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혼나고 오셔! - 택시운전사의 빙글빙글 일기
우치다 쇼지 지음, 김현화 옮김 / 로북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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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 그림과 소제목 '택시운전사의 빙글빙글 일기'를 통해 이 책이 택시 운전사의 이야기임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 책은 사회의 변화와 거품 경제로 인해 사업이 망한 후 50세부터 65세 은퇴하기 전까지 15년 동안 택시 운전대를 잡았던 저자의 에세이다. 15년 동안 택시운전사로 일하며 4만 명 이상의 사람을 만나며 경험한 다양한 경험들과 에피소드들을 소박하고 솔직하며 담담한 어투로 풀어내고 있는데, 때로는 재밌고, 때로는 울컥하게 만들어 순식간의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만든다.

1980년 일본의 주식과 부동산 시장 전반에 번진 거품 경제는 일반 가정에까지 투그를 불러일으켰고, 1990년대 거품이 붕괴되자 일본 사회의 전반적인 몰락을 가져왔다. 당시 부모님과 함께 일용품, 잡화 도매상을 운영하던 저자는 유통구조의 변화로 인한 경영 악화와 아버지의 주식 투자로 인한 빚으로 가업은 도산되었고, 생계를 위해 새로운 길을 선택해야 했다. 그때까지 사업 운영에만 몰두했던 그에게 특별한 기술이라곤 없었고, 그가 선택할 수 있었던 직업은 택시운전사뿐이었다. 나이든 노부모와 외아들을 위해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절박한 그에게 오로지 면접 태도만을 보았던 택시운전사 채용 조건이 딱이었을 것이다. 그 이후 쉰살부터 65세까지 15년간 택시 업계에 몸답으며 겪은 다양한 에피소드를 이 책에 담아내었다.


이 책은 저자가 택시운전사가 되기 위해 면접을 보았던 이야기부터 시작해 은퇴한 후 평온한 생활을 즐기는 연금생활자가 되기까지를 담아내고 있다. 그는 15년 동안 입퇴사가 빈번한 택시 업계에서 여러 동료들과 4만명 이상의 승객을 만났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책에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택시 운전사로서 많은 팁을 받아서 즐거운 적도 있었고, 무례한 승객으로 인해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 매일 택시운전사로 운전대를 잡는 저자에게 운전하는 일은 돈을 버는 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지만 은퇴 이후 그리운 일로 남았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그 기억 속에는 어둠의 세계에 몸담고 있는 승객, 전형적인 수업의 먹튀 승객, 글썽이는 눈빛으로 외로움을 호소하는 승객 등 정말 각양각색이다. 매번 다른 승객들을 태우면 만나는 새로운 이야기들은 일본이나 우리나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쉰살에 시작했다해도 신입 시절은 겪어야만 했다. 특히나 길을 다 알지 못해서 겪어야만 했던 어려움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시간이 걸리는 일었을 것이다. 솔직하게 길을 잘 모른다는 저자의 이야기에 화를 내는 고객부터, 일부러 돌아가기 위한 속셈으로 보는 승객까지. 그의 실수담은 딱 우리의 신입 시절과 똑같아서 너무 공감이 되지만 가슴 아프다. 하지만 잘 알지 못함에 솔직한 그에게 처음에는 화를 내던 승객이 도착후 오히려 그에게 악수를 청한 에피소드는 왠지 뭉클해졌다. 성의를 가지고 대하는 경우 이해해주는 사람이 아직도 있다는 게 왠지 안심이 되어서였다고 할까.


