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 레인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82
은소홀 지음, 노인경 그림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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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위원들의 환호를 불러일이킨 작품!

유례없이 강력한 지지로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


이 문구만으로도 이 작품이 어떨지 기대되는데...

그것보다 가치 도서로 뽑혔다는 그 자체부터!

저에게 먼저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정직한 육체성에 대한 깨달음, 장래에 대한 진지한 고민, 두려움을 이겨 내는 경험.

건강하고 당당한 여성 아동 주체가 탄생했다." _ 심사평


그렇지 않아도 이제 조금씩 성인이 되어가는 아이와 함께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은 이 소설.

그들의 반짝이는 물빛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수영부 에이스 강나루의 뜨거운 여름


5번 레인



긴 휘슬이 울린다. 나루는 5번 스타트대에 올라섰다. 스타투부터 터치의 순간까지, 이미 셀 수 없이 머릿속으로 그려 본 장면이다. 딱 하나 다른 점이 있다면, 상상 속에서 나루의 레인은 5번이 아니었다는 것뿐이다. 나루는 양손에 힘을 주어 스타트대를 움켜잡았다.

'집중해, 강나루.' - page 9


'강나루'

열세 살, 주 종목은 자유형.

전국소년체전에서 메달을 척척 따내는, 명실상부한 한강초 수영부의 에이스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턴가 1위의 자리를 내주지 않는 초희 때문에 나루는 4번 레인에서 5번 레인으로 밀려나게 됩니다.


기록 0.1초를 단축하기 위해 학교 수영장을 100바퀴는 더 돌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매일 아침 등굣길에 폐활량을 늘리려 숨 참기를 하며

수업 시간에 꿈을 말할 때면 망설임 없이 올림픽 메달을 그린 나루에게 패배가 거듭되자

팔이 조금만 더 길었더라면 어땠을까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을 되뇌고 오랜 소꿉친구를 비롯한 가까운 사람들에게까지 상처를 입히게 되었습니다.

급기야 초희의 반짝이는 수영복을 의심하기에 이른 나루는 해서는 안 될 일을 저지르고 마는데...

과연 나루는 위기를 극복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나루가 레인 끝에 섰다. 앞으로 몇 번이고 왕복해야 할 길이 보였다. 어떤 날은 쏜살같이 지나가고 어떤 날은 영 지루할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지금 나루가 하고 싶고 이루고 싶은 것들은 전부 물속에 있었다.

나루는 힘껏 벽을 차고 앞으로 나아갔다. - page 226 ~ 227



나루에게 수영은 왜 하느냐보다는 늘 당연한 듯 물에 뛰어들어 우승을 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래도 가끔씩 코치님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던 나루.


"나루야, 코치님은 이기고 지는 게 수영의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해."

"하지만 시합은 이기려고 하는 거잖아요. 저는 이기고 싶어요."

코치님이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네 말도 맞아. 하지만 평생 이기는 시합만 하는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어. 누구나 질 때도 있는 거야. 어쩌면 어떻게 지느냐가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해."

...

"한 번쯤은 너 스스로 왜 수영을 하는지 천천히 생각해 보면 좋겠다." - page 47 ~ 48


나루의 모습을 보며 단지 어린이만 그런 것이 아님을, 나 역시도 그렇지 않은가를 되짚어보게 되었습니다.


새가 둥지에서 떠밀리며 나는 법을 익히듯, '왜' 수영을 하느냐는 질문의 끝에서 나루는 변명의 둥지를 박차고 날아오른다. 우리의 생은 결국 자신과의 사투임을, 이기는 법과 지는 법을 배우는 것이 결국은 같은 것임을, 비상할지 추락할지는 스스로 선택하기에 달렸음을 나루는 자기 몸과 마음으로 알아낸다. 그리고 순수한 열망을 향해 건강하게 나아간다. - <심사평>, page  233


나루가 선 '5번 레인'이 그랬음을.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고들 말한다. 하지만 나루는 아무리 과정이 훌륭한들 결과가 형편없다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냐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 나루도 알았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나루 손으로, 나루의 두 팔과 다리로 만들어야 했다. 그래야만 승리의 기쁨도, 패배의 분함도 떳떳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 page 226


책을 덮고 나니 희미하게 수영장 물 냄새가 나는 듯했습니다.

까르륵 거리다 어느 순간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아이들.

