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책도 순환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큰 맘 먹고 알라딘에 일본소설 책, 특히나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몇 권 내놨더니 요즘 나온 신간은 제법 쳐주는데, 지난 책들은 거의 헐값으로 부르더라는.  <호숫가 살인사건>과 <게임의 이름은 유괴>라는 작품은 알라딘 매입가가 300원이다. 요즘 껌값이 500원이니깐, 300원이면, 껌값도 안된다. 그럼 내가 겨우 300원짜리 가치밖에 안 되는 책들을 지난 몇년 동안 읽었단 말이야라는 자조가 일었다. 300원이라는 매입가에 열받아 이 책들은 개인책방으로 내놓고 나머지 28권은 알라딘에 팔았는데, 알라딘에서 승인이 나기도 전에 나의 장바구니에는 살 책으로 가득 찼다. 내가 내 놓은 책이 단기간이든 장기간에 팔리던 팔리지 않던 간에, 책 팔면서 드는 생각은 알라딘은 결코 손해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평소에 책 이제 사지 말아야지라는 작심삼일의 결심을 또는 알라딘 중고샾에 마우스 올리면 내 손가락 부러뜨리려고 맘 먹기도 했는데.......연초에 나귀님 떠나고 생각을 달리 했다. 이제 책 사다 놓고 읽지 않는 것, 이게 이제 내 운명이려니,하고 살기로 작정했다. 에라이, 저주 받은 아니, 축복받은 인생이여. 솔직히 책 읽는다고 해서 막말로 돈이 나오는 것도 쌀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책에 대한 애정없는 삶보다는 그래도 이렇게 새 책 나올 때마다 매번 가슴 두근 거리는 삶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든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28권 팔아 한 4만원 조금 넘게 손에 쥐어지는데, 장바구니에 들어 있는 책은 벌써 9만원이나 된다.  

 

  

 

 

 

 

 

 

 

 

 

 

 

 

이 책들은 중고샵에 나와도 너무 비싸게 나와 그냥 신간으로 사는 게 나을성 싶다. 인문학과 과학서적은 중고샵에 내놔도 70%정도 선에서 가격을 책정하는 것 같다.  지난 해 xcxx라는 분이 중고샵에 <문명의 붕괴>와 스티브 굴드의 작품, 거의 반값에 내놨을 때 사야 했는데, 그 때 리처드 도킨스에 쩔쩔 매 살까말까 고민하다 며칠 있다 뒤져보니 금방 팔렸더라. 지금도 어제 도착한 800페이지가 넘는 <불굴의 용기>도 있는데. 책만 쌓여가고 있구나..............................덩달아 돈도 좀 쌓이면 얼마나 좋을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랜 만에 놀러간 네이버에서 책쟁이라면 누구나 눈이 확 뒤집힐 만한, 그 동네 하단 기둥에 위치한 지식인의 서재라는 카테고리를 발견했다.  아직 시작 단계라 컨텐츠의 양은 많지 않았지만, 이런저런 지식인들의 서재를 훑어보는 즐거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즐거움과 부러움(또는 질시)이 샘솟아 올랐다. 집안 곳곳 여기저기에 뒤죽박죽  쌓여 있고, 꽂혀 있는 우리집에 비하면, 그.들.의 서재는 책과 책장 자체가 멋진 인테리어였다.(그들의 서재를 까려는 의도로 책이 장식용 인테리어라고 한 것은 아니다. 진짜 부러워서 이런 말을 썼다), 입가에 침이 질질 흘러가며 부러웠던 서재는 넓직한 공간 한 가득,  네 면의 벽이 책으로 채워진 신경숙의 서재였고(돈 좀 있으면 신경숙의 서재처럼 꾸미고 싶더라는. 헛, 어느 세월에~~~),    

 

 

신경숙의 서재

가장 기억에 남는 인상적인 글은 건축가 송효상과의 인터뷰였다. 네이버를 통해 송효상이란 건축가를 처음 알았는데, 자신의 독서 철학이 확고하고 독특하다고 할까. 난 책을 지배한다던가 책에 지배당한다라는 갈등 구조를 떠올린 적은 없었는데, 왜냐하면 읽다가 나랑 궁합이 맞지 않는 책은 더 이상 읽지 않거나 획 던져버리므로, 그 때 책과 나 사이의 행위는 분명 내가 책을 컨트롤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직업이 건축가여서 그런지 그의 입에서 나온 책과 개인의 지배관계에 대해 읽으면서, 소름이 끼치는 공감을 했다. 