저자는 15년간 택시운전사로 지내면서 대략 4 만명의 손님을 만났다고 하니 정말 각양각색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그 이야기들을 이 책에 솔직하고 담담하게 담아내었다. 이 책 속에 담긴 택시업계의 사정, 택시운전사와 승객 개객인의 사정들은 우리 주변의 누군가를 생각나게 한다. 그리고 "오늘도 손님한테 혼나고 오셔!"라는 사무직원의 응원으로 시작한다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택시운전사의 하루가 얼마나 고되고 힘든지 알 수 있다. 그런 힘든 하루를 꿋꿋하게 15년을 보낸 그가 이제는 은퇴하고 연금생활자가 되었지만 가끔은 그립다는 말에 얼마나 그가 열심히 살아왔는지 알 수 있어 코끝이 찡해진다. 이 책을 통해 택시라는 작은 공간에서 오늘도 꿋꿋이 운전대를 잡고 있는 이들의 삶에 대해 엿볼 수 있었고 그렇기에 그 안에 담긴 그들의 노고에 왠지 울컥하게 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승객의 눈치를 보고, 터무니 없는 승객의 트집을 참아내고, 때로는 승객의 말 한마디에 위로를 받는 평범한 택시운전사의 기록이자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일기라서, 사람 냄새 가득한 그의 이야기에 더더욱 공감하게 된다. 그리고 서불리 자신을 동정하지 않고 현실에 맞서 매일 매일 새로운 승객을 태우고 매일의 일당을 채우기 위해 열심히 살았던 그의 삶에 존경과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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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지나쳤던 우리동네 독립운동가 이야기
유정호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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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도 독립운동가가 있을까? 우리는 과연 독립운동가를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이 책을 보며 맨 처음 드는 생각들이었다. 이 책에는 현직 역사 선생님이 들려주는 위대한 독립운동가와 파렴치한 친일반민족행위자(친일파)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35년의 한국독립운동사를 '동상'으로 들여다 본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상을 주의 깊게 살피지 않기 때문에 동상의 모델이 누구인지, 또 동상이 세워진 곳에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또 역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있어 '동상'의 존재각 부각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탑골 공원에 있는 손병희 선생의 동상을 통해 이곳이 1919년 3월 1일 나라를 되찾고자 수많은 청년이 운집했었던 장소라는 사실을 안다면 탑골공원을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방문하고 싶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서울역 앞에 당당히 서 있는 강우규 의사의 동상을 통해 이곳이 1919년 9월 2일 조선 총독을 향해 망국의 한을 담은 폭탄을 던졌던 장소라는 사실을 안다면 서울역의 이미지 또한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 이 책이 비록 위대한 독립운동가들의 대한 모든 것을 다루지 않더라고 그들이 가지는 뜻깊은 의미를 담아 반드시 한 번 짚고 넘어야가야 하는 역사와 인물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독립을 위해 숭고한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분들을 기억하고, 그들이 남긴 이야기와 교훈들을 다시금 깨달아 본다.


이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힘으로 독립을 쟁취한 이들을 소개하고 있고, 이에는 조선 총독을 노린 65세 노인 강우규의 폭탄, 일본 경찰 1천 명과 대적한 조선의 총잡이 김상옥 등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2부에서는 독립운동에 모든 걸 건 이들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헤이그에서 독립을 외치다 순국한 이준, 을사늑약에 개탄하며 자결로 사죄한 민영환 등 목숨을 바쳐 조국의 독립을 바랬던 이들의 이야기는 숭고하다. 그리고 3부는 독립운동을 이끈 이들에 관한 이야기로, 손병희, 서재필, 김구, 안창호 등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독립운동가들이다. 4부는 독립운동에 제약 따위는 없다고 외친 이들로 반봉건, 반침략의 혁명을 주도한 전봉준, 한국의 독립을 위해 몸 바친 외국인 베델, 독립운동의 선봉에 선 여성 독립운동가 김마리아 등 다채로운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담아내었다. 그리고 마지막 5부는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친일파에 관한 이야기다. 김성수, 김동인, 안익태, 민영휘의 동상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것이 믿기 힘든 현실에 가슴 아프고 후손으로서 반성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책에 가장 먼저 실린 인물은 바로 서울역 앞에 있는 동상의 주인공 강우규다. 65세의 노인이지만 조선 총독을 제거하고자 폭탄을 던진 강우규. 박경리 작가는 소설 <토지>에 독립운동기지를 만들고자 19911년부터 1915년까지 만주와 연해주를 돌아다녔던 강우규의 이야기를 실었다. 독립을 향한 강우규의 뜻과 행동을 많은 독자가 영원히 기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런 그를 기억하는 이는 얼마나 되며, 서울역 앞에 그의 동상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고백하자면 나 또한 서울역에 강우규 동상이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서울역에 가게 되면 꼭 그의 동상을 찾아보고 동상 앞에서 묵념으로 그에게 감사함은 전하고 싶다. 강우규 동상이 설치하는 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하는데,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그의 동상을 기억하고 있는지는 반성해야 할 듯 싶다. 보다 많은 사람들의 그의 동상 앞에서 그를 기억하고 다시는 일제강점기와 같은 아픈 역사를 겪지 않기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깊이있게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책에서 각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 맨 처음에는 동상의 사진으로 시작하여 마지막에는 동상의 위치와 그의 연보를 담아내어 누구라도 동상에 찾아갈 수 있도록 이끌고 있다.


