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가 우리를 구해줄 거야
방구석 지음 / 김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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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뭐예요?"

이 질문을 받으면 당황하게 됩니다.

취미라...

"아... 전 취미가 딱히 없네요..."

취미라고 할 만한 무언가가 없어서 머뭇거리는 1인.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난 뒤면 왠지 모를게 스스로가 불쌍하게 느껴집니다.

취미도 없이 살고 있는지...

남들은 모두 가지고 있는 취미.

저도 이 책의 저자로부터 '취미' 하나는 가지고파 읽게 되었습니다.

15만 팔로워 보유,

화제의 인스타툰 작가 '박구석'.

우선 그의 취미는 무엇일지...?!

지금, 즐겁게 살고 있나요?

취미로 일상의 재미를 채우는

방구석의 취미 탐구 생활

취미가 우리를 구해줄 거야



그도 처음부터 취미 부자였던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 이렇다 할 취미 없이 무색무취의 일상을 보냈고, 이따금 취미가 대화 주제로 오를 때마다 '취미'라는 말이 주는 묘한 부담감에, 남들보다 잘하고 잘 알아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말을 고르다가 애매하게 얼버무리며 넘겨버리곤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우연히 취미의 진정한 의미로부터 취미의 세계로 발을 들였다고 하였습니다.

그렇다면 '취미'란 무엇일까...?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

(밑줄 쫘~악!!)

그리하여 그의 삶과 일상을 재미있게 꾸려볼 '취미의 세계'가 소개되어 있었습니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고 있는 노신사가 멋있어 보여서 독서를 시작하는가 하면,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대작가가 되고 싶어서 집 근처 하천을 따라 달리기를 시작하고,

휴양지에서 수영복을 입고 한 손에는 노트북을 든 채 일과 휴식을 동시에 즐기는 디지털 노마드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수영장 새벽반에 등록하고,

모든 예술적인 공간에 식물이 있었기에 자신의 작업실도 예술가 느낌을 내기 위해 시작한 식물 키우기 등

일단 재미있어 보이면 일단 해보며 차곡차곡 취미 생활을 이어간 그.

그러고는 깨닫게 됩니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을 뺄 수 있어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고,

결과물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꾸준히 지속해 나가는 것만이 정답이라는 것을.

모든 취미에는 조금씩 인생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재미 탐험 전문가 방구석 작가로부터 저도 한 수 배우게 되었습니다.

우선 포문을 장식했던 '패션 독서'란 말을 듣자마자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있어 보이려고' 책을 읽는다.

어찌 되었든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또다시 떠올랐던 대목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많이도 듣게 된 이 말.

"힘 빼세요."

말은 쉽지... 그게 말처럼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힘 조절을 잘 해야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음에...

또다시 힘이 들어간 어깨에 천천히 호흡을 하며 힘을 빼 봅니다.

그의 취미들이 하나같이 부럽기만 하였습니다.

하나같이 재미있어 보이고 있어 보이고...

그리곤 스스로에게 자문해 보았습니다.

넌 재밌어 보이는 게 없니?

그러자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하였습니다.

지금 시작해도 괜찮을까?

잘할 수 있을까?

아니, 이 생각을 하기 전 다짐해야 할 것이 있었습니다.

취미란!

남들과 경쟁할 필요도 없고,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다는 것을.

그저 내가 즐거우면 취미다!

그렇기에 재밌어 보이는 것들에 망설임 없이 시작해야 함을.

저도 곧 하나둘 취미를 수집해 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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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너머의 세계 - 의식은 어디에서 생기고 우리는 어떻게 자유로워지는가
에릭 호엘 지음, 윤혜영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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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몰랐었습니다.

인간의 의식(consciousness)이 아직까지도 그 작동 원리에 관해 명확한 해답을 얻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의식 과학'에 대해 호기심이 일었습니다.