   
  서재는 오픈 되어 있고 문도 없어서 직원들도 언제나 들어와서 책을 볼 수 있는 그런 열린 공간입니다. 공간을 구획하면서 아무나 들어올 수 있도록 모두 에게 공유하고자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로재(履露齋)라는 집단 자체가 공유하는 거죠. 책은 지식이고 모두가 공유해야 마땅한 것이니까요. 책의 가치는 모두가 나눌 수 있을 때 커지는 것 같습니다.  
   

   
 

책에 지배당하는 게 좋은가, 책을 지배하는 게 좋은가’... 이것은 제가 항상 가지고 있는 의문입니다.
이 의문을 가지고 사는 것이 참 재미있고 좋은 것 같습니다. 바로 책과의 갈등 구조인데요. 예를 들어 책방에 가서 책을 살 경우, 책이 그저 너무 좋으니까 모든 책을 다 사고 싶다는 생각과, 이 책을 가져가면 시간이 없어 못 읽을 텐데 라는 고민과, 어렵게 산 책을 곁에 쌓아 놓고서도 이 책을 읽어야 하는데 라는 고민을 늘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책과의 갈등 구조이자, 책/지식/지혜와의 스트레스인데요. 이런 스트레스는 절대 사람을 약하게 만들지 않고, 선하게 만들고, 강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도 책과 갈등 구조를 가지고 살아보시기를 강력 추천해 드립니다.

 
   

 

다섯 명의 지식인들이 추천한 추천목록에서 관심이 많이 가고 개인적으로 읽은 책중에서 가장 많이 겹치는 사람은 박찬욱감독이었고, 생소한 목록이어서 더욱더 흥미가 간 사람은 사진작가 배병수였다. 나중에 친구와 수다 떨 가십이 생겼다. 박찬욱 감독이 좋아하는 만화가 <보노보노>라면서...... 아, 보노보노 오프닝곡 듣고 싶다.

그리고 장한나와의 인터뷰를 보면서, 처음 인트로 부분에서 깔린 백뮤직때문에 지난 주 일요일 내내 이 음악 찾느냐고, 거의 편집광적인 하루를 보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음악인데(어디서 들었더라, 어디서!), 알듯말듯 명확하게 떠오르지 않는 것이었다. 이럴 때마다 약오른다는. 이왕 서비스해주는 거 배경음악까지 알려주는 세심한 서비스까지 해주면 엉덩이에 뿔이라도 난다냐. 여하튼 편집광적인 하루를 보내고 마침내 찾았다는.   

  

바로 이 음악 비발디의 Nulla in mundo pax sincera (Amor Sacro). 예전에 영화 <shine>에서 나왔던, 유명한 장면의 배경음악이기도 했다. 1996년도 영화인데, 이 장면의 동영상 구하기도, 스틸 사진 구하기도 힘들었다. 한 땐 그래도 아주 유명한 영화였는데...... 아마 지금 30대 후반이나 40이후 세대들은 이 영화의 이 장면, 바바리 코트만 입고 홀딱 벗은 채 헤드폰을 끼고 공중을 뛰어오르던 이 영화의 한 장면을 기억할 수 있으려나. 이 배경에서 흘러나온 이 음악, 인상적으로 머리속에 박혀 장한나의 인터뷰시 인트로부분에서 예전의 기억이 환기되지 않았나 싶다.

