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철학 사전 - 일러스트로 만나는 3천 년 서양 철학 로드맵
다나카 마사토 지음, 사이토 데츠야 엮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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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은 '철학'이라는 단어만으로 어렵고 따분한 것이라 치부한다. 하지만 우리 삶에 있어 철학이 미치는 영향은 아주 크며 철학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에 대해 명확하게 설명하기란 참 힘들다. 특히 서양 철학은 단어 자체도 생소한 것도 많아 헷갈리기 쉽상이다. 그런 우리에게 이 책은 참 유용하다. 이 책은 3처년의 서양 철학에 대한 로드맵과 일러스트로 모호했던 사상과 개념을 구지 외우려 애쓰지 않아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한다.


탈레스로부터 시작하여 플라톤, 소크라테스, 토마스 아퀴나스, 프리드리히 니체, 아르투르 쇼펜 하우어 등등. 교과서에서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철학자들이다. 오랜 시간 동안 이들이 던져온 질문들과 주장들을 명확하게 설명하기란 참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책은 시대를 고대, 중세, 근세, 근대, 현대로 나눈 다음 세상에 질문을 던지고 만물을 탐구해 온 서양 철학사를 철학자와 명언, 사상과 용어 풀이로 세분하고 이를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일러스트로 이미지화하여 풀어내어 담았다. 또한 철학자와 사상을 하이퍼링크로 연결하여 어떤 인물이 어떤 철학적 사고를 정립했는지, 어떤 사상을 제창했는지 손쉽게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렇기에 어떤 페이지를 펼치든지 철학 용어와 철학자, 사상에 대한 설명은 한눈에 들어올 뿐만 아니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책의 맨 처음에는 이 책을 어떻게 읽고 사용해야 하는지를 아주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으면 탈레스부터 시작한 서양 철학의 역사가 어떤 변화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큰 줄기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권말 색인은 이 책을 용어 사전처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며 용어츨 찾을 때 용어와 관련된 페이지들을 함께 살펴보면 더 깊은 지식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앞서 말한 대로 고대부터 현대까지로 나눈 시대별로 맨 앞에는 시대별로 변천한 철학과 철학자들에 대한 로드맵을 수록하여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각 시대별 철학을 한 눈에 정리할 수 있다.

각 시대별 철학자들에 대한 대략적인 설명, 철학자가 말한 주요 명언에 대해 간략하고도 쉽게 설명하고 이 철학자에 대한 사상을 설명한 페이지를 함께 수록하여 철학자와 사상을 함께 융합하여 이해할 수 있도록 이끈다.


예를 들어 '피타고라스의 정리'로 우리에게 너무나 유명한 피타고라스는 '아르케'와 연결되어 자연철학자들이 신화라 전설이 아니라 합리적 사고를 통해 만물의 근원을 탐구하였다는 것을 알게 한다. 아르케에 대한 예는 탈레스에겐 물이 아르케이고, 피타고라스에게는 아르케는 수였다. 즉,' 만물의 근원이 수'라 주장하며 우주의 질서와 조화를 수학적으로 이해하는 기반을 닦은 피타고라스가 있었기에 이후 수학과 과학, 천문학, 윤리학, 음학이 발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이 책은 단편적으로 철학에 대해 혹은 철학자와 명언, 사상을 따로 알게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것을 연결하여 융합적으로 볼 수 있다.


이 책은 이런 식으로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양 철학에 큰 발자취를 남긴 72인의 위대한 철학자와 187개의 사상을 한 권에 담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이제 막 철학 공부를 시작하려는 사람이나 혹은 철학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고 있지만 철학자나 사상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굉장히 유용할 듯 싶다.


우리가 일상이라고 여기며 사는 모든 것들과 세상의 본질을 꿰뚫어 보게 만드는 것은 바로 철학이다. 그리고 철학은 우리 사회의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이해하기 어렵다고 하여 무시하기엔 철학은 우리 삶과 너무나도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려면 필수적으로 익혀야 하는 학문이 바로 철학인데 막연히 어려워서 거리를 두고 있었다면 이 책을 통해 조금 그 거리를 좁혀봐도 좋을 듯 싶다. 너무나 쉽고 명료하며 한눈에 알 수 있도록 너무나 친절하게 알려주는 이 책을 모두에게 추천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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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서클 2
매기 십스테드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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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비행에 도전한 20세기에 살았던 비행사 메리언 그레이브스와 그 역할을 연기하게 된 21세기 영화배우, 해들리 백스터의 이야기를 교차로 진행되는 소설로 압도적인 스케일과 생생한 묘사로 인한 엄청난 몰입감을 선사했던 <그레이트 서클>의 2권이다. 정말 실존하는 인물의 이야기처럼 생생하게 그려지는 이야기들은 1권의 마지막 이들의 이야기가 과연 어떻게 될 지를 너무 궁금하게 만들었는데 드디어 읽게 되었다. 2권 역시 가히 압도적이다.