지금까지 발표된 의식 이론 중 가장 설명력이 뛰어난 이론인 통합 정보 이론의 체계를 수립한 줄리오 토노니에게 사사하고,

유명 경제 전문지 <포보스> 가 선정한 '30세 미만 리더 30인(Forbes 30 Under 30)' 과학 부분에 이름을 올리는 등

오늘날 신경과학 분야에서 촉망받는 신예로 떠오르고 있는 '에릭 호엘'.

그가 이 책에서 오늘날 의식 연구가 처한 어려운 문제와 자기모순의 역설 등을 거침없이 전개해나간다 하였습니다.

그동안 몰랐던 '의식'에 대해 저도 이번을 기회로 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현대 과학은 의식의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까?"

의식을 둘러싼 '세계 너머의 세계'에 가닿기 위해

한 젊은 신경 과학자가 던지는 도발적이고도 첨예한 질문들

세계 너머의 세계



우리는 세상을 바라볼 때 크게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 두 가지로 수렴된다고 합니다.

내재적 관점은 우리 내부를 향해 시선을 두어 생각과 느낌, 기억, 성향, 감정, 감각, 지각, 혼란, 환각 등 우리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이자 의식적 흐름의 세부적인 요소들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정신의 언어는 내재적 관점을 취하는 데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한편, 내재적 관점과 정반대인 외재적 관점은 우리 바깥에서 벌어지는 일에 시선을 두어 어떤 현상으로부터 그것의 특질과 메커니즘을 파악하고자 하는 관점이었습니다.

인류의 역사에서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은 각자 자기만의 궤적을 그리며 발달해 온 동시에 시기에 따라 혼재되는 양상을 보여왔습니다.

하지만 17세기 무렵 이탈리아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시금 저울》이라는 저서에서

"수학의 언어를 인식하는 법을 학습하지 않는다면 어두운 미로 속을 하염없이 헤매게 된다"

라며 과학을 수학의 언어로 표현해야 한다고 선언합니다.

즉, 내재적 관점을 외재적 관점에서 분리해야 하는 중요성을 완전히 이해하면서 과학 자체에 외재적 관점만을 명확하게 적용했지만...

과학이 내재적 관점을 무시할 수 없다는 사실이 점점 더 명백히 드러나게 됩니다.

신경 과학과 심리학은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딪치게 되고, 우리는 뇌를 겨우 부분적으로만 이해하게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의식 과학으로 내재적 관점과 외재적 관점을 다시 통합하는 것이 우리 세대에게 남겨진 과제였기에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의식의 지평에 가닿기 위해 세계 석학들이 지금까지 해온 열띤 논쟁들을 소개하고,

이와 더불어 오늘날 신경과학이 마주하게 된 어려운 문제들과 역설들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던져야 하는 질문들을 야심 차게 담아내고

있었습니다.

1990년대 초 이탈리아 파르마에서 이탈리아 신경 과학자 팀이 우연히 점심을 먹다 주목할 만한 무언가를 발견하게 됩니다.

마카크 원숭이가 신경 과학자 팀이 음식을 한 입 베어 먹을 때마다 뉴런들이 펑! 펑! 하는 소리를 냈던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움직임을 조절하는 데 관여하는 전운동 피질의 뉴런들은 마카크 원숭이가 손을 움직일 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 과학자 팀이 포크를 들어 올려 마카크 원숭이가 갈망하는 음식을 먹을 때 반응을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아하! 움직임을 조절하는 뇌 영역은 기능적으로 시간을 공유하면서, 같은 유형으로 움직이는 다른 종들의 행동을 이해하는 (심지어 다른 종들과 같은 유형으로 움직이는 또 다른 종들의 행동도 이해하도록) 신경 기반을 형성하는 부차적인 목적도 가져야 한다. - page 86 ~ 87

다른 개체의 특정한 행동을 보고 거울처럼 그 행동을 자신에게 투사하여 직접 행동하지 않아도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뉴런을 '거울 뉴런 mirror neurons'이라 하며 이를 주제로 하거나 이를 인용한 수많은 논문들이 발표되면서 관심이 뜨거워졌지만...

인간에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인기는 시들해지고 맙니다.