 

네이버의 지식인의 서재라는 코너의 의도는 상당히 관심이 간다. 아마 집중적으로 그 쪽만 들어가지 않을까나. 많은 지식인들의 서재가 소개되겠지만 난, 다른 누구보다도 번역가 박중서씨의 서재 구경하고 싶다. 만권클럽사람들, 표정훈이나 김연수의 책장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려나. 말이 만권이지 우리집 경우 그림책같이 합해서 삼천권정도 있는 것도 집이 너저분하고 이건 집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인데, 신경숙씨의 서재의 책은 만권 될까?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scott 2010-04-28 10:00   좋아요 0 | URL
어쩜 이렇게 재밌게 쓰실까 ㅋㅋ 추천 안누룰수 없네요^^

기억의집 2010-04-28 14:50   좋아요 0 | URL
스컷님, 고맙습니당~~~~ 근데 저는 이제 전자책이 활성화 되면 전자책으로 바꾸고 싶어요. 올해 이사가는 해인데..지금부터 걱정이 앞서요. 저 책들을 어찌할꼬 싶은게... 책을 제법 많이 팔아는데도 신간의 유혹에 자꾸 넘어가요.

scott 2010-04-28 20:30   좋아요 0 | URL
저는 얼마전부터 아이리버 스토리를 쓰고 있는데 편리한 점이 많아요. 문제는 보고싶은 책들이 전자책으로 대부분 출판이 안되있거나 있어도 종이책에서 35%정도 싼 정도인데 사실 가격이 더 내렸으면 해요. 비싸다는생각에...소장 하고 싶은 도서와 이북으로 보는 도서가 정해져 있는것 같아요. 콘텐츠가 좀더 다양해진다면 참 좋은데 출판사들입장에서는 이북으로 내놓는게 반갑지 않나봐요. 저도 신간 출간되면 유혹에 흔들리는데.. 책값 진짜 비싸죠 ㅜ.ㅜ

기억의집 2010-04-29 16:10   좋아요 0 | URL
네, 너무 비싸요. 지금 눈독 들이고 있는 가다라의 돼지는 무려 가격이 19,8000원 이더라구요. 10% 할인해서 17,000원 대인 거 같은데, 일단 장바구니에 넣긴 했는데 쉽게 마우스 오른쪽이 안 눌러져요.
이번 주는 장난 삼아 로또나 하나 사야겠어요^^
 

   

위의 동영상 이어폰을 끼고 들으면 글렌 굴드 특유의 허밍을 들을 수 있습니다. 전 글렌 굴드의 허밍이 들리는 그의 피아노음이 좋은데 대부분의 녹음기술자들은 그의 허밍을 빼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하나보더라구요. 이 음반도 그의 허밍 없이 깨끗하게 녹음되어 있습니다. 글렌 굴드가 생애 처음으로 두번째로 녹음했다던 바흐의 the Goldberg Variations입니다. 명석하진 않지만 피아노곡을 좋아하는 울 아들이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주걸륜보다 못 친다고, 이 사람 꼭 장애인처럼 생겨가지고 <말할 수 없는 비밀>의 주인공보다 못 치는데, 엄마는 음악 들을 줄 모른다고 , 자기네 피아노 원장선생도 이 보다 더 잘 칠 수 있다고 한 곡입니다. 아침부터 울 아들의 이 말에 웃겨서..... 어린  아들의 귀에는 아직 글렌 굴드의 음악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무리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나이가 들어서 좋은 점은 점점 이해의 폭이, 감정의 폭이 더 넓어진다는 점일 것입니다.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졌던 글렌 굴드의 음악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곤 생각하지도 못했었는데, 점차 그의 자폐아적인 자기만의 음악 세계를 이해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세상도 변하고 사람도 변하다는 말이 맞나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몇년동안 소설로 도배를 한 도서목록에서 올 한해는 인문서적과 과학서적이 꽤 자리를 많이 차지한 해였다. 생전 처음 나라걱정으로 몸살을 앓으며(아직도 골골골) 들여다 본, 지근지근 골머리를 썩게 한 인문학 서적중에서 가장 감동적으로, 그리고 이제 완전히 왼쪽으로 발걸음을 돌리게 한 책이다. 촘스키의 책을 읽다가 하워드 진 또한 미국의 대표적인 좌파라는 이야기를 듣고 샀지만, 평상시 내 독서습관처럼 책만 사다만 놓고 읽지는 않고 있었다. 우연히 한참을 뭘 읽을까로 책장을 서성이다가 함, 이 책이나 읽어볼까하고 집어들었다가 단숨에 읽어내려간 책이었다. 하워드 진, 1922년 가난한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나,  미국의 왼편에 서서 기득권력과 맞서 싸운, 20세기 미국 투쟁의 산 증인이자 행동가이다. 수백년 동안 이어져 내려 온 인종 편견, 반전운동과 같은, 신념이 없다면 뒷걸음칠 수 밖에 없는 역사의 적극적인 참여자이다. 그의 힘찬, 때론 지친 발걸음을 따라, 걸어간 지난 역사의 길을 쫓아오르다보면, 프레이저의 "우리가 걸어가면 길이 됩니다"라는 말의 의미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권력자에 의한 역사가 아닌,  여러 사람의 신념과 행동이 작은 변화를 만들어 역사의 큰 변혁을 가지고 올 수 있구나하는 것을 분명하게 그의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새로운 역사 서술 방식이었고 , 그의 진솔하고 신념에 찬 그의 글귀 하나하나가 울림으로 다가왔다.  빨갱이라는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미국사회에서 그의 50여년간의 좌파적 행보가 얼마나 용감한 것인지 그리고 가슴 벅찬 성과를 이루어 낼 수 있었던 것인지 이 한권의 책을 통해 조금이라도 알 수 있었다.

