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3부작 - 그래픽노블
데이비드 마추켈리 외 그림, 황보석 외 옮김, 폴 오스터 원작, 폴 카라식 각색 / 미메시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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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소외된 주변 인물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으면서도, 감정에 몰입되지 않고 그 의식 세계를 심오한 지성으로 그려 내는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소설가

'폴 오스터'


그의 명성은 익히 들어서 알지만...

작품은 읽어보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폴 오스터의 1주기를 맞이하여 미국과 한국에서 그의 대표작을 그래픽노블로 출간하였다길래

왠지 더 흡입력 있게 그의 작품을 맞이할 것 같아 읽게 되었습니다.

고전이 그래픽노블로...

어떻게 그려나아갔을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폴 오스터와

유리의 도시로, 유령들과

잠겨 있는 방으로


뉴욕 3부작



제목처럼 세 편의 작품이 있었습니다.

포문을 열어주었던 「유리의 도시」.

첫 문장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뉴욕에 사는 소설가 '퀸'은 윌리엄 윌슨이라는 필명을 쓰면서 맥스 워크라는 사설탐정을 주인공으로 하는 탐정 소설을 쓰는 작가였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첫 문장처럼 한밤중에 걸려온,


"폴 오스터 씨인가요?

폴 오스터 씨와 통화하고 싶은데요."


"전화를 잘못 거신 것 같습니다."


"폴 오스터 씨라고,

오스터 탐정 회사를 하는 분인데요."


"여기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하시는군요.

정말 급한 일입니다."


결국 피터 스틸먼의 아내라는 이로부터 피터의 아버지인 피터 스틸먼(부자의 이름이 같음)을 감시하는 탐정의 임무를 맡게 됩니다.

사실 아버지 피터 스틸먼은 아내의 죽음 뒤 자신의 아들을 9년 동안 독방에 감금해 놓고 학대를 합니다.

그런 피터 스틸먼은 감옥 생활을 하게 되었고 시간이 흐른 뒤 감옥에서 나오게 된 그.

그런 그의 등장은 어린 피터가 성인이 되었어도 두려움에 떨게 되고 아내가 폴 오스터에게, 아니 퀸에게 늙은 피터 스틸먼의 일거수일투족 감시를 의뢰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시작된 감시를 하게 되는데 늙은 피터는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고 어느 날 사라지게 됩니다.

그를 놓친 것을 스틸먼에게 알리고자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게 되자 퀸은 스틸먼의 아파트 앞에 노숙자가 되어 가면서 또다시 감시를 시작하게 되고 결국 퀸은...


솔직히 이 작품을 읽고 나서 충격적이었습니다.

낯선 이의 한 마디로 한 사람이 이렇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인가...

이토록 인간이란 존재가 나약할 수 있을까...

너무 민낯을 본 것 같아 어찔했었던...


그렇게 한 이야기가 끝나고 다음 이야기였던 「유령들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앞서 읽었던 「유리의 도시」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여기서도 등장한 탐정 '블루'

그에게 화이트라는 이름의 남자가 원하는 기간 동안 블랙이라는 이름의 남자를 쫓아다니며 지켜보며 

매주 이러이러한 우편 사서함으로 보고서를 보내면

매주 우편으로 수표를 보낸다는 것

단, 이 일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보고서를 보낼 것

이었습니다.


역시나 감시를 하였고 알고 보니 블랙이라는 자의 정체가 바로...


"당신은 내가 해야 할 일을 상기해 줄 사람이었다.

고개를 들면 매번 거기서 내 쪽을 바라보며 그 시선으로 나를 꿰뚫었지.

당신은 내게 온 세상이었고,

난 당신을 내 죽음으로 탈바꿈한 거야.

당신은 변하지 않는 단 한 가지, 

모든 것의 안팎을 바꿔 놓은 단 하나의 존재다."


마지막 「잠겨 있는 방」에서는 앞서 등장했던 인물들이 다시 거론되고...

그렇게 이 세 작품은 닮은 듯 다른 이야기를 하며

'뉴욕 3부작'

을 완성하고 있었습니다.


모두 누군가를 감시하고 뒤쫓지만

좇으면 좇을수록 모든 것은 흐릿해지고

종국에 가서 마주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의 모습이었던,

몰두가 강박관념으로 변하는 인간 군상을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잔인하지만 우리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그래서일까...

