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에 곰이라니 2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22
추정경 지음 / 다산책방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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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화'라는 흥미롭고도 인상적인 설정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열다섯에 곰이라니>의 후속편이다.


전편만한 후편은 없다 하지만 이 책은 그 말을 부정이라도 하듯이 더 탄탄한 이야기로 우리에게 지금 우리 아이들은 과연 이대로 괜찮은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특히 띠지 속 문장 '난 동물로 변한 지금이 좋아! 비로소 숨 쉬는 것 같거든.'에서 알 수 있듯이 사춘기라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우리 아이들의 짐이 얼마나 무거운 지를 깨닫게 된다.


모든 것이 너무 급격하게 변하는 사춘기. 이 시간은 아이들에게도 부모들에게도 쉽지 않은 시간이다. 그렇기에 사춘기 아이들의 순식간에 변하는 감정과 마음들은 어떻게 표현하기도 힘들고, 알아채고 이해하기도 힘들다. 이러한 힘듦을 이 책은 '동물화'라는 설정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1권에서의 동물화가 곰과 사자, 하이에나 등과 같은 땅 위 동물이었다면 2권의 동물화는 이보다 더 다양해졌다. 돌고래와 벌꿀오소리에 잣까마귀 등등. 산과 바다, 하늘을 넘나드는 다양한 동물화와 함께 되는 다양한 아이들의 이야기는 1권보다 더 깊이 있는 울림과 감동을 함께 선사한다.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는 제주 바다에서 돌고래로 변한 청해의 이야기다. 제주 바다에서 돌고래로 동물화가 된 청해는 가족과 함께 아쿠아리움이나 수족관 혹은 돌고래 사육시설로 가기보다 넓은 바다로 혼자 나아가기로 한다. 돌고래로 변하고 나니 세상은 달라보였다. 어제까지 흐리게만 보이던 바다가 투명하고 맑게 보였으며 바다의 물길은 경부고속도를 능가하는 수십 개의 길로 이루어져있음을 알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돌고래의 몸으로 바닷속을 헤엄치다 보니 썰물과 밀물이 큰 길이 되고, 해류는 한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의 큰 길이 되고, 이 물살의 힘은 너무나 강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다 돌을 쌓아 만든 제주의 천연 어장 원담에서 돌돔과 감성돔으로 변한 남매를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동물화가 되면 시간이 갈수록 동물 본성이 강해지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 청해는 돌돔과 감성돔의 남매를 자신이 잡아 먹을까봐 깊은 바다로 향한다. 그 때 청해의 곁을 머물며 돌고래로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돌고래가 나타나는데, 바로 돌고래 씨돌이었다. 씨돌이 덕에 바다에 머물는 것에 조금씩 적응해 가는 청해. 과연 청해는 이후 어떻게 될까? 바다에 잘 적응한 돌고래가 되었을까? 아니면 다시 사람으로 돌아올 시간을 대비하여 돌고래들과는 거리를 두고 지낼까?


그리고 이어지는 벌꿀오소리로 변했다 다시 사람으로 돌아온 영웅이 이야기. 영웅은 몸이 사람으로 변해 끝난 줄만 알았던 동물화는 끝이 난 것이 아니었고 영웅의 마음은 아직 사춘기의 한복판에 있었다. 결국 영웅이는 저녁 밥상에서 가족들에게 그동안 꾹꾹 눌려왔던 자신의 속마음을 쏟아 붓고, 엄마에게 크나큰 상처가 될 말까지 퍼부고서 다시 벌꿀오소리로 변하고야 만다. 동물화는 한번인 줄 알았는데 사춘기가 한번에 끝나지 않듯이 동물화 역시 여러 번으로 진행되었다는 게 2권이 1권보다 현실을 더 반영한 부분이기도 하다. 벌꿀오소리로 변한 영웅은 결국 집을 나가고야 말고 며칠 후 엄마 역시 보이지 않는다. 알고 보니 영웅의 엄마는 아들을 찾아 나섰다 엄마의 몸 역시 동물로 변했던 것이었다. 가슴 시린 아들의 울부짐을 짓고서 자신 역시 동물로 변한 엄마의 이야기는 가슴 아프게 다가올 뿐만 아니라 영웅의 엄마가 아들과 소통하기 위해 얼마나 애쓰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해서 감동적이기도 하다. 함께 동물로 변한 영웅과 영웅의 엄마의 이야기는 아이들이 사춘기라는 어두운 터널을 통해 성장하는 것처럼 아이들 곁을 지키는 부모 역시 성장하게 되는 것을 잘 반영시켜 더욱 공감이 되게 할 뿐만 아니라 이야기에 더욱 빠져들게 만든다.