올해 적지 않는 과학서적을 읽었지만, 이 사람만한 입담을 가진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있다면 사이먼 싱정도. 아인슈타인이 천재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지만 정확하게 왜 그가 천재인지, 그리고 그의 이론이 어떻게 응용, 적용되는지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빛의 속도를 이용해서 에너지와 질량을 연결시킨, 그의 에너지는 질량과 같다라는 명제가 원자폭탄으로 만들어지기까지의 이야기가 아주아주 재밌게 설명되어 있다. 초반에는 아인슈타인과  고전물리학자들 그리고  원자폭탄이 탄생하기까지 관여한 많은 과학자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물리 이론만 휜하게 꿰뚫고 있는 게 아니고 과학자들의 사생활(스캔들)까지 양념으로 언급하면 책에 손을 못 떼게한다. 이 책을 계기로 데이빗 보더니스의 나머지 책들도 읽었는데, 보더니스의 방대한 지식의 양과 수다스러운 그의 입담이 어우러져 과학책임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우리나라도 이런 과학자 하나 나왔으면.... 과학서적을 읽으면서 참고할만한 글이 없나 해서 찾다가 프레시안에 연재했던 최무영교수의 물리학이야기를 읽으면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사실 최무영교수는 보더니스의 입담만 못했다. 하지만 그의 책은 물리학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실질적인 이해와 쉬운 설명으로 물리학 입문서로 최고!

다 큰 어른이 주책이지 무슨 만화책이야 하겠지만, 이 책 한번 읽으면 웃겨서 뒤집어지게 될 거다.(흠흠, 울 올케는 언니, 이 책 별로예요라고 말했지만!)  애아빠가 툭하면 아직도 니, 나이에 만화를 보니,하며 비웃더니만,  화장실 들고가서 읽고 나서는 이 만화책 열렬팬이 되더라. 지금은 투니버스에서 하지 않지만 몇 년전에는 아즈망가 대왕 방영했었다. 그 땐 이 만화의 진가를 몰라, 몇 번 보고 말았는데.... 다시 한번 애니로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할 정도로 난 그녀들의 왕팬이 되어버렸다. 아, 오사카 그녀의 생뚱맞은 띨띨함이 넘 좋아 좋아~~~

 

 

  

