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세 엄마, 여든 아들 - 장수 박사 아들과 백세 노모의 가슴 따뜻한 동거 일기
박상철 지음 / 시공사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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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국내 최고의 건강·노화 전문가로 꼽히는 박상철 교수와 백세를 코앞에 둔 노모의 가슴 따뜻한 동거 일기다. 20178, 아버지가 노환으로 돌아가시면서 명절이나 집안 대소사에 손님처럼 잠시 고향 집을 다녀가던 그에게 일생일대의 전환점이 찾아왔다. 홀로 남은 어머니를 가까이서 모시기 위해 50년 만에 고향 광주로 귀향을 결심하였고 그렇게 아흔 살 노모와 일흔 살 아들의 동거가 시작되었다.

 

아버지 장례도중 입관 절차 중 아버지 수의가 낡았다는 것을 알았다. 애비가 장가올 때 입고 온 옷이라고 하셨다. 70년 동안 장롱 속에 고이 간직하고 계셨던 것이다. 저자는 월화수는 광주에서 목금토일은 서울에서 지내고, 한 달에 한두 번 대구를 찾는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어머니와 같이 살기 위해 결심한 두 가지가 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어머니 말씀은 무조건 들어드리겠다는 것과 어머니와 함께 있는 시간을 자주 갖자는 결심이었다. 말동무도 되어드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나누겠다는 약속이다.

 

어머니와 함께하는 일상은 새벽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5시면 일어나 목욕하고 오너라.” 어머니의 지시로 하루가 시작되었다. 두어 달 지나면서 집에서 목욕하렵니다 하자 그래도 목욕탕에서 몸을 따뜻하게 녹여야지 하면서 허락해 주셨다.

 

아침을 거르거나 간단하게 해결하던 방식에서 매일 챙겨 먹는 것이 체중이 불고 고혈압이나 혈당이 올라가는 일이 생기자 어머니는 특별한 아침을 챙겨주신다. 남순댁과 여동생에게 부담을 주는 꼴이 되어버렸다. 현역이 아닌 석좌교수이기에 일찍 출근하지 않아도 되어서 어머니가 좋아하시는 아침 드라마를 함께 보다가 출근하곤 했다.

 

어머니는 양과동 밭에 작물들을 보살피며 풀을 뽑고 거름을 주기도 하였다. 아흔다섯 넘어도 직접 활동하는 모습을 보며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풀독이 심하게 올랐지만, 병원 가기를 꺼리는 모습이 씁쓸했다. 겨울이 되면 양과동에 일이 없어지자 심심하시다고 하시면서 막걸리를 사 오게 하더니 막걸리 식초를 만드셨다. 식혜도 만들고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특별한 요리는 꼭 메모를 해두었다가 직접 만들어 보거나 남순댁에게 부탁해 만들게 하였다.

 

백 세가 되어도 얼마든지 수술이 가능한 백세 의료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오랫동안 치통을 앓으셨는데 일곱 개를 하고 1년 뒤 한 개를 추가하여 여덟 개의 임플란트를 하였다. 나중에 문제가 생겨 일곱 개를 추가하기도 했다. 임플란트했다고 올게쌀을 드신다고 하였다. 2년이 지나 심장 관련 정밀 검사를 해서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악화되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아흔세 살이 되신 어머니를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니 매우 위험한 일이었다. 시술 후 어머니의 건강 상태는 하루가 다르게 좋아졌다. 술 좋아하는 아들들에게 막걸리라도 담가주려고 애쓰셨다.

 

어머니는 광주 시내에 있는 음식점 어디를 가도 니 애비랑 가끔 왔다이라는 표현으로 지난날의 추억을 되새기며 감동을 주었다. 어머니 곁에 돌아와 이런저런 옛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하늘이 주신 기회였고 축복이었다. 어머니의 이야기를 통해서 다시 동심에 젖게 되었고, 아버지와 함께했던 추억들을 잔잔하게 들려주셨다. 험난하고 복잡다단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전력투구하며 살아온 어머니의 생애는 전에는 상상해보지 못한 일이었다.