사춘기가 되면 대화는 불가능이니 남의 아들이라 생각하고 밥만 잘 챙겨주라는 조언들을 들은 적이 있을 것이다. 이렇듯 대화라곤 통하지 않는 마치 짐승과도 같은 사춘기 시절의 아이들의 이야기를 이 책은 너무 잘 녹아들여 현실감 있게 재현할 뿐만 아니라 동물화된 아이들의 감정들이 너무나 복잡미묘하며 아이들 역시 얼마나 힘든지를 잘 담아내어 많은 공감을 자아내게 만든다. 특히 띠지 속 동물화로 되었을 때 비로소 숨쉬는 것과 같다는 레서팬더로 변한 정훈과 부리만 잣까마귀로 변해 동물화가 되기 위해 애쓴 섬의 이야기를 통해 모든 아이들의 사춘기가 동일하지 않다는 것 역시 깨닫게 만든다. 누군가가 전하는 어설픈 조언보다는 내 아이의 상태와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부모로서 손을 내밀고 곁을 지키는 것이 바로 사춘기를 아주 현명하게 보내는 방법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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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랑 나랑
린다 수 박 지음, 크리스 라쉬카 그림, 김겨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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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만 봐도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띠지의 '책과 독서에 관한 가장 사랑스러운 찬가!'라는 표현이 딱 맞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제목처럼 책과 아이들이 가진 이야기를 하나씩 들려주고 있다. 제일 처음에 나오는 아이는 우산을 쓰고 장화를 신고 비옷을 입고 걸어가면서도 한 쪽 팔에 책을 끼고 있다. 그리고 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어디에 가든지 늘 가지고 간다고 말한다. 그리고 다음에 나오는 아이는 자신의 책의 겉에는 어제 먹은 잼이 묻어 있다고 말한다. 그 뿐만 아니라 자신의 책 안에는 어릴 때부터 쓰던 크레파스 자국도 남아있다고 한다. 이렇게 한 장 한 장 넘길 수록 책과 관련된 아이들의 다정하고도 즐거운 추억들에 관한 이야기는 읽는 이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만든다. 그리고 책을 이토록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함께 든다.


이 책 속 아이들은 언제 어디에서든 책을 읽는다. 소파 위에서도, 바닥에서도, 식탁에서도 책을 읽고 이 뿐만 아니라 화장실에서도 책을 읽는다. 그리고 현관에서도, 공원에서도, 벤치에서도, 나무 아래에서도, 버스에서도, 지하철에서도 책을 읽는다. 하지만 현실에서 요즘의 아이들은 손에는 책이 아닌 휴대폰이 들려있다. 참 안타까운 현실이다.


책을 너무나 좋아하는 이 책 속 아이들은 마지막에 우리에게 좋아하는 책이 있는지 묻는다. 그리고 이 책의 아이들처럼 책을 사랑하냐고도 묻고 있다. 과연 우리는 책을 좋아하는가? 그리고 좋아하는 책을 너무나 사랑하는가? 라는 질문에 나는 나의 인생 책은 무엇일까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어릴 적 나는 책을 너무나 좋아하는 아이였다. 책은 늘 함께였고, 책은 나에게 때론 다정한 친구였고, 모르는 것을 알려주는 선생님이었으며, 동생과 함께 노는 놀이감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늘 내 곁을 머물던 책은 어른이 된 지금도 나의 곁을 머물고 있다. 그런 나에게 인생 책 한 권을 고르는 일은 참 쉽지 않았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나의 곁을 한 참 머물렀고, 결혼 후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그림책들이 나의 곁을 머물렀다. 그리고 몇 년 전까지 1호가 너무 좋아하는 최태성 선생님의 <역사의 쓸모>와 <일생일문>이 한참 나의 책이었다가 지금은 클레이 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이 나의 책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딱 한 권을 고르기가 힘들 정도로 아주 많은 책들이 내 곁을 머물었고, 머물고 있으며 앞으로도 머물 것이다.