앞으로 눈부시게 찬란할 그들의 앞날이 마냥 부럽기만 하였습니다.

그 부러움도 잠시 접어두고...

이 책을 제 아이에게 건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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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라도 전주 - 전주의 멋과 맛과 책을 찾아 걷다 언제라도 여행 시리즈 1
권진희 지음 / 푸른향기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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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푸른향기의 감성 여행 에세이

언제라도 여행 시리즈

그 첫 번째 도시로 '전주'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가보지 않아서 기대되는 이곳으로의 여행.

저도 잠시 전주의 매력 속으로 떠나보겠습니다.

살아 있는 도시의 결을 느끼고 싶은 이들을 위한

걷고, 머물고, 읽고, 먹으며 느리고 다정하게 떠나는

사계절 언제라도 좋을, 새로운 전주로의 여행

언제라도 전주



이번 『언제라도 여행 시리즈』는

일상에 지친 이들을 위한 작은 쉼표이자

나만의 속도로 도시를 바라보는 여행자의 기록으로

읽는 동안에, 읽고 나서도

언제라도, 우리가 여행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다정한 안내자

였습니다.

그래서 이번 책을 계기로 앞으로 어느 도시를, 그곳을 거니는 작가님의 시선이 기대되었습니다.

'전주'

백제가 멸망하고, 신라에 병합된 뒤 757년 경덕왕이 '전주'라고 '온전한 마을'이라는 뜻의 이름 붙였다고 합니다.

이곳을 저자는

정체되었다기보다 느긋하다는 말이 어울립니다.

라고 하였는데 정말 '여유'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흔히 전주를 '멋과 맛의 도시'라고 부르는데 저자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해주었습니다.

바로 ''

이 삼박자가 어우러져 몸과 마음의 안식처가 된 전주로의 여행이었습니다.

우선 전주의 지도를 펼쳐보았습니다.



우리가 거닐어야 할 곳들이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언젠가 전주를 가게 된다면 이 책을 들고 저도 발걸음을 더해보고자 합니다.

누구나 이런 공간이 있을 것입니다.

예전에는 유명하지 않았기에 내 집 앞마당처럼 드나들며 은밀히 즐겼다던 이곳

어느새 관광지로 떠오르며 색색의 간판이 들어서고, 여행에 들뜬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했을 때

마치 내 것이었던 것이 사라지는 이 아쉬움...

그럼에도 여전히 찾아 헤매는 아련함...

그 기분을 알기에 더 와닿았던 이곳 '한옥마을'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 잠시 쉼을 위해, 특히 겨울에 가야 더 매력적인 '교동다원'

이곳에서 저자처럼

눈이 내리는 동안, 차에 다과를 곁들여 그 앞에 앉아 봄·여름·가을 동안 내가 뿌리고 거둔 것이 무엇일지 헤아린다. 이해득실을 따지느라 한 손에 들어오는 찻잔만큼 작게 단단해진 마음이 담백한 차와 달콤한 꿀약과에 느슨하고 말랑해진다. 욕심이 '커져도 다 차지할 수 없을 만큼 마음이 넓'어지고 싶다. 봄이면 벚꽃양갱, 가을이면 유자양갱처럼 특별한 메뉴가 있음에도 유독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겨울에 교동다원을 찾는 까닭이다. - page 45

''의 의미를 느끼며 한 해의 마무리를 지어보고 싶었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이라면 한 번 들러보고 싶은 '책방들의 거리'

이곳엔 '홍지서림'과 함께 대표적인 지역 서점인 '민중서관'이 있었지만 2011년 문을 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조금씩 사라지는 책방 거리들을 보며 씁쓸한 마음을 달랠 길이 없었는데...

그럼에도 전주에는 여전히 책방이 많다고 하니 조금은 부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전주는 매년 빨간 투어버스를 타고 도서관과 문화시설을 경험할 수 있는 「전주 도서관 여행」 프로그램을 제공할 정도로 개성 넘치는 도서관이 많다고 하였습니다.

그중에서 '다가여행자도서관'

입국 9:00

출국 18:00

전주를 비롯한 여러 지역을 다룬 책은 물론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구석구석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휴식 공간까지 구비된

'여행' 콘셉트가 충실한 이곳에서 인상적이었던 이 문구.



