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사자 와니니 7 - 인간의 길에서 창비아동문고 336
이현 지음, 오윤화 그림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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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나완 푸른 사자 와니니 7권이다. 이 책에서는 마이샤의 유언을 들어주기 위해 무리의 터전인 검은 땅을 떠나 인간의 땅으로 향하는 와니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의 이야기는 5권에서 와니니와 갈등르 겪고서 무리를 떠난 암사자 마이샤가 와니니를 다시 찾아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꿈결에 들리는 목소리라 하기에는 너무나 선명하게 들리는 포효 소리. 와니니가 그동안 애타게 기다리던 바로 그 목소리였다. 진짜 마이샤를 보고서 와니니는 얼싸 안고서 서로를 반기지만 마이샤가 이상했다. 거북한 냄새가 훅 끼쳐 자신도 모르게 움찍하며 뒤로 물려선 와니니. 그 냄새는 와니니도 아는 냄새였다. 이미 여러 차례 맡아본 냄새였지만 도무지 익숙해 질 수 없는 냄새. 바로 죽음의 냄새였다. 그리고 마이샤는 와니니의 말처럼 인간의 땅으로 가서는 안되는 거였다는 알쏭달송한 말과 함께 와니니에게 마지막 부탁을 하고서 초원으로 돌아갔다. 과연 인간의 땅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며, 마이샤가 와니니에게 남긴 부탁은 무엇일까?


마이샤를 초원으로 보낸 후 와니니는 무리로 돌아와 식구들에게 마이샤의 이야기를 전하고 마이샤의 아이들을 구하러 떠날 꺼라고 말한다. 그러자 말라이카가 함께 가겠다고 하였지만 와니니는 말라이카에게 자신이 돌아올 때까지 검은 땅을 지켜달라고 부탁을 한다. 그렇게 길을 나서려는 와니니를 두 딸, 에우페와 타야리도 힘든 여정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동행하겠다고 나선다.그렇게 검은 땅을 나서는 와니니와 두 딸. 이들 앞에는 어떠한 여정의 이야기들이 펼쳐질까? 이들은 과연 무사히 마이샤의 아이들을 만날 수 있을까?


마이샤의 아이들을 찾기 위해 인간의 땅을 향해 나선 와니니와 두 딸은 길에서 여러 동물들을 만나고, 비로 인해 이제는 희미해진 길 위에서 위험천만한 위기를 맞닥뜨리게 되는데, 그럼에도 와니니와 두 딸은 다시 움직이고 길을 찾아 나선다. 왜냐, 길을 나서지 않고는 길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국 와니니의 마이샤에 대한 깊은 사랑과 스스로에 대한 믿음, 두 딸의 용기와 지혜는 결국 마이샤의 세 아이를 찾아내게 한다. 그리고 와니니는 자신의 두 딸과 마이샤의 세 아이를 데리고 다시 검은 땅으로 향하는데, 돌아오는 길 역시 만만치 않다. 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푸른 사자 와니니>시리즈는 물론 아프리카 초원을 배경으로 하는 사자와 다양한 동물들의 이야기가 탄탄하면서도 좋아서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것이긴 하지만 이 책들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문장이 아닐까 싶다. 7권에서도 이현 작가의 탁월한 문장들은 자꾸만 책 속에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와니니가 무심코 말한 "엄마들도 처음부터 엄마였던 건 아니라고."라는 문장은 와니니처럼 나 역시 그 말을 곱씹으며 생각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엄마가 되고 나서야 엄마의 마음이 자랐고, 이 세상에 나보다 더 귀한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러자 더 자랄 수 있었던 엄마. 엄마들도 아이처럼 자라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자 왠지 힘이 불끈 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 책은 와니니와 인간의 시점을 교차로하여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 부분 역시 인간과 동물의 서로 다른 세계관을 보여주며 이야기 자체의 흥미를 이끌 뿐만 아니라, 인간의 잘못된 세계관이 동물들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를 되돌아보게 만든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인간과 동물은 과연 어떻게 공존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생각하게 되는데, 이것 역시 이 책이 가진 매력이라고 본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푸른 사자 와니니 이야기. 앞으로 또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그게 무엇이든 나는 벌써 설레이며 기다리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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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할 일
김동수 지음 / 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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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그림만 봐도 왠지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라 칭해도 전혀 손색없는 김동수 작가의 신작이기도 하다. 이 책은 물귀신 세계에 초대받은 아이의 흥미진진한 하루를 유쾌하게 담아내고 있다. 묵묵히 자정작용을 하는 자연을 물귀신으로 표현하여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경고를 아주 유쾌하게 풀어내어 읽는 재미를 더하는 동시에 읽고 난 후 환경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되돌아 보게 만든다.