2권의 이야기 역시 해들리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해들리는 메리언이 마지막에 바다로 추락하는 장면을 연기하고 있는 중이었고, 그 장면은 바로 영화가 시작되는 장면이기도 하여 영화와 메리언의 삶 모두에 대해 다시금 관심을 갖게 만든다. 그리고 어떻게 보면 이해할 수 없는 스캔들을 일으키는 해들리는 이번에도 역시나 스캔들을 일으켰고, 그건 늘 사람들의 관심 한 가운데 놓이고 싶은 해들리에게는 당연한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기자가 해들리에게 왜 메리언 그레이브스 역에 끌리는 지에 대한 답을 보면 해들리는 어릴 적 실종이 된 부모님으로 인해 자신과 여러 면에서 공통점이라 여기고 그렇기에 해들리는 메리언 역을 연기하면서 많은 것을 깨달아간다. 사실 둘은 공통점이 해들리의 말처럼 많지만 또 다른 점이 있긴 하다. 하지만 둘 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힘들게 나아간다는 점이 관통하며 이것이 바로 해들리가 메리언에게 끌리게 되는 큰 이유이며 독자 역시 두 여인들에게 끌리는 게 아닌가 싶다.


그리고 다시 메리언의 이야기로 돌아와 메리언은 1권에서 남편 바클리로부터 벗어나고자 했고, 2권에서 메리언은 바클리로부터 벗어나 홀로 생활을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메리언은 바클리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제이미를 찾아간다. 그리고 제이미에게 자신의 상태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제이미는 메리언을 돕기 위해 자신이 너무나 사랑한 세라의 어미니인 페이히 부인을 찾아간다. 그리고 메리언은 페이히 부인의 도움을 받아 임신 중절 수술을 받게 된다. 수술 후 메리언은 자신이 이제 더이상 과거의 자신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새로운 상실감만 느낄 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 이후 시간이 흐르고 메리언은 남편 바클리의 죽음에 대한 소식을 듣고 비로서 자유로와 진다. 자신을 이름을 숨긴 채 비행을 하던 메리언은 그제서야 자신의 이름으로, 메리언으로의 삶을 살게 된다. 이후 세계대전이 발발하게 되고 메리언은 여자 전투기 조종사에 지원하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들어가 군에 동성 친구라곤 없던 메리언은 루스라는 사랑스런 친구를 만나게 된다. 늘 혼자였던 메리언은 루스에게 끌리는 자신을 보며 루스 존재 자체를 인정하게 되는데, 메리언과 루스의 관계는 어떻게 될까?


그리고 메리언의 쌍둥이인 제이미는 화가로서 성공을 하고 시애틀의 그림 전시회장에서 세라와 다시 만나게 되는데 세라는 의사인 루이스와 결혼한 상태에 너무나 큰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다음날 세라와 다시 만난 제이미도 세라도 자신의 감정을 다시 느끼게 되지만 지금의 상태에 만족한다는 세라의 말에 제이미는 상처를 받는다. 그리고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전쟁은 이 책의 20세기 등장인물 모두의 삶을 뒤흔든다.


그리고 21세기 해들리가 만나게 된 애들레이드를 통해 그녀는 메리언이 남긴 책이나 편지 외의 진짜 삶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된다. 2권에 이르니 더욱더 커진 스케일과 모두의 삶을 뒤흔들었던 전쟁, 이후 메리언의 세계일주까지 더해 이야기는 더욱더 풍성해지고 그녀가 왜 그토록 세계일주에 몰입했는지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해들리 역시 메리언의 삶을 연기하며 메리언을 통해 그리고 삶이 가지는 의미를 조금씩 깨닫게 된다.