그리고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렇지. 여행도 독서도 결국 공간적으로 같은 자리로 돌아와야만 완성되지만, 지나온 사람의 어떤 부분은 완전히 바뀌어버리지"

개인적으로 꼭 가보고 싶은 '가맥집 초원편의점'

가맥은 '가게맥주'의 줄이말로 1974년 전주 경원동에 문을 연 '전일갑오'에서 시작된 독특한 술 문화라고 합니다.

동네 슈퍼에서

업소용이 아닌 저렴한 가정용 맥주를

과자를 안주 삼아, 나중에는 간단한 안줏거리를 곁들이며 마실 수 있는

무엇보다 가맥집은 '간단한 안줏거리'가 가게마다 다르다는 매력을 지니고 있는데!

그 매력을, 그 갬성과 함께 술잔을 기울여보고 싶었습니다.



뭐니 뭐니 해도 전주하면 '콩나물국밥'을 빼놓을 수 없었습니다.

전국 어디에서나 마주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그 지역에 가야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음에!

여기 소개된 '왱이집'

이름이 특이하였는데 그 이유가

왱이집은 벌이 한꺼번에 모여들 때 '왱-' 소리가 나듯 손님들이 벌 떼처럼 많길 바라는 마음에서 '왱이'라고 이름 지었다고 한다. 1987년 흥지서림 골목에 문을 열었다. 육수와 별도로 삶아내어 아삭거리는 콩나물과 청양고추의 매콤함이 공존한다. 순한 맛으로 주문할 수도 있지만, 간판에 적힌 '손님이 주무시는 시간에도 육수는 끓고 있습니다'를 본다면 역시 오리지널을 맛봐야 하지 않을까. 매운맛에 약하다면 모주를 곁들이길 추천한다. 막걸리에 찹쌀가루, 흑설탕, 감초, 생강, 계피 등을 넣고 끓인 모주의 달콤함이 매운맛을 상쇄하며 입맛을 돋운다. - page 204

왠지 이곳에 방문할 땐 사람이 많은 시간에 가야 제맛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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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럭이는 세계사 - 인간이 깃발 아래 모이는 이유
드미트로 두빌레트 지음, 한지원 옮김 / 윌북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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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국기를 보다 보면...

그것도 유럽의 국가들을 보면 닮은 듯하면서도 다른...!

그래서 한때 아이가 어릴 적 국기에 빠져 저에게 국기 카드를 보이면서 아이가 가르쳐 주곤 하였었는데

(그랬던 아이가 이제는 자신도 다 까먹어서 오히려 저에게 물어보는...)

그때의 추억(?)이 남아서일까! 

이 책을 보자마자 읽어보고 싶었습니다.


"상징의 기원을 찾아 떠나는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여행"


국기와 깃발.

그 속에 담긴 인류 수천 년의 역사 여행을 통해 다양한 국기와 상징의 이해뿐만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지혜와 변화의 힘을 배워보도록 하겠습니다.


깃발은 역사의 산증인,

역사가 바뀌면 깃발부터 달라진다


펄럭이는 세계사


여기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1994년 어느 날, 열네 살의 '드미트로 두빌레트'는 월드컵 중계 중인 텔레비전 화면 한구석에 자리한 국기에 시선을 빼앗기에 됩니다.

그래서 소년 드미트로는 세계 곳곳의 깃발을 찾아다니며 탐구하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모든 국기에는 흥미로운 역사가 숨어 있다.


그 후 그는 우크라이나의 내각 장관이 되는데 정치인이자 기업가가 되었어도 각종 국기와 깃발에 대한 탐구심과 사랑은 계속되어 이제는 깃발 아래에서 소란스럽고 치열하게 벌어졌던 인류의 여정을 한 권의 책으로 엮게 됩니다.

바로 『펄럭이는 세계사


책은 유명한 유니언잭이나 삼색기, 태극기는 물론이고 독수리, 빨간 모자, 톱니바퀴 같은 상징마다 비밀스럽게 깃든 사연을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화려한 색과 무늬 속에 깃든 인류의 뜨거웠던 지난날.

지금도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국기는 아니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깃발 '유엔기'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1945년 50개국의 대표가 캘리포니아에서 회의를 열어 세계 평화 유지를 위한 기구를 설립하면서 탄생하게 된 유엔.