그럼 인간의 뇌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신경 과학이 수렁에 빠진 이유는 진화된 뇌가 설정한 목표를 완전히 무시하기 때문이다. 의식의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바로 진화된 뇌가 존재하는 이유다. 뇌의 모든 영역이나 기능적 구성 요소는 합리적이고 현명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작동하며 의식의 흐름을 유지하도록 요구한다. 의식은 다른 모든 인식적인 기능을 적용할 수 있도록 뇌에 광범위하게 체계적으로 잡혀 있는 틀과 같다. - page 119

바로 '의식'이라는 점.

한동안 의식 과학은 가학으로서 갖추어야 할 조건을 누락한 유사 과학으로 여겨졌었습니다.

그러다 노벨상을 수상한 프랜시스 크릭과 제럴드 에델만에 의해 과학의 범주로 포섭되었습니다.

그리고 책의 저자인 호엘은 제럴드 에델만이 연구했던 방식인 이론적 접근 방식의 계보를 따라 의식 연구를 수행하게 됩니다.

호엘에 따르면 의식 이론이란 '시스템이 가진 경험이 무엇인지를 (경험의 공간 밖에서) 예측하여 만든 예측도'로 추상적으로 물리적 상태와 정신적 상태를 연결시켜 의식을 총체적으로 설명해낼 수 있는 이론이었습니다.

그리고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의 의식 연구...

아마도 저자는 이 말을 전하고자 앞서 많은 이야기들을 전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과학이 항상 보편적으로 매우 날카롭고 예리하게 비판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때로 과학은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개념을 무너뜨리기보다 오히려 지지해준다. 또한, 우리를 억누르기보다 오히려 개선시킨다. 그런 상황을 과학의 위안이라고 칭하자. 우리는 털이 없는 유인원일 수도 있지만, 의식을 둘러싼 역설들이 입증했듯이, 실제로 다소 특별하고 독특하게 의식을 갖추고 있다. 의식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려면 질적인 부분과 특유한 형이상학적 생태계에 해당하는 양적인 부분이 만나는 혼합 지대를 탐구해야 한다. - page 375

개인적으로는 쉽지 않은 내용이었습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의 열띤 논쟁 속에서 여전히 미지의 영역인 '의식'.

(저도 미지의 영역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그럼에도 더없이 매력적일 학문이었던 '의식 과학'.

저도 앞으로의 추이를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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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다 절교할 뻔 - 예고 없이 서로에게 스며든 책들에 대하여
구선아.박훌륭 지음 / 그래도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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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팔

편지나 전화, 인터넷 매체 등 통신 수단을 사용해 사귀고 교류하는 친구를 가리키는 영어 어휘이다 _ 나무위키

지금은 '펜팔'이란 말을 알까나...

저는 알고 있지만 해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가끔 이런 책들을 만나면 반갑기만 합니다.

서로 편지를 주고받는...

(안 해보았기에 미련이 남아서 재미있게 느끼는 것인가...?!)

이렇게 엿보는 쏠쏠한 재미를...

(역시나 남의 것을 몰래 보는 재미란...!)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이들이 주고받는 편지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읽어보았습니다.

"우리도 그런 거 합시다, 교환편지"

취향이 다른 두 책방지기가

읽고 쓰는 삶에 대해 나눈

서른여섯 번의 책 편지

책 읽다 절교할 뻔



'책방연희'를 운영하는 '구선아' 작가와 약국 안 '아직독립못한책방(일명 아독방)'의 주인장 '박훌륭' 작가.

이 책은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 두 명이 책과 뒤엉켜 사는 생활에 대해 주고받은 서른여섯 편의 편지였습니다.

책방을 운영하며 읽고 쓰고 나누는 일을 하고 있는 두 사람.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던 두 책방지기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일거리를 만들어내는 공통점을 발견하곤 그 일환으로 서로가 읽어온 책을 소개하는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지난여름과 여름 사이 1여 년간 주고받은 편지에는 책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가 오고 가고 있었습니다.