이 책을 읽다보면 왠지 메리언이라는 인물이 실존 인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총 2권에 걸친 이야기의 스케일 자체가 크고 워낙 이야기가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다보니 이야기는 갈수록 더욱 흥미롭게 되며 메리언이라는 인물이 가진 매력에 좀 더 빠져들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자유롭기 위해 평생을 자유를 찾아 꿈을 찾아서 삶을 이어간 메리언을 연기하는 해들리가 마지막 부분에 메리언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부분은 더욱더 이 책에 대한 여운이 길게 남게 만든다. 그렇기에 책을 다 읽고 나니 간만에 역작을 읽은 듯 해서 뿌듯함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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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당신의 행복이 좋습니다
인썸 지음 / 부크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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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가만히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다. 내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행복을 좋아하고 바라는 마음만큼 순수한 마음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이 책은 수십만 독자들을 사로잡았던 인썸 작가가 담담하게 건네는 위로의 문장들을 담고 있다. 그리 길지는 않지만 한 문장 한 문장을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따스해짐을 느낄 수 있다. 쌀쌀한 바람이 부는 가을날 위로가 필요한 순간 이 책과 함께 한다면 참 좋을 듯 싶다.


나도 한 때 모두에게 좋은 사람이고 싶었다. 그렇기에 늘 웃음 짓고 친절하게 다정하게 대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어떻게 모두에게 친절할 수 있을까. 모두에게 친절하게 모두에게 공평해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나를, 그리고 우리를 힘들게 했던 것 같다. 이제 나는 나에게도 나의 아이들에게도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 예전보다 나는 너무나 자유로와졌고, 나의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모두에게 친절할 필요도, 모두와 친하게 지낼 필요도 없다.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에게만 좋은 사람이면 된다.


바로 옆에 있지 않더라도, 어쩌면 지구 반대편에 있을지라도 나를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참 힘이 나게 만든다. 나 역시 응원하는 마음을 마구 보내기에 가끔씩 연락해 안부를 물어도 거리감은 전혀 느낄 수 없다. 언젠가 아무 때고 안부를 물어도 자연스러운 관계. 그리고 늘 그 사람이 행복하고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은 그 사람도 나도 행복하게 만든다.


나를 소중히 대하는 사람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가장 큰 지름길이다. 나를 함부로 여기는 사람과의 1분은 저자의 말처럼 10분을 망치고 10분의 하루를, 아니 며칠의 시간을 망칠 수 있다. 그러니 나를 소중한 사람과 함께 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편안하며 특별히 무언가를 주고 받지 않아도 이유 없이 아늑하고 따스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니 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의 소중함을 잊지 말자. 너무 가까워서 그 사람의 가치를 우리는 종종 잊기도 하니까.


저자는 이 책에서 사실이나 일어난 일을 바꿀 수는 없어도 마음은 바꿀 수 있다고 말한다. 단 5분 정도의 시간을 주어도 삶이 행을 자연스럽게 알아갈 것이라고 말이다. 모든 감정의 나에게로부터 시작되며 결국 나의 행복도 나에게 달려있다. 이처럼 행복은 간단하지만 어렵고, 어렵지만 간단한 것이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아주 잠깐이라도 자신의 행복을 찾고 행복을 느끼는 것이 필요하다. 이 책의 제목을 읽는 것만으로도 작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이 책은 마음의 쉼이 필요한 우리에게 쉼고 작은 행복을 선사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차나 커피 한잔과 함께 이 책을 읽는 것. 그것이 바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라 생각된다.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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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에 균열을 낸 결정적 사건들
김형민 지음 / 믹스커피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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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끌려 읽게 된 책이다. 보통 역사는 승자들의 기록 혹은 강한 자만이 살아남아 쓰여진 기록이라 여겨진다. 하지만 이 책은 강한자의 위세와 승자의 기체가 역사를 움직이는 와중에도 굴하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있다. 이 책에 담긴 이들은 강한 승자가 반드시 옳지는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자기 한 목숨을 내던지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으며, 강한 승자의 압도적인 힘에 굴복하지 않고자 전력적으로 그리고 지혜롭게 대처하였다. 혹은 일개 개인이 투철한 신념을 가지고 거대 조직, 국가, 시대의 불합리에 맞서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강자를 상대로 이기거나 성공할 가능성이 적은 '언더독'들의 처절하고도 놀라운 이야기는 눈길을 사로 잡을 수 밖에 없고 드라마틱하여 더욱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다.