처음엔 회의 주최 측이 그저 참가자 배지에 넣을 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하였지만 이 임시 표장을 영구적으로 사용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걸 깨닫고는 디자인 제작 위원회를 설립해 깃발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유엔 표장과 깃발 속 모든 디자인 요소는 이 기구의 주요한 목표인 '평화'와 '번영'을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파란색은 전쟁을 상징하는 빨간색과 정반대로 선택되었는데 특히나 깃발에 쓰인 파랑의 색조를 '유엔 블루'라 불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흰색으로 표현된 부분은 방위각 투영으로 본 세계지도로, 북극에서 바라본 이 지도의 각도는 모든 국가로부터의 등거리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유엔기의 세계지도 주위엔 올리브 가지 2개가 그려져 있는데 이는 '평화'를 상징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멈추지 않고 저자는 이야기를 나아갔습니다.

유엔기의 등장 이후로 올리브 가지를 국기 도안에 적용한 키프로스, 에리트레아, 투르크메니스탄 이 세 나라에 넣었는데 그중 키프로스와 에리트레아엔 평화가 오지 않았고

특정 국가의 영토가 아니기에 공식 기가 없었던 남극은 유엔 블루 바탕에 남극 대륙 모양의 흰 지도가 그려진 도안이 대표적이었는데 2002년 남극조약에서 채택한 남극 기는 보다 어두운 바탕색이 사용되고 위도와 경도의 주요 선이 표시되었다는 차이가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이모티콘에 사용되는 남극 기는 이 도안임을

하나의 깃발은 하나로 그치지 않고 여러 곳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태극기'도 등장하게 되었는데...

평화를 상징하는 흰색 바탕에 음과 양의 태극 문양.

그 주위의 검은 사괘는 태양(천체), 불(자연 요소), 가을(계절), 남쪽(방위), 예의(덕목), 딸(가정), 화려함(성정)을 상징하며 이를 다 합치면 결실을 뜻하는 우리 국기.

사실 우리에겐 분단국가라는 아픔이 있고 지금은 각자의 국기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 분단 전부터 쓰던 태극기를 계속 사용하고 싶어 했다는 북한.

그러나 태극기에 담긴 고대 불교 상징을 미신으로 여긴 소련이 이를 탐탁지 않게 여겼고, 결국 모스크바에서 오각별이 그려진 붉은색 바탕의 새 국기를 도안해 평양에 전달해 지금의 국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만약 북한도 우리와 같은 국기를 사용했더라면 이렇게나 오랫동안 분단국가로 남았을까... 란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그래도 우리에겐 남북한이 공동으로 참가할 때 사용할 '한반도기'라는 통일기가 있는데 이 역시도 이젠 개별팀으로 참가하면서 존재만 한다는 점에서...

뭐랄까...

풀지 못한 숙제로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국기는, 깃발은 조금씩 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살아있는 역사처럼 말입니다.

그 변화의 방향은 국민들의 '믿음'과 '사랑', '평화'와 '번영'이었으면 하는 바람도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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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킬 수 있는
문목하 지음 / 아작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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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일로...

'가치 읽기'를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정신을 차려보니 벌써 5월이 되어버렸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왠지 올해엔 흐지부지 넘어갈 것 같아서...!

이번 책 구입부터 시작해 늦게 시작하게 되었지만 이렇게 읽고 뿌듯함을 남겨봅니다.


SF와 판타지, 미스테리를 효과적으로 결합한

신인 작가 문목하의 놀라운 데뷔작!


이라 하였는데...

정말 신인 작가분이 맞나요!!!

재미를 넘어 감동이었던 이 작품.

다른 분들도 읽어보시길 바라며 짧게나마 이야기를 남겨볼까 합니다.


부패경찰과 정체불명의 불법 조직 사이에서 벌어지는 첩보와 배신,

초능력물과 누아르를 매력적인 캐릭터와 대사로 녹여낸 소설다운 소설!


돌이킬 수 있는



"도망 안 가?" 남자가 말했다.

차라리 이때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어떻게든 이 남자를 죽였다면 좋았을 것이다. 이 순간을 떠올릴 때마다 여자는 그렇게 생각한다. 시간의 타래가 감길 때마다 그 생각은 퇴색되었다가 덧칠되고, 희미해졌다가 견고해지길 수없이 반복하는 변덕을 부리게 되지만.

"도망가 줘." - page 9


촉망받는 신입 수사관 '윤서리'

하지만 부패경찰을 도와 일하게 된 그녀는 건드리지 말아야 할 범죄조직 '비원'을 건드리고,

비공식 명령을 받아 어느 암살 작전에 투입됩니다.