나라의 국운을 바로잡고자 헤이그로 떠났던 이준은 타국에서 순국하고야 만다. 네덜란드의 에이켄무이넬에 매장된 이준의 유해는 순국 55년만인 1963년 10월 4일 대한민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정부와 국민은 나라를 지키고자 머나먼 타국에서 순국한 이준을 위해 국민장으로 애도를 표했고, 서울 수유리 선열묘역에 이준의 유해를 안장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1964년에는 장충단 공원에 이준 동상을 건립해 많은 이가 이준의 뜻과 노력을 기억하도록 했고, 1972년에는 네덜란드 헤이그 묘소에 이준 열사의 흉상과 기념비가 건립되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 동안 수많은 독립운동가가 타국에서 죽음을 맞이했고, 상당수의 유해가 아직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조차 찾아오지 못하는 현실에서 우리의 가장 큰 과제는 바로 나라를 위해 순국한 독립운동가의 유해를 모셔오는 일이다. 그분들을 기리는 것이 바로 역사를 바로 잡는 첫번째 단추가 될 것이다.

일제강점기 35년은 굉장히 긴 시간이다. 그 시간동안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까지 바친 이들도 있었지만 망국의 현실을 인정하고 일본인으로 사랑가는 걸 당연하게 여기는 친일파도 많았다. 광복 이후 친일파를 처단해야 했으나 미국과 소련의 강대국의 개입으로 인한 분단과 이승만 정부의 친일 청산 의지 부족 등 여러 요인으로 올바른 역사를 세우는 일이 이뤄지지 못햇다. 그래서일까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부와 권력으로 독립운동가를 핍박하는 친일파가 넘쳐났고, 그들 중에는 자신의 과오를 숨기고자 다른 친일파를 비난하는 치졸한 인물들도 있었다. <배따라기>, <감자>, <발가락이 닮았다> 등 친숙한 작품을 발표한 김동인도 그들 중 한 명이다. 그런 그를 기리는 '동인문학상'이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문학상으로 자리매김한 현실에서 그의 친일 행적을 독자와 후손들에게 알려야 하지 않을까.


역사에 대한 관심은 예전보다는 많이 높아지긴 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다보니 아직도 우리가 놓쳐버린 사실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바른 역사를 정립하기 위해서라도 나라를 위해 순국한 분들을 꼭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친일파의 동상이 아직도 존재하는 현실에 대한 대책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주변의 독립운동가 동상부터 찾아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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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연결된 사회
마르쿠스 가브리엘 지음, 오노 가즈모토.다카다 아키 엮음, 이진아 옮김 / 베가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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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지난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전세계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고, 지금도 우리는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의해 많은 점에 제약을 받고 있다. 이토록 전세계가 팬데믹으로 인해 많은 영향을 받게 된 것은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가 사람들이 국제적으로 왕래하는 시대, 즉 '지나치게 연결된 시대'이기 때문이라고 이 책은 말한다. 그렇다면 팬데믹 이후 우리는 어떠한 비전을 가질 수 있을까? 이 책은 현재 지구에서 가장 주목받는 철학자로 꼽히는 독일의 철학자 마르쿠스 가브리엘에게 줌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의 시대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라는 질문을 던졌고 이에 대한 답을 담고 있다.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시대의 비전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마르쿠스 가브리엘은 '연결'에 관련된 세 가지 문제, 즉 '사람과 바이러스의 연결', '국가와 국가의 연결', '개인과 개인 사이의 연결'에 관한 견해를 제시고 아울러 자본주의 미래를 예견했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제1장 '사람과 바이러스의 연결'에서는 록다운 조치가 취해진 독일에서 저자가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이야기 하며 앞에서 언급한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세계를 위한 비전을 제시한다. 그리고 제2장 '국가와 국가의 연결'에서는 국제 문제를 화두로 삼고 있다. 대통령이 새롭게 선출된 미국과 팽창하는 중국 사이의 '기'싸움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세계 각국이 미국과 중국의 싸움으로 인한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 저자는 독일이라는 정체성에서 출발한 자신의 견해를 밝히고 있다. 나아가 EU가 처한 문제를 언급하며 2021년에 예정대로 퇴임했던 앙겔라 메르겔 총리에 관해서도 종합적으로 논평하고 있다. 제3장 '타인과의 연결'에서는 '자기'를 강요하는 SNS의 심각한 문제를 풀어 해석하고, 나아가 동아시아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독일이나 뉴욕과 비교하면서 토론하고 있다. 제 4장 '새로운 경제활동의 연결 -윤리자본주의의 미래'에서는 직접 연관된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며 윤리적인 기업들의 활동을 소개하고, 진화한 자본주의 형태를 구상했다. 이렇게 다양한 '연결'에 대하여 이야기를 풀어 놓은 다음, 제5장 '개인이 살아가는 본연의 자세'에서는 다시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에 포커스를 맞춘다. 그러니까 인간의 사고란 어떤 것인가, 인생의 의미란 무엇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다루면서 여러모로 연결되어 있을지라도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사유에 대하여 논한다. 그리고 이 책은 저널리스트 오노 가즈모토와 편집부가 함께 영어로 마르쿠스 가브리엘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그 인터뷰를 편집한 형태로 엮은 것이다.

