽다가 기분 전환용 읽을 요량으로 펼쳐 든 것이 이틀을 꼬박 할애했다. 아이만 없었다면 밥까지 굶어가면서 읽을 생각이 들 정도로 재밌다.  

이 책도 미드 <Cold  case>처럼 탐문수사와 취조를 전제로 구성되어 있고, 용의자 기타와 다쓰미가 기억을 상기시킴으로써(flashback기법) 사건이 순차적으로 재구성된다. 즉 과거의 사건과 현재가 함께 공존한다. 취조에 의한 용의자들이 기억해내는 사건은 완전히 기타나 다쓰미의 기억이라기 보다는 작가의 전지적 시점에 의한 사건 노출이어서 독자가 의문을 가지고 읽어나가면 누가 사건의 배경인물인지 알아차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과거의 살인 사건에서 범인이 누구인지를 알기 위해서 형사나 독자는 기타와 다쓰미의 말을 들으며 살인동기를 찾아 내야 한다. 결국 사건이 일어난 배경은 한 인간의 추악하고 추잡한 욕망에 의한 것이지만 히데오는 여기에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양 작품에 인간미를 부여한다. 

히데오가 공공연하게 자신의 작품속에 드러내는 직장내 사람들간의 알력, 시기, 오만이 잘 드러나면서도 그는 사람들사이의 넉넉하고 우직한, 따스한 인간애 또한 놓치지 않는다. 어떨 때는 매번  그의 작품속에서 그런 유치한 인간애에 피식 웃음이 나오긴 하지만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따스함이 감지돼, 나 또한 그의 팔불출 인간미에 전염이 되어 마음이 가슴이 따스해진다. 그의 작품 속에는 냉정함이나 차거움은 없다. 사건이 일어나게 된 배경에는 냉철한 시각이 있어도 그가 풀어낸 사건의 결론에는 언제나 항상 따스함이 넘쳐난다. 그래서 내가 히데오의 작품들을 좋아하는 것인지도. 사건의 줄거리를 세세하게 이 자리에서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약간의 스포일러도 이 작품의 재미가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긴박하게 숨 넘어가듯 돌아가지는 않지만 독자를 한숨에 책 속으로 잡아 끄는 매력이 있다. 일단 책을 집고 읽기 시작하면, 모든 것이 귀찮아 질 정도로 히데오의 마수에 끌려 들어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슬슬 다른 그의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 이 작품의 엔딩송 고르라고 한다면 Extreme 의 More than words 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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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착 Dear 그림책
숀 탠 지음 / 사계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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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좋아하면서도 어느 순간 매너리즘에 깊숙히 빠져 버리곤 한다. 아무리  한 작가가 뛰어난 작품을 그렸다고 해도, 계속 되는 비슷비슷한 성향의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 그 작가의 작품을  처음 봤을 때의 그 감흥과 흥분은 일지 않는다. 이런한 경험이 되풀이되면서, 서서히 그림책에 흥미가 떨어져버리고 그 상태가 지속될 무렵,  생각지도 않게 엉뚱한 곳에서 느닷없이 자극을 받는 작품이 튀어 나와 심드렁한 그림책에 대한 나의 감성에 다시 일으켜 세우곤 하였다.  최근에 그런 가벼운 흥분과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숨고르기가 필요할 정도의 보물같은 작품을 운 좋게도 두 권이나 만날 수 있었다. 한 권은 2008년도 칼데콧상을 수상한 <위고 카브레>와 또 한권은 뉴욕타임즈어린이 부문에서 올해의 책중 한권으로 선정된 숀탠의 <The Arrival>이었다.

숀탠은 어린이그림책작가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만만한 작가가 아니다. 상징성이 강한 초현실적인 그림과  낯선 느낌은 아이들이 선호하는 작가라기보다는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이야기나 그림을 그리기 위하여 그림책이라는 매체를 선택한 작가라는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아이들뿐만 아니라 나 또한 상징성이 강한, 그만의 독톡한 세계관에 다가서는 것이 썩 내키지 않아, 그렇게 염두해 두었던 작가가 아니었는데, 작년에 사이트 여기저기 훑어보다가 숀탠의 이 작품이 심상치 않게 등장하고 미국저널쪽에서 워낙 세게 호평을 보내는 바람에 알게 된 작품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민의 나라 미국에서 왜 이 작품이 그렇게 강하게 호응을 얻었는지 알 것 같다.  그는 외국인으로서  20세기 초기 호주 이민의 한 역사를 알리기 위하여, 호주 초기의  힘겨운 이민의역사와 그림을 참고하여, <도착>이라는 말 없는 그림책을 그렸던 것이었다.