이 그림책의 색감은 무지 촌스럽다. 하악하악 소리가 나올 정도로 촌티나서 별로 호감이 안 가는 책이었다. 하.지.만. 이 책 읽고나면 생각이 달라진다. 그림책은 이야기가 재밌을 수도, 말이 재밌을 수도, 그리고 그림이 이쁠 수도, 글과 그림이 딱 보기 좋고 듣기 좋게 조화로울 수도, 그림이 아름다워 글을 압도할 수도, 이것저것 다 평범할 수도 있다. 이 책은 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작가의 작품이다. 지금까지 많은 책을 읽어주었지만. 이 책만큼 발화가 오케스트라적인 작품은 없었다. 중국의 대륙적인 기질을 그대로 물려 받아서 그런가. 읽으면서 웅장하고 비장미 넘치는 작품이었다. 아이들도 처음엔 반응을 안 보이다가  읽어주면 분위기가 묘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글이 멋지니깐 나중에 그림도 이뻐보이더라는. 그림에 속지 마시길, 이 작품만큼 아이들에게  아이들에게 소리내어 읽어주다 가슴이 미어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사실 나도 오기가 있어 찌라시 관련 출판사책들은 안 사려고 했는데, 이 책은 너무 잘 나와서 사 버렸다. 갠적으로 교육에 그렇게 열성적이지 않는 나지만, 나도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주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정도는 있다. 난 아이들이 어디에도 흔들리지 않는 무신론자와 좌파로 자랐으면 좋겠다. 한때나마 천주교 신자였지만 신의 존재에 많이 망설였었고 흔들이고 있던 차에 리처드 도킨스의 책들을 몇 권 읽으면서, 난 신을 완전히 말살시켜 버렸다. 지구위에서 신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핏빛 자오선을 보면서, 신의 이름이란 권력자들이 실컷 우려먹는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짓거리도 이제 싫증날만한데....참 잘도 지금까지 써 먹는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다윈이 갈라파고스에서 진화의 흔적을 발견하고 발표한 논문을 따라, 아이들 7명이 다윈의 행적을 쫓아가는 논픽션 글이다. 아주 짜임새 있고 글도 재미나다. 울 아들 이 책마자 읽어달라고 해서...하루에 못 끝내고 하루에 한 챕터씩 읽어주고 있는데, 읽으면 이래서 하느님은 없는거야를 후렴구처럼 쇄뇌시키고 있다. 나중엔 지들이 믿는다면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나는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은 언제나 한다. 많은 책을 읽었는데도 왜 이거밖에 못 쓰지,하는 생각은 이런 짧은 글을 쓸 때조차한다. 머리 속에 많은 단어들이, 문장들이 오가지만 막상 글을 쓰면 논리적으로 차곡차곡 쌓여지지 않는다. 뒤죽박죽, 왜 난 요거 밖에 안되는 거야라는 열등의식이 수십번도 더 나를 옥죄이곤 했는데, 올 초 이 책 읽고 그런 생각 관두기로 했다. 존 어빙은 이야기의 층이 많은 작가이다. 이 가아프도 여러 층의 이야기가 쌓이고 겹쳐 있는데, 이 책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책을 읽는다라는 것이었다. 여기 등장하는 세명의 사람 주요 인물들은 많은 책을 읽은 사람들이다. 그들의 독서 형태나 책 읽는 방식을 서술한 대목은 살짝 들뜨게 할 정도로. 특히 가아프의 母와  아내 헬렌의 집요한 독서 행위는 감탄을 자아낼 정도다.  많은 책을 읽었다고 누구나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다. 어떤 이는 글을 잘 써 작가가 되지만 어떤 이는 작품의 진가을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편집인이 되거나  어떤 이는 문학과 관련된 직업인 교수가 되는 경우도 있다. 책을 읽는다라는 길은 한 길이지만 결국 자신이 나아갈 길은 여러 형태의 길이 갈라져 있다는 말이고, 책을 읽고 나서 후의 재능은 각자의 몫인 것이다.  이런 작은 깨달음에서 존 어빙의 이 책은 나의 글쓰기에 열등 의식을 어느 정도 가시게 한 책이었다.     

베스트셀러 책은 소설이든 그림책이든 쟝르불문하고 관심없어  윔피키드 무시하려고 하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만화스탈이어서 읽은 책인데, 베스트셀러에 대한 푸대접으로 한버텨면, 좋은 작품을 놓칠 뻔 했다. 베스트셀러의 주인공 그레그가 많은 아이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은 마이너 인생의 버티기라고 해야하나.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80%는 그레그같이 약하고 기운없고 어리버리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세상살기에 묘안을 가지고 있고 그 묘안이 어떤 경우는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는 것일 것이다. 불평등한 시상에 태어난 오발탄이기는 해도, 다른 누구가에는 소중한 사람이므로.  