저자는 팬데믹을 겪으며 수치나 통계를 익숙해지는 통계적 세계관이 지닌 오류를 밝혀 내고 있다. 그리고 통계보다 양질의 결과를 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통계적 세계관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상황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이다. 가령, (지금도 그러하지만)코로나 19 감염자와 사망자 수에만 몰두한 나머지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해결하기 위해서 집단 면역을 갖출 필요가 있는가?'와 같은 근본적인 물음을 놓쳐서는 안되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외적으로 발표되는 수치가 아니라 그 이면의 상황을 살펴볼 수 있는 통찰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도 매일 발표되고 있는 코로나 19 현황을 채우고 있는 수치들에서 우리는 수치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수치 이면이 가진 의미에 대해서도 숙고해보아야 할 것이다.

저자는 코로나 이후의 사회에 대한 비전으로 환경을 배려하는 세계, 기술적으로 더욱 진보한 세계를 꿈꾸고 있다고 말한다. 그곳에서는 더욱 느긋한 속도로 세계화가 일어나고, 사람들이 졍의와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가 제시하는 사회상은 조금 이상적이지 않나하는 생각을 해본다. 과연 현실적으로 이러한 세상이 이뤄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다보면, 그가 제시하는 비전은 그저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으로 작용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리고 그가 이 책을 통해 '윤리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취한 결과 돈이 모이는 경제 체제'를 만든다고 말한 지점은 흥미롭다. 윤리자본주의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자신이 관여한 프로젝트와 중국의 민주화의 역설을 들여 설명한다. 유기농 식재료의 사용, 사회 계발 세미나를 제공하는 등 윤리적으로 성공한 미헬베르거 호텔 사례를 통해 공동체주의가 신자유주의를 대신하는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개인 간의 커뮤니티 형성, 연대를 이루는 행위는 분명 무너진 기존의 질서를 세울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긴 하나, 아직은 갈 길이 멀지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아쉬운 점은 국가와 국가 간의 연결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특히 일본에 관한 이야기는 내가 보기에 너무 이상적이며, 인터뷰이가 일본인이라서 일본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이렇게 말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특히 일본이 일반 국가가 되어야한다는 의견은 대한민국의 한 국민으로써 동의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그가 제시하는 여러 국가간에 새로운 시선을 가져야 한다는 것은 좋았다. 그리고 그가 제시하는 의견(물론 다 공감할 수는 없었지만)들을 따라 국제 정서를 곰곰히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점은 이 책이 충분히 읽을 만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본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걸까?'라는 답으로 저자는 '인간의 본질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라고 말하는 신실존주의 사상을 통해 인류의 사고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그리고 '인생의 의미라는 무엇인가?'라는 인간으로 하게 되는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살아가는 것의 의미는 살아가는 것'이라는 그야 말로 위트 넘치는 말을 남기기도 하고,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인생을 되돌아 보는 경험을 서술하고 있다. 너무나 지나치게 연결된 인류 공동체 속에서 과연 우리는 개인으로 어떤 자세를 취하고 살아야 하는지 이 책과 함께 성찰해 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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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힘들 땐 고양이를 세어 봐 - 토마쓰리 일러스트 에세이
토마쓰리 지음 / 부크럼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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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와 폭우로 힘든 요즘, 귀엽고 사랑스러운 표지 속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다. 이 책은 작고 귀여운 것들이 올망졸망 모인 수채화로 수만 명의 독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토마쓰리의 첫 일러스트 에세이다.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꼬마 토마쓰와 고양이, 곰돌이, 요정 친구들이 알록달록하게 종이를 가득 채우고 이에 마음을 사르르 녹여 줄 다정한 이야기가 더해 책을 펼치자마자 저절로 웃음을 짓게 만든다. 너무나 지쳐 힘들 때, 혹은 바쁜 시간 속에 잠시 쉬고 싶을 때, 힘들었던 마음을 고양이 발바닥처럼 말랑말랑 만들어 주는 이 책이 부리는 마법에 잠시 빠져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매일 반복되는 팍팍하고 지루하며 단조로운 일상 속에 작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말을 걸어주며 힘을 북돋아 준다면 어떨까. 너무 힘들고 지칠 때, 잠시 쉬고 싶을 때, 지루하고 모든 것이 귀찮기만 할 때, 반복된 일상이 권태로울 때 귀엽고 다정한 것들만 모아놓은 이 책을 펼쳐 보며 잠시라도 쉬어가도 좋을 듯 싶다.