이 책은 5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거인에 맞서 살아남으려는 생족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련에 맞선 핀란드, 미국에 맞선 베트남, 수나라에 맞선 고구려 등이 이에 속한다. 2장은 역사를 바꾼 용기 있는 자들의 이야기로 아우슈비츠로 자진 입소한 비톨트 필레츠기, 3만의 중공군을 상대한 600명의 영국 글로스터 대대, 똥물을 뒤집어 쓴 동일 방직 여성 노동자들을 촬영한 이기복 사진사 님이 이에 속한다. 3장은 한목숨 바쳐 강자에 맞선 약자가 주인공으로 은혜를 갚으려 몽골과의 전투를 불사한 시씨 가문 사람들, 생을 걸고 민중을 격동시킨 혁명가 등이다. 4장은 지혜롭게 대처한 경우의 이야기로 재능도 재능지만 사람에 대한 태도 역시 남다른 칭기시칸, 국방력을 강화하고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데티오피아의 메넬리크 2세 등이 이에 속한다. 5장은 신념을 지녀 밑어붙인 자들의 이야기다. 나치 고위 관계자들 앞에서 세러머니를 한 오스트리아의 유대인 축구 스타, 간토 대학살 당시 조선인을 지키는 데 앞장섰던 일본인 경찰서장 등이다. 작은 힘으로 세상을 뒤집은 승리의 순간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읽다보면 가슴이 나도 모르게 두근거리게 됨을 느끼게 된다.


스위스는 오늘날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 나라잊만 유럽에서는 수백년 동안 가난한 나라로 손꼽히는 나라였다. 알프스 산맥의 첩첩산중에 자리잡아 농사나 장사를 하기도 힘들었던 스위치에서 '용병'은 일종의 특산품이었다. 불가사의한 전투력으로 휘황차란한 기사들을 압도하는 스위스 농민병을 주변국들은 눈여겨 보고 군대로 끌어쓰었다. 1527년 최절정기에 이른 합스부르크 가문의 신성 로마 제국 황제 카를 5세는 자신의 비위를 거스른 교황 클레멘스 7세를 응징하고자 군대를 일으켜 로마로 진격한다. 이때 교황을 호위하던 이들은 스위스 근위대였다. 스위스 근위대는 로마 방위전에서 수백명을 잃고 189명이 겨우 살아남아 클레멘스 7세는 용병들에게 너희들은 할만큼 했고 이만큼 해 준 것만도 고맙다며 살길을 찾으라고 한다. 이에 스위스 용병대는 "우리는 교황 성하를 지켜 드리겠다고 계약했고, 그 계약은 아직 유효하며 그 신의를 저버릴 수 없습니다"라고 말하며 거절한다. 그리고 이 소수의 병사들은 구름처럼, 거인처럼 몰려드는 신성 로마 제국의 대군을 막어선다. 그 와중에 147명이 더 죽었지만 42명은 끝내 교황을 묘시고 탈출에 성공시킨다. 이렇게 신의를 지킨 스위스 용병대를 훗날 카를 5세는 보상금과 함께 로마 교황 근위대를 독일 용병으로 바꾸라고 강요하고 중간에 바뀌긴 했어도 로마 교황을 수호하는 이는 수백년간 스위스 용병이다. 이는 그 어떤 불리한 상황에서도 고용주를 배신하지 않고 신의를 끝까지 지켰기 때문이며 이러한 힘의 워천은 자존감이었다. 그 어떤 압제도 자신들을 굴복시킬 수 없으며, 돈을 받고 싸울지언정 한 치의 비겁이나 불신의 여지를 개입시키지 않겠다는 자존감 말이다.