 

 

여전히 2008년에도 일본 소설에 대한 관심은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일본소설을 읽으면서 이야기의 줄기는 쭉쭉 잘 뻗어나가지만 캐릭터에 대한 구체화는 언제나 실망스러워, 이젠 일본소설은 그만 읽어야지 했더랬다. 피츠제럴드의 캐츠비같은...... 한 시대를 꿰뚫고 대변하는 캐릭터가 없다는 것이 일본소설의 약점이다.  이야기의 아이디어 재밌고 시간 떼우기에 그만이어서 읽긴 하는데, 비슷비슷한 성격의 인물들뿐이어서 언제나 읽고 나면 묘한 공허감만 남는다. 일본 소설의 엔테테이먼트 기능을 중요시한 여타 다른 일본소설가들과 가네시로 가즈키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영화 <로마의 휴일>로 이어지는 각각의 단편 이야기는 재밌고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작가는 한 편의 소설이, 한 편의 영화가 일상에 절망적이고 지친 사람들에게 때론 구원투수 노릇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 책 읽었을 무렵, 일상에 지치고 많이 힘들어했던 나를 토닥여주고 위안을 해 주었던 책이다. 하루에 지친 나를, 신경이 곧두선 나를, 주변을 다시 한번 돌아보라고 어디에서부터 테입이 엉켰는지 점검해보라고, 잠깐 멈춤 버튼을 누르게 한 책이었고, 따스한 이야기가 전해주는 기운으로 맘이 좀 넉넉해진 고마운 책이었다.(여우님 감솨~~~)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닐 게이먼의 올 3월에 발간된 그의 신간 Graveyard book를 주문했다가 (예스에서 17,000원)품절이라는 퇴짜를 맞고  여기저기 값이 조금이라도 싼 곳을 알아보았지만, 다들 2만오천원이 넘는다. 책 한권에 2만오만원, 2만5천원이 누구누구집 똥개이름도 아니고..... 사고 싶은 맘 굴뚝 같아도 내년에는 월급이 20% 깍여서 나온다고 해서 과감히 지르지도 못하겠다. 게다가 닐 게이먼과 데이브 맥킨이 나랑 딱 맞는 사람들이냐하면 꼭 그렇다라고 말할 수도 없다. 닐 게이먼과 데이브 맥킨은 그의 그림책< 금붕어 2마리와 아빠를 바꾼날>이라는 작품으로 알게 된 작품인데, 이쁘고 아름답고 귀엽고 사랑스럽고 감동적인, 보편적인 정서의 그림책만 보다 초현실적이고 정신없고 생뚱맞는, 그의 그림책은 좀 놀랍기도 하고 생소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일단 아빠와 금붕어가 바뀌었다는 설정에 뻑간듯 좋아했지만 말이다. 영미권에서 그의 문학적 명성과는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소설 몇 권과 그림책 두 권이 소개되었을 뿐인데, 그의 <벽 속에 늑대가 있어>이 작품도 <금붕어 두마리와 아빠를 바꾼 날> 못지 않게 결코 사랑할 수 없는 작품이지만, 만화계가 인정하는 닐 게이먼의 문학적 재능과 데이브 매킨의 멀티미디어 기법의 독특한 그림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Graveyard book을 보지 않아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그들의 그림책 이미지와는 다른 그림을 선보이는 것 같다. 초기의 <흑란> 이미지 같은.  가족이 살해당하자 버드는 묘지로 피신한다. 묘지에서 그는 죽은 자들에게 입양되고, 죽은 자들이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배우면서 자라게 된다. 버드는 이 세상이 삶과 죽음사이의 장소라는 것을, 안과밖  모두 위험한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키플링의 정글북에서 연유된 이 작품의 나레이션은 닐게이먼이 직접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