마음이 뾰족해 지거나, 여려지거나, 축축해지거나, 까끌해 질 때 이 책에서 권하는 것처럼 달콤한 것을 먹으면 어떨까. 우선 달콤한 것을 먹으면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지고, 그렇게 조금은 동그랗게 된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를 하는 거다. 아마도 뾰족한 마음, 여린 마음, 축축한 마음, 까끌한 마음들을 동그랗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그림을 그리다 보면 붓은 생각보다 모양이 쉽게 변하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옆으로 휘기도 하고, 양쪽으로 갈라지기도 하고, 지푸라기처럼 제멋대로 변하기도 한다. 이렇게 모양이 변한 붓들은 새붓처럼 끝이 똑바로 모이지 않아 볼품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렇게 모양이 변한 붓도 각자 쓸모가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휘어버린 붓은 맘대로 찍히는 점을 그리기에 좋고, 양쪽으로 갈라진 붓은 우거진 풀을 그리기에 아주 완벽하다. 그리고 지푸라기 같은 붓은 부숭부숭한 털을 그리기에 좋다고. 어떻게 보면 모양이 변해 아주 쓸모없어 보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제각각 쓸모가 있는 것처럼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남들이 보기에는 너무나 하찮고, 쓸모없는 나의 모습이 어쩌면 나만이 가진 장점이 아닐까. 그 어떤 모양이든 쓸모 없는 것은 없다고 전하는 말이 어떤 존재든 쓸모가 있다고 들려 아주 큰 위안이 되어준다.


소나기에 놀라고, 가랑비에 흠뻑 젖고, 굵은 빗방울에 휘청거리다 보면 어느 새 무럭무럭 자라는 풀과 나무처럼 우리도 힘들고 지치는 이 시간들을 버티다보면 어느새 한 뼘 자라있지 않을까. 고난과 역경은 그냥 왔다가 가지 않는다. 그 지루하거 고된 시간들은 우리를 자라게 하고 성장하게 할 것이다.


살다보면 마음이 너무 지치고 힘들어 단순해지고 싶은 날이 있다. 마음 곳곳에 흩어지고 흔들리게 하는 생각들은 잠시 밀어 두고 이 책 속에 가득한 조그맣고 다정한 말들에 잠시 귀를 기울어보면 어떨까. 그렇게 이 책이 건하는 다정함에 물들어, 가만히 앉아서 고양이를 세어보자. 하나 둘 셋 넷. 아마 모든 것이 괜찮아지는 마법에 빠지게 될 것이다. 힘들었던 마음은 어느 새 말랑말랑해져 있음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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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러티
콜린 후버 지음, 민지현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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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지의 '독자들의 뜨거운 입소문을 타고 아마존 차트 역주행'이라는 수식어가 눈에 확 들어온다. 그리고 표지 속 한 여인과 저택, 베러티라는 글자가 눈에 확 들어오면서 과연 어떤 내용의 소설이길래 이토록 인기가 많은 것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이 책은 "어떤 진실이 거짓일까?"라는 질문으로 온라인상에서 열띤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끝까지 읽고도 끝나지 않는 소설이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고 한다. 과연 어떤 내용이길래 이토록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일까?