 

의과대학을 마칠 즈음 진로가 고민이었는데 아버지께서는 세속적인 유혹에 빠지지 말고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라고 말씀하셨다. 걱정은 가불하지 마라고 하셨다. 생화학의 길로 들어섰고, 외롭고 힘든 길이었지만 개척자가 될 수 있게 만들어 주신 아버지께 새삼 감사를 올린다.

 

저자의 아버지는 아들이 환갑의 나이가 될 때까지 아침 문안 전화를 하셨다. 이제는 제가 매일 전화 올리겠습니다. 하여도 목마른 사람이 우물 파야지 하시며 너희들이 바쁜데 어디 매일 전화하겠냐? 하며 말을 끊어버렸고 30년 동안 이어온 아침 통화라고 한다. 노화의 본질을 밝히는 생명과학적 연구를 추진하는 동시에 당장 노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방안도 강구하려고 노력했다.

 

[백세 엄마, 여든 아들]에는 아들과 어머니가 함께 보낸 지난 7년여의 시간, 그리고 가슴 뭉클한 가족의 뒷이야기가 담겨 있다. 한 지붕 아래에서 어머니와 한솥밥을 먹고, 나란히 앉아 TV 연속극을 보고, 함께 텃밭을 가꾸고, 꽃구경하며 가끔은 어머니의 잔소리와 꾸지람도 들으며 보내는 일상이 따뜻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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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예술로 여행하기
함혜리 지음 / 파람북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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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함혜리는 프랑스 유학생 출신으로 파리 특파원으로 활동한 저널리스트이기도 한, 프랑스 여행이라면 잔뼈가 굵은 베테랑이다. 그동안의 여행 기록과 코로나 이후 새로 답사한 프랑스의 예술 스팟들을 모아 정리해 한 권의 책으로 펴냈다. 꿈과 낭만의 여행지 프랑스를 예술적 감성으로 구석구석 찾아간다.

 

처음 방문하는 곳은 미술관이다. 루브르 박물관, 오르세 미술관, 오랑주리 미술관,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 퐁피두 센터에서, 주로 19세기~20세기 초 회화작품을 감상하는 코스다. 저자는 파리의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 중 파리에 올 때면 반드시 들르는 곳이 오르세 미술관이라고 하였다. 지난번에 너무 늦은 시간에 와서 잘 보지 못했던 에드바르 뭉크 전을 자세히 보고 싶었다. 동물 그림으로 유명한 여류화가 로사 보뇌를 전시도 챙겨보고 싶었다. 뭉크는 외로움과 슬픔, 죽음을 주로 다뤘는데 그의 작품에는 사랑의 감정이 자주 표현되고 있다.

 

문화의 나라답게 도서관도 정말 멋지다. 현대식 건물인 미테랑 도서관과 우아하고 고풍스러운 리슐리 외 도서관 2곳의 국립도서관이 있다. 생제르맹 지역 문화 카페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카페 드 플로르와 레되 마고가 있다. 유명한 작가들과 철학자들이 이곳에서 문학과 철학, 예술을 논했다.




남프랑스의 강렬한 태양은 와인을 자라게 하고, 그 햇살의 유혹이 이끌려 온 미술가들의 회화들을 낳았다. 따뜻한 지중해성 기후는 휴양지로도 안성맞춤이니 예술가들이 중년이 되면 프로방스로 몰려온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생테밀리옹은 보르도 와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뛰어난 와인 브랜드이며 생산지역이다. 생테밀리옹 마을 외곽은 포도밭이 대부분이고, 그 안에 수많은 왕인 생산자들의 샤토가 있다. 와이너리의 상징으로 사용하는 샤토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영주의 저택으로 지어진 것들이 많다.

 

님은 고대 로마제국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긴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 프랑스의 로마라고 불릴 정도로 로마 시대의 유적이 많다. 특히 님의 얼굴이라고도 불리는 메종 카레와 그 맞은편에 자리한 영국의 국보급 건축가 노먼 포스터 경이 디자인한 카레 다르 현대미술관을 가보고 싶어 님을 추가했다.

 

앙티브 피카소 미술관은 피가소가 작업실로 사용했던 꼭대기 층에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지중해는 풍광을 자랑한다. 알베르 카뮈 탄생 100주년에 맞춰 마르세유가 유럽의 문화수도로 지정된 2013년 개관한 문명 박물관은 독특한 외관과 규모 등으로 마르세유를 상징하는 새로운 랜드마크중 하나로 꼽힌다. 생장 요새와 마르조 대성당 사이에 자리 잡은 이 박물관은 독특한 아름다움을 빚어내고 있다.