이 책의 이야기는 한 아이가 강물에서 버려진 쓰레기를 건져 올리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강물에 버려진 과자 껍질과 캔 쓰레기를 건져 올리던 아이의 막대에 올라오는 검은 물체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물귀신. 살짝 무섭지만 귀여운 물귀신이었다. 물귀신은 강물에 버려진 쓰레기를 건져 올리는 아이를 새로운 일꾼으로 점찍고 아이를 데리고 물 속 세계로 들어간다.


처음 맞이하는 물 속 세계이고 어찌 보면 살짝 무서운 물귀신이지만 아이는 놀랍도록 침착하다. 물귀신들 역시 아이를 반갑게 맞이한다. 물귀신들은 자신들이 물을 깨끗이 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오염이 갈수록 심해져서 일손이 부족하다며 아이에게 도와달라고 한다.


그리고 아이에게 오늘의 할 일을 하나씩 알려주고 아이는 하나씩 하나씩 오늘의 할 일을 성실히 수행하기 시작한다. 먼저 아기 물귀신들에게 밥을 먹이고 낮잠을 재우고, 일귀신들의 휴식과 훈련을 돕는다. 그리고 아기 물귀신들과 산책하고 함께 놀면서 시간을 보낸다. 이 뿐만 아니라 어린이 물귀신들과 함께 교육도 받고 함께 놀기도 한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유쾌한 그림으로 풀어낸 물귀신들과 아이의 모습들이다. 어쩜 이렇게 독특하면서도 재미나게 풀어내었는지 누구라도 보는 내내 책에 폭 빠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약간 무서우면서도 묘하게 사랑스런, 너무나 매력적인 물귀신들은 이 책에 더욱더 빠져들게 만드는 매력 포인트이다.


이 책은 묵묵히 자정작용을 하고 있는 자연을 물귀신 세계로 상상해낸 작가의 상상력이 무척이나 돋보이는 작품이다. 죽음을 상징하는 '귀신'이 자연을 살려내는 역할을 한다는 설정은 역설적인 표현은 이 책을 더욱더 인상 깊게 뇌리에 남게 한다. 그리고 물귀신들은 기다란 머리카락을 이용하여 오염된 물을 들이마시고 몸 속에서 정화한 후 머리카락 끝으로 다시 깨끗한 물을 쏟아내는 일을 하는 모습도 꽤 인상적이다. 이를 위해 머리카락의 힘을 더욱더 기르려고 물구나무 서기도 하고 머리카락으로 아령을 드는 등 작가의 상상력이 돋보이는 장면 장면들은 너무나 재미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자신이 들어올린 쓰레기를 집어 들고 집으로 가는 아이의 모습은 단순히 재미로 이야기를 끝내지 않고 앞으로 환경을 위해 우리는 무얼 해야 할 지를 깊이 생각하게 만든다. 너무나 기발하면서 재미난 이야기를 통해 환경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게 만들고 깨닫게 만드는 이 책, 완전 강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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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 식료품점
제임스 맥브라이드 지음, 박지민 옮김 / 미래지향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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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도서상 수상작가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작품이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영화화 하기로 했다고 해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아프리카계 흑인 아버지와 유대인 백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제임스 맥브라이드가 자신의 뿌리와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로, 실존하는 펜실베니아 포츠타운에 '치킨힐'이라는 가상의 마을을 배경으로 하여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다. 1920년대와 1930년대 대공항 전후 포츠타운의 작은 마을 치킨힐의 흑인, 유대인 및 이민자들의 삶과 이야기는 그 당시의 미국의 모습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게 한다. 이주와 차별, 폭력과 충돌을 겪으면서 서로가 서로의 힘이 되어 연대함으로써 지킬 수 있었던 사랑과 공동체, 그리고 정의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 책의 이야기는 1972년 펜실베이니아 포츠타운에 자리한 치킨힐의 헤이즈 거리 근처의 오래된 우물 바닥에 묻힌 유골이 발견되는 것으로 시작된다. 유골 근처에 벨트 버클 하나와 펜던트, 빨간색 의상의 실뭉치와 함께 발견되었다고 하는 데 이 유골의 주인은 과연 누구일까? 하지만 여기서 하나 명심할 것은 이 책이 추리소설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소설의 이야기는 아주 포인트들이 서로 연결되어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져 있다는 점인데, 이 모든 것들은 이야기가 끝날 무렵에 완전히 합쳐져 장대한 서사에 적합한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리고 이야기는 47년 전, 1920년대와 1930년대 대공항 전후 포츠타운의 작은 마을인 치킨힐로 거슬러 올라간다. 포츠타운의 유대인 극장 운영자인 모셰는 뜻하지 않게 자신이 기획한 콘서트와 공연들에 연이어 성공을 하게 되고 큰 돈을 벌게 된다. 그리고 모셰는 비록 다리를 절뚝거리긴 했지만 미인이자 치킨힐의 유일한 유대인 잡화점인 '하늘과 땅 식료품점'의 주인의 딸인 초나에게 빠져 결혼을 한다.