아주 오랜동안 간직하여 빛바랜 모습을 하고 있는 이 그림책의 표지는 한 남자가 가방을 들고 숙여 모습이 기괴한 한 동물을 바라보고 있다. 숀탠은 그와 함께 독자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일까? 책장을 넘기면 무수히 많은 다양한 인종의 사람들이 증명사진처럼 그려져있다. 책의 주인공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가족이 있는 자신의 고향을 등지고 미지의 세계로 갈 결심을 한다. 무슨 이유로, 어떤 절망의 씨가 그 땅위에 뿌려졌는지 알 수 없지만 그는 아내와 아이를 두고 새나라로 향해 배를 타고 간다. 그림은 20세기 초반의 현장을 담은 것처럼 흑백무성영화처럼 처리되었고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된다. 숀탠은 주인공이  새로운 땅에 발을 디디는 그 순간의 불안과 낯섬 그리고 혼란스러운 감정을  초현실적으로 그렸는데,  주인공의 내면심리와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았다. 주인공은 새로운 땅에서 자신을 알아주는 백인가족과 친구가 되기도 하고 공장에서 만난 한쪽 다리를 잃은 노인의 전쟁이야기를 들으면서 (롱숏으로 다리를 잃고 고향으로 돌아온 그의 뒷모습을 잡은 모습은 얼마나 가슴이 아리던지.......), 그는 고향에 있는 가족과 만나  함께 그 낯설지만 새로운 땅에서 더 나은 삶을 살기를 꿈꾸며 희망 속에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숀탠는 20세기 초기의 호주이민이 자신의 고향땅에서 절망에 빠진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꿈꾸며 가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 꿈이 많은 시련과 굴곡끝에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을 낙관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아, 이 책은 한장한장 넘겨봐야 그 감동을 느낄 수 있는데, 말주변과 글재주가 꽝인 나로서는 작가의 잔잔하고 조용하게 나직히 말하지만 강렬한 그 메세지를 전할 수 없어 안타깝기만 하다.

이 책이 만들어진 뒷배경에는 숀탠 자신이 말레이지아계 호주 출신이라서 아마도 언젠가 자신의 작품속에서 이민에 대한 서사적으로 이야기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의 약력을 살펴보면,1974년에 태어난 그는 오스트레일리아 퍼스 주의 프리멘틀에서 성장했다.  반에서 항상 작은 아이었던 그는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로 통했다. 건축가인 아버지와 아이들 침실의 벽에 걸린 커다란 디즈니 그림에 색칠하는 것을  좋아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많은 그림들과 이야기들에 둘러쌓인 채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문학적인 가족은 아니었지만, 심하게 폭력적인 것만 아니라면 다양하고 폭넓은 독서를 하였다고 한다. 그에게 영향을 준 작품들을 들라면,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 , Jack Prelutsky 가 글을 쓰고 아놀드 로벨이 펜과 잉크로 그린 <Headless Horseman Rides Tonight> 과 지금도 존경하는 알스버그의 <해리스 버딕의 미스터리> 그리고 레이몬드 브릭스의 < Fungus the Bogeyman >등과 괴물, 외계 그리고 로봇에 끌렸으며 처음 산 그림책이 공룡에 관한 책이었다고 한다. (역시 남자들이란....!) 10대 시절에는 공상과학소설 쓰기를 즐겼고 풍경그리기를 좋아했다고. 그는 WA대학시절 일러스트로 돈을 벌었으며 후에 그림책과 청소년문학에 관심을 갖게 되어 게리 그류와 함께 공동작업으로 첫작품을 펴내면서 그림책 작가가 되었다.   

일러스트레이터로서 그는 직간접적으로 일상을 관찰한 것을 전제로 그림을 그리고 자신에게 익숙한 거리, 해변, 친숙한 사람들이나 방문했던 곳을 그린다고 한다. 아래 그림들은 그의 작품세계를 잠시나마 엿볼 수 있는 그림들이 아닐까하는데.....좀 더 그에 대해 알고 싶다면, http://www.shauntan.net/paintings1.html에 가면 그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단, 최근 모습은 없다.