아프리카의 에디오피아는 세계에서 손꼽히도록 기나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1896년 3월 1일 스스로를 골리앗 같은 거인이라 믿은 이탈리아 군은 다윗의 후예를 자처하는 에티오피아를 침격한다. 메델리크 2세의 에티오피아 군대는 서구 열강의 군대 만큼 근대적인 군대는 아니었지만 이탈리아의 군대를 맞서 싸우는데 이 때 메넬리크 2세는 자신의 무력 기반, 즉 향후 지방 세력을 위압하는 데 비장의 무기인 정예 근위대를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져 이탈리아군을 물리쳐 낸다. 상호 수만 명의 병력을 동원한 회전에서 아프리카 흑인 군대가 서구 열강 군대를 격파한 것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메넬리크 2세가 이탈리아를 격파한 시기에 조선의 왕 고종은 궁궐을 버리고 러시아 공사고나을 거처를 옮긴 아관파천이 일어났었다. 시인 랭보를 바보로 만들었듯 서구 열강 앞에서 교활하게 이익을 챙길 줄 알았던 메넬리크 2세와 무기상들에게 밥 먹듯 사기를 당하고 국익보다는 왕실과 척신들의 이익을 먼저 챙겼던 대한제국의 지배자들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르다. 자국의 이익과 국민들의 안위를 위해 교활할만큼 영리하고 지혜로와야 함을 이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이 책을 보면 강한 자들만이 남는 역사에서 약자, 언더독들이 자신만의 생존전략으로 용기를 내어 자신의 목숨을 걸고 교활할 정도로 지혜롭고 행동하여 강자를 물리쳤고, 그랬기에 그들의 이야기는 역사 속에 남게 되었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어차피 안 될 일이라 칭했던 것들을 해내었기에 이들은 역사 속에 자신의 이름과 행적을 남겼고, 그랬기에 그들의 이야기는 오늘날을 사는우리에게까지 깊은 울림을 남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이들의 처절한 이야기들을 기억하고 그 이야기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다면 더더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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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은 이사 중!
곽수진 지음 / 미디어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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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부터 유령을 연상하게 만들며 표지 그림은 과연 무슨 내용을 담았을 지 궁금하게 만든다. 이 책은 함께 살 친구를 찾아 나선 겁쟁이 유령의 대모험을 담은 그림책이다. 완벽한 조건을 찾아 끝없이 이사를 반복하는 유령을 보며 우리는 가족과 집의 의미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이 책의 이야기는 주인공인 겁쟁이 유령이 혼자 지내는 것은 너무 무서워서 함께 살 친구를 구해야 겠다고 말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함께 살 친구를 찾아 나선 겁쟁이 유령은 침대 밑에도 들어가보고 옷장에도 들어가보지만 유령을 자신을 싫어하는 듯한 아이들의 반응에 또 다른 곳을 향해 다시 떠나게 된다. 그리고 놀이공원의 유령의 집, 드라큘라의 성, 마녀의 집을 거쳐 해적선까지 곳곳을 누비지만 마음에 드는 집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결국 함께 살 친구를 구하지 못한 유령은 눈물을 흘리고야 마는데.. 과연 이사를 거듭하며 함께 살 완벽한 친구를 구하고자 하는 유령은 자신에게 딱 맞는 친구를 찾았을까? 겁 많은 유령이 마침내 만나게 된 최고의 친구는 과연 누구일까? 친구를 찾아 끝없는 이사를 하고 있는 유령의 뒷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통해 확인해 보길 추천해본다.


자신에게 딱 맞는 친구를 찾기 위해 끝없는 이사를 반복하는 이 책 속 유령을 보다 보면 과연 집과 가족이 지니는 의미는 무엇인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집이란 위험을 피하고 휴식을 취하기 위한 보금자리의 역할을 하는 곳이다. 그리고 집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며, 휴식을 취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집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유령은 역시 여러 곳을 이사하다가 함께 있을 때 가장 편안함을 느끼게 하는 고양이들을 가족이라 느낀 것처럼 말이다. 내가 꿈꾸는 가족과 집도 밖에서 힘들고 지칠지라도 집에 오면, 가족과 함께라면 힘이 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그런 곳이 진정한 집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편안한 집에서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잠을 자고, 함께 생활하며 행복을 쌓아가는 사람들이야 말로 진정한 가족이 아닐까.


그리고 이 책은 제목과 표지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랑스러운 유령이 등장하는 그림책이다. 그렇기에 곧 다가올 할로윈 데이에 아이들과 함께 하면 더 좋을 듯 싶다. 비록 우리나라의 명절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 축제처럼 느껴지는 할로윈에 함께 나누며 할로윈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참 좋을 듯 싶다. 그리고 아이들과 나는 과연 어떤 사람을 가족이라고 생각하는지, 내가 살고 싶은 집은 어떠한 집인지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눈다면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여겨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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