이 책 속 아이들은 제각각 너무 다르다. 인종도 생김새도 나이도 다 다르지만 공통점은 모두 책을 너무 좋아하는 아이들이라는 것다. 책을 읽는 즐거움을 너무나 잘 아는 아이들이 들려주는 책과 아이들이 쌓은 추억이야기. 책덕후라 칭해지는 나이기에 이런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충만해진다. 게다가 아시아계 최초 뉴베리상 수상 작가 린다 수 박이 글을 쓰고, 칼데콧상을 세번이나 수상한 크리스 리쉬카가 그림을 그려 함께 만든 책이니 더더욱 좋다. 뿐만 아니라 애정으로 우리에게 책을 전하고 이야기하는 김겨울 작가의 번역으로 만나니 더더욱 좋고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 책, 아이들에게도 어른들에게 강추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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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로 가는 계단>과 <별빛 전사 소은하>로 깊은 인상을 남겼던 전수경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라 읽게 된 책이다. 제목에서부터 도대체 무슨 내용일지를 궁금하게 만든다. 운 좋게 창비 사전평가단으로 선정되어 책이 발간되기 전이 조금 일찍 만나게 되어 더 재밌고 특별하게 읽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잠에서 깬 주인공 희진이 텔레비전에서 무언가 화면을 뚫고 튀어나오는 것을 목격하게 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텔레비젼에서 나온 물체는 놀랍게도 사람이었고, 그 사람의 정체는 더 놀랍게도 희진의 엄마였다. 희진의 엄마는 도대체 무슨 사연으로 텔레비젼에서 나오게 된 것일까? 첫 장면부터 공포영화 '링'을 형상화하는 듯한 으스스하고도 미스테리한 이야기. 과연 희진의 엄마는 왜 텔레비전으로 들어갔다 다시 나오게 된 것인지 너무 궁금하다. 

희진의 엄마는 두 세계에서 살고 있다. 맨 처음에는 희진의 엄마가 현실의 세계에는 적응을 하지 못하고 텔레비젼에 폭 빠져 사는 그런 사람이라고 묘사하는 듯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희진의 엄마가 정말로 텔레비젼의 안과 밖의 두 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 놀라운 설정은 이야기에 완전히 빠져들게 만든다. 현실의 세계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늘 집에서 텔레비젼만 보고 경제적인 측면은 모두 외할아버지에게 의지한 채 살아간다고 생각한 무능력한 엄마가 취업을 한 곳이 바로 텔레비젼 속 세계라니. 이 얼마나 신박한 설정인가. 

여하튼 희진은 엄마가 텔레비젼에서 나오는 것을 목격하고 난 뒤 엄마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사실 희진은 자신이 공부 때문에 사는 아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누군가로부터 존재의 이유와 가치를 증명받기 위해, 즉 다른 사람으로부터 대우를 받기 위해 희진은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공부를 하는 아이다. 그렇기에 희진은 중간고사가 끝난 날에도 쉬기보다는 독서실에서 공부하기를 선택하였다. 그덕에 희진의 내신은 1점대 초반의 등급을 유지할 수 있었고, 아이들에게는 전교 1등이라 불릴 수 있었던 거다. 악착같이 그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하는 희진과 오로지 집에서 텔레비젼만 보는 무능력한 엄마. 너무나 대비되는 모녀의 성격은 이야기 자체에 더욱더 몰입하게 만든다. 무능력하다 생각했던 엄마가 멀티버스를 경험하고 그 속에 일을 하고 있다니. 다중 우주 속 세상은 어떠하길래 엄마에게 현실의 세계와는 다른 모습을 가지게 하였는지 더욱 궁금하게 만든다. 

그리고 한편 희진이 절친 윤아와 상우와 함께 다니는 독서실에 새로 한 아이가 들어온다. 그 아이는 과학고를 다니다가 희진이네 학교로 전학을 왔으며 희진이 다니는 독서실에 새로 온 소미다. 처음에 희진은 과학고에 다녔다는 이야기에 경쟁자가 될까 경계를 하지만 그 아이는 너무나 독특했다. 마치 다른 동네나 학교가 아니라 외국이나 외계에서 살다 온 것처럼 이를 테면 음료수나 과자 이름, 최신 걸 그룹과 영화 제목도 여느 애들과 다르게 알고 있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소미는 교과목과 수능 제도도 잘 모르는 어딘가가 부자연스러운 아이였다. 그리고 소미의 또 다른 특이점은 윤아의 손목 흉터에 눈물까지 흘리며 걱정을 하는 거다. 과연 희진의 생각처럼 소미에게는 다른 비밀이 있는 것일까? 