글쓰기, 육아의 어려움과 책방 운영의 고충, 책방 이용법 등 두 책방지기의 취향과 취미를 넘어 모두가 공감할 우리네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현재 진행형으로 '육아'를 하고 있어서인지 주디스 리치 해리의 《양육가설》이란 책이 궁금하였습니다.

과연 아이에게 부모의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쉽게 이야기해 '부모가 아이들을 기르는 방식이 아이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가정'을 뜻하는 기존의 양육가설에 대한 비판 연구인 이 책.

책은

다만 우리가 믿고 있는 부모양육의 중요성과 그에 따라 느끼는 죄책감을 내려놓아도 된다

는 이야기를 근거와 함께 말해주고 있는데...

"아이는 스스로 자신의 또래 집단과 함께 자기 삶을 만들어나간다"

라는 문장.

머리로는 알지만 자꾸만 울타리를 쳐주는 내 모습, 죄책감, 두려움...

저도 688쪽의 《양육가설》을 읽고 내려놓을 수 있을지......

그리고 요즘에 꼭 읽어야 할 김기창의 소설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작가는

"좋은 것들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더 많은 두려움을 느껴야 한다"

며 지구가 처한 문제를 의식적으로 인식하기 위함이 아닌 문학적 상상력을 통해 정서로 사람의 마음과 사람의 행동까지 움직이게 한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조금씩 아열대기후로 변하는 우리에게 꼭 읽어야 할 책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내가 늙어버린 여름》 《우리는 왜 불평 등을 감수하는가》 《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 《말을 부수는 말》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들은 고릴라에게서 배웠다》 등의 책을 통해 가난과 차별, 불평등, 나이 듦, 여성의 글쓰기, 자기실현을 논하며 어느새 두 사람의 교감이 읽는 독자들에게도 또 하나의 실을 건네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이 책을 통해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배우게 되었습니다.

루이스 캐럴이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기 위해 책을 읽는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독서는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일인데 정작 책을 읽으면 혼자가 아니란 걸 알기 때문인 것 같아요. 지금 우리처럼 책으로 연결되어 편지를 나누기도 하고 백 년 전 쓴 글로 인해 오늘이 두근두근하기도 하니까요. - page 29

책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우리'가 된다는 것.

그렇기에 저도 또다시 열심히 읽어보려 합니다.

두 책방지기가 이 책을 통해 소개된, 몸과 마음을 깨치는 마흔다섯 권의 책들.

저도 하나씩 차근히 읽어가며 이들의 편지 속에 제 이야기도 조심스레 넣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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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2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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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치락뒤치락.

니콜과 모니카의 대결.

과연 그 끝은 어떻게 될지 1권에 이어 마저 읽어보겠습니다.

함께하는 집단의 힘을 믿는 니콜,

뛰어난 개인의 힘을 믿는 모니카.

영혼의 숙적인 두 체스 천재가 벌이는 전 지구적 게임!

최후에 역사의 키를 쥐는 건 어느 쪽일까?

퀸의 대각선 2


 


받은 만큼 되돌려줄 아이디어가 생각났어요. - page 12

군중의 작동 원리를 너무나도 잘 아는 니콜 오코너에게 또다시 마주하게 된 패배.

모니카도 자신만의 방식, 개인의 심리를 이용하여 니콜을 함정에 빠뜨려 체포하게 됩니다.

이게 다 그 망할 모니카 탓이야. 여기서 나가면 내가 가만두지 않겠어. 고통이 뭔지 알게 해주지. 이제 우리 싸움은 체스 게임에서 끝나지 않아. 망할 계집애, 널 짓밟아 버리겠어. 복수하고 말겠어. - page 51

그리하여 이 둘은 IRA 무장 투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소련 붕괴, 이란 핵 위기, 911 테러 등 세계사를 장식한 굵직한 사건들 속에서 팽팽하게 부딪치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결이 펼쳐지게 됩니다.

때로는 현장 요원으로서 총격전을 벌이고 때로는 치밀한 전략가로서 역사를 뒤에서 움직이며 평생에 걸쳐 승패를 주고받는 니콜과 모니카.