「유령들」에서의 마지막 문장이 울림처럼 남았었습니다.





고전으로 만났었다면 혼돈이었을 테지만

그래픽노블이었기에 그나마 끝까지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되짚어보게 된 이 책.

한 번은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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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 수면과 꿈의 과학
매슈 워커 지음, 이한음 옮김 / 사람의집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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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바쁘다 바빠 현대사회 속에 우리는

휴대폰 알람을 시작으로 일어나

커피 한 잔의 여유보다는 잠에서 깨기 위해 카페인 섭취하고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에 누워 쇼츠를 보노라면 어느새 시간은 순삭!

그렇게 반복되는 생활 속에 우리의 수면은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니, 제 일상이 그러한데요...


젊었을 땐 금방 회복되기에 넘어갈 수 있었지만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회복 속도도 더디고

이로 인해 몸이 망가지는 것을 느끼면서 깨닫게 된

'수면'의 중요성.


그래서 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인생의 3분의 1을 완벽하게 활용하는 법


이제라도 한 수 배우고자 합니다.


불면과의 사투를 벌이는 당신을 위하여!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



우리 인생의 3분의 2는 깨어 있는 상태에서는 생산적인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회 활동을 하고, 생존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고, 식량을 얻고, 자손을 번식하는 등.

그리고 나머지 시간은 잠을 자는데...

마치 비생산적으로 보이는, 그럼에도 '잠'을 잔다는 것을 우리에게 엄청난 혜택을 주는데...


잠은 학습하고, 기억하고, 논리적 판단과 선택을 하는 능력 등 뇌의 다양한 기능들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우리의 정신 건강에 유익한 기여를 함으로써, 잠은 우리 감정 뇌 회로를 재조정한다. 그래서 우리는 다음 날 냉철한 머리로 사회적 및 심리적 도전 과제를 헤쳐나갈 수 있다. 더 나아가 우리는 모든 의식 경험 가운데 가장 난제이면서 논쟁적인 것도 이해하기 시작했다. 꿈 말이다. 인간을 비롯하여 꿈을 꿀 수 있는 만큼 운이 좋은 종들은 모두 꿈꾸기를 통해서 독특한 혜택들을 얻는다. 편안하게 하는 신경 화학 물질에 뇌를 푹 담금으로써 고통스러운 기억을 누그러뜨리고, 과거와 현재의 지식을 뒤섞은 가상 현실 공간을 통해 창의성을 부추기는 것도 잠이 주는 선물 중 하나다.

몸의 더 아래쪽에서 잠은 우리 면역계의 병기고를 다시 채움으로써, 악성 종양과 맞서 싸우고, 감염을 막고, 온갖 질병 요인들을 물리치는 일을 돕는다. 잠은 혈액을 타고 도는 인슐린과 당의 균형을 미세하게 조정함으로써 몸의 대사 상태를 복구한다. 또 잠은 식욕도 조절한다. 무분별한 충동보다는 건강한 음식을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체중 조절을 돕는다. 게다가 잠을 충분히 자면, 영양 측면에서 우리 건강의 출발점이 되는 장내 미생물들이 번성할 수 있다. 잠을 충분히 자면 혈압이 낮아지고 심장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므로, 잠은 심혈관계의 건강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 page 17 ~ 18


하지만 우리는 어떠한가...

이렇게나 많은 잠의 혜택들에도 불구하고 잠을 줄이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하지 않았던가...!

그래서 세계적인 신경 과학자이자 수면 전문가인 '매슈 워커'는 이 책을 통해

카페인과 알코올은 잠에 어떻게 영향을 끼칠까?

렘수면 때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우리의 수면 양상은 왜 나이를 먹음에 따라 달라질까?

흔히 접할 수 있는 수면제는 어떻게 작용하며,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어떤 피해를 끼칠 수 있을까?

꿈은 어떻게 학습, 기분, 활력을 증진시키며, 호르몬을 조절할 수 있을까?

아이들의 성장, 노동 현장의 능률과 성취도와 생산성은 잠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

등을 설명하면서 



는 것을 외치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이 책을 통해서 뿐만 아니더라도 잠에 대해서는 여기저기에서 들어보았습니다.