 

신체적 결함으로 성장이 멈춰 버린 화가 로트레크는 자신이 자주 다닌 몽마르트르의 술집과 사창가, 뮤직홀, 카바레를 주제로 대담한 화면 구성과 강렬한 색채로 그곳 사람들의 모습을 진솔하게 그려냈다. 로트레크는 뛰어난 요리실력을 가졌던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어릴 때부터 풍요로운 식재료를 가지고 전통요리와 향토 음식을 많이 먹어봤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적인 지역은 63헥타르에 달하는데 모두 다 걸어서 가볼 수 있는 거리에 있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툴루즈-로트레크 박물관이다.



프랑스 여행에서 특별히 계획했던 것은 르코르뷔지에의 건축 답사였다. 르코르뷔지에는 단순히 아름답고 실용적인 건축물을 남긴 건축가가 아니라 기존의 건축 개념을 혁명적으로 전환한 혁신가였다. 건축가이면서 도시계획가, 작가, 사상가, 화가, 가구디자이너, 조각가 등 어느 한 분야에 국한할 수 없는 재능을 지닌 인물이었다. 1920년대 르코르뷔지에 건축의 출발점인 돔이노 구조는 프랑수아 앙네비크가 특허를 받은 철근 콘크리트 구조체계를 재해석한 것이다. 동선을 따라 변화는 건축적 장면, 다양한 빛의 유입, 면과 볼륨의 변화, 투명성과 불투명성의 대비 등이 건축가에 의해 기획되고 공간에 펼쳐지는 것이 건축적 산책이고, 이는 감동으로서 건축으로 이어진다.

 

이 책은 몇 년에 걸친 저자의 예술적 여행을 기록이다. 예술 애호가라면 알아야 할 대표적인 미술관과 유적지들을 추려 정리했으며, 작품들을 찾아다니며 도시와 거리의 인상적인 풍경과 미술관에서 느끼고 마주쳤던 순간들의 기록인 것이다. 책은 재미있게 읽히며 여행을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게도 큰 힐링이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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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사망법안, 가결
가키야 미우 지음, 김난주 옮김 / 문예춘추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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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가키야 미우 작품을 좋아한다. 몇 권 읽어봤는데 이 책은 70세가 되면 모든 사람은 죽어야 한다는 가상을 설정했지만 섬뜩한 생각이 들었다. 내 나이를 생각해보았다. 7년 남았구나. 남은 기간 동안 어떻게 살아야 할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작품이다.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되었다. 70세 사망법안이 가결된 후로는 법안이 시행되는 2년 후면, 70세 이상 어르신은 모두 죽어야 한다. 지난 10년간, 이 나라의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은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진행되었다.

 

소설의 주인공 도요코 가족도 예외는 없다. 도요코는 시어머니 병 수발을 들고 있다. 어머니는 뼈가 부러져 수술을 해서 다 나았지만 법안이 가결되기 전까지 몸을 일으키는 연습을 하다가 법안이 통과된 후로 모든 것을 내던지고 말았다. 어차피 죽을 건데, 헛수고라는 것이다.

 

도요코는 오랜 세월 가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그녀의 노력과 희생은 당연하게 여겨져 왔다. 죽어라고 수발을 들어도 시어머니는 비아냥거린다. 아들 마사키는 대학을 졸업하고 은행에 들어간지 3년 만에 그만 두었다. 쉽게 이직할 줄 알았는데 3년 째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다. 딸 모모카는 독립을 한다면서 집을 얻어 나갔다. 지금은 요양원에서 노인을 케어하는 일을 하고 있다.

 

2년 후면 남편이 정년퇴직을 한다. 어머니 말동무라도 돼주면 좋겠는데 주말이면 골프 치러 나가고 일요일은 피곤하다며 늦잠을 잔다. 지금은 퇴사를 하고 3개월 이상 해외여행을 가겠다고 한다. 그녀는 대체 가족이란 무엇일까. 아무도 나의 수고를 돌아보려 하지 않는다고 한탄하고 있다. 시누들은 집을 물려받고 싶지만 어머니를 모시는 것은 싫어한다.

