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본성은 선한 것일까 악한 것일까.
비행기에서 추락하고 알지 못하는 섬에 조난당한 소년들. 원자폭탄의 폭양으로 부터 보호된 섬에 있게 된 것이 다행이라고 해야할까, 아니면 또다른 불구덩이에 들어간 것이라 해야할까.
열두 살 무렵의 랠프가 거의 이 섬에 표류하게 된 아이들 중 가장 큰 아이 격이다. 그리고 또 다른 리더, 수도원의 성가대원이며들 성가대장인 잭ㅡ잭과 성가대원은 사냥과 구조를 위한 연기,불을 맡는다 .
아이들을 모으는 소라 껍데기를 발견하고 지략을 보인건 새끼돼지라 불리는 무어인데, 덩치와 매력적인 용모를 하고 소라를 가지면서 랠프가 소년들의 리더로 뽑히게된다.
자신들이 도착한 이 섬을 탐색하고, 봉화를 만들고, 오두막을 만들고 사냥을 하고. 어찌보면 단순한 조난,탐험 이야기인데 그 단순한 일과 속에서 일어나는 상황과 심리 묘사가 자세히 서술되어있는 책이었다. 미지의 섬에 있다는 것 자체가, 통제할 사람이나 어른이 없다는 전제와 함께 맞물려 ㅡ 그럼에도 이전까지 배웠던 관습과 교육이 그 속에 내재되어 있어 선하고 악한 것의 기준으로 남아있는 ㅡ 더 긴장되는 상황의 연속이 이어진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통제하고 감시한다는 것 자체가 속박이 되고 불편한 상황이지만 그 반대로 모든 통제가 사라지고 더불어 보호도 없어지는 상황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아이들의 상황도 그렇게 보였다. 리더를 세우고 역할을 분담했지만 그 힘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해 원했던 모습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멧돼지를 죽여라. 목을 따라. 피를 흘려라."
"너희들은 불을 꺼뜨렸어."
숯과 희고 붉은 흙으로 그린 마스크 뒤에 숨어 사냥을 나서는 아이들. 그리고 드디어 멧돼지를 잡은 사냥 뒤로, 연기가 조금 만 더 피어올랐더라면 지나가는 배가 그 연기를 보았을 테고 구조될 확률이 높았을텐데 사냥에 치우쳐 불을 지키지 못한 잭과 사냥대원들에 대해 랠프 무리의 원망은 커진다. 하지만 고기 앞에서 어느새 하나가 된다.
생각할 능력이 있고, 불도 새끼돼지라 불리는 무어의 안경을 통해 피우게 되었는데 권력을 가진 대장은 랠프, 그리고 잭. 처음에 무어의 이름이 한 번 등장한 뒤로는 줄곧 새끼돼지라 불린다.
자신의 정체성과 무리의 모습을 계속 상기시키며 답이있고 규범이 있고 체계가 있는 '어른다운 것'을 추구하기를 랠프에게 계속 상기시키는 새끼돼지 무어.
두려움과 공포, 희망과 광기
무인도에서 벗어나기위해서는 봉화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눈 앞의 고기를 사냥하는데로 치우친 잭의 무리. 그리고, 두려움의 대상을 파헤치기 보다 그저 그 '짐승'에게 자신들이 획득한 멧돼지의 머리를 주기로 결정하는 모습. 그리고 그 선물에 몰려드는 파리떼. 그러면 선물을 받는 대상이 파리가 되는건가. 랠프측에 있던 사이먼은 파리대왕이 자기의 지팡이에 매달려서 밝게 웃는 모습을 본다. 무언가 잘못되고 있다...
그리고 두려운 '짐승'의 진실을 마주한 사이먼. 아이들에게 이 소식을 알리려하지만...
구조를 기다리며 인간다운, 익히고 배운대로의 삶을 추구하며 봉화를 올릴것인가, 아니면 본능에 충실해 구조의 희망은 버리고 스스로의 판단없이 군중몰이처럼 배부른 것에만 만족할 것인가.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자신의 정당화를 위해 벌이던, 인간성의 어두움과 그것을 마주한 슬픔을 보게하는 이야기.
평론가들의 다양한 해석을 이야기에 덧붙여진 작품해설을 통해서도 만나볼 수 있었던 책 《파리대왕》이었다.