그래서 파편 된 정보 조각들을 가지고 있었기에 중요성이 그리 와닿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한 권으로,

그것도 ''이라는 주제에 대해 

최신 과학적 발견들을 요약하고 수십 년에 걸친 연구와 임상적 성과들을 종합하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였기에 더 설득력이 있었고

왜 정재승 교수님의 추천사에


당신의 침대 머리맡에 놓아둬야 할 단 한 권의 책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 책이다.


라고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나 만성 수면 부족은 알츠하이머병, 암, 당뇨병, 우울증, 비만, 고혈압,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것만으로도 충분치 않다는 양, 생명의 핵심을 이루는 것까지 손상시킨다는데...

바로 유전 암호와 그것을 에워싸고 있는 구조.



무섭지 않나요?

우리 자신의 본질, 아니 적어도 자신의 DNA를 통해 생물학적으로 정의되는 본질을 조작한다
는, 마치 매일 밤 유전 공학 실험을 자기 자신에게 하도록 하는 꼴이 된다는 점에서, 
나아가 나의 자녀가 그렇게 된다면...

청소년기의 아이라면 더더욱 '잠'의 중요성을 일러주어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잠을 많이 잔다고 좋은 걸까?

아니었습니다.

잠을 더 많이 잘수록 사망 위험이 더욱더 낮아지는 것은 아니며, 사망 위험이 낮아질수록 잠을 더 많이 자게 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평균 수면 시간이 아홉 시간을 넘어서면, 사망 위험이 다시 높아짐으로써 좌우를 뒤집은 J자 모양 같은 곡선이 나온다는 것을 말하며 그렇기에

사람에게서는 평균적인 성인을 기준으로, 전반적으로 각성 약 열여섯 시간, 수면 약 여덟 시간이 균형 상태라는 것을

적당한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책을 덮고 나니 저자는 우리에게 질문을 건넸습니다.


당신은 몇 시간을 주무셨나요?


저는 잠을 좀 설쳤습니다만...

또다시 저자의 말을 되짚으며...


당신의 수면 시간이 곧 오늘의 당신을 이끌어갈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부터는 꼭 충분한 수면을 취하시길 저 역시도 바라봅니다.

오늘 저도 좋은 잠을 청해보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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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양자역학 때문이야
제레미 해리스 지음, 박병철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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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알고 싶어서 다가가지만 알 수 없는...

그래서 더 애증의 관계가 되어버렸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에게 '물리'가 그러한데요...

특히나 '양자역학'은 도통 '이해'라는 것이 힘겹기만 합니다.

그런데...!


"책을 번역하면서

이렇게 웃어보긴 난생처음이다."

_박병철(《프린키피아》 역자)


이 말에 혹했습니다.

어차피 어렵겠지만...

그래도 조금의 희망이 엿보였다는...

저도 읽으면서 완벽한 이해까지는 바라지 않고 그 느낌만이라도, 

무엇보다 재미있게 받아들여졌으면 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성공을 거둔 과학 이론을

불경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다!


이게 다 양자역학 때문이야!


양자역학 탄생 100년을 맞아 양자역학 해석의 정론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켜온 '코펜하겐 해석'에 도전하고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한 책이라 하였습니다.

그리고 옮긴이 역시도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이 책은 양자역학 자체를 다룬 책이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는 방법에 관한 책이다. 해석을 어떻게 하건 양자역학의 철옹성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니 아무 걱정 하지 말고 상상의 날개를 활짝 펼치면 된다. 그것도 귀찮다면 저자가 펼친 날개에 올라타기만 해도 된다. 장담하건대, 양자역학을 이토록 재미있게 풀어낸 책은 한동안 찾기 어려울 것이다. - page 303 ~ 304


음...

뭔가 쉽게 읽히기에 마치 이해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막상 되돌아보면 아무것도 잡힌 것이 없는...

읽을 땐 좋은데 조금은 허무하다고 할까...?!

하지만 여느 양자역학을 다룬 책보다는 쉽게 다가왔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습니다.


양자 세계, 즉 원자 규모의 작은 세계는 상식을 뛰어넘는 기이함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럼 이런 것을 물리학자들은 어떻게 알아냈을까?