 

마사키는 학생 때부터 절대 되고 싶지 않은인간상이 있었다. 나이를 먹어서도 부모님 경제력에 기대어 부모의 돌봄을 받는 남자가 되지 말자였는데 그 전형적인 인간이 될 줄은 몰랐다.

 

시어머니는 침대에 누워 천장만 쳐다보고 있는 자신의 처지가 이렇게 고독하고 괴로운 것인줄 미쳐 몰랐다. 후미코라는 친구가 놀러와서 이면 법안이라는 것이 있다고 이야기를 해주었다. 도쿄만 해도 10만 명이 등록을 했다. 이면 법안에 등록을 하면 죽지 않는 것인가보다. 모든 혜택을 받지 않는 대신 무료 봉사가 필요하다고 한다. 자신은 스스로 못 일어나는 신세이니 꼼짝없이 죽겠구나 생각했다.

 

법안이 시행되면 연금문제도 해결되고, 노인 요양시설 역시 지금처럼 많지 않아도 되고 남은 재원을 병으로 고생하는 70세 미만과 어린이 장애인에게 돌린다는 것이다. 의료비는 물론 대학도 무상으로 다닐 수 있다고 본다.

 

도요코는 친구 아이코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아들에게 부담을 준 것은 아니었나 생각했다. 성적이든 진학에서든 기대 이상을 보여주어 놀라게 했는데 정말 바라는 것은 아들이 즐겁게 사는 것이다. 도요코는 그동안 모아놓은 돈을 들고 가출을 하게 된다. 가정에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는 남편, 집 밖에도 못 나가게 하는 시어머니, 집을 나가서 독립하지 않는 아들, 집안일에 관심이 없는 딸, 다들 정신 좀 차리라고 해야 한다.

 

모모카는 엄마가 가출한 것은 자신이 도와주지 못해서 그렇다는 것을 깨닫는다. 아들을 가부장적으로 키워서 그렇고 딸에게만 의지하려고 했다. 멀리 사는 고모에게, 여행중인 아빠에게 전화를 하게 된다. 과연 도요코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을까?

 

70세 사망법안 덕분에 국민들은 마음의 준비와 각오를 하게 되었다. 최저임금도 대폭 올릴 것이고, 파견 노동자와 시급제 노동자의 임금이 대폭 상승될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 사회는 여러 가지 문제를 낳는다. 고령 인구에 대한 의료와 복지로 막대한 비용이 지출된다. 젊은이들이 떠안아야 하는 부채다.

 

새로운 길을 선택한 도요코와 그녀의 부재 속에서 익숙한 틀을 벗고 각자의 삶을 마주하는 가족들 [70세 사망법안, 가결]은 극단적인 설정 속에 삶의 임계점을 지나 새로운 시작을 향해 나아가는 순간들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이 소설은 오늘날의 우리도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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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 너의 별은 특서 청소년문학 42
하은경 지음 / 특별한서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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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마, 너의 별은]은 미래 사회에 내재한 다름에 대한 차별, 편견에 맞서 숨은 진실을 쫓는 청소년 SF소설이다. 서로 다른 얼굴과 목소리가 어우러져 사는 세상을 그려내며, 다름의 세상 속에 꼭 필요한 것은 이해와 수용을 넘어 사랑하는 존재를 지키기 위한 굳센 용기라는 것을 전하고 있다.

 

소설은 타르칸 제국의 비위를 거슬리게 했다는 이유로 지구로 망명하게 된 아르파라인 무용수 알마는 집에 침입한 클론을 살해한 혐의로 감금실에 수감되었다. 외계인 범죄관리국 경찰 시오와 친구 윤설은 알마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발벗고 나선다. 서 국장은 시오에게 사건에서 빠지고 30년 전 행방불명된 우주연방 지구친선 외교대사의 딸 홍아라를 찾으라는 것이다.

 

지구에는 500만 명의 외계인들이 정착해 있다. 요근래 살인사건의 피의자들은 클론이 대부분이었는데 누군가가 클론을 사주해 알마를 죽이려고 한 걸까 의문은 깊어갔다. 피해자 사인은 꽃병으로 내리쳐 후두부 타박상이 아니라 다른거였다. 파욜라 증후군이라는 병인데, 심장이 까맣게 굳어서 죽는 병이라고 한다.

