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색 대문을 유심히 바라보던 한 남자.
안으로 들어가니 그를 기다리던 할머니가 계십니다.
"이번에는 생각보다 빨리 열렸어."
"저도 깜짝 놀랐어요. 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있어요."
"힘든 아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겠지." - page 7 ~ 8
8월의 어느 날.
선미는 신발장에서 '하얀 운동화'를 보게 됩니다.
아예 상표가 없는, 하지만 신으니 꽤 편한 이 운동화.
2학기 시작되는 첫날이라 새 신발을 신고 학교로 가던 중 한 할머니와 부딪칠 뻔합니다.
"죄송합니다."
"반가워요, 학생. 선택받은 걸 축하해요. 잠깐 들어왔다 갈래요? 벌써 한 친구가 와 있는데." - page 12
엉뚱한 소리를 하는 걸 보면 치매에 걸린 노인 같지만 그렇게 단정 짓기에는 외모가 너무나 단정한 할머니.
그러고는 또다시 말을 건네는데...
"모두 네 명의 친구들이 그 운동화를 갖게 됐어요. 이 집은 그 운동화를 신은 친구들에게만 보인답니다. 넷이 다 모여야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지만, 잠깐만 들어왔다 가요. 함께 지낼 친구와 인사라도 나누면 좋으니까." - page 13
황급히 걸음을 옮기는 선미.
그런 선미를 잡는 할머니는
"이번 주 금요일 다섯 시에 꼭 이 집에 들러요. 제발 기회를 놓치지 말아요."
...
"네 엄마를 살릴 수 있는 기회." - page 13 ~ 14
결국 찾아가게 된 파란 대문.
모이게 된 네 명의 아이들.
그리고 할머니와 한 남자.
다 모인 가운데 남자가 말을 꺼내는데...
"자, 이제 너희를 왜 이 집에 불렀는지 말해 주마. 이 집은 하얀 운동화를 신은 아이에게만 보이고, 당연히 그 운동화를 신은 아이만 들어올 수 있다. 너희가 신고 온 평범하지만 아주 특별한 운동화 말이다. 올해의 마지막 날 오후 다섯 시, 너희는 한 명씩 2층으로 올라가서 세 개의 문 앞에 선다. 하나는 과거의 문, 하나는 미래의 문, 하나는 현재의 문이야. 문을 선택하면 그 시간대로 갈 수 있다. 너희의 선택을 말하면 내가 어느 문으로 들어가면 되는지 가르쳐 줄 거야. 과거로도 미래로도 가고 싶지 않다면 그냥 현재의 문으로 들어가면 된다. 어떤 문으로 들어가면 좋을까에 대한 이야기는 나눠도 되지만, 최종 결정은 반드시 본인만 알고 있어야 해." - page 43
'시간의 집'이라는 이 집에 모인 네 아이들.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있었는데...
학교 폭력 피해자인 자영
어머니가 말기암을 앓고 있는 선미
자신이 사이코패스라고 믿는 이수
그리고 다른 아이들에 비해 완벽한 환경에 살고 있는 강민
기댈 곳이 없어 홀로 버텨왔던 이들은 시간의 집에서 선택의 날인 12월 31일이 오기까지 조금씩 만남을 가지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마음을 열어가게 됩니다.
그렇게 시간의 집은 아이들에게 안식처가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왜 강민이 이 집의 멤버가 되었을까 하는 의심이 커져만 가는데...
선택의 날을 앞둔 어느 날
이수는 학교 폭력을 당하는 자영을 도우려다 끔찍한 사고를 저지르게 되는데...
예기치 못한 사건의 소용돌이 속에서
과연 아이들은 한 번뿐인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선택의 날, 아이들은 어떤 문을 선택할까?
"이 세상에는 돌이킬 수 없는 것들이 꽤 많다. 막 세상에 태어난 아이, 누군가에게 했던 모진 말,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그리고 시간. 신조차도 사람이 살아가는 시간을 움직일 수는 없다.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건 오직 이 집뿐이지. 단 한 번뿐인 이 놀랍고 엄청난 기회를 너희는 과연 어떻게 쓸까. 자신을 위해서? 아니면 가족이나 친구를 위해서? 너희가 어떤 선택을 하든 지금보다 더 행복해지길 바란다. 이 집이 너희에게 정말로 선물해주고 싶었던 건 미래나 과거에서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기회가 아니라 바로 행복일 테니까. 자, 누구부터 올라갈래?" - page 231
조금은 먹먹한, 그럼에도 '희망'을 엿볼 수 있었던 이 소설.
저마다 상처를 지닌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어 준 건 어른이 아닌 또래 친구들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다는 것을!
이들을 바라보며 새삼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부모로, 어른으로 제 역할을 제대로 했던 것일까...?
만약 나였다면 그들처럼 선택했을까...?!
지금보다 행복한 삶을 꿈꾸며. - page 227
이들의 앞으로의 행보를 응원하며...
아니,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행복'하길 바라며 책을 덮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