바로 

'실험

이었습니다.

그리고 양자역학이 실험으로 얻은 데이터와 이론으로 계산된 값이 일치한 답을 내놓았기에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의 현실적인 해석에 특별히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물리학의 기본 요소 중 하나가 '인간의 의식'이라는 점에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대부분의 물리학자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고 나 역시 그랬지만, 인간의 의식을 물리학에 결부시키는 것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황당무계한 발상이 아니다.

양자역학이라는 이론 자체가 원래 그렇게 생겨먹었다. 미시 세계의 현상을 설명하는 정교한 이론인데도, 복잡한 수학을 걷어내고 기본 뼈대만 남기면 공상과학을 방불케 한다. 게다가 이 이론은 주변 세계에 대해 오랜 세월 동안 간직해 왔던 우리의 믿음을 뿌리째 뒤흔들었고, '현실 세계'라는 개념 자체를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 page 13 ~ 14


그렇기에 저자는 양자역학을 해석하는 다양한 대안을 제시합니다.

그러고는


각 대안이 사실이라면 이 세상의 도덕적 가치와 법률체계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에 대해 인간의 '의식'과 '자유의지'를 양자역학에 기초하여 정의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특히나  '사람이 생각해야 할 일'의 상당 부분을 기계에게 떠넘기고 있으며, 그 양도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인데...

저자가 지적했듯이


그 속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까?


이에 대해 


양자역학은 '창조주'로서 인간의 책임을 해석할 때 핵심적 역할을 한다. 인간이 자신의 위치와 역할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인간과 비슷한 수준의 인공지능을 구축할 준비가 되어있다면, 그로부터 초래되는 위험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가끔은 양자 메뉴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 page 287


여전히 모호함에 직관적인 이해가 힘든 양자역학.

하지만 우리에게 양자역학은 이미 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과학이 아닌 나 자신이었고 삶이었고 철학이었던 '양자역학'.

그렇기에 이해하길 포기하지 않아야 함을 이 책을 통해 되새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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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한 예술가들 - 창작은 삶의 격랑에 맞서는 가장 우아한 방법이다
마이클 페피엇 지음, 정미나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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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예술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그 작품을 보면 마음이 이끌리고 위로를 받곤 합니다.

그렇게 작품을 마주하다보면 어느새 예술가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고

심상치 않은 삶 속에서 빛나는 작품을 만들어낸 과정을 알게 되면서 

비로소 '예술'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되었다고나 할까...?!

그래서 더 예술가들의 이야기가 궁금한데...


여기 예술 평론 분야에서 손꼽히는 권위자로, 60여 년간 현대 예술가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교류하며 그들의 삶과 작업에 대해 깊이 있게 연구한 책들로 주목을 받은 '마이클 페피엇'이 추앙한 27인의 예술가들의 내면의 삶과 예술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고 하였습니다.

어떤 예술가의 내밀한 이야기를 그려낼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어둡고 찬란한 매일을

'살아 낸' 이들의 이야기

불안하고 외로운 삶을 밝히는 창조적 행위에 대하여


내가 사랑한 예술가들



반 고흐, 베이컨, 자코메티, 호안 미로, 앙리 미쇼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고통스러우면서도 빛나는 순간들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삶이 곧 그의 작품이며, 그의 작품이 곧 그의 삶이다. - page 12


삶과 예술은 서로 미묘하면서도 때로는 자기 성찰적으로 상호 작용을 하기 때문에

단순한 해석을 경계하고

예술가의 성장 환경, 생각, 삶의 태도, 인간관계, 창작 과정, 예술관 등을 살펴봄으로써

개인적인 삶이 어떻게 예술과 얽히는지를 탐구하고

예술이 단순히 아름다움을 표현한 미학적 매개체가 아니라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중요한 방식임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잘 알려진 이들의 이야기는 다시 만나면서 역시나!를

처음으로 만나게 된 이들의 이야기는 뭉클함에, 찬란함에 감탄을

그렇게 이들의 이야기들로부터

예술이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었음

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몇 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피카소의 그늘에 가려진 예술가 '도라 마르'

주체적인 성격과 냉정한 지적 식견을 지녔던 그녀는 피카소의 뮤즈와 연인으로 서로에게 시너지를 주는 것 같았지만


"나에게 그녀는 우는 여자야. 수년간 나는 그녀를 고통받는 모습으로 그려 왔어. 그렇다고 사디즘적 관점에서 그리거나 즐거운 마음으로 그린 건 아니었어."