 

어릴 적 다녀온 우주여행에서 어른이 되면 지구에 정착한 외계인을 위해 살기로 마음먹었다는 전하린 센터장을 만나러 갔다. 윤설은 스크린에 비친 홀로그램을 보았다. 발크란 행성인들이 잔인한 장면을 실시간으로 지구에 보낸다. 30년 전, 외교대사는 발크란 행성을 방문하였고 동행한 딸 앞에서 무자비하게 죽임을 당했다. 여자아이는 얼굴이 찢어지는 고통을 당하고 지구로 돌아왔고 성인이 될 때까지 친척집에서 보냈다고 들었다.

 

아르파라 행성에서 소미르는 알마와 단짝이었다. 지구에 온 뒤 소미르는 춤에만 몰두했다. 둘은 타르칸 제국을 증오했다. 그들 때문에 머나먼 행성에서 이방인으로 지내고 있으니 말이다. 시오의 아버지는 경찰이었는데 마약범들을 소탕하다 그들의 총에 맞아 돌아가셨다. 마약상들이 파는 마약은 지구에 없는 물건이었고 미나바르 행성에서 자라는 식물에서 원료를 채취했다.

 

알마는 이번 공연을 꼭 해야 한다. 고향 아르파라 행성에 대한 춤을 출 수 있게 해달라고 한다. 정당방위로 풀려난다고 해도 사람들은 알마를 살인마 취급했다. 외계인을 향한 좋지 않은 평판 때문이었다.

 

지구인들 중에는 너처럼 좋은 사람들이 더 많겠지? 난 그렇게 믿고 싶어 알마가 말했다. 나와 윤설이 같은 친구들이 언제나 너와 같은 외계인들을 응원하고 있을 거야. 일부 시위대들이 눈에 띄어서 그렇지, 드러나지 않은 곳에서 너희를 응원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정말로 있다. 너희들에게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왜냐하면 우리 지구인들도 언제 외계 난민이 될지 모르니까.

 

시오는 발크란 여행자 명단에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아라의 행방을 찾고 있었다. 대전의 외숙모집 주소를 알게 된다. 아라가 자기방 벽에 사진을 잔뜩 걸어 놓았는데, 밤하늘을 찍은 사진도 몇 장 있었고, 캄캄한 밤하늘에 달이 두 개 떠 있었다고 했다. 껴안고 자던 강아지 인형에서 홍아라의 DNA가 나왔다. 시오는 전하린과 홍아라가 같은 인물일까 의심하고 있었다.

 

아르파라인들은 모두 초능력을 지니고 태어난다. 알마는 그동안 초능력을 쓰지 않았지만 알마의 그때의 상황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순하고 따듯한 품성을 지닌 그들에게 초능력은 위험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신의 선물이었다. 알마에게 클론을 보내 습격하도록 한 정체를 알 수 없는 배후, 흔적도 없이 잠적해버린 홍아라, 어딘가 수상한 전하린. ‘그들은 왜 알마를 습격했을까? 알마를 둘러싼 사건의 진실을 무엇인가?

 

저자는 청소년을 만나면 이런 말을 자주 한다. 훌륭한 인격을 갖춘 어른으로 성장하고 남을 도와주라고 말한다. 공부만 잘해서,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절대 행복할 수 없다. 행복은 선한 마음과 행동에서 나온다는 걸 어느 순간 번뜩 깨달았다. 나와 다른 사람들, 성실하게 살고 있으나 빈곤에 허덕이는 사람들에게 선행을 베푸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야말로 천국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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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희망 수업 - 그럼에도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꿈꿔야 하는 이유
최재천 지음 / 샘터사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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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가지 않은 미래, 어떻게 바라보고 준비해야 할까? 미래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따지고 계산하고 희망은 없다며 지레짐작 포기하지 말고, 절실하게 꿈을 찾아 방황하고 부딪쳐 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 최재천 교수는 서울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생태학 석사 학위를, 하버드대학교에서 생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여러 단체 대표를 맡고 있으면서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을 번역하여 극내외 학계의 스타가 되었다.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를 비롯하여 30여 권의 책을 저술하거나 번역했다.