*이 작품 읽다가 에어로스미스의 <Dream On>이 흘러 나왔는데, 숀탠이 그린 주인공이 고향을 등지고 낯선땅에서나마 절망 속에서, 외로움속에서 주저 않지 않고 계속해서 꿈을 쫓는 것을 보고, 이민이라는 새로운 출발이 꿈을 계속 꾸기 위한 것일지도 모르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 이 작품 내 준 사계절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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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호리의 비밀 파랑새 사과문고 63
허수경 지음, 이상권 그림 / 파랑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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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반 한창 시인으로 이름을 날리던 그녀가 돌연 독일로 유학을 떠나고 다시 2008년 어린이 판타지 동화<마루호리의 비밀>로 돌아왔다. 작가의 말에서 그녀는 외로운 유학시절 <삼국유사>를 읽다가 비형이라는 도깨비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그 계기로 한국에 대한 그리움도 달랠 겸 도깨비이야기를 집필했다고 이 책의 탄생배경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본격적으로 어린이동화를 계속해서 책을 내는 것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우리의 도깨비를 어린이 문학과 접목시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은 주목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좀 아쉬운 것이 있다면,  그녀의 첫어린이 작품이다보니, 사람의 손에 땀을 쥘 만큼 재미있거나 익사이팅하지 않다는 것이다.

아이들책이 꼭 재밌어야하느냐고 반문한다면, 할 말은 없다. 난 <해리포터시리즈>가 버려놓은 사람이라서 그리고 해리시리즈때문에 아이들 키우면서도 책에 대한 끈을 놓지 않았고 어린이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기 때문에 일단 어린이문학에 어느정도의 재미와 익사이팅은 존재하여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요즘 아이들에게 재미는 필수품 아니겠는가. 책의 라이벌을 보면, 보통 아이들 혼을 빼야말이지. 닌텐도만해도 그렇다. 얼마나 재미있으면 두시간 해 놓고 자기는 조금 밖에 하지 않았다고 박박 우길까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이런 생각이 든다. 아~ 저 정도로 아이들 혼을 빼 놓는 재밌는 책 어디 없을까하고.  

<마루호리의 비밀>은 저학년보다는 고학년에게 적합한 소설인데, 며칠 이 작품을 들여다보면서 이 작품에서 빠진 게 뭘까? 그럭저럭 어른인 나도 읽을 만하고 우리의 도깨비를 이야기세계로 끌어들였고 작가의 사물적 상상력이 돋보이는데(예로, 검은풀, 말하는 나무, 마루호리,하늘정원등), 도대체 뭐가 빠져서 재미가 반감됐을까?하고 며칠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음...... 싸워야하는 대상은 확실히 붉은도둑대왕이라고 설정했지만 그 악과 전면적으로 맞서 싸우는 갈등구조가 없다는 것이다. 다비와 인인이의 모험의 세계는 하늘 정원을 가려고 하다가 시간의 구멍속으로 잘 못 들어가 그 곳에서 우열곡절끝에 빠져나와 마침내 하늘정원의 말하는 나무까지 오긴 오는데, 오는 과정에서 붉은도둑대왕과 싸운다든지 하물며 도둑대왕의 조무래기하고도 마주치지 않고 단 한번의 위기를 넘긴 채 하늘 정원까지 온다는 것이다. 이야기의 구조가 넘 간편하고 단순하다. 다비와 인인이의 모험의 세계가 좀 더 그럴싸한 역경의 과정이었다면, 확실히 더 재미있는 세계를 보여 줄 수 있었을 것인데,하는 아쉬움이 남는 소설이었다. 

하지만 많은 가능성을 열어놓은 소설이었다. 우리 도깨비설화를 적극적으로 아이들세계로 가져왔고 무조건적으로 악을 나쁜 것으로 물리쳐야 하는, 선과 악의 첨예한 대립의 세계관보다는 이해와 관용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솔직히 이야기는 해리시리즈처럼 이분법적인 세계관이 재미있는데). 이 작품 완벽하지는 않지만 허수경씨가 우리 어린이문학을 위해 앞으로 한발한발 나아가기 위한 디딤돌 같은 작품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녀가 이 작품을 계기로 좀 더 어린이문학에서 중요한 작가로 자리매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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