결국 피카소와의 관계가 끝나면서 수도사에 가까운 삶을 살아간 도라.

많은 이들에겐 우는 여자로 기억되어버린,

하지만 묵묵히 자신의 그림을 그려나갔던 도라 미르.

그녀의 침묵이 그랬듯 그녀의 인생이, 작품이 이제는 그늘에서 벗어나 알려지길 바래봅니다.


교양과의 전쟁 '장 뒤뷔페'

'피카소가 20세기 전반기의 상징이 되었다면 앞으로는 그가 20세기 후반기를 대표하는 상징이 될 것이다.'

보통 사람의 가슴에 바로 가닿을 만한 미술품을 만들고자 했던 뒤뷔페.

그래서 주류의 미술이 아닌 비전통적인 재료를 사용하며 순수하고도 독창적인 자신만의 미술사적 길을 창조하였는데


"예술을 향한 인간의 욕구는 절대적으로 원시적이며,

빵을 갈망하는 것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강렬한 것이다.

빵이 없다면 굶어 죽겠지만

예술 없이는 지루해 죽는다."


예술에 대한 틀을 깨주었던 장 뒤뷔페.

그의 작품이 지금의 저에게도 울림을 주는 건... 마음이 동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다하우 강제 수용소 이후의 창작 '조란 무시치'

레지스탕스 일원과 가까이 지내는 것과 그의 정치적 성향을 암시하는 다른 행동이 더해져 결국 게슈타포에 체포되어 트리에스테의 감옥에 수감된 뒤 다하우 강제 수용소로 이송되었던 그.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끔찍한 상황 속 그가 경험한 모든 고통과 치욕 중에서도 그를 괴롭히며 끊임없이 떠오른 것이 있었으니 바로 '비극적 우아함'


다하우에서 죽은 이들을 기리는 무시치의 작품이 그토록 깊은 울림을 주는 이유는 그 안에 담긴 따뜻한 시선 때문이다. 그의 작품에는 과장된 표현도, 복수심이나 분노의 흔적도 없다. 무시치는 그저 차분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한다. "그건 일어난 일이야. 일어나지 않았으면 훨씬 좋았겠지만, 일어나고 말았어." 사실을 전하지만 이야기로 풀어내거나 설명하려 하지 않는다. 지휘관, 감시탑, 가스실, 생석회 무덤 같은 구체적인 장면을 묘사하지 않는다. 오직 이름 없는 시체들, 시간과 장소를 초월한 희생자들만이 놀라울 만큼 절제된 화풍으로 그려졌다. 마치 극도로 조용한 고통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 것처럼 소멸된 존재는 거친 결이 드러나는 캔버스의 표면에 희미한 흔적을 남길 뿐이다. 그러나 이들은 감상자에게 '우리가 마지막이 아니다'라는 절대적인 진리이자 강렬한 경고를 남긴다. - page 294 ~ 295


과거의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역사적 기억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일러주었던 조란 무시치.

그의 메시지가 지금의 우리에게도 굵게 울려퍼지고 있었습니다.


책을 통해 여럿 예술가들을 알게 되어서 좋았지만...

그들의 작품도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사실 책을 읽는 시간보다 작품을 찾아 감상하는 시간이 더 걸렸다는...!)


예술가의 목소리는 그 시대에 그치지 않고 지금의 우리에게도 전달되고 있었습니다.

단순한 감상을 넘어선 그들이 전달하고자 했던 의미.

그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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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나의 우리 사람
그레이엄 그린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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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67년 동안 25편 이상의 소설을 집필하며 현실 사회의 상충되는 도덕적, 정치적 문제를 탐구해온

20세기 인간의 의식과 불안을 기록한 최고의 작가이자 스릴러 소설의 대가

'그레이엄 그린'

당대에 폭발적인 대중의 인기와 문단의 찬사를 동시에 누렸다는 그를 이번에 알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1958년에 발표한 이 작품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범죄와 음모를 다룬 스릴러'라는 점에서 끌리지만 무엇보다

스토리텔러로서 뛰어난 재능, 탁월한 세부 묘사와 속도감 있는 서사, 현실적인 대화에 더해

가볍고 코믹한 접근 방식과 정치 풍자는 오늘날에도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데...