그러던 어느 날 배가 너무 아파 생애 처음으로 조퇴를 한 희진은 엄마가 텔레비젼 세계로 사라졌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엄마가 있는 멀티버스 속 세계, 즉 텔레비전 안의 세계로 뛰어들기로 결심하는데... 과연 텔레비젼 안으로 들어간 희진이 마주한 세계는 어떠하며 그 곳에서 무사히 엄마를 만날 수 있을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더욱 흥미로운 이야기는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그리고 희진과 엄마가 마주하게 된 또다른 세상에서 깨닫게 된 사실은 과연 무엇일까? 둘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보길 추천해본다. 

태어날 때부터 아빠가 없는 미혼모의 딸이고 하루 종일 텔레비젼 앞에서만 있는 엄마의 딸이기에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에 매진했던 희진. 이 책 속 희진은 엄마가 여느 엄마처럼 자신을 챙겨주길 바래보지만 단 한번도 엄마는 그렇지 못했다. 그런 엄마가 텔레비젼 속에서 툭하고 튀어나오다니. 게다가 엄마는 텔레비젼 안과 밖을 오가는 일로 취업까지 했다고 한다. 하루 종일 엄마를 잡아 놓는 텔레비젼이 또다른 세상과 연결이 되는 멀티버스 터미널이라는 설정이라는 자체가 너무나 신박하다. 뿐만 아니라 영화 마블에서처럼 또다른 우주에는 나와 똑같은 외모를 가진 또다른 나가 있다니. 이러한 이야기에 따라가다보면 우리는 한가지 깨달음에 도달하게 된다. 그것은 바로 '나는 원래부터 소중하다'는 것이다. 내가 어떠하든 원래의 나는 소중하다는 그 깨달음은 희진과 엄마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고, 청소년 우울증으로 인해 힘들었던 윤아도 다시 밖으로 나오게 만든다.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나라서가 아니라 그냥 나이기에 원래부터 소중하다는 그 깨달음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오래오래 가슴에 머물며 따뜻하게 만든다.

** 출판사로부터 가제본된 책을 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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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의 특별한 놀이공원
양선 지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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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표지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다. 이 책은 제2회 사계절그림책상 우수상을 받고 2023 서울국제도서전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에 선정된 양선 작가의 신작이다. 그리고 이 책은 버려진 물건을 재활용하여 특별한 놀이공원을 만들었던 저자의 외할아버지, 고 김갑희 할아버지의 감동 실화를 바탕으로 하여 만들었다고 한다. 김갑히 할아버지는 농촌 마을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위해 본인 소유의 땅 1천평을 직접 다시고 손수 놀이기구를 제작하여 '노로공원'을 열었다. 이렇게 특별한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당시 여러 방송과 책에도 소개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사람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졌던 할아버지의 이야기는 오래된 앨법 속의 사진 한장을 통해 다시 발견되었고, 저자가 오랜시간 동안 공들여 다듬고 다듬어 만들어 이 책으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 책의 이야기는 이가 나간 그릇, 구멍 뚫린 자전거 바퀴, 고장난 시계, 낡은 우체통 등등 빈터에 차곡차곡 쌓이는 주인을 잃은 물건들을 할아버지가 가져오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할아버지는 밤낮없이 버려진 물건들을 자르고, 붙이고, 색칠하였고 한편에는 작은 앵두나무도 심었다. 어느새 할아버지의 빈터는 알록달록 새롭게 태어났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아직도 어딘가가 허전하다고 생각했기에 꾸미기를 멈추지 않았다.


마침내 빈터에는 작은 호수와 구름다리까지 생기게 되고, 그러자 할아버지는 자신이 꾸민 놀이공원을 바라보며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던 어느날 네 마리의 동물이 할아버지의 놀이공원을 찾아왔다. 네 마리의 동물은 가족을 잃은 어린 너구리, 날개를 다쳐 날지 못하는 공작새, 무리에서 떨어진 떠돌이 원숭이와 집이 없는 외로운 강아지였다.