계속되는 성공에 모셰는 더 큰 돈을 벌게 되고 아내 초나에게 더이상 잡화점 업무에 매달려 있지 말고 시내의 더 좋은 곳으로 이사를 가자고 하지만 초나는 끄덕도 하지 않는다. 초나에게 '하늘과 땅 식료품점은 그녀의 신념을 실현할 수 있는 곳이었고, 치킨힐의 유대인과 흑인, 이민자들의 사랑방과도 같은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이야기는 모셰의 극장에서 일하는 흑인 남성 네이트 팀블린이 초나와 모셰에게 12살에 고아가 된 청각 장애를 가진 흑인 아이 도도를 숨겨 달라고 부탁하면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진행한다. 주 당국은 도도의 지적 능력은 완전히 무시한 채 그를 특수학교로 보내기로 결정했는데, 치킨 힐의 주민들은 그 학교가 학교가 아니라 인권이 무시되고 감금과 학대가 자행되는 최악의 수감 시설인 펜허스트 주립 정신병원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초나를 고등학교 때부터 짝사랑 했던 마을의 유일한 의사이자 포츠타운에서 '닥'으로 알려진 얼 로버츠가 초나의 하늘과 땅 식료품점을 찾아온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던 초나는 갑작스레 발작을 하며 쓰러지고 쓰러진 초나를 로버츠는 추행을 하고, 그것을 본 도도는 로버츠를 공격한다. 이를 계기로 초나는 완전히 정신을 잃고 로버츠에 대응하던 소년 도도는 결국 펜허스트로 끌려가고야 만다.


치킨힐의 주민들은 정부로부터 흑인 소년 도도를 구하기 위해 각자의 방식으로 노력을 하는데, 아주 많은 사람들이 연결되고 연결되어 하나의 목표를 향하여 다같이 뜻을 모으고 행동하는 과정의 이야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이야기 자체에 몰입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아주 작은 힘을 가진 사람이라 할지라도 서로가 서로의 곁을 지킨 연대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 지를 깨닫게 만든다.


