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1994년 어느 날, 열네 살의 '드미트로 두빌레트'는 월드컵 중계 중인 텔레비전 화면 한구석에 자리한 국기에 시선을 빼앗기에 됩니다.
그래서 소년 드미트로는 세계 곳곳의 깃발을 찾아다니며 탐구하기 시작하고 그러면서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는데..
모든 국기에는 흥미로운 역사가 숨어 있다.
그 후 그는 우크라이나의 내각 장관이 되는데 정치인이자 기업가가 되었어도 각종 국기와 깃발에 대한 탐구심과 사랑은 계속되어 이제는 깃발 아래에서 소란스럽고 치열하게 벌어졌던 인류의 여정을 한 권의 책으로 엮게 됩니다.
바로 『펄럭이는 세계사』
책은 유명한 유니언잭이나 삼색기, 태극기는 물론이고 독수리, 빨간 모자, 톱니바퀴 같은 상징마다 비밀스럽게 깃든 사연을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화려한 색과 무늬 속에 깃든 인류의 뜨거웠던 지난날.
지금도 바람에 나부끼고 있었습니다.
국기는 아니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깃발 '유엔기'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1945년 50개국의 대표가 캘리포니아에서 회의를 열어 세계 평화 유지를 위한 기구를 설립하면서 탄생하게 된 유엔.
처음엔 회의 주최 측이 그저 참가자 배지에 넣을 표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하였지만 이 임시 표장을 영구적으로 사용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걸 깨닫고는 디자인 제작 위원회를 설립해 깃발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유엔 표장과 깃발 속 모든 디자인 요소는 이 기구의 주요한 목표인 '평화'와 '번영'을 나타내고 있었습니다.
파란색은 전쟁을 상징하는 빨간색과 정반대로 선택되었는데 특히나 깃발에 쓰인 파랑의 색조를 '유엔 블루'라 불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흰색으로 표현된 부분은 방위각 투영으로 본 세계지도로, 북극에서 바라본 이 지도의 각도는 모든 국가로부터의 등거리를 상징한다고 합니다.
유엔기의 세계지도 주위엔 올리브 가지 2개가 그려져 있는데 이는 '평화'를 상징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멈추지 않고 저자는 이야기를 나아갔습니다.
유엔기의 등장 이후로 올리브 가지를 국기 도안에 적용한 키프로스, 에리트레아, 투르크메니스탄 이 세 나라에 넣었는데 그중 키프로스와 에리트레아엔 평화가 오지 않았고
특정 국가의 영토가 아니기에 공식 기가 없었던 남극은 유엔 블루 바탕에 남극 대륙 모양의 흰 지도가 그려진 도안이 대표적이었는데 2002년 남극조약에서 채택한 남극 기는 보다 어두운 바탕색이 사용되고 위도와 경도의 주요 선이 표시되었다는 차이가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이모티콘에 사용되는 남극 기는 이 도안임을
하나의 깃발은 하나로 그치지 않고 여러 곳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태극기'도 등장하게 되었는데...
평화를 상징하는 흰색 바탕에 음과 양의 태극 문양.
그 주위의 검은 사괘는 태양(천체), 불(자연 요소), 가을(계절), 남쪽(방위), 예의(덕목), 딸(가정), 화려함(성정)을 상징하며 이를 다 합치면 결실을 뜻하는 우리 국기.
사실 우리에겐 분단국가라는 아픔이 있고 지금은 각자의 국기를 가지고 있지만
사실 분단 전부터 쓰던 태극기를 계속 사용하고 싶어 했다는 북한.
그러나 태극기에 담긴 고대 불교 상징을 미신으로 여긴 소련이 이를 탐탁지 않게 여겼고, 결국 모스크바에서 오각별이 그려진 붉은색 바탕의 새 국기를 도안해 평양에 전달해 지금의 국기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만약 북한도 우리와 같은 국기를 사용했더라면 이렇게나 오랫동안 분단국가로 남았을까... 란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그래도 우리에겐 남북한이 공동으로 참가할 때 사용할 '한반도기'라는 통일기가 있는데 이 역시도 이젠 개별팀으로 참가하면서 존재만 한다는 점에서...
뭐랄까...
풀지 못한 숙제로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국기는, 깃발은 조금씩 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마치 살아있는 역사처럼 말입니다.
그 변화의 방향은 국민들의 '믿음'과 '사랑', '평화'와 '번영'이었으면 하는 바람도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