과연 어떻게 이야기를 이끌어갈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쿠바 혁명 직전, 혼란스러운 도시 아바나

가짜 비밀 정보 요원의 유쾌한 활약상을 통해

냉전 시대의 정치적 혼란과 불안감을 그려 낸

풍자 소설 대가 그레이엄 그린의 대표적 스파이 스릴러


아바나의 우리 사람


쿠바 혁명 전 어수선하던 시절의 아바나.

그리고 그 속에서 17살 딸 밀리와 살아가고 있는 진공청소기 판매원 영국인 '제임스 워몰드'.

어느 날 호손이라는 자가 워몰드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우리는 연감들을 믿지 않습니다, 선생님. 정치 첩보 문제도 있습니다. 선생님의 청소기와 함께라면 선생님은 어디든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제가 먼짓덩어리를 분석하길 기대하시는 겁니까?」

「농담처럼 들릴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드레퓌스 시절 프랑스 첩보의 주요 공급원은 독인 대사관의 폐지 통에서 폐지를 수거하던 청소부였습니다.」 - page 48


이 무슨 황당한 상황인가.

영국 비밀 정보부의 카리브해 요원(우리 사람)으로 일 해달라는 겁니다.

당연히 처음엔 거절을 했지만 사치스러운 딸과 살면서 돈이 궁했던 그는 결국 그 제안을 받아들이게 되면서


<뭔가 해야만 해. 신원 조회할 사람들 이름을 주고, 보조 요원을 고용해서 그쪽을 기쁘게 해야만해.> - page 90


가짜로 요원들을 만들어 내고 거짓 보고서를 제출하게 됩니다.

그러나 그가 제출한 가짜 보고서는 현실 속에서 '진실'이 되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워몰드 씨, 워몰드 씨, 애당초 이 일을 왜 시작한 겁니까?」

「당신은 그 이유를 압니다. 저는 돈이 필요했습니다.」 - page 234 ~ 235


이젠 돌이킬 수 없는 상황...


「당신의 삶은 다소 불안정하지 않습니까? 당신은 적이 아주 많아 보이더군요.」 - page 296


과연 워몰드의 가짜 스파이 행각은 발각될 것인가?

그의 마지막 행적까지 쫓아가 봅니다.


이 소설의 플롯은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의 수도 프리타운에서 영국 비밀 정보부원으로 일하던 1940년대였다고 합니다.

런던으로 돌아온 그가 이베리아반도에서 방첩 업무 부서에 배속되었는데, 그곳에서 포르투갈의 요원들이 보너스를 더 받기 위해 독일에 가짜 보고서들을 보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을 계기로 써 내려갔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소설은 단순히 재미를 넘어선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고...

영국이 세계에서 지니는 지위에 대한 자기 망상과 정부 부처의 무능함,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 내는 은폐물을 풍자하며 조롱하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몰입도 잘되지 않았고...

특히나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인물의 캐릭터가 뚜렷한 느낌이 없어 이야기 흐름도 조금은...

아쉬움이 남았었습니다.


그럼에도 책 속에서 인상적인 이야기가 있었으니


「당신이 저보다 충직하지 않나요?」

「당신은 충직해요.」

「누구에게요?」

「밀리에게요. 저는 돈을 주는 사람이나 조직에 충직한 사람에게는 조금도 관심 없어요...... 저는 심지어 조국조차 그리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우리 핏속에는 많은 나라가 있어요, 안 그런가요? 하지만 사람은 한 명이죠. 만약 우리가 나라가 아니라 사랑에 충직하다면 세상이 엉망진창 될까요?」 - page 314


이 말은 단순히 소설 속에서 끝나지 않은 것 같아서 짙은 여운으로 남았다고 할까...!


아무튼 작가가 웃으며 즐기자고 쓴 이 책.

다시 읽을 땐 조금은 즐길 수 있을까. 

아니, 지금의 우리 사회가 더 웃기기에... 씁쓸함만이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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