이 책의 가장 큰 중심 인물은 바로 초나와 모셰, 그리고 도도이다. 특히 미스 초나는 치킨힐의 흑인 주민들과 우정을 나누며 우리 모두는 어떤 일이 있어도 함께 할 것이라는 연대와 모두가 같은 인류로 평등하다는 것을 몸소 실천한 인물로 치킨힐의 중심인물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흑인 소년 도도를 구하기 위해 치킨힐의 마을 주민 모두가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초나에게 나온 관대함과 정의로움이라 할 수 있겠다. 유대인의 대의를 알리고자 지역 KKK단을 비난하며 마을의 백인 권력자들과 주기적으로 대치하던 초나. 초나는 도도를 지키는 것이 단순히 정의로움과 도덕성을 실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중심은 바로 '사랑'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널리 퍼트린 인물이기도 하다. 과연 치킨힐의 주민들의 노력은 결국 성공하여 도도를 자유의 몸으로 만들었을까? 도도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이 책에는 초나와 모셰, 도도 뿐만 아니라 정말 많은 인물들이 제각각 자신만의 이야기를 가지고 등장한다. 그리고 이들의 이야기들은 아주 작은 포인트들이 연결되어 결국에는 장대한 서사를 이룰 뿐만 아니라 모두가 함께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들에 감동하게 만든다. 그리고 주요 인물 뿐만 아니라 등장인물 모두에게 부여된 이야기와 사연들은 마치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는 소중하고 존재로서의 의미가 있음을 보여주는 듯 하여 더 깊은 울림을 남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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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원소로 읽는 결정적 세계사 - 세상 가장 작은 단위로 단숨에 읽는 6000년의 시간
쑨야페이 지음, 이신혜 옮김, 김봉중 감수 / 더퀘스트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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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서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여느 역사책과는 조금 다른 시선을 가지고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그리고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인류의 역사의 결정적인 변화를 맞이한 순간 중심이 된 금, 구리, 규소, 탄소, 타이타늄의 시선으로 세계사를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이 책은 원소의 관점에서 역사적 순간과 사물을 새롭게 풀이하고 해석하고 있으며 역사과 과학 교양을 한번에 취할 수 있는 아주 독특하면서도 유용한 책이라 하겠다.

이 책은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단위의 집합인 원소에 새겨진 인류 역사의 결정적인 24가지 순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보통 사람들이 여기는 '원소'라는 단어가 주는 화학의 개념에 대한 딱딱하거나 어렵고 지루함은 이 책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한 편의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원소로 풀어낸 24가지 순간들에 관한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원소를 어떻게 댜루느냐에 따라 인류의 역사의 흐름이 좌우되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 중 가장 인상깊은 이야기는 바로 '규소'에 관한 이야기다. 규소에 관한 이야기는 중국의 인산 바위그림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인류의 예술은 바위그림에서 출발했다는 말이 일리가 있을 만큼 전 세계 각지에 있는 수십만여 점이나 되는 바위그림이 존재하고 있다. 최초의 바위그림이 지금으로부터 4만여년 전인 석기시대에 시작했을 정도로 이 바위그림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데, 인류의 발길이 닿았던 곳이라면 어디에서라도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바위그림이 오랜 역사를 자랑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바위는 규소라는 원소와 밀접하기 때문이다. 규소는 지구 지각 내 원소 존재비가 27퍼센트에 달해 산소 다음으로 흔한 원소다. 규소와 산소의 총중량은 지각 전체의 4분의 3을 차지할 정도이며 생명체를 제외한 바위, 모래사장, 인공건축물, 도로 등 우리 눈이 닿는 육지 지표면의 모든 것은 전부 이산화규소의 파생품인 규산염으로 이루워져 있다.


인류가 도구를 사용하는 문명세계로 진입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바로 규소의 특성 때문인 것이다. 규소로 이루어진 바위는 경도, 강도와 녹는점이 매우 높고 알칼리성 물에 닿지 않는 이상 침식되거나 녹지도 않는다. 이 덕분에 인류는 석기 시대를 거쳐 벽돌로 만리장성을 쌓기도 하고 천 년이 지나도 변함없이 아름답고 견고한 자기를 남겼으며 생물학과 시계 산업에도 발전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이다. 규소와 산소라는 원소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구에 인류가 태어났기에 이 모든 것들이 가능했다는 것, 이 얼마나 흥미로운 사실인가.