 

할아버지는 너구리의 가족이 되어 주었고, 공작새에게는 나는 법 대신 화려한 깃털을 펼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원숭이는 놀이공원에서 마음껏 뛰어놀게 해주었고, 강아지에게는 편히 쉴 수 있는 작은 집을 선물했다. 앵두나무에 빨간 앵두가 주렁주렁 열리면 할아버지와 동물들은 입가가 빨갛게 물들 때까지 앵두를 즐겼고, 할아버지가 기타를 치면 동물들은 기분 좋게 듣고는 하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할아버지의 놀이공원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었기에 마을 아이들도, 숲속 동물들도 하나둘 놀이공원으로 모여들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할아버지는 아이들이, 동물들이 노는 모습만 보아도 행복했다. 하지만 봄, 여름, 가을, 겨울... 몇 번의 계절이 지나고 할아버지의 놀이공원 옆에는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놀이공원이 생겼다. 그리고 마을 아이들도 숲속 동물들은 더이상 할아버지의 놀이공원을 찾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흐르고... 과연 할아버지의 놀이공원은 어떻게 되었을까?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마을 아이들과 숲속 동물들을 위해 할아버지가 하나하나 열심히 정성을 다해 만들었다는 놀이공원. 그 놀이공원에 아이들도 동물들도 너무나 즐겁게 노는 모습들은 너무 행복해 보여 참 보기 좋았다. 하지만 모든 것은 영원한 것은 없는 법. 할아버지의 놀이공원 옆에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놀이공원이 생기자 아이들도, 동물들도 할아버지의 곁을 떠난다. 단 한 마리 개만 빼고 말이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동물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바라보는 뒷모습은 너무 허전하고 외로워보여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할아버지처럼 나이가 든 놀이공원의 모습도 역시나 가슴 아프게 다가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여전히 할아버지의 사랑처럼 따스하게 다가오는데, 그건 바로 제일 마지막에 환하게 핀 앵두꽃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 모든 것이 변하고 원래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지만, 할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자랐던 앵두나무는 여전히 꽃을 피우고 향기를 멀리멀리 내 뿜으면서 할아버지의 사랑을 영원히 기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제는 찾아볼 수 없고 낡은 사진으로만 존재하는 '할아버지의 특별한 놀이공원'. 이 특별한 놀이공원은 그렇기에 우리 마음 속에 이 책과 함께 오래오래 기억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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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도그 - EBS 다큐프라임
EBS 다큐프라임 더 도그 제작진 지음 / 너와숲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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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EBS 다큐프라임 <더 도그>를 책으로 담아낸 책이다. 인류의 역사와 함께해 온 동물은 바로 개다. EBS 다큐프라임 '더 도그'는 수천 년을 이어온 개와 인가의 특별한 이야기를 담아낸 다큐멘타리로, 인류의 역사에 있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반려동물 개에 관한 과거, 현재, 미래의 이야기를 보다 보면 새삼 그 어떤 동물도 개만큼 인간에게 가까운 동물이 또 있을까 싶다.


이 책에는 고대 이집트 왕들의 사냥개이자, 파라오를 죽음의 세계로 인도하는 신으로 불린 '살루키', 세계대전 때에는 군견과 시각 안내견으로, 재난 현장에서는 구조견과 경철견으로 활약하고 있는 '저먼 셰퍼드', 몽골 유목민들을 지키고, 칭키스칸의 아시아, 유럽 정벌에 함께한 수호견 '방카르'의 세 종의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 세 종의 개들과 인간과 함께한 역사와 현재의 모습을 두루두루 담아낸 이야기와 모습들을 보면 왜 이 세 종이 오랜 시간에 걸쳐,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이야기는 바로 표지를 멋지게 장식하고 있는 살루키에 관한 이야기다. 살루키는 사막을 터전으로 살아온 아랍 민족, 사냥이 생계 수단인 유목민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살루키는 우아하고 섬세한 외모와는 달리 목표목을 쫓는 강한 본능으로 '신성한 사냥꾼'이라 불렸다고 한다. 그리고 아랍 민족과 함게한 이 특별한 개의 역사는 수천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살루키는 고대 이집트 파라오에게 사랑받은 인류 최초의 애완견이다. 사막의 안내자로 사냥과 전쟁, 심지어 죽음의 길까지고 인간과 함께 하였기에 사후 세계로 인도하는 신 아누비스라고도 불렸다.