그리고 세월은 흘러 여든다섯.

새까맣던 머리는 어느새 하얗게 세고 몸도 성치않은 이 둘.

전업 작가로 살아가던 모니카의 집 앞에 검은 실루엣이 서 있습니다.

이 시간에 누구지?

주변을 배회하는 사람인가?

빗속에 길을 잃은 관광객인가? - page 249

조심스레 문을 열어보니 차가운 전율이 모니카를 휘감습니다.

오랜만이야, 니콜. - page 250

긴 세월동안의 서로의 업적(?) 아닌 업적들을 나열하며

집단이냐, 개인이냐. 이건 철학과 세계관의 문제야. 우리는 상반된 인식을 가졌지만 어떤 면에선 상호 보완적이라고 할 수 있어. 어느 한쪽이 전적으로 옳거나 틀린 게 아니니까. 너와 내가 이 나이 먹도록 살면서 깨달은 결론도 결국 그거 아닐까.

그래, 맞아. 우리 둘은 음과 양의 관계라고도 볼 수 있어.

모니카가 고개를 끄덕인다.

우리가 없었다면 세계사는...... 뭐랄까...... 역동성이 덜하지 않았을까? - page 270

그리곤 이 둘은 세 번째이나 마지막 체스게임을 시작하는데...

과연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까?

째깍째깍! 째깍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깍! ............째애까악 ............째애까악!

니콜이 외눈으로 그녀를 빤히 응시한다.

지난번에 나한테 뭐라고 했었지? Vulnerant omnes ultima necat. 매 순간 상처를 입히고 종국에는 죽인다. - page 279

그동안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과는 달랐습니다.

역시나 이번 소설은

'최초의 사실주의적 소설'

이었다는 점!

그래서 솔직히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두 여성이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사건들에서 펼치는 모습에서 느끼게 되는 긴장감과 박진감.

한시도 눈을 뗄 수 없게 했습니다.

그리고 소설의 결말은 지금의 정세와도 같았습니다.

여전히 형태를 바꾸어 진행 중...

그렇다면 앞으로의 역사는 어떻게 될까...?

우리는 다시 체스판 위에 놓여있었습니다.

책을 마무리하기 전!

책의 중간중간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에서 우리의 '이순신 장군'이야기가 있었습니다.

16세기 조선의 수군을 이끈 장군.

왜군에 비해 불리한 전력임에도 결사 항전을 하였던 이순신 장군.

지리와 기후 등을 고려해 뛰어난 전술을 펼쳤던 그.

사후에 이순신은 조선의 국가적 영웅이 되었을 뿐 아니라, 그의 용기와 군인으로서의 천재성을 칭송하는 일본 수군에게...... 신격화된 존재가 되었다. - page 149

새삼 뿌듯해진 대목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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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대각선 1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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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기상천외한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놀라움과 즐거움을 안겨 주는 '베르나르 베르베르'.

정말 그의 꾸준한 집필에 독자로써는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이번 신작.

책 표지를 보자마자 어?!

'배경-전경 착시' 그림이 아닌가!

체스 게임?

두 사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기대되었습니다.

함께하는 집단의 힘을 믿는 니콜,

뛰어난 개인의 힘을 믿는 모니카.

영혼의 숙적인 두 체스 천재가 벌이는 전 지구적 게임!

최후에 역사의 키를 쥐는 건 어느 쪽일까?

퀸의 대각선 1






영악한(?) 두 아이가 등장하게 됩니다.

늘 주변에 사람이 있어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오토포비아'를 가진 오스트레일리아 ROC 목장에 사는 열한 살 아이 '니콜 오코너'.

이게 다 선생님이 날 교실에 혼자 감금해서 벌어진 일이야.

내 경고를 듣지 않았어.

혼자 있는 걸 <못 견딘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 page 15 ~ 16

학교에서 사고를 치게 되고 목장에서 아빠와 원격 수업을 듣게 됩니다.