그리고 또 하나 흥미로운 이야기는 바로 사카린의 발견으로 시작되는 단맛의 역사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 단맛을 좋아하는 것은 인류의 본능이다. 자연계에도 단맛을 내는 먹거리는 많지만 과일과 극히 일부 채소로 제한되어 있다. 대체로 잘 익은 과일에 많이 들어 있는 당분은 활동에 꼭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하므로 오래전 음식을 충분하게 먹지 못하던 시절에 생명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했다. 그렇기 때문에 인류의 조상을 비롯한 많은 영장류 동물의 유전자에는 단맛을 선호하는 인자가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식물이 광합성으로 합성한 포도당은 섬유소와 녹말로 변하는데 섬유소는 인간의 위에게 식품의 부피를 늘리는 물질에 불과하다. 그래서 인간은 부족한 에네지를 채우는 데 있어 녹말을 더 선호한다. 녹말은 물에 쉽게 풀리는 특성 때문에 섬유소처럼 물질의 뼈대를 담당할 수는 없지만 다른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동물과 달리 이동하며 먹이를 찾을 수 없는 식물은 스스로 에너지를 저장하여 보릿고개를 넘는데, 광합성 작용이 왕성하게 일어나는 시기에 식물이 미리 저장해 놓은 비상식량이 바로 녹말인 거시다. 하지만 이 비상식량을 인간이 다 먹어버린다면 식물의 개체수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약 1만 년 전에 원시 농경 문명이 형성될 때부터 인간은 녹말을 많이 함유한 쌀, 밀, 옥수수 등의 식물을 경작하여 인류 최초의 식량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낸 것이다. 하지만 인류는 과일이 주는 단맛에 헤어나지 못했는데, 이는 단맛을 느낄 때 즐거움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간이 일상생활에 필요한 열량을 충분히 얻게 된 후에도 단맛에 끌린 것을 보면 단맛을 좋아하는 것은 진화로 새겨진 본능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렇게 본능적으로 단맛을 찾다 보니 싸면서 더욱 더 단 맛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내기 시작했고, 그 중 하나가 바로 사카린인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시작된 탄소 생명체 인간의 고탄소 생활사를 요약하면 재앙의 씨앗이라 하겠다. 1952년 12월 5일, 엄청난 규모의 검은 안개가 런던에 내려 앉았다. 나흘 동안 런던을 짓누른 안개는 거대한 몸집의 소마져도 쓰려뜨리는 독성 가스였다. 이 짙은 안개는 최소 6 천명의 목숨을 앗아갔고, 한 달간 만 명에 가까운 사람이 호흡기 질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검은 안개는 석탄을 태우면서 시작된 산업공해가 만든 탄소 안개, 스모그였다. 지구상의 각종 원소는 유한하며 공기의 용량도 유한한다. 그렇기에 인간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지구를 개발하고 인간 마음대로 폐기물을 공기 중에 배출해서는 안된다. 이제 우리 인간은 더이상은 지체할 수 없다. 모든 인간들이 노력하고 또 노력하여 저탄소 생활을 해야만 한다.

이 책에 담긴 원소로 풀어낸 24가지 이야기를 따라 읽다보면 화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하여 인간의 역사를 다시금 바라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장에 담긴 원소의 노래로 표현된 주기율표에 대한 이야기는 주기율표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악보를 완성하는 과정에 비유하여 설명하고 있어 더욱 흥미를 더하고 있있을 뿐만 아니라 주기율표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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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다는 것에 관하여
베레나 카스트 지음, 김현정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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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는 나이를 먹는 게 참 즐겁고 좋은 일이었다. 나이를 먹고 자랄수록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더 좋은 어른이 될 꺼라는 막연한 기대를 가졌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사람들은 나이 먹는 것을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나이 먹는 것 = 늙음'이라고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나이를 먹는 게 늙는 것만 있을까. 조금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나이 먹는 것은 진짜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진짜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커지게 되면서 좀 더 현명하게 나이를 먹고 싶다는 생각이 하게 되었고, 그러한 생각들이 이 책을 읽게 만들었다. 이 책은 황혼에 점어든 심리학자가 전하는 현명하게 나이 드는 법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보통 사람들은 노화를 하나의 질병처럼 여기지만 이 책은 노화나 노년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책의 서두에서부터 노화는 삶의 하나의 과정으로 여겨야 하며 노년기에도 놀라울 정도로 젊은 시절만큼 행복감을 느끼며 때로는 더 큰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저자만의 생각이 아니라 여러 연구를 통해 인간은 나이 들수록 행복감을 더 느낀다는 것은 통계적으로 증명된 사실이다. 인생의 주기를 살펴보면 보통 20세에 행복감을 크게 느끼고, 그 이후부터 삶의 만족감이 꾸준히 감소하다가 45세 이후부터 만족감이 다시 증가하며, 인생 후반기에는 20세의 행복감만큼 커진다. 이 시기를 '제 3의 인생기'라고 하며 인생에서 정서적으로 가장 만족스러운 시기로 간주된다. 이를 저명한 노화 연구자이자 심리학자인 우르줄라 슈타우딩거는 이 노년의 행복감을 '행복의 역설'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이처럼 다양한 학자들이 노화 과정에서도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고, 조화와 풍요로움, 정서적 삶의 활력을 경험할 수 있으며 이것이 아무리 노화로 인해 여러가지 타격을 감수할 수 밖에 없다고 해도 큰 행복감을 이어가게 한다니 놀랍다. 그러니 노화를 미화하지도 악미화하지도 않고 우리가 살면서 겪어야 할 과제와 같이 담담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 같다.