작전구역은 대형 싱크홀 발생으로 4만여 명의 시민이 목숨을 잃어 참혹한 재해의 상흔이 가시지 않은 폐쇄된 유령도시 경선산성.

아무도 없어야 할 이곳에 수백 명의 사람들을 발견하게 되고, 더 놀라운 사실은 그들은 초능력을 지니고 있었는데...

윤서리가 해야 할 작업은


"비원과 경선산성이 자기들 싸움에 공멸하게 하는 것. 한쪽이 한쪽을 밟으면서 제 몸집을 깎도록 소모전을 지속시키는 것. 마지막에 비원이 이기든 경선산성이 이기든 그건 상관없어. 비원 혹은 산성이 쉽게 처치될 정도로 약해진 채 홀로 남는 게 중요한 거야.

도시 안에서 서로 계속 싸우게 만들어. 내 두더지들은 틈을 알려주고, 우리는 더 큰 틈을 만든다. 두 집단이 자주 충돌하면 충돌할수록 좋아. 나중에 처리할 머릿수가 하나라도 더 줄게 해. 그게 내 요원들이 하는 일이고, 윤서리, 네가 하게 될 일이다." - page 139 ~ 140


사실 비원과 경선산성은 하나의 집단이었습니다.

여기서 최고 실력자였던 최주상과 이경선이 변종들을 한데 모아 조용한 생존을 꾀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경선은 자기들이 지금은 숨어 살더라도 언젠간 외부에 드러나야 하고, 그 순간은 필수불가결하게 찾아올 거로 생각해 그때를 위해 안전과 독립을 보장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최주상은 존재가 외부에 드러나는 순간 집단 전체가 몰살 당할 거로 생각해 숨어 살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때부터 최주상에게 동조하고 최주상의 힘에 보호받으려는 변종들과, 이경선에게 동조하는 변종끼리 파가 나뉘게 되고

결국 이경선 측이 내몰리게 되면서 싱크홀이 발생하고 아무도 다가가지 않는 그 도시에 다시 들어가게 되면서 경선산성을 이루게 되고

최주상은 비원의 우두머리로 그 도시에서 아무도 나오지 못하게 하고, 만약 바깥으로 나오는 놈이 있다면 자신의 선에게 처리하겠다는...

그리고 이런 비원을 감시하는 서형우까지.


이 모든 것을 알게 된 '윤서리' 와

부패경찰 '서형우',

경선산성의 수장 '정여준'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첩보와 배신, 그 끝은 어떨지...

과거가 반복되고 멈춘 시공간이 늘어감에 따라 이들의 결말은 예상 밖으로 흘러가게 되는데...?! 

(아하! 그래서 드라마 <시그널>에 비유를 했었다는 것을 이해했습니다...!)


정여준의 유언이었던 마지막 말을, 그러나 이제는 유언이 아닌 한 문장을, 그녀는 승리감에 가득 차 그에게 소리쳤다.

"무사해서 다행이다!" - page 403


와!

간만에 이렇게나 재미있는 책을 만나게 되다니!!!

각각의 캐릭터들이 생동감 있고 매력적으로 그려졌고

빠른 전개와 반전의 묘미,

무엇보다 초능력물과 경찰 누아르 장르의 케미가 이렇게나 좋을 줄 몰랐습니다.

왜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는지 알 수 있었던 이 작품.

특히 이 대사.


"왜겠어요."


정말이지...

이 설렘 간만에 느껴봅니다.


그 뒤로 작가님의 작품을 찾아보는데...

어?!

얼마나 우리의 애간장을 녹이시는 겁니까?!!!

작가님의 신작을 기다리며...

또다시 저 대사에 심쿵 하며 책을 덮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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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3부작 - 그래픽노블
데이비드 마추켈리 외 그림, 황보석 외 옮김, 폴 오스터 원작, 폴 카라식 각색 / 미메시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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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소외된 주변 인물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잃지 않으면서도, 감정에 몰입되지 않고 그 의식 세계를 심오한 지성으로 그려 내는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베스트셀러 소설가

'폴 오스터'


그의 명성은 익히 들어서 알지만...

작품은 읽어보지 않았었습니다.


그러다 이번에 폴 오스터의 1주기를 맞이하여 미국과 한국에서 그의 대표작을 그래픽노블로 출간하였다길래

왠지 더 흡입력 있게 그의 작품을 맞이할 것 같아 읽게 되었습니다.