그리고 같은 날,

둘 이상 모이는 순간 사람들은 바보가 돼요. 그 집단의 어리석음을 못 참겠어요. 숨이 막혀요. - page 27

혼자 조용히 있는 게 좋은 '안트로포비아'를 가진, 오스트레일리아에서 1만 6천 킬로미터 떨어진 미국 뉴욕의 한 중학교, 니콜과 동갑내기인 아이 '모니카 매킨타이어'.

모니카 역시 학교에서 사고를 치고 집에서 원격 수업을 듣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 둘은 각자의 방식으로 '체스'를 배우게 됩니다.

열두 살이 되었을 때 이 둘은 만나게 됩니다.

체스 경기에서 만나게 된 니콜과 모니카.

모니카는 평소대로 초반부터 퀸을 활용한 기습 공격을 시도하지만 니콜ㅇ이 폰을 전진 배치시켜 난공불락의 장벽을 쌓아 놓는 바람에 번번이 좌절되고 결국

체크......

메이트.

이렇게 처음 만난 순간, 두 체스 천재는 서로가 영혼의 숙적임을 알아보게 되고 점점 세계를 무대로 평생에 걸친 치열한 대결을 펼치게 되는데...

함께하는 집단의 힘을 믿으며 거시적 관점을 지닌 니콜.

전 세계 폰들의 혁명을 일으켜 킹들과 퀸들을 무너뜨릴 거예요. - page 123

뛰어난 개인의 힘을 믿으며 미시적 관점을 지닌 모니카.

보비 피셔는 왕으로 추앙받길 원하지 않았던 게 분명해. 아직 나는 피셔처럼 최고의 자리에 오르진 못했지만 언젠가 이 세계에 영향을 미칠 날이 분명히 올 거야.

그건 내가 한 개인이 역사의 흐름을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야.

가능하다는 인식만 있으면 돼. 그걸로 충분해. - page 125

두 번째 체스 게임에서 만난 이 둘.

예전과 똑같은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니콜.

이번엔 모니카가 역습을 하게 되는데...

어리석은 중국 파수병 하나가 성문을 열어 주자 칭기즈 칸의 기병 수천 명이 밀물처럼 밀려들어 왔어.

그때부터 몽골군은 파죽지세로 중국 땅을 유린했지.

약한 고리가 있기 때문에 사슬이 강해지는 거야.

기병대...... 기병대가 칭기즈 칸의 무기였어......

...

나도 나이트를 활용해 상대의 가장 약한 고리를 타격해 보면 어떨까......

장애물을 뛰어넘을 수 있는 유일한 말이 나이트잖아. 나이트로 폰의 장벽을 뛰어넘는 거야. - page 199 ~ 200

진 니콜은 IRA의 폭탄 테러 협박으로 경기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이로 인해 모니카의 어머니는 목숨을 잃게 됩니다.

어머니의 죽음으로 범인을 잡겠다고 혈연이 된 모니카.

시간이 흐른 뒤 범인은 다름 아닌 니콜이었고, IRA 대원들을 지시하고 있었습니다.

IRA를 잡겠다고 MI5에선 니콜과 연이 있는 모니카에게 자문을 구하지만 니콜의 작전이 성공하게 되고...

모니카는 집단적 공격성과 어리석음이 만들어 낸 종말론적 상황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보며 무력감과 함께 분노를 느낀다. - page 287

과연 이 둘의 전 지구적 게임!

최후에 역사의 키를 쥐는 건 어느 쪽일까...?

정말 '체스'가 단순한 게임이 아닌 그 이상의 차원이었습니다.

세계 무대가 체스보드였고

군중을 기물 삼아

매 순간 판을 짜며 그려진 역사.

여전히 개인과 집단의 싸움이 이어지고 그렇게 인류 진보는...

두 여인의 신념을 저울질하며 독자들에게 질문을 건네고 있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이야기를 이끌어가기에 보다 몰입감 있게 읽었습니다.

늘 그래 왔듯 기대를 뛰어넘으며 매혹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

2권에서 이들은 우리에게 답을 알려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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