이 책에서 말하는 나이듦은 모든 나이를 전반으로 확대하여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책의 서문에 65세에서 85세 사이인 제3의 인생기에 속하는 사람에게 더욱 맞는 이야기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제3의 인생기에 접어든 사람들의 마음과 정서에 맞춰 '자신이 원하는 대로 나이 드는 방법'에 대하여 구체적이면서도 아주 세부적으로 잘 나열하고 있는데, 이는 비단 그 나이대에 속하지 않아도 삶의 태도로 아주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들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방법들을 하나씩 삶의 태도로 삼고 실천하는 것은 현명하게 나이를 들어가는 방법을 터득하는 방법인 동시에 진짜 어른이 되는 지름길이 될 듯 하다.


그러한 방법들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그날 그날 일어나는 일에 유연함과 열린 마음을 가져 보라'는 말이다. 매일 다른 일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미래를 통제하려는 마음을 버리고서 새로이 경험하는 결함이나 불편함에 대해 '흥미롭다'는 관점으로 바라보는 태도는 노년기에 마주하게 되는 실수와 불안감, 그리고 두려움에 대하여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할 듯 싶다.


그리고 이 뿐만 아니라 노화와 노년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는 막연한 두려움과 불안감에 대하여 어떻게 대하여야 좋을지를 이 책은 아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두려움을 바라보며 나아가는 방법, 수치심에 대한 두려움에 대처하는 방법과 사례를 아주 자세히 들어 설명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가지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덜어준다. 그리고 인간에게 가장 큰 두려움으로 다가오는 사랑하는 가족과 자신의 죽음과 관련하여 애도와 분리 과정을 통해 자아를 재정비하는 방법과 자신의 죽음에 다가서는 방법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이별하는 자세로 사는 삶에 대해 말하며 죽음도 삶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이는 삶의 자세를 깨닫게 한다.


우리는 보통 나이 든다는 것은 서글프고 고독하며 스스로 무언가를 할 수 있게 되는 게 줄어드는 것일 뿐만 아니라 죽음을 향해 가까이 가는 것이라는 아주 부정적인 이미지로만 말한다. 하지만 이 책은 서두에서부터 이미 '행복의 역설'을 이야기하며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 행복할 수 있다고 우리를 일깨운다. 그리고 이어지는 현명하게 나이 드는 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함으로써 나이 드는 일이 누구에게나 있는 일이지만 그리 부정적인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만든다. 나이 드는 것 역시 삶의 한 과정일 뿐이며 그렇기에 자신을 소중히 여기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들에 대해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함을 깨닫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노년기에는 물론 많은 것을 잃게 되지만 새로 얻는 것도 있으며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며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 역시 깨닫게 만든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아마 많은 사람들이 더이상 나이 드는 것에 관하여 부정적인 생각을 고수하진 않을 듯 싶다.


내려 놓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삶의 질은 높아질 수 있다. 그리고 매일 평온하게 삶을 내려 놓는 연습을 하며 이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고 자유롭고 용기있게 삶에 임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죽음을 자기 삶 속으로 받아들일수록 우리는 보다 활기차게 살 수 있음을 명심하자. 우리가 죽음을 나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며,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등이 나를 벌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사실로 받아들인다면 단순히 고독의 시간들이 외로움으로만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애도의 마음을 가지고 죽음 역시 인간의 삶의 한 일부임을 받아들이다 보면 이별하는 자세로 살아가는 삶은 창조적인 삶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말하는 '죽음의 기술은 삶의 기술이'라는 말은 그리 무겁지만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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