오늘날 베두인족들은 더는 사막에서 생활하지 않는다. 큰 농장에서 품질 좋은 여러 마리의 말을 키우고, 사막에서 사냥을 해 얻던 고기는 염소를 키워 대신한다. 그리고 한때 사막을 주름 잡던 염소도 키운다. 낙타에게 다가간 나사르는 섬세한 손길로 낙타의 젖을 짜서 일주일 전 태어난 살루키의 새끼들에게 주러 간다. 아직 눈도 뜨지 못하는 살루키의 새끼들. 모든 생명이 그러하듯 이제 막 태어난 생명들은 그냥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어린 살루키들에게는 눈의 띄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이마 한 가운데에 있는 하얀 털이다. 이마 한 가운데 하얀 털을 가지고 태어나야 순수 혈통의 살루키로 인정받는다니. 그리고 '알라의 키스'라 불리는 그 하얀 털은 생후 한달이 되었을 때 가장 또렷해진다고 한다. 베두인족들은 살루키를 알라신의 선물로 여겼다. 살루키는 크면서 하얀 털은 점차 사라지게 되고, 이 때부터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고 한다.


시대가 변해도 베두인에게 사막은 여전히 고향과 같은 존재다. 배두인족은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기 위해 매년 12월에는 어김없이 사냥에 나선다. 아랍에미리트에서는 사냥이 법으로 금지되었지만 허락된 구역에서는 가능하다. 사냥은 짧게는 하루, 길게는 며칠씩 계속되기도 한다. 그리고 베두인족들의 사냥에 빠질 수 없는 존재는 바로 살루키다. 척박한 사막이 삶의 터전이었던 베두인에게 사냥은 생존의 문제였다. 굶지 않기 위해 무엇에든 의존해야 했던 그들은 사냥을 위해 살루키를 길들였다. 왜냐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살루키의 눈에는 보이기 때문이다. 목표물을 발견한 살루키는 오래 달릴 수 있는 큰 심장과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긴 다리로 사냥에 성공하고 베두인족이 도착하기 전까지는 절대 사냥감을 물고 놓지 않는다. 베두인족에게 살루키는 훌륭한 사냥 파트너이자, 힘든 유목 생활을 함께한 오랜 친구와 같은 존재다. 그렇기에 베두인족은 살루키를 단순히 사냥개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신성하게 여겼고, 사냥할 때를 제외하고는 낙타와 말에 태우고 다녔다고 한다.


살루키가 이 지역에 존재했다는 고고학적 증거는 적어도 6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메소포타미아 유적에 흔적을 남긴 살루키는 이집트 문영에 이르러서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투탕카멘의 유물에는 사냥하는 파라오와 사냥개의 모습이 자주 등장하는데 이집트 왕의 유일한 사냥개는 살루키였다. 그리고 강력한 군사 국가였던 오스만 제국의 술탄, 술레이만 1세의 사냥을 그린 그림에도, 이란에서 출토된 페르시아 제국의 암벽화에도 살루키카 등장한다. 이 모든 것들을 살펴보면 살루키는 이집트 파라오 뿐만 아니라 이슬람 국가의 통치자들이 사랑한 개였음을 알 수 있다.


이렇듯 살루키는 이집트 왕의 총애를 받은 신성한 사냥꾼이었으며 베두인족의 삶의 근원이었다. 사막의 안내자였으며, 사후 세계의 신으로 추앙받았다. 살루키는 아랍 민족의 빛나는 유산이다. 이 책에 담긴 살루키는 근사한 외모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리고 살루키를 향한 아랍인들의 오랜 사랑과 자부심은 이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역사와 함께 빛나는 유산으로 지금도 자신의 몫을 멋지게 해내고 있는 살루키.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멋진 개다.


이 책은 살루키 뿐만 아니라 네발의 영웅 저먼 셰퍼드, 귀신 쫓는 개 방카르에 관한 이야기와 사진들도 잘 담아 내고 있다. EBS 다큐프라임을 토대로 이 책이 만들어졌기에 사진과 글을 통해 보다보니 더더욱 선명하게 다가올 뿐만 아니라 한편의 영상을 보는 것처럼 각인되어진다. 개와 인간의 공존의 역사를 이렇게 세 종의 개를 통해 보다보면 인간에게 개가 얼마나 훌륭하고 멋지면서 가까운 반려동물인지를 다시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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