고전이 그래픽노블로...

어떻게 그려나아갔을지 기대하며 읽어보았습니다.


폴 오스터와

유리의 도시로, 유령들과

잠겨 있는 방으로


뉴욕 3부작



제목처럼 세 편의 작품이 있었습니다.

포문을 열어주었던 「유리의 도시」.

첫 문장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뉴욕에 사는 소설가 '퀸'은 윌리엄 윌슨이라는 필명을 쓰면서 맥스 워크라는 사설탐정을 주인공으로 하는 탐정 소설을 쓰는 작가였습니다.

이야기의 시작은 첫 문장처럼 한밤중에 걸려온,


"폴 오스터 씨인가요?

폴 오스터 씨와 통화하고 싶은데요."


"전화를 잘못 거신 것 같습니다."


"폴 오스터 씨라고,

오스터 탐정 회사를 하는 분인데요."


"여기 그런 사람은 없습니다."


"제 말을 이해하지 못하시는군요.

정말 급한 일입니다."


결국 피터 스틸먼의 아내라는 이로부터 피터의 아버지인 피터 스틸먼(부자의 이름이 같음)을 감시하는 탐정의 임무를 맡게 됩니다.

사실 아버지 피터 스틸먼은 아내의 죽음 뒤 자신의 아들을 9년 동안 독방에 감금해 놓고 학대를 합니다.

그런 피터 스틸먼은 감옥 생활을 하게 되었고 시간이 흐른 뒤 감옥에서 나오게 된 그.

그런 그의 등장은 어린 피터가 성인이 되었어도 두려움에 떨게 되고 아내가 폴 오스터에게, 아니 퀸에게 늙은 피터 스틸먼의 일거수일투족 감시를 의뢰하게 됩니다.

그리하여 시작된 감시를 하게 되는데 늙은 피터는 생각했던 것과는 달랐고 어느 날 사라지게 됩니다.

그를 놓친 것을 스틸먼에게 알리고자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게 되자 퀸은 스틸먼의 아파트 앞에 노숙자가 되어 가면서 또다시 감시를 시작하게 되고 결국 퀸은...


솔직히 이 작품을 읽고 나서 충격적이었습니다.

낯선 이의 한 마디로 한 사람이 이렇게 무너질 수 있는 것인가...

이토록 인간이란 존재가 나약할 수 있을까...

너무 민낯을 본 것 같아 어찔했었던...


그렇게 한 이야기가 끝나고 다음 이야기였던 「유령들

낯설지 않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앞서 읽었던 「유리의 도시」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여기서도 등장한 탐정 '블루'

그에게 화이트라는 이름의 남자가 원하는 기간 동안 블랙이라는 이름의 남자를 쫓아다니며 지켜보며 

매주 이러이러한 우편 사서함으로 보고서를 보내면

매주 우편으로 수표를 보낸다는 것

단, 이 일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보고서를 보낼 것

이었습니다.


역시나 감시를 하였고 알고 보니 블랙이라는 자의 정체가 바로...


"당신은 내가 해야 할 일을 상기해 줄 사람이었다.

고개를 들면 매번 거기서 내 쪽을 바라보며 그 시선으로 나를 꿰뚫었지.

당신은 내게 온 세상이었고,

난 당신을 내 죽음으로 탈바꿈한 거야.

당신은 변하지 않는 단 한 가지, 

모든 것의 안팎을 바꿔 놓은 단 하나의 존재다."


마지막 「잠겨 있는 방」에서는 앞서 등장했던 인물들이 다시 거론되고...

그렇게 이 세 작품은 닮은 듯 다른 이야기를 하며

'뉴욕 3부작'

을 완성하고 있었습니다.


모두 누군가를 감시하고 뒤쫓지만

좇으면 좇을수록 모든 것은 흐릿해지고

종국에 가서 마주치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의 모습이었던,

몰두가 강박관념으로 변하는 인간 군상을 그려내고 있었습니다.

잔인하지만 우리의 모습이라는 점에서...

그래서일까...

「유령들」에서의 마지막 문장이 울림처럼 남았었습니다.





고전으로 만났었다면 혼돈이었을 테지만

그래픽노블이었기에 그나마 끝까지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는 점.

그리고 '인간'이란 존재에 대해 되짚어보게 된 이 책.

한 번은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니었을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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