이 책의 시작은 다소 섬뜩하다. 주인공 로웬이 횡단보도에서 바로 옆에 서있던 남자가 차에 치이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면서 이를 자세히 묘사하면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사고를 당한 남자의 바로 옆에 서있다가 로웬의 셔프와 손은 피투성이가 되고야 말았다. 무관심한 뉴요커들 사이에서 한 남자, 제러미가 로웬을 도와주고 그녀는 온통 피투성인 자신의 셔츠 대신 생전 처음 본 제러미의 셔츠를 얼결에 얻어 입게 된다. 그리고 옛 애인이자 자신의 출판 에이전시인 코리와 함께 미팅에 참석하게 되는데, 그 미팅에서 제러미를 다시 만나게 된다.


오랜 어머니의 병간호로 재정 위기에 처한 무명 작가 로웬은 그 미팅에서 뜻하지 않은 제안을 받게 된다.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 베러티 크로퍼드가 미쳐 끝내지 못한 소설 시리즈의 마지막 3권을 대신 집필해달라는 것이다. 높은 금액의 계약금에 잠시 흔들리긴 했으나 로웬은 평소 대인 기피가 심한 그녀로서는 너무나 부담스러운 제안이었이기에 그 제안을 거절하고자 한다.


하지만 단 둘이 남아 이야기를 하자는 제러미의 제안으로 제러미와 호웬은 둘이서만 이야기를 이어가게 되는데, 제러미의 입에서 나오는 사연은 참 비극적이다. 쌍둥이 딸들을 잃고서 아내까지 교통사고를 당하다니. 세상이 이토록 불운한 남자가 또 어디 있단 말인가. 자신을 만성 애도자라 지칭하는 제러미와 이야기하는 게 왠지 편안하고 좋은 로웬. 제러미는 원래의 제안보다 더 높은 금액의 계약금을 제시하고, 로웬은 제러미에게 이끌려서일까, 망설이다가 결국 제러미의 설득에 공동작가로 그 제안에 수락하게 된다. 그리고 베러티가 그동안 발간한 소설의 초고와 다음 소설을 위한 참고 자료가 있는 베러티의 저택에서 며칠간 머무르기로 한다.

베러티의 서재에서 자료들을 조사하던 로웬은 우연히 그녀의 미완성 자서전을 발견하게 되는데, 그 누구도 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써 내려간 듯한 그 원고에 호기심을 내려놓을 수 없었던 로웬은 무언가에 홀린 듯이 그 원고를 읽어내려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나서 이 책은 베러티의 자서전인 '그래로 이루어지기를'과 원래의 소설이 교차하여 스토리를 전개한다. 로웬이 읽는 베러터의 자서전을 그대로 수록함으로써 독자는 로웬과 함께 베러티의 자서전을 읽고 로웬의 입장에서 자서전에 대해, 그리고 베러티와 그녀의 가족에 대하여 생각을 하게 되고, 로웬의 입장에서 진행되는 소설의 전개에 따라 이야기에 폭 빠지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

자서전에서의 베러티의 모습은 그야말로 섬뜩하다. 작가 노트에서 미리 경고한 바와 같이 내용이 너무 사악하고 때때로 너무 역겨워서 내뱉고 싶어지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한 베러티의 모습이 담긴 자서전이기에 이 내용들이 진실이라고 믿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로웬은 제러미에 대한 호감은 측은지심과 그가 겪었을 고통을 미뤄 짐작함으로써 애정으로 변하게 된다. 이렇게 로웬의 감정이 더욱 극대화 시키는 데 이 자서전이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자서전이기에 독자들 역시 로웬과 함께 진실로 믿게 만든다.


그렇게 베러티의 저택에 머물며 베러티의 자서전을 읽으면 읽을 수록 제러미에 빠지게 되는 로웬. 정말 베러티는 자서전에 쓰여 있는 그대로 자신의 딸들을 죽음에 이르게 하였을까? 베러티의 제러미에 대한 극한 애정은 모성애마저 상실하게 만든 것일까? 과연 자서전의 내용은 정말 진실일까? 베러티의 자서전과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아마 책장을 넘기면 넘길 수록 소설에 사로잡혀 책을 다 읽고도 책 속에서 머무르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결말 부분의 절묘하고 기가 막힌 반전을 가하면서 결말을 두고서 인터넷 상에서 독자들의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이 논쟁들은 끝까지 읽고도 끝나지 않는 소설이라는 별칭을 얻게도 하였다. 로맨스 스릴러라는 양식을 빌어 전개되는 스토리는 그야말로 이 책에 매료되어 독자들은 꼼짝 못하게 만든다. 정말 어떤 것이 진실인지 되묻고 또 되묻게 만드는 이 소설. 정말 말 그대로 유혹적인 미스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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