 

모두가 컴퓨터를 사용하고 있는 이 시대에 마냥 인공지능을 거부하는 것이 맞을까? 인공지능이 우리 일자리를 뺐는 걸까? 저자는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이지, 일거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할 일이 없어지면 일을 만드는 게 인간이다. 저자가 통섭이라는 단어와 개념을 우리 사회에 화두로 던진 지 20년이 되었다. 지도 교수였던 에드워드 윌슨 교수가 1998년에 쓴 <Consilience>라는 책을 번역하는 과정에서 통섭이라는 그릇을 찾아냈다.

 

<최재천의 공부>라는 책을 낸 이유는 한국 학생들은 오랜 시간을 학교와 학원에서 귀한 시간을 낭비하고 있으며, 옛날 사람들보다 10, 100배 열심히 하지만 미래가 없다고 한다. 어떤 학생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하는데 세상은 변하고 있는데 20, 30년 전에 했던 교육을 그대로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교육을 뜯어고치지 않는 한, 교육으로 망한다고 생각한다. 죽자고 하는 공부가 아니라 살자고 하는 공부가 되는 날을 꿈꾼다.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 석사를 하던 시절, 담당 교수님이 소개해 준 <이기적 유전자>를 읽으면서 세상사에 대해 어려서부터 궁금해했던 것들이 가지런히 정리가 되더란다. 그 순간에 사회생물학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기생충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전혀 상관없는 사회생물학 분야를 공부하기로 한 것은 솔제니친의 책이 사회생물학으로 이끌어 주었다.

 

독서는 일이어야만 한다. 잘 모르는 분야의 책을 붙들고 씨름하는 게 훨씬 가치 있는 독서라고 하였다. 말랑말랑한 책만 읽지 말고 모르는 분야의 책과 씨름하라. 저자의 경험담으로 장담할 수 있다고 전한다. 독서를 통해 해당 분야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그 분야와 관련된 직업이 내 눈앞에 닥쳤을 때 겁이 덜 난다.

 

독서는 빡세게 하는 것이다. 독서는 취미로 하는 게 절대 아니다. 기획해서 책과 씨름하는 게 독서이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글도 잘 쓰고 많이 쓴다. 많이 읽은 사람의 글이 훨씬 풍성하고 질적으로도 우수하다.

 

논문을 쓰는 수업에 들어갔는데 교수님이 쓰고 싶은 대로 쓰는 게 글이라고 하였다. 가르쳐준 적은 없지만 계속 반복하는데, 세 시간쯤 지나서 다시 읽으면 내 글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달라져 있는 것이다. 글을 정확하게 쓴다. 군더더기 없이 쓸 말만 쓴다. 근데 우아하기까지 하다는 교수님의 추천서도 받았다. 저자는 글을 소리 내어 읽어보고 듣기에 약간 불편하면 가차 없이 집어던지고 다시 쓴다. 소리 내어 읽으면서 아무 불편 없이 글이 흘러갈 때까지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친다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 애 낳으면 얼마 주겠다가 아니라 아이를 낳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금 많은 변화가 교육에서 일어나고 있고, 여성이 가정생활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사회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남자 직원들에게 육아휴직을 쓰게 하여 즐거움을 겪어봐야 한다.

 

인간의 최대의 적은 바로 인간이다. 이 흐름을 깨려면 자연이 공생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을 이해하고 우리 삶에 적용해야 한다. 지구는 걱정 없다. 만신창이가 될지라도 지구는 살아남지만 인간이 없어지는 것이다. 아마 인간이 없어지면 지구는 좋아할 것이다. 앨런 와이즈먼은 <인간 없는 세상>에서 인간이 사라지면 매우 빠른 속도로 문명의 흔적이 붕괴할 것이고, 자연은 아주 빠른 속도로 회복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저자는 해보기 전에는 알 수 없고, 우리 인생은 경쟁과 협력을 잘 조율하느냐에 달려 있다. 내 주변이 함께 성공해야 나도 성공한다는 것을 깨닫고 서로 손을 잡고 가는 방법을 터득하라고 말한다. 이 책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고 지금 내가 선택한 길이 맞는지 불안한 이들에게 최재천 교수